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탕스-93화 (92/235)

< --그 여자, 사프란-- >

"오늘은 나왔군. 다리는 좀 괜찮은가?"

"아, 예 사프란님. 창장님의 염려덕분에 괜찮아졌습니다."

"내가 해준것도 없는데 무슨.. 그럼 오늘 정기회의를 시작하지."

페르소가 완전히 태현의 손에 떨어지고 하루 뒤.

키류와 페르소는 이제 완전히 일상이 된 비일상의 나날을 지내고 있었다.

페르소와 키류는 부대 내에서라도 태현이 명령하면 기꺼이 다리를 벌리고 태현의 정액을 받아내고 절정으로 몸에 떠는 나날들.

앞으로도 한동안 그러한 나날들은 지속될 것이리라.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던 키류에게 사프란이 지적하듯 말해와, 황급히 대답했다.

월요일에는 게덕스 중령과의 일때문에 회의를 열지 못했지만 그 다음날인 화요일에는 별일없이 회의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키류와 페르소는 마냥 기분이 들떠있었다.

키류와 페르소를 눈엣가시처럼 쳐다보는 게덕스 중령도, 세상 만사에 낙관적인 디드 대령도, 자신의 소속 대대장들이 아직까지 못미덥다는듯 종종 한심하다는 눈빛을 보내던 사프란 창장도.

아무도 변한건 없었지만, 키류와 페르소는 그럼에도 기분이 좋았다.

왜냐하면 딱 하나, 변한것이 있었으니까.

"- 그럼 오늘 회의를 종료하도록 하겠습니다."

게덕스와 디드는 기다렸다는듯이 후다닥 빠져나갔고, 페르소와 키류는 조금 더 느긋하게 뒷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사프란이 다가왔다.

"페르소 중령, 키류 중령. 뭔가 좋은 일 있으세요?"

키류와 페르소가 여태까지 회의에 참석하면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게덕스 중령이 시시때때로 태클을 걸어오면서도 무슨 말을 할때마다 비아냥거리듯 중얼거렸다.

디드도 그런 게덕스를 조금이라도 만류해주면 좋겠지만, 그저 허허거리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키류와 페르소는 오히려 그런 디드가 더 얄미웠다. 혼내는 시어머니보다 방관하는 시누이가 더 얄밉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그렇기에 키류와 페르소는 정기 회의 시간이 불편할 수 밖에 없었고, 여태까지 회의시간에서는 키류와 페르소의 표정이 썩 좋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여태까지 봤던 표정중에서 가장 밝은 표정을 지었기 때문에 그 이유가 궁금했던 사프란은 굳이 다가와서 물어보았다.

페르소는 멋쩍게 웃으며 키류를 쳐다보았다.

사실 이 둘은 태현이 다른 여자들을 늘려가는걸 그다지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들이 실신할때까지 섹스하고도 태현의 정력은 끝을 보일 생각이 없어, 또다른 여자를 찾아 떠나는 생활의 반복이었던 것.

또한 이 두 여인은 태현으로부터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과 사프란을 접촉할 방법을 찾아내보라고 했다.

하지만 사프란은 유키와 그 사천왕 외에는 그다지 깊게 교제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키류와 페르소가 갑자기 다가가서 접촉을 시도해보아도 아무런 효과가 없을것이 자명했기에 그 방식에 대해서 골머리를 썩히고 있었는데, 마침 사프란이 제발로 먼저 다가와준 것이다.

이러한 속내의 눈빛을 얼추 파악한 키류는 고개를 끄덕이고 사프란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 창장님. 그건말이죠. 제가 저번에 【블루 다이아몬드】에 초청받아서 간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제법 실력이 괜찮은 컨설턴트를 만나서 말이죠."

"【블루 다이아몬드】?! 굉장한 곳을 갔었군요, 당신. 그건 그렇다 치고.. 컨설턴트요?"

"네에. 영주들의 초대를 받기도 하면서 영지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면서 자금이 필요할때마다 컨설팅을 해준다는 제법 유명한 분이라고 하시더라구요. 그 유명세 덕분인지 드뮈레 가문의 초대도 받아서 그 가게에서 만났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오늘따라 유독 기분이 좋아보이는건 그 컨설트 덕분이라고 말하고 계신건가요?"

"네. 효과가 제법 좋아서, 언니에게도 추천해주었지요. 다행히도 아직 드뮈레 가문의 비호하에 애리조나에서 머무르고 계신것 같더라구요. 노아 님의 도움으로 페르소 언니도 컨설팅을 받았습니다."

"그래요..? 컨설트라.."

사프란은 손을 턱에 괴면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곧 퍼뜩 고개를 들고 말했다.

"아, 계속 붙잡아 놓고 있어서 죄송합니다. 바쁘실텐데, 어울려주셔서 감사하구요."

"별말씀을요! 그래도 저희는 사프란님의 직속 부하인걸요. 죄송할것도, 감사할것도 없어요."

"그.. 런가요. 그럼, 오늘도 열심히 해보죠."

사프란은 생긋 미소지으며 그리 말하고서는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갔다.

키류와 페르소도 각자 자신의 부대로 돌아간 후, 사프란은 자신의 집무실에 앉아 생각에 빠졌다.

'컨설트라..?'

그런 부류의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사프란은 신뢰하지 않았지만, 키류와 페르소가 저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옹호하는것을 보니 마음이 살짝 동했다.

"한번, 받아볼까..?

최근들어, 사프란은 계속 두통에 시달리며 지내고 있었다.

그 이유인즉슨, 4천왕이라고 불리우는 타 부대의 부대장들 때문이었다.

자신들도 뻔히 부대 내에 책정되는 예산에는 제약이 있다는것을 알고 있을텐데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더 많은 보급품을 요구해왔던 것이다.

그 중 교육부를 맡고 있는 아일리가 가장 심했다.

그리고 정비창의 레미아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그나마 아냐가 제일 무난한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냐의 요구도 최근들어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그래놓고 자기네들은 뒷주머니로 예산 빼돌리면서..!!

"그들을 생각하니 다시금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쥐고 책상위에 엎드렸다.

사프란을 가장 머리아프게 만드는 것은, 그녀들의 요구를 거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나이가 가장 어린데다가 직책도 가장 낮고, 보급창이라는 부대 자체의 특성이 그러하기 때문에, 그녀들의 요구를 단칼에 잘라낼 수가 없었다.

사프란의 반항이라고는

'예산이 부족해, 보급품이 부족하다.'

라는 대답이었지만, 그들에게서 되돌아오는 답장은 한결같았다."

다른 부대 보급품을 줄여서, 우리 부대 보급품을 늘려줘.

"이게 한 부대만 그렇다면, 융통적으로 충당하면 될 것인 문제였지만, 이게 다른 3부대 다 똑같은 말을 하면서 그런 요구를 해오니 사프란의 두통은 더욱 심해질 뿐이었던 것이다.

자신은 충분히 이 제한된 예산 하에서 최대한의 물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그녀들에게서 들려오는건, 보급품이 부족하다는 힐난 섞인 질타뿐.

하지만 그정도야 자신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면 될 문제였다. 가관인 것은 그걸 유키에게까지 가서 사프란이 물품을 어디론가 빼돌린다는 식으로 고자질 한것이다.

사프란을 믿지만, 이 말에 어떤 방식으로든 반응을 해주지 않는다면, 그녀로부터의 신뢰도 떨어진다. 그렇기에 사프란에게 양해를 구하고 감사를 실시한 적 있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물품의 수량이 이상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사프란이 빼돌렸다?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사프란은 자비를 털어 어떻게든 그녀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물품들을 공급했던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예산 장부와 기록된 물품의 양이 맞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장부와 물품의 수량이 맞지 않는건 사실. 따라서, 유키는 사프란에게 벌을 내릴수 밖에 없었다. 벌을 내리지 않으면, 다른 3부대의 대장들이 득달같이 물고 늘어질테니까. 이번 기회에 어떻게든 사프란을 실각시키고, 자신의 말을 충실히 들을 직속 부하를 배정시켜 보급품을 마음껏 받아내기 위해서.

그걸 알고 있는 유키였고, 사프란 또한 그걸 알고 있다.

하지만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마음이 받아들이는 것은 또 달랐다."

자기들도 군인이면서, 같은 유키님의 사천왕이라고 불리는 입장이면서, 조금은 양보하면 안되는거냐고..!!

"결국 비참한 자신의 입장에 책상에 엎드린채로 울음을 터뜨려버린 사프란이었다.

그렇게 상념과 고민을 거듭한 결과, 키류의 소개를 받아 그 컨설트라는 것을 받아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효과가 없으면 그만이고, 효과가 있다면 그걸로 괜찮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정기 회의 시간.

회의는 늘 그렇듯 무난하게 흘러갔고, 사프란이 종료를 선언하자마자 게덕스와 디드는 도망가듯 빠져나가는 것을 무표정하게 쳐다보다가 키류에게 눈길을 돌렸다."

키류 거래소장."

"에, 네, 넷. 청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혹시 당신이 받은 컨설트.. 저도 한번 받을 수 있을까요?"

사프란의 말에 키류는 미끼를 물었다고 생각하고는 활짝 웃었다.

"네! 분명 창장님에게도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해요! 일단 연락해볼게요."

하지만 곧바로 가능하다고 말해버리면 오히려 의심을 살 수도 있다. 우선 키류는 연락하는 척을 한 뒤, 잠시 후에 다시 회의실에 들어가 약간은 초조한 듯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던 사프란에게 입을 열었다.

"네. 가능하시다고 해요. 약속 시간과 장소는 어떻게 할것인지 여쭤보라고 하시던데.."

".. 제가 컨설트를 받는 입장이니, 제가 가야겠죠. 그 분이 머무르는 곳이 어디죠?"

그리고 약속했던 시간이 되었다.

사프란은 태현이 머무르고 있다고 들은 장소로 향했다. 오늘은 업무가 목적이므로, 【바다의 오아시스】라는 술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었던 것이다.

"아. 예약되신 분이시로군요. 동행분은 이미 와 계십니다. 가장 안쪽 방입니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카운터에서 사프란이 이름을 밝히자 종업원이 곧바로 안내했다.

가장 안쪽 방에는,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고 머리를 가지런히 정돈하여 와인을 홀짝이고 있는 태현이 있었다.

"혹시, 그 쪽이 컨설턴트이신가요?"

"아. 반갑습니다. 예. 제가 컨설턴트인, 라이 크로네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생긋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해오는 남자의 모습에 사프란은 첫인상만큼은 합격점을 주었다.

============================ 작품 후기 ============================잿빛그림자님. 1/5가 다행이라니요무슨뜻이죠!

(선택지 없는척)1. 연참한다(소근소근)2. 안한다(소근소근) 5시까지 1번 선택지 5분 이상이면 연참을(소근소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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