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탕스-88화 (87/235)

< --보급창 침공-- >

".... 그래서, 원하는게 뭐지? 재화인가?"

"그런 시시한 목적이라면 굳이 내가 거물을 건드릴 필요가 없지. 난 이 "

블루 다이아몬드

"에서 나오는 돈만으로도 평생을 일하지 않아도 먹고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단 말이지?"

"그렇다면, 대체 원하는게 뭐지?"

"애리조나의 정복."

태현의 입에서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튀어나오자, 해적으로써도 제법 경험이 쌓였고, 해군으로써, 장교로써도 제법 연륜을 쌓아온 페르소조차도 적잖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뭐.. 뭐라고..?"

"애리조나의 정복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 네놈.. 제정신인가..?"

"난 지극히 제정신이지."

턱을 괸 채로 페르소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태현의 기세에 압도되는 듯한 느낌까지 받은 페르소는 그다지 추운 날씨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제정신이 아니로군.. 너.. 정체가 뭐냐?"

"그걸 지금 당신에게 알려줄 필요는 없겠지. 지금 당신에게 중요한건 키류를 돌려받느냐 돌려받지 못하느냐가 문제가 아닌가?"

"..... 그건 그렇군. 좋아. 키류는 어디에 있지?"

"내 아지트에 지금 머무르고 있지. 아, 안내하기 전에 미리 말해두건데, 난 키류가 원하지 않는다면 보내지 않을거다. 그 점에 대해서는 명심하도록."

"키류가 네놈같은 무뢰배를 따를거라고 생각하나? 망상도 너정도면 심하군."

"하핫, 독설을 엄청나게 뽐내시는군. 길고 짧은건 대봐야 아는법이지."

태현이 일어나려다가, 문득 생각난듯 다시 말했다.

"그러고보니 출출한데, 저녁이라도 먹고 가지. 식사는 했나?"

"아니, 필요없다. 1분 1초가 아까우니, 지금 당장 키류에게 안내하도록."

페르소도 저녁도 먹지 않은채, 오히려 5시에 조기 퇴근해서 정보를 얻자마자 바로 달려온 처지였기 때문에 배가 고프지 않을리가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음식을 먹으면 무슨 수작을 부릴지 몰랐고, 지금 페르소는 1초라도 빠르게 키류를 보고싶다는 일념뿐이었다.

"호오, 이 "

블루 다이아몬드

"의 음식을 거부하는 사람이 있을줄이야. 생각도 못했군. 하하하.. 좋아. 그렇게까지 키류가 보고싶다면 안내해주지."

태현이 페르소의 단호한 거부에 약간은 놀란듯 눈을 크게 뜨면서도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일어섰다.

"좋아, 안내하지. 하지만 내 입장상 아지트의 위치가 드러나면 안되니, 눈은 가려야겠어."

"흥, 마음대로 해라."

페르소는 태현의 조치에 순순히 수긍했다.

그 이유인즉슨, 페르소는 원래 해적, 그것도 한 해적단의 선장이었다. 광활한 바다 위에서 길을 잃었을 때, 별을 보고 길을 찾는 방법도 있었지만 별이 보이지 않는 구름이 잔뜩 낀 날이거나, 태양이 떠있는 한낮일때에는 그런 방법을 사용하지 못했다.

나침반이 아직까지 발명되지 않았기에 대부분 배들이 그럴땐 헤맸지만, 페르소의 배만큼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었다.

페르소의 방향감각이 엄청나게 뛰어났기 때문이다.

'키류만 돌려받으면, 너같은 놈은 순식간에 박멸해주마.'

페르소는 속으로 다짐하면서 태현의 눈가리개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음.. 음식점을 나왔군. 동쪽으로.. 약 200m.. 그리고, 북쪽이로군.. 북쪽으로도 약 150m..'

페르소는 시야가 가려진 덕분에 더욱 머릿속에서 애리조나 전체의 지도를 그리기 용이해졌다는것을 느끼고 이러한 조치를 취한 태현을 한껏 비웃으면서 머릿속에 그린 지도에서 위치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 보급창을 벗어났군. 그러니까 찾을수 없었지.'

한참을 걷자 보급창을 벗어났다는걸 알게된 페르소는 자신때문에 헛고생만 했을 자신의 직속 부하인 디안, 쿠소, 로웰에게 미안한 감정을 담으며 떠올렸지만, 그들은 순식간에 페르소의 관심에서 사라졌고 태현의 아지트를 추적하는데 모든 생각을 집중했다.

"끼이익-"

철문같은 쇳덩이가 움직이는 소리에 페르소는 이곳이 아지트라 생각한 후, 머릿속의 지도에서 현재 위치를 종합해보았다.

'음..? 여기는 교육부쪽인데..? 설마 이자는 아일리의 끄나풀인가?'

같은 유키의 4천왕이면서도 사프란과 아일리의 사이는 유독 좋지 못했다.

성격의 문제인지, 아니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페르소는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가장 최근에 유키가 4천왕을 모두 집결시켜서 회의를 나눈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유키의 앞임에도 불구하고 사프란과 아일리가 서로에게 큰소리를 치며 언쟁을 했다는 소문을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태현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지 못했던 페르소는, 이 일련의 사건을 사프란과 사이가 좋지 못한 아일리가 자신의 부하중 한명을 이용해 키류를 납치해 거래소를 마비시키고, 그걸 빌미로 자신에게까지 술수를 부려 보급소마저 마비시키려는 책략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드뮈레 가문도 결국은 뒤로는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겠군.'

그렇게 거래소와 보급소를 마비시켜서 아일리는 사프란의 보급창 전반적인 업무를 마비시키게 만든 후, 자신이 직접 손을 쓰지 않은채 유키를 통해 사프란을 크게 벌하거나, 운이 좋다면 아예 사프란을 해임해버리게끔 만들어버리려는 비열한 책략이라고 판단해버린 페르소는 그 책략을 자신이 산산히 깨부숴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페르소가 너무 총명했던 것이 잘못된 판단으로 이끌고 가고 있음을 페르소는 미처 몰랐다.

태현에게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생각을 이어가는 페르소는 태현의 움직임이 멈춘것을 느꼈다.

"도착했다. 소개하지, 내 아지트다."

태현이 페르소의 눈을 가린 안대를 풀어주면서 과장된 몸짓으로 소개했지만, 아지트라는 곳이 늘 그렇듯 평범했다.

독특한 것이라고는 지하로 통하는 통로가 있었으며, 아지트 내부는 생각보다 넓고 깨끗했다는 것 뿐, 굳이 찾아보면 이러한 형태의 집은 애리조나 안에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 잔말말고 키류나 데려오시지?"

"이런이런, 급한 여자로군. 일단 저 손님 접대용 방에서 기다리고 있어. 이래뵈도 비밀조직의 아지트란 말이지. 외부인이 설렁설렁 돌아다니게 내버려둘 순 없으니까. 아, 그 접대용 방에 메이드가 한명 대기하고 있을테니, 필요한건 그녀에게 부탁하도록. 그러면 난 키류를 데려오도록 하지."

"이곳에 있던게 아니었나?"

"어느 멍청한 인간이 그런 중요인사를 아지트에 데려다 놓겠나? 당연히 다른곳에 있지. 하지만 그곳까지 안내해줘버리면 우리 밑천이 거덜나버린단 말이야. 그러니 순순히 버릴수 있는 이 아지트로 안내한거지. 그렇다고 우리측에서 키류를 갖다바치길 원한건 아니겠지?"

"... 좋아. 오래 기다리진 않겠다. 20분 내로 오지 않으면 당장 탈출해서 이 아지트를 박살내버리겠어. 아무리 버림패라지만, 그런 버림패라도 잃는건 아까울테지?"

"그럼 페르소 당신도 키류를 영원히 잃는거지 뭐. 잘 생각하도록 해."

"으득..."

태현이 뻔뻔하게 웃으면서 말하자 페르소는 이빨로 입술을 깨물며 침묵할수 밖에 없었다.

확실히 지금 우위에 선것은 태현이지, 페르소가 아니었다. 그걸 상기시켜준 태현은 얼굴에 미소를 지우지 않으며 아지트의 문을 열었다.

"명심해. 조용히 있어."

"... 후.... 알겠다. 그러니, 키류를 데려오도록."

결국 기싸움에서 패배한 페르소는 한숨을 내쉬며 태현이 아까 가리켰던 손님 접대용 방에 순순히 들어갔다.

방 내부에는 확실히 태현이 말한, 메이드 복장의 갈색 피부의 여인이 다소곳이 서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페르소님. 지금 잠시나마 페르소님을 모실 메이드입니다. 라이님께서 이 방 안이라면 무엇을 하든 상관이 없으며, 요구하는 것이라면 웬만한 건 다 들어주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차라도 드시겠습니까?"

페르소가 들어오자마자 자신을 소개하면서 우아하게 인사했다. 방 내부의 향기가 제법 괜찮고 청결상태 또한 깨끗한 것에 약간 놀라면서 페르소는 그 메이드가 안내하는 테이블에 가서 앉았다.

"... 검이나 하나 주게."

"검은- 진검은 없습니다만.. 장식용 검이라도 괜찮겠습니까?"

".. 그거라도 좋다."

가만히 앉아있다간 미쳐버릴것 같았기에, 잠시나마 몸을 움직이기 위해 검을 요구한 페르소는 잠시 후 메이드가 가져오는 검을 잡고 검술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페르소는, 태현이 철저하게 악랄한 인물이라는 것을 미처 몰랐다.

적어도 키류를 대면시켜주기는 할줄 알았다.

그것이 페르소의 패인이었다.

접대용 방 내부에는 수면향이 짙게 퍼져있었고, 메이드인 아리샤는 미리 그 수면약에 대한 해독약을 먹어두었기에 효과가 미치지 않았지만 페르소는 달랐다.

안그래도 강력한 수면향이 퍼져있는 공간에서, 잡념을 떨쳐버리겠다는 이념하에 몸을 열심히 움직였으니, 지친 심신에 수면향은 시체에 몰려드는 하이에나처럼 몰려들어 페르소의 정신을 침범했다.

"으음... 으.. 피곤... 하군.. 서... 설마...?!"

흐릿해지고, 점점 감겨오는 눈을 필사적으로 버텨보는 페르소는, 그것이 태현의 악랄하고도 비열한 책략이었음을 눈치챘다.

"으득.. 이.. 비열... 한.... ㄴ.. ㅗ..."

결국 온몸에 퍼진 수면향의 기운에 이기지못하고 마루에 털썩 쓰러져 잠들어버린 페르소를 아리샤는 싱글벙글하면서 루네시를 불러 함께 침대에 철저하게 구속시켜둔 후, 태현을 불렀다.

당연히 태현은 키류는 핑계고 곧바로 다시 들어와 페르소의 상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키류는 지하 감옥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페르소가 잠들었다는 말을 듣자마자 태현은 곧바로 키류를 불러와 페르소가 눈뜨길 기다렸다.

이 수면향은 효과는 빠르게 일어나지만, 그 지속성이 강하지 않아 마약상 내부에서도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 물건이었으나, 이런 용도에 적합하다고 여긴 태현이 그나마 남아있던 것들을 싸그리 긁어모아왔던 것이다.

그리고 짧은 효력답게, 30분도 채 안되어 페르소의 눈이 점점 떠졌다.

페르소가 정신을 되찾자마자 귓가에 들려오는, 야릇한 신음소리. 하지만 페르소는 이 목소리가 상당히 귀에 익는 목소리라는 사실을 눈치채고, 불안한 느낌을 받았다.

"하응, 하앗.. 핫.. 주, 주인님..."

그 신음소리와 정신을 잃기 전, 자신이 수면향에 당했다는 사실에 번뜩 정신을 차린 페르소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자신의 온 몸이 철저하게 구속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나마 자유로운 목만을 들어올려 그 신음소리의 발원지를 쳐다보았다.

"으응.. 후앙.. 앗... 후후후.. 언니. 안녕히 주무셨나요?"

그곳에는,알몸으로 가증스럽던 그 악당의 무릎 위에 앉아 뒤로부터 안긴상태로, 그 악당의 손길을 가슴과 보지로 받아내면서도 기쁘다는듯이 키스하다가 곁눈질로 페르소가 정신이 든 것을 보고 입술을 떼어내고 야릇한 웃음과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페르소에게 인사했다.

"키... 키류...? 너, 너이자식, 키류에게 무슨 짓을 한거냐!!!!!!!!!!"

"오, 이런. 그렇게 화내지 말라고. 음식점에서 나올때 나눴던 이야기가 기억나는가? 난 분명히 키류가 너에게 가고싶다면 군소리 없이 놔주겠다고 했었지. 그 대답을 들어볼까?"

"하응..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주인님.. 전, 이제 주인님이 없으면 살 수 없는걸요..?"

팔로 태현의 머리 뒤를 감싸며 자신쪽으로 끌어당기며 다시금 짙고 농밀한 키스.

페르소는 그 광경을 보고, 너무나도 큰 충격에 다시 한번 정신을 잃었다.

============================ 작품 후기 ============================이.. 이상한걸분명 도중에 봤을때 1번과 2번의 4:2였던것 같은데.. 지금 보니까 3:3이야..?

무언가의 수작이 섞였음이 틀림없다...!!

하지만.. 어쩔수 없지. 섞어야겠군다음화는 1번과 2번이 믹스된 조교씬이기 때문에 따로 선택지가 나가지 않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의심스러운걸.. (중얼중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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