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급창 침공-- >
키류의 노예선언이 있은 후로부터 어연 5일째.
보급창 내부에서는 완전히 난리가 났다.
"뭐야. 키류 거래소장은 오늘도 결근인가?"
"그런.. 듯.. 합니다."
사프란 보급창장의 힐난 섞인 질문에 페르소는 고개도 들지 못한채 연신 사죄와 긍정의 말을 내뱉고 있었다.
"흥. 이래서 해적 나부랭이 출신의 인물을 중히 여겨서는 안된다고 제가 누누히 말씀드렸건만.."
"그 점에 대해서는 유키 원수님에게 따지도록."
"으음...."
이때를 놓칠리 없는 승냥이 같은 게덕스 중령은 이 때를 틈타 키류를 극렬하게 비난했지만, 사프란은 그런 말에 현혹될 인물이 아니었기에 일갈하고는 페르소에게 눈길을 돌렸다.
"대체 무엇이 문제인건가?"
"집에서 나오다가 다리를 다쳐서 거동이 매우 힘들다고 합니다. 며칠 쉬면 안정될 것 같습니다."
"병문안이라도 한번 가봐야하겠군. 키류 거래소장의 주소가 어디였지?"
"아, 아닙니다. 창장님이 굳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 뭐, 키류 소장과 가장 친한 자네가 하는 말이라면 틀림이 없겠지. 키류 소장에게 내가 빨리 완쾌하길 바란다고 전해줘."
"네, 알겠습니다. 심려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마침 사프란 보급청장이 휴가기간이었기에, 어제부로 4일만에 열린 보급창 회의였으나, 키류가 불참했었다.
거기에 대해서는 크게 의문을 갖지 않았다. 소장들은 대부분 몇번씩 빠지기도 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늘도 키류가 나오지 않자 사프란은 약간 화난듯 키류와 가장 친한 페르소를 질책했던 것이다.
이틀 연속으로 빠지는건 보급창장인 사프란에 대한 모욕에 가까웠기 때문에.
하지만 페르소도 키류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5일전부터 마치 이 세상에서 사라진 것 처럼 종적을 감췄던 것이다.
'아아, 키류 어디있는거니..?'
페르소도 페르소 나름대로 사방팔방으로 키류의 행방을 찾아보았지만, 가장 최근의 행적이 거래소의 중대장인 뮤라라는 여인과 함께
"진주빛 와인"
라는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했다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그 뮤라 중대장에게도,
"진주빛 와인"
의 셰프에게도 키류는 식사를 마치고 돌아갔다는 증언 뿐, 그 외의 별다른 정보를 얻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형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키류가 사라졌다고 사프란에게 보고하면 보급창이 완전히 뒤집혀질 것이다.
거래소장, 한 부대의 대대장, 그것도 중령이라는 고위 장교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비도, 보고도 올라오지 않았다는 셈이 되니 가장 먼저 거래소 전체가 강한 질책을 받게 될 것이다.
그에 이어 보급창 전원에게도 약간의 페널티가 부여될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난 후 키류를 찾기 위해 대규모의 인원이 투입될 것인데,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키류를 찾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렇기때문에 페르소는 해적시절 아꼈던, 유키의 성은에 의해 페르소가 직속으로 운영하고 있던 부하들, 이제는 페르소 직속 부대원이 된 해적들만을 동원해서 방방곡곡으로 찾아나섰던 것이다.
"누님. 거래소 내부에서는 아무도 모른다고 합니다."
"두목. 보급창 내에서는 안보입니다. 다른 부대까지 확장해볼까요?"
부하들이 속속히 전갈을 가지고 왔지만 낭보는 하나도 없었다. 그에 실망하고 있던 페르소였으나, 그 날, 사프란의 질책어린 눈길을 받으며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듯한 부담감을 버텨내며 회의가 끝나고 대대장실로 복귀한 그때.
"....?"
자신의 책상 위에 낯선 쪽지가 하나 놓여져 있었다.
페르소는 무의식적으로 그 쪽지를 펼쳐보고, 낯빛을 딱딱하게 굳혔다.
"경계병!! 오늘 출입 현황 일지 가져와!!"
곧바로 당직실에 연락해 부대에 출입한 인원들을 작성하는 일지를 가져오라 명한 뒤, 약간은 떨리는 손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1분 1초가 억겁과 같다고 느끼며 경계병이 일지를 가져오기까지 기다렸다.
-똑, 똑.
"필승, 경계병 근무자 병장 파이레티아누스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와!"
한 장병이 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와 천천히 걸어온 뒤 대대장에게 거수경례를 한 후 왼손에 들린 일지를 내려놓았다.
"그럼, 돌아가봐."
"아, 알겠습니다. 복귀하겠습니다, 필승!"
뭔가 할 말이 있었는지 입을 들썩인 병장이었지만 대대장의 앞이라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경례한 후 대대장실을 천천히 빠져나갔다.
파이레티아누스가 나가는것을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일지를 확인해보니, 자신이 회의를 갔을 동안 방문한 사람은 소대장, 리니어 소위의 손님 뿐이었다.
"소대장! 지금 당장 대대장실로 오도록!"
"필승 소대장 소위 리니어.. 대대장님? 옛,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페르소가 이렇게 다급하게 사람들을 부르는데는 이유가 있었다.
쪽지의 내용은 이러했다.
《키류의 신변은 내가 구속하고 있다. 키류를 되찾고 싶다면 나를 찾아내봐라.》짧지만 페르소의 정신을 강타할 내용의 쪽지와 함께 페르소가 정신을 잃은 채 묶여 있는 사진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페르소는 분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했다. 5일 밤낮으로 찾아헤맸던 키류를, 이렇게라도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키류가 무사하다는 것을 알게된 페르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키류를 이렇게 만든 작자를 갈기갈기 찢어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면서 이빨을 빠득 갈았다.
-똑 똑 똑.
"필승, 소위 리니어입니다."
"출입절차 생략하고 빨리 들어오도록!"
"예, 들어가겠습니다."
이 출입절차 마저도 기다리기 힘들었떤 페르소는 소리쳐서 빨리 들어오라고 명령했고, 리니어는 그 특유의 피곤에 찌들어있는 듯한 표정으로 대대장실로 들어왔다.
"소대장, 10시 쯤 소대장의 손님이 왔었지?"
"예에. 왔었습니다."
"누구지?"
"어.. 저도 드뮈레 가문에 보급품을 수령하러 갔다가 알게되었던 사람입니다. 그 때 당시 드뮈레 가문의 보급품 전달 담당이었지요. 하지만 드뮈레 가문측의 부탁을 받고 잠시 일해준거라 지금은 다른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름, 이름을 알 수 있겠나?"
"라이입니다. 라이 크로네."
"라이 크로네.. 알겠다. 돌아가보도록."
"예. 돌아가보겠습니다. 필승!"
리니어 소위는 그 표정과는 다르게 절도있게 경례하고선 대대장실을 빠져나갔다.
그러한 리니어의 뒷모습을 좇다가 리니어가 대대장실을 나가자 페르소는 이마를 감싸쥐고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드뮈레 가문과 연결되어 있는 사람인가? 그렇다면 키류를 납치? 왜? 무엇을 위해서?'
페르소는 드뮈레 가문이 이런 짓을 할 거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이런 짓을 해서 굳이 이익이나 이득을 얻지 않더라도 이미 애리조나 내부에서는 드뮈레 가문이 끼치는 영향력은 막대했다. 그렇기 때문에 드뮈레 가문이 이런 짓을 한다고 해도 더이상 얻을 이익이나 권익이 있을것 같지 않은 페르소는 점점 더 이 사건이 미궁에 빠져들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굳이 이득을 얻기 위해서라면 나를 접촉할 것이 아니라 사프란 보급창장님께 곧바로 접촉하면 더욱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을텐데.. 아니.. 아니야. 그렇게 되면 이득은 얻더라도 그 후폭풍이 거셀테지. 근데 왜 나에게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점점 머리가 아파져오기 시작하는 페르소였기에 더이상 키류를 납치한 납치범의 진의를 파악하는것을 포기하고 이 납치범을 찾는데 전력을 쏟기로 했다.
"디안, 쿠소, 로웰. 라이 크로네라는 인물을 수색해라."
자신의 해적중에서도 대장격을 맡고 있었던 디안, 쿠소, 로웰에게 연락해 라이 크로네라는 인물을 수색할것을 명한 후, 페르소는 심란한 마음으로 그날 업무를 처리해갔다.
하지만 역시 키류가 신경이 쓰였기에 대다수의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페르소는 5시가 되자마자 황급하게 사프란에게의 보고를 핑계로 하고 조퇴했다.
페르소가 부대에서 나와 한동안 걷고 있자, 곧 디안과 쿠소, 로웰이 따라붙었다.
"정보는? 얻은 정보는 있나?"
"대충 얻긴 했는데, 이놈 생각보다 거물이요. 누님. 조심해야할 것 같아요, 누님."
"왜그래? 빨리 줘봐."
디안이 걱정스런 말투로 말하자 의문이 생긴 페르소는 디안의 손에 들린 보고서를 빼앗듯이 낚아챘다.
《라이 크로네. 약 1달쯤 전에 애리조나에 들어옴. 드뮈레 가문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듯. 특히 애리조나 담당인 노아 드뮈레와는 같이 다니는게 자주 목격되었음. 그 친분으로 보급소 보급물품 공급담당 일도 약간 하였으며 그 이후로는
"바다의 오아시스"
,
"블루 다이아몬드"
,
"매지컬 드링크"
등의 음식점, 술집들을 매수하면서 돌아다니는걸로 파악됨. 최근 행적은 묘연함.》
"블루 다이아몬드..?"
기억에 있다. 키류가 저번에 자신이
"블루 다이아몬드"
의 초대권을 얻었다면서 페르소에게 자랑하던 그 들뜬 목소리가.
"누님. 블루 다이아몬드에 영향력을 미칠정도면 여간내기 인물이 아니라는 증거요. 이거 잘못되면, 정말 큰일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 누님.."
"하지만, 키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르는데, 상대방이 거물이라고 손놓고 구경만 하라는거냐? 디안 네가 키류에게 그럴수 있어?"
격앙된 페르소의 목소리에 디안은 약간 주춤했지만, 그래도 자기가 할 말은 끝까지 이었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키류보다 페르소 누님의 안전이 더 중요한거요. 페르소 누님이 사지에 뛰어드는걸 멀뚱히 보고 있을수만은 없는거요."
"... 너희들이 아무리 내 마음을 꺾으려해도 소용없다. 난 키류를 찾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어."
계속해서 만류하는 디안과 쿠소, 로웰을 뿌리치며 페르소는 비장한 눈빛으로
"블루 다이아몬드"
음식점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예약 손님이신가요? 만약 그러시다면 초대권을 보여주시겠습니까?"
"아니, 난 예약 손님이 아니다."
"그러시다면 죄송하지만. 앞으로 한동안 저희 음식점은 예약 손님만을 받기로 되어 있어서, 일반 손님이시라면 약 2주 후에 다시 방문해주시겠습니까?"
"아니, 말을 잘못했군. 난 손님이 아니다."
".... 그러면 무슨 일로 오신겁니까?"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은 그 종업원은 페르소의 말에 끝까지 맞춰주고 있었다.
이것이 드뮈레 가문의 영혼이 담긴 음식점의 종업원인건가, 라고 페르소는 약간은 감탄하면서도 짐짓 강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난 보급소의 소장, 페르소라고 하는데, 이곳 오너와 만나고 싶은데."
"... 무례를 저질러서 죄송합니다, 페르소 보급소장님. 하지만, 본 음식점의 오너와 만나시고 싶으시다면 미리 약속을 잡으셔야.."
"가장 안쪽방, 다이아몬드 홀로 안내해드려라."
"...! 팀장님?"
갑작스럽게 그 종업원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수염을 잔뜩 기른 또다른 종업원, 말을 들어보니 팀장이라는것 같다,이 페르소를 안으로 들이라는 말을 하자 처음 종업원이 깜짝 놀랬다.
하지만 그 놀람은 페르소를 들여보내서라기 보다는, 【다이아몬드 홀】에 안내된다는 사실에 대한 경악이 거의 대부분이라고 페르소는 느껴졌다.
"저희측 막내의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페르소 소장님. 오너님의 말씀이 있으셨습니다. 【다이아몬드 홀】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이곳 오너는 말이 잘 통하는 것 같아서 좋군."
페르소는 자뭇 긴장하면서 그 팀장의 안내에 얌전히 뒤따랐다.
넓은 음식점에서도 가장 호화스러워 보이는 복도를 지나, 굳게 닫힌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페르소가 멋지게 【DIAMOND HALL】이라고 금으로 빛나는 간판의 문을 지나고, 호화스러운 방으로 들어가자 그곳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
"네가 라이 크로네냐?"
"예. 제가 라이 크로네입니다."
생글생글 미소짓고 있는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페르소는 생각했다.
============================ 작품 후기 ============================우하하하하모든 독자들은 1번을 선택하면서 키류와의 떡신 묘사를 좀 더 하겠지라고 생각하겠지만쟌넨!
모두들 좋은밤 되세요.
페르소를 어떻게 능욕할까?
1. 페르소를 구속시킨 후, 키류에게 페르소를 발정나게 만들도록 명령한다.2. 아니, 페르소의 앞에서 키류를 범하며 키류에게 노예선언을 되풀이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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