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여자, 사프란-- >
"여기서 바로 시작하는건가요?"
"물론이지요. 컨설트의 시작은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아가는거로부터 시작입니다."
태현은 그렇게 말한 후 술잔을 들어올리며,
"그리고 그걸 알기에는 술자리가 가장 안성맞춤이지요."
"후훗.. 그렇군요."
만약에 태현이 곧바로 컨설트 한답시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려 했었더라면, 사프란은 곧바로 몸을 돌려 돌아갔을 것이다.
자신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는 자가, 어떻게 자신의 고민을 듣고 거기에 맞춰
서 컨설트를 해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제법 컨설턴트 다운 말을 하자 신뢰가 가기 시작했던 사프란은 태현의 맞은편에 다소곳이 앉았따.
"뭐, 이미 아시겠지만 우선 자기소개부터 하지요. 저는 라이 크로네라고 합니다. 영지를 돌아다니며 여행중입니다.. 만 가끔씩 권유받거나 자금이 부족해지면 컨설팅쪽의 일도 가끔씩은 받아서 하고 있습니다. 이번 컨설팅은 키류씨의 부탁으로 맡게 되었구요."
"그러시군요. 아참. 저의 소개는 아직이었지요. 저는, 사프란이라고 합니다."
"헛.. 사프란..? 혹시, 보급창 담당의, 그 4천왕중 한명의 사프란 씨입니까? 제가 생각하고 있는 그 사람이 맞습니까?"
"아- 예에, 맞습니다만.."
사프란은 왜이렇게 호들갑이지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애리조나 내부에서 사프란을 포함해 4천왕과 유키의 인기는 제법 좋았다.
사람들은 흔히 절벽 위의 곷에 동경을 가진다고들 하지 않던가. 4천왕들은 대부분 예쁜데다가 어린 나이까지 한몫해서, 애리조나 내부의 장병들이나 군무원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그룹이 형성되고 있었던 것이다.'사프란 파'라던가 '아일리 파'등등.. 물론 가장 득세인것은 '유키 파'이다.
하지만 하루종일 업무에 시달리다가, 퇴근해서는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해주는 이들이 그런 장병들의 일까지 알 리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태현이 이렇게까지 사프란이라는 이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를 몰랐다.
태현은 당연히 이미 사프란이라는걸 알고 있었지만, 알고있었다는 식으로 말해버리면 괜시리 의심을 살 수도 있었기에 약간 오버하듯이 이야기 한 것이고.
그렇게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마친 두 남녀는, 천천히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고르디아나는 정말로 화려한 도시였지요. 괜히 황금의 도시라고 불리는게 아닌것 같다는 느낌을 입구에서부터 느꼈었으니까요."
"고르디아나라. 전 애리조나를 벗어나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아! 제랄이라면 한두번 업무차 왔다갔다 한 적이 있어요."
"무술의 도시 제랄 말씀이신가요?"
"네. 교육부장을 맡고있는 아일리 언니가 무술의 도시에서 무술 시범용 단원을 몇명 섭외해달라고 부탁해서 한두번 왔다갔다 한적이 잇어요. .... 그러고보니 그때도 저만 고생했네요."
"사프란 씨만 고생했다니요? 무슨 말씀이신지?"
"아- 글쎄 말이죠...!"
약간의 술이 들어가, 기분이 좋아진 상태에서 태현이 먼저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 분위기를 업시키자, 사프란의 긴장감도 서서히 풀려서 마음속에만 담아두고 있던 말이 조금씩 새어나왔다.
사프란은 취기가 올라 속내를 털어놓으면서도 스스로로도 살짝 놀라고 있었다.
아무리 상대방의 직업이 컨설턴트라지만, 낯선 남자와 대화 하는것이다. 그렇게 쉽사리 이야기를 털어놓기 힘들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남자는 조금 달랐다.
사프란 쪽에서 먼저 이야기하도록 기다리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먼저 이것저것 이야기하면서 사프란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낼 줄 알았다.
그렇게되자 사프란은 마치 태현이 몇년동안 교제해온 친우사이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리곤 자신의 고민들을 하나 둘 털어놓기 시작했다.
"너무 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전 정말 노력하고 있는데..!!"
"사프란 씨의 말씀을 들어보니, 정말 다들 너무하시네요."
"그렇죠! 라이 씨도 그렇게 생각하시는거죠?!"
그리고 여성의 호감도를 올리기 위한 가장 편한 방법 중 하나가 같이 욕해주고, 그 여자에게 동조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사프란의 욕에 동조해주며(거의 절반 이상이 아일리의 욕이었던 건 후문이다.)술을 연신 들이킨지 꽤 오랜시간이 지나자, 사프란도 과연 완전히 취했는지 약간은 풀린 눈으로 혀가 꼬인 소리를 내고있었다.
"유키님도오! 왜에 그런데에 휘둘리시는거냐고오오옷!!!"
"하하. 그러게 말이에요. 한번쯤은 사프란 씨 편을 들어주셔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태현은 사프란에게 놀라고 있었다.
사실 장성급의 장교들은 다들 분위기 있고, 약간은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는, 그런 강한 인상을 선입견으로 가지고 있었는데 사프란은 제법 털털했고 오히려 털털하다 못해 약간은 연약하기까지 했다.
"그럼, 어느정도 서로에 대해서 알게 된 것 같으니. 본론으로 들어가실까요?"
"본론....? 아아.."
이젠 거의 감긴 눈으로 식탁 위에 태현을 바라보면서 엎드린 자세로 있던 사프란은 취기에 몽롱한 상태에 있다가도 본론이라는 단어에 살짝 정신이 돌아왔다.
'아 맞아.. 컨설팅, 받아야지..'
하지만 이렇게 취해서는 다른데로 이동할 수 없다.
결국 태현에게 업힌 채로 태현의 컨설팅 룸으로 이동하게 된 사프란은 지금 이 상황이 취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부끄러웠다.
'처음 만난 남자에게, 이렇게 업히기까지...'
그러나 태현의 등은 사뭇 넓어 사프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길지 않은 시간을 걸어가자 태현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여기입니다."
외견은 제법 멀쩡한 건물이었다. 진짜로 살고 있는 집인지, 애리조나 내에서도 흔하지 않은 정원이 딸린 집이었다.
태현에게 업힌 상태로 한참동안 찬바람을 쐬니 약간은 정신이 돌아온 사프란은 태현에게 좀 괜찮아졌으니 이제 내려달라고 말했다.
"괜찮으시겠어요? 괜히 무리하시면 더 탈나십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어린애도 아니니깐.."
걱정스런 눈빛을 한 태현은 어쩔수 없다는듯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갔고 사프란은 그 뒤를 종종걸음으로 쫓았다.
"자, 이 방으로 들어오시면 됩니다."
태현이 안내한 방은 약간은 심심한 공간이었다.
침대와 탁자, 그리고 소파. 책상으로 이루어진 밋밋한 공간.
"업무용 방이라서, 필요한 것들만 배치해둔겁니다. 약간 밋밋하죠?"
"아, 아니에요. 멋진 방이라고 생각해요."
은은한 향기가 사프란의 코를 찔렀다.
"어라, 이 향기. 꽤 괜찮네요."
"아- 아로마 테라피라 해서, 아로마 향이 심신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하길래 저도 한번 들여와봤습니다만, 효과가 있으신지요?"
"음- 제법 괜찮아진것 같아요."
"그러시다면 다행이군요. 자, 이쪽에 앉으시죠."
양쪽에 놓여진 소파의 한쪽을 가리키며 사프란을 안내한 태현은 사프란이 앉는 소파의 맞은편에 앉았다.
"자, 컨설팅을 시작해 볼까요?"
"으음...?"
사프란은 이 방에 들어온 이후 몸이 붕 뜨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태현이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기도 하면서도 목소리만큼은 뚜렷하게 귓가에 들렸다.
'뭐지..? 취해서 그런가..?'
"당신은 누구입니까?"
"저... 는.. 사프란입니다..."
"그럼 저는 누구입니까?"
"당신은.. 라이.. 크로네..."
"저희는 지금 무엇을 위해 만났죠?"
"컨설팅을.. 위해..."
태현은 사실 거짓말을 한게 있었다.
이 향기는 아로마 향 따위가 아니었다.
고르디아나에서의 마약상.
그곳은 세린 대륙 곳곳에 마약의 원천이 되는 재료들의 자생지를 빠삭하게 꿰뚫고 있었다.
그리고 태현이 마약상을 접수하면서 당연하게도 그 마약 재료들의 자생지 정보가 손에 들어왔었던 것이다.
그리고 애리조나에 오기 전에 애리조나와 이네스 사이에 있는 양귀비 군락지에서 양귀비 줄기의 액을 채취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걸 고르디아나로 보내 양초로 굳히게 만들었고, 지금 태우고 있는 향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이런 향에 민감한 상대가 있을수도 있으니 아로마 향과 조합하기는 했지만, 근본은 최면향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사프란을 최면에 빠뜨리는 일련의 과정 중 하나였다.
처음부터 갑작스럽게 최면을 걸려고 해서는 안된다. 태현은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사프란을 최면시킬 계획을 짜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그럼, 컨설팅이라는 것은 무얼 하는건가요?"
"컨설팅은... 자신의 문제점을 찾아내.. 조언과 그 해결책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 일.."
"그럼 저는 당신을 돕고 있는거로군요?"
".... 그런... 가?"
"생각을 해보세요. 해결책을 찾는데 도움을 준다고 스스로 말씀하셨잖아요?"
"... 그래. 당신은, 나를 돕고 있는 것이다.."
"그럼, 제가 이렇게 힘들게 당신을 도와줬으니, 당신도 저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해야되겠지요?"
"보... 답?"
"예. 보답."
============================ 작품 후기
============================보답이 뭘까? 흐흐5시까지 받는다고 했지, 5시에 올린다고는 한적이 없습니다(읍읍)제가 말한 1/5라는 것은, 애리조나 내부에서의 1/5라는 거였는데.. 레지스탕스는 이미 중간점을 돌았습니다. 에니스를 반환점으로 해서요.
시온~이네스가 전반기, 애리조나~오아한이 후반기그러니 전체적으로 따져보면 1/2정도..? 근데 애리조나가 길어지니 반은 조금 넘은것 같네요.
그럼 선택지입니다사프란의 보답은?
1. 정성을 담은 키스
2. 육체 접대빠른 진행이냐, 느린 진행이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그나저나, 10개로 할껄 그랬나?
5개는 너무 적었어(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