소설리스트

레지스탕스-78화 (77/235)

< --보급창 침공-- >

게티안은 평범한 일반인이었다.

우연히 애리조나에서 태어났고, 우연히 집안이 군인 집안이었다.

애초에 애리조나에서 태어난 것 부터 이 평범한 일반인, 게티안의 미래는 정해져있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게티안은 집안의 요구에 따라 군에 입대했다. 하지만 게티안 스스로도 남들 위에 서서 남들이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같은 역할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있었다.

그렇기에 부사관으로 지원해서, 그저 주어진 임무를 하루하루 처리할 뿐인, 그런 애리조나 내에서 지극히 평범한 군인으로서의 삶을 영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뮤라를 만났고, 그때에는 뭔가 씌였던지 뮤라에게 큰 호감을 느끼고 열렬히 대쉬했었다. 게티안 스스로도 자신이 평생 그렇게까지 무언가에 열렬하게 달라붙었던 적이 없었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뮤라도 처음에는 당혹스러움, 그 뒤로도 꾸준히 게티안이 대쉬하자 그 이후로는 계급 차이로 인한 마찰을 염려해 게티안을 회피하고 다녔으나, 뮤라는 게티안이 몇날몇일을 꾸준히 들러붙자 그 정성에 어느정도 감동하여 게티안과 교제를 시작했었다.

하지만 게티안은 곧 뮤라에게 실망했다.

뼛속까지 군인. 남들은 다 즐긴다는 근무시간때의 밀회라던지, 당직을 설 때 은밀히 만나서 사랑의 밀어를 속삭인다던지, 과업시간의 종료에 맞춰 각자 부대에 데리러 간다던지 그런 낭만적인 일들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경로로, 정해진 일정을 도는 틀에박힌 데이트나 가끔씩 할 정도.

그래서 게티안은 점점 뮤라에게의 사랑이 식어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결과로 게티안은 스스로 뮤라와 만나는 시간을 줄이며 술에 찌들어 살아갔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처음에는 그저 근무지와 가까워서 애용했을 뿐인 술집,

"바다의 오아시스"

. 그러나 몇번 다니다보니 술집의 마스터조차 자신을 알아보기 시작하고 스스로도 이 가게의 단골을 자처할 수 있을만큼 오랜기간 애용해왔던 이 가게에 여느 날과 다름없이 과업이 끝나고, 뮤라에게도 연락이 없음을 안 게티안은 당연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술가게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이러한 자신이 스스로도 한심하긴 했지만, 게티안에게는 이제 삶의 낙이라고는 이것밖에 남지 않게 되버린 것이다.

정해져있었던 미래, 정해져있는 일상. 그리고 이 술가게로의 이동마저도 어쩌면 게티안의 미래에 이미 그려져있던 미래가 아니었을까. 게티안은 스스로에게 자조하면서도

"바다의 오아시스"

로 옮기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출 수 없었다.

"여어-"

"오실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이 바텐더마저 익숙한 게티안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늘 앉던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주문조차 게티안과 이 바텐더 사이에는 필요없었다. 게티안은 늘 같은 것만 주문했었으니까.

그러나 그 일상이 오늘 깨져버렸다.

"손님? 주문 도와드릴게요."

마치 천상에서 들리는듯한, 옥구슬같은 목소리. 난생 처음 듣는 목소리에 게티안은 고개를 들고 그 목소리의 발원지를 찾았다.

"손님?"

게티안을 바라보며, 주문을 요구하는 난생 처음보는 핑크색 머리를 곱게 늘여뜨려 중간쯤에서 묶은 뒤 그 아래부분을 왼쪽 어깨 앞으로 다시 넘긴 이 여인.

게티안은 당황했다. 이런 일, 여태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일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그 당혹감을 눈치챘는지, 바텐더가 다른 손님의 주문을 받으면서도 게티안을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

"하하, 당황하신 것도 이해가 갑니다. 오늘부터 일하게 된 레리아나라는 아이입니다."

"반갑습니다. 레리아나라고 해요."

"레리아나, 이쪽은 우리 가게 초 단골. 게티안 씨."

"아.. 반갑습니다. 게티안이라고 합니다."

"단골이시군요? 꼭 기억해둬야겠네요~"

말끝마다 애교가 넘쳐 흐르는듯한 착각까지 불러일으키는 레리아나의 말 한마디한마디에 게티안은 여태까지 없었던 삶의 활기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것이... 살아간다는 것인가?'

게티안의 회색빛이었던 여태까지의 일상이었고, 현재였으며, 미래였을 모든것이 산산히 부숴졌다.

레리아나라는 한 인물에 의해 게티안의 일생이 송두리째 뒤집혔다.

게티안은 레리아나에게 한눈에 반해버렸다.

뮤라에게 반했던 때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게티안은 여기서 자신에게 솔직해지기로 했다. 뮤라와의 만남은, 그저 자기 자신의 출세와 영위를 위한 목적이었음에 불과했던 것이라고.

진정한 자신의 사랑은 이곳에, 이 여인에게 있다라는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레리아나에게 한눈에 반해버린 게티안은 그 이후로도 뺀질나게 찾아왔다. 원래도 매일같이 찾아왔었지만, 이번에는 정말 시시때때로 찾아왔었다. 출근하기 전에, 점심시간의 그 잠깐의 휴식시간에, 과업하다가 잠시 틈이 났을 때, 퇴근하자마자.

게티안이 그렇게 끈질길 정도로 찾아오는데도 불구하고 레리아나는 한결같이 미소로 게티안을 맞아주었다. 게티안은 그러한 레리아나에 더욱더 빠져버렸다.

레리아나의 함정에, 걸려버렸던 것이다.

태현에게 명령받은 레리아나는 게티안이라는 남자, 딱 봐도 패기없고, 줏대없고, 그저 지배당하는 자의 전형적인 인간상을 띠고 있었다. 레리아나도 글로리아나 미세르만큼의 아름다움은 없었지만, 일단은 태현에게 한번 안겼던 몸. 그렇기에 태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었다.

하지만, 이 남자는 너무나도 한심했다. 태현과 비교해서 무엇하나도 나은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리아나가 게티안을 이리도 반겨주는건, 그저 태현의 명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만일 태현이 게티안을 버리라고 말하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게티안을 내치리라. 아니, 한술 더 떠서 레리아나 스스로가 게티안을 모욕하면서 떠나가는데 아무런 주저함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태현의 명령이니까. 그리고 혹시라도 그 뒤에 이어질 포상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품고 오늘도 레리아나는 게티안에게 은밀하게 추파를 던진다. 하지만 이 둔감한 남자는 그것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그저 레리아나를 바라보며 헤실헤실 웃으면서 술을 마실 뿐이었다.

어쩔수없이 레리아나는 좀 더 강경한 방법을 취하기로 했다.

"어라, 게티안 씨. 오늘도 오셨네요?"

"하, 하핫.. 레리아나가 보고싶어서 달려왔어."

게티안의 이 말을 뮤라에게 속삭였다면 조금이나마 뮤라의 마음이 움직였을테지만, 레리아나에게 해봤자 소용이 없다. 하지만 레리아나는 그러한 게티안의 시덥잖은 수작에 넘어간 척을 해줘야했다.

"어머, 게티안씨도 참... 부끄러워요."

"레리아나는 매일봐도 참 예쁘단 말이야."

"칭찬 고마워요. 후후.. 좋아요. 그럼 오늘 밤에, 제 오프일때, 따로 어때요?"

"!!! 좋, 좋지!!"

레리아나가 대놓고 유혹을 하자, 그제서야 레리아나의 본심이 무엇인지 눈치챈 게티안은 콧김까지 내뿜으며 기뻐했다. 그런 게티안의 모습에 레리아나는 속으로 비웃었지만, 그걸 드러내버리면 임무에 실패해버린다. 그저 겉으로는 방긋방긋 웃으며 게티안을 좋아하는 척 해줘야했다.

그리고 가게 시간이 다되고, 이 시간만을 기다려왔던 게티안은 드디어 레리아나가 가게의 문을 닫고 나오는걸 보고 황급히 뛰어갔다.

"헉,,헉.. 끝났어요?"

"네, 끝났어요. 이제, 둘만의 시간을 가지러 가죠?"

레리아나가 윙크까지 하며 눈웃음을 보내자 더이상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게된 게티안은 그저 레리아나가 이끄는데로 따라갔다.

레리아나가 게티안을 이끈곳은 여관이었다. 그제서야 게티안은 레리아나의 본심아닌 본심을 눈치챘고, 두근대는 가슴을 멈출 수 없었다.

그리고 두 남녀는 여관으로 다정하게 들어갔고, 그걸 지켜보는 두 쌍의 눈이 있었다.

"봤지? 저런 남자라고."

"... 그럴수가... 그래도.. 견실한 사람일거라.. 믿었는데..."

바로 태현과 뮤라였다.

태현은 일찌감치 노아 드뮈레와 이야기해서 거래소와 관련된 물품을 직접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맡아서, 뮤라에게 접근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동안 뮤라의 수족이 되어 뮤라의 신임과 약간의 호감을 쌓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뮤라는 대위이며 한 부대의 중대장이라는 입장상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만한 곳이 없었는데, 태현과 친밀한 관계를 쌓게되자 단 둘이서 가끔씩 술도 마시면서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었다.

"이야, 뮤라 누님. 남자친구는 이렇게 안해주십니까?"

"으응? 게티안? ... 글쎄.. 몇날몇일을 따라다니길래 정말로 날 좋아하는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서먹서먹한거 같아서, 조금은 외로워. 나도 사람이고 여자인걸."

뮤라도 천생이 기사이기에 게티안과의 데이트같은게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뒤로가면 갈수록 게티안과의 데이트를 기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점이 공교롭게도 게티안이 뮤라에게 질리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려서 뮤라에게도 점점 불만이 쌓여가고 있었던 것이다.

"함께 식사를 했던것도 언제인지 기억이 안날 정도야."

"허허, 그 남자 못쓸 사람이군요. 저라면 누님을 가만히 내버려뒀을리가 없는데."

"후후, 라이도 참. 나같은 여자가 뭐가 좋다고 그래? 다들 날 싫어하는거 알

아. 게티안마저도 날 싫어하게 되버렸는걸."

한숨을 푸욱 내쉬며 뮤라는 또다시 술을 들이킨다.

"아니, 뮤라 누님이 뭐가 못나서 미움받으시는데요? 제가 보기엔 뮤라누님이 여태까지 봤던 여자들중에서 최고로 예쁘신데."

그리고 태현은 그 뮤라의 마음의 틈에 파고들어갔다.

태현의 칭찬도 있고 술기운이 올라온 것도 있어서 볼을 발그스레 붉힌 뮤라는 태현이 건네는 술을 연신 들이켰다.

"그 멍청한 남자 이름이 뭡니까? 만나면 비웃어주고싶은데."

"으응... 그러지마.. 그 이 이름은 게티안.. 이라고 해. 작전부 소속 부사관이지."

"어라? 게티안? 혹시 그 남자 이렇게 생기지 않았던가요?"

태현은 게티안의 생김새나 외관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어머, 라이 네가 그 이를 어떻게 알아?"

"알다마다요. 그게 말이죠.."

태현은 장황하게 거짓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자신이 잠시

"바다의 오아시스"

라는 술집에서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그곳의 단골이었으며 그 게티안이라는 남자가 매번 여성 종업원에게 추파를 던지고, 한번은 술에 만취해서 강간할 뻔 했던 적도 있다는 것.

하지만 원체 외견이 좋아서 몇몇 여성 종업원은 게티안에게 낚여서 관계를 맺기도 했다는 것.

"거.. 거짓말이야. 게티안이 그럴리가 없어."

"믿지 못하시겠다면 확인해보면 되겠죠! 제가 그쪽 종업원이랑 이전부터 알던사이라서 가끔 보는데, 아무래도 이 게티안이라는 남자와 제법 깊은 관계까지 발전한것 같단 말이죠..?"

"..... 좋아, 확인해보겠어. 하지만, 거짓말이라면, 라이 너라해도 용서하지 않겠어."

"그럼요. 뮤라 누님을 농락하다니, 목이 날아가도 싸죠."

태현은 게티안을 겨냥해서 한 말이지만, 아직 그 사실을 모르는 뮤라는 태현이 자신에게의 다짐이라고 알아들었다.

그리고 현재까지 이른다.

"아아.. 마.. 맙소사.. 게티안...?"

뮤라의 눈에는 레리아나와 다정하게 손을잡고 여관으로 들어가는 게티안이 비쳤다.

"거봐요, 제 말이 맞죠?"

"......."

"그러니까 뮤라누님도 저딴 쓰레기와는 이제 헤어지시고.. 어떠세요?"

태현이 비틀거리는 뮤라의 어깨를 부축하며 은밀하게 속삭인다. 마치 악마의 유혹처럼.

"아아.. 라이.. 난... 어찌해야..."

믿었던 연인에게 배신당했다.

이제 자신은 무얼 믿고 살아가야하는걸까?

이런 의문이 뮤라의 마음속에서 급격하게 피어올라 뮤라를 좀먹기 시작했다.

거기에 태현이 옆에서 악마처럼 속삭이자, 결국 뮤라는 태현에게 몸을 맡겨버렸다.

'크크크.. 게티안.. 멍청한 놈.. 옆에 다이아몬드를 놔두고도 보석을 찾아 헤메는 멍청이일 줄이야. 크크큭. 너의 보석, 뮤라는 내가 갖겠다.'

태현은 사악하게 미소지으며 뮤라를 품에 안고 뮤라의 집으로 향했다.

한편, 게티안은.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에 대해서는 눈치채지 못한채, 세상 모르고 잠들어있었다.

이는 모두 레리아나와 태현의 계략으로서, 태현 또한 레리아나를 게티안에게 줄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레리아나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분위기를 위해 다시금 술을 한잔하자 게티안에게 제안했고, 당연하다시피 게티안은 그에 승낙했다.

게티안은 앞으로 펼쳐질 핑크빛 낙원을 상상하며 레리아나를 기다렸지만, 게티안을 기다리는건 크림슨 빛 지옥이었다.

레리아나는 술에 은밀히 수면제를 타서 가져왔고, 아무것도 모르는 게티안은 레리아나가 권하는 술을 연신 들이마셨고, 결국 수면제와 술기운에 의해 잠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날 눈을 떴을 때, 레리아나가 자신의 곁에 누워있자 잘 기억은 안나지만 레리아나가

"어젯밤은 격렬했어요.."

라는 말에 자신이 레리아나와 관계를 맺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게티안으로써는 레리아나를 안았다는 사실이 그저 기쁠 뿐이었다.

============================ 작품 후기 ============================크하하하 고통받아라 게티안!!

하악하악 NTR이라서 그런지 빨리써진다..!!

다음화는 우주의 순리와 법칙에 따라 그 장면입니다.

우후후... 게티안의 캐릭터는 순진하면서도 멍청한, 틀에박힌 일반인으로 잡아봤습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NTL이나 NTR에 대한 면역이 없으신분들을 위한 선택지입니다.1. 게티안에게 뮤라와 섹스하는 장면을 보여준다.2. 게티안따위에게 이런 호사를 누리게 해줄 필요조차 없다. 멍청한 게티안은 그저 살아왔던데로 아무것도 모르고 살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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