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탕스-137화 (136/235)

< --혈투-- >

"후우..."

에리를 손에 넣긴 했지만, 태현은 유키의 집무실 앞에 서자 몸이 절로 경직되는걸 막을수 없었다.

에리를 얻기 전에 수십번이나 도전했고, 유키의 몬스터를 한마리도 쓰러뜨리지 못했던 기억이 태현에게는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유키에게는 남아있지 않겠지만.

"후우, 하아..."

태현은 천천히 심호흡을 한 뒤, 자신에게 속삭였다. 그 때와 나는 다르다. 이번에는 반드시 승리를 쟁취할 것이다. 중얼거리며 최면을 걸듯이 자신을 토닥인 태현은 굳은 표정으로 유키의 집무실을 천천히 열었다.

".... 어라. 혹시, 너.. 레지스탕스니?"

첫번째로 대면했을때와 한치의 차이도 없이 똑같은 질문을 해오는 유키. 하지만 태현은 이미 수십번이나 봤던 대사이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길어지는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 나 레지스탕스다. 애리조나를 접수하러 왔으니까 덤벼라!!"

"... 상당히 직선적인걸? 좋아."

유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또한 몇번이나 경험한 진동이 느껴졌고, 집무실의 바닥이 갈라지면서 바다의 배틀필드가 차올라왔다.

이것또한 이미 수십번이나 봤기 때문에 별다른 감흥이 없었던 태현은 무심한 표정으로 물이 차오르는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럼, 우선 나의 몬스터부터 소개하지. 나와라, 레비아탄!"

유키의 큐브로부터 바다뱀의 형태를 띤, 7대 죄악이라고도 불리는 거대 해룡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가 곧바로 바다속으로 그 모습을 감추었다.

".. 그나저나 너, 묘하게 침착하군."

"뭐, 그렇지. 배틀이라는건 언제 무엇이 일어날지 모르는 거니까."

"맞는말이긴 한데.."

유키는 7대 죄악의 이름을 가진 해룡을 보고도 너무나도 침착한 태현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꼈다. 여태까지 자신이 상대해왔던 모든 도전자들은 이 레비아탄을 보는순간 지레 겁을먹고선 벌벌 떨기 일쑤였는데. 이 남자는 왠지 모르겠지만 이것조차 익숙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러한 태현의 모습에 위화감을 느낀 유키였지만 곧바로 잡념을 떨치듯 머리를 이리저리 휘젓고서는 태현의 움직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쪽이 7대 죄악이라면, 어느정도 밸런스를 맞춰줘야겠지?"

그리고 유키는 오히려 태현이 꺼내든 몬스터, 아니 몬스터라고 하기엔 그 모습을 드러낸 자가 너무나도 격이 높았다.

"여신의, 사도라고..?"

태현의 큐브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세린 대륙에 살고 있는 자라면 모르는자가 없다는 여신의 사도, 『우뢰의 제왕』에리였던 것이다.

그 이름은 7대 죄악에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이름값만 따지자면 에리 쪽이 더욱 높을 것이다.

'여신의 사도를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내 레비아탄을 봐도 별다른 감흥을 보여주지 않았던거로군.. 하지만...'

여신의 사도라고 그 사도를 너무 신뢰한다면 내 레비아탄에게 패배를 맛보게 될것이다.

라고 유키는 생각했다.

하지만 태현은 레비아탄을 얕볼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여신의 사도를 데리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저번보다 더욱 긴장을 한다고 말할수 있을 것이다.

에리조차 레비아탄에게 유효타를 먹일수 없다면, 태현으로써는 유키를 이길 방도가 더이상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있긴 하지만, 7대 죄악도 쓰러뜨리지 못하는 이 시점에서는 그 생각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것을 알고 있다.

그 생각이라는 것은, 세이라 여신의 구슬도 손에 넣었고, 여신의 사도도 자신에게 종속시키는것을 성공했고 마지막 조각인 세이라 여신의 무녀인 아이린을 함락시키는것도 시간문제였기 때문에, 『자연의 여신』 세이라를 깨워 종속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투력이 높지 않은 『자연의 여신』이라고 하지만 그 존재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감히 7대 죄악이나 여신의 사도가 그 이름에 비빌 정도는 아니라는것을 태현이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반드시 에리로 레비아탄을 쓰러

뜨려야 가망이 있었다.

그래도 태현은 처음과는 많이 나아진 상황에 어느정도 안심하고 있는것은 사실이었다.

상대 몬스터가 몇마리인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2마리의 존재를 알고 있는데다가 자신의 몬스터가 8마리로 늘어났다.

비록 바다 필드라는 특성상 골렘과 파이어 와이번이 사실상 봉인된거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6마리로 줄어들긴 했지만.

유키는 여신의 사도, 에리를 경외가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다가도 단호한 결의를 품은듯이 곧바로 엔트를 꺼내들어 피뢰침을 시전했다.

"건방진.. 내 번개를 고작 엔트따위로 막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냐!!"

하지만 에리의 눈에는, 그러한 유키의 행동이 매우 거슬렸던 모양이었다. 곧바로 자신의 전투모드를 시전해 금색 갑옷을 두르고는 몸 주변에 번개를 파직

파직 뿜어대었다.

태현은 혹여나 에리에게 무슨 일이 있을수도 있다고 판단해, 페어리를 꺼내들어 에리의 보조를 하도록 명령했다.

"굉장히 귀찮은 조합이지 않아? 응? 도전자."

"그쪽이 할 말은 아닌것같은데..?"

"아, 그런가?"

갑자기 엉뚱한 말을 내뱉는 유키의 말에 곧바로 응수한 태현이었지만 여태까지 이런 반응을 보여줬던 적이 없던 유키였기에 약간은 당황한 태현.

"뭐, 이러는 편이 재밌겠지. 최근들어, 이 조합을 깨뜨릴 도전자를 본적이 없었으니까. 두근두근하는걸..!!"

'겍. 생각보다 열혈파였나.'

배틀에서 가장 귀찮은 성격. 싸움바보. 좋게 말해주면 열혈파. 저런 열혈파일수록 싸우면 싸울수록 달아올라 자신이 지닌 몬스터의 능력을 한계까지 끌어내는 배틀러가 많았다.

'단기결전이다..!!'

"페어리, 에리에게 빛속성 부여, 에리, 광뢰(光雷)!"

"흥, 나 혼자서라도 쓰러뜨릴 수 있는데.. 일단은 받아두겠어요."

자신의 몸을 감싸듯 덮는 하얀 빛에 칭얼대며 이야기한 에리였지만 자신의 주인님이 준 선물에 한편으로는 감사함을 담아 말한 뒤 에리는 자신의 손에 하얀 번개로 응축된 창을 만들어냈다.

"버텨낼 수 있을까!! 광뢰!!!"

에리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크게 몸을 젖혔다가, 엔트를 향해 그 하얀

번개의 창을 전력을 담아 투척했다.

"레비아탄, 허리케인!!"

바다 필드 곳곳에 회오리가 군데군데 생겨나 에리의 번개를 엔트로부터 보호하려는듯이 에리의 정면에 모여들었다.

하지만 에리 또한 여신의 사도. 어줍잖은 방어로는 에리의 공격을 막을 수 없었다. 에리가 쏘아낸 하얀 번개창은 그 회오리를 무참히 찢어버리고 엔트를 향해 날아갔다.

비록 회오리를 뚫고 지나가는 동안 위력이 어느정도 경감한 것이 느껴졌지만 그것만으로도 엔트따위는 손쉽게 불태워버릴 수 있을터였다.

"어쩔수없네. 나와라, 포트리스 나이트!"

드디어, 유키의 세번째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몬스터는 약간 갈색빛을 띠고 있는 갑옷과 투구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중무장 한채로, 양손에 거대한 방패를 들고 있었다.

"나에게로부터 세번째 몬스터까지 꺼내게한건 정말 오랜만이야, 도전자. 좀 더, 나를 즐겁게 해다오..!!"

유키의 무표정하던, 냉소적이기까지 하던 얼굴이 점점 전투의 희열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몬스터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포트리스 나이트! 성벽 구축!!"

그리고 세번째 몬스터인 포트리스 나이트는 그 이름 그대로 그 방패를 모으더니 거대한 성벽을 땅으로부터 소환해냈던 것이다.

철저하게 엔트를 보호하기 위한 수호성벽이었던 것.

레비아탄이라는 강력한 공격을 가진 창을 엔트와 포트리스 나이트라는 방패와 바다 필드라는 자연적 이점을 이용해 압도적인 공격력을 퍼붓는, 언뜻 보

기에는 완전무결 공방일체의 포진이었다.

-그 수호성벽이 에리의 공격을 버틸때의 이야기였지만.

"뚫어버려!!!"

허리케인에 의해 힘을 잃었지만 아직까지도 그 공격력을 자랑하는 하얀 번개창은 포트리스 나이트가 만들어낸 성벽에 부딪혀 자욱한 먼지구름을 만들어냈다.

그러는 도중에도 레비아탄은 에리를 향해 강력한 물속성의 공격을 뿜어대었지만 페어리의 가호를 받고 있는 에리의 방어력을 뚫지 못했다.

먼지구름이 걷히자 그 자리에 있던 성벽은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을정도로 완전히 박살나있었지만 엔트와 포트리스 나이트는 멀쩡한 모습을 드러냈다.

유키는 다행이라는듯이 씨익 미소를 지었지만, 오히려 그 멀쩡한 모습이 에리의 심기를 건드려버렸던 것이다.

".... 멀쩡하다고?"

어느정도 떨어져있는 태현의 눈에도 에리의 깨끗한 이마에 혈관이 튀어나와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에리는 태현을 쳐다봐 당장 저 잡놈들을 쳐부수라는 명령을 내려달라는듯이 분노로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길을 보내왔다.

"아, 알았어, 알았어. 음... 신창-궁니르."

태현의 명령이 떨어지자 에리는 곧바로 자신이 애용하던 아름다운 금빛의 창을 꺼내들어 손에 쥐었다.

그러고는 이어서 창에 번개의 기운을 가득 담기 시작했다.

파직파직 소리가 태현에게까지 들릴정도로 강렬한 번개의 기운이 창에 모여들자 유키도 이번에 날아올 기술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듯, 자신의 몬스터들에게 명령을 내리는데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포트리스 나이트, 난공불락!! 레비아탄은 계속 에리를 향해 전력을 쏟아붓는거야!"

포트리스 나이트는 그 방패를 땅에 박고는 방패의 크기를 부풀리고 갈색빛의 기운을 방패에 씌웠다.

레비아탄은 하늘에 떠있는 에리를 향해 쉴새없이 온갖 회오리나 해일, 물줄기 공격을 퍼부어댔지만 그 공격을 뻔히 맞아줄 에리가 아닌데다가 페어리의 가호도 있었다.

하지만 혹시라는 마음에 태현은 자신의 몬스터를 한마리 더 꺼내들었다.

"골렘. 전투의 포효!!!"

골렘에게 입은 없기 때문에 실제로 포효할순 없었지만 자신의 양팔을 부딪혀 진동을 일으키자 거기에 레비아탄이 반응했다.

전투의 포효는 자신만을 공격하게 만드는 도발효과를 지니고 있는 스킬. 아무

리 방어력이 뛰어난 골렘이라고 할지라도 레비아탄의 공격을 그리 오래 버티진 못할것이다.

실제로 5초?

6초? 그정도 시간밖에 버티지 못한 골렘은 맹렬한 레비아탄의 공격에 쓰러져 태현의 큐브로 회수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을 버는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 시간은 비록 짧았지만 에리가 투척을 준비할 시간으로는 충분했기 때문이다.

"신창 - 궁니르!!!"

그 번개의 번쩍임때문에 에리를 제대로 쳐다보기도 힘들정도로 자신의 기운을 잔뜩 담은 창을 포트리스 나이트와 엔트에게로 망설임없이 전력으로 투창했다.

레비아탄은 골렘에게 도발이 걸린상태였기 때문에 궁니르의 위력을 어느정도 경감시켜줄 기술을 써줄 수 없었다.

위력의 감소없이 그대로 포트리스 나이트와 엔트에게 직격한 궁니르. 포트리스 나이트가 방어를 위해 세운 방패와 부딪히자마자 그 강렬한 빛이 유키의 집무실을 뒤덮었다.

그리고 그 빛이 서서히 사그라들어 태현과 유키가 시력을 되찾자, 그곳에는 무참히 불타버린 엔트와, 방패와 갑옷이 박살난채로 쓰러져 유키의 큐브로 회수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둘다 쓰러져버릴줄이야.."

둘중 하나라도 버텨냈더라면 반격의 기회를 엿볼수 있었을텐데. 자신이 너무 섣부르게 방패역할을 할 수 있는 몬스터를 전부 꺼내버렸음을 한탄하면서도 끝까지 반항하기 위해 레비아탄에게 계속해서 에리를 공격할 것을 명령했다.

궁니르에 너무 많은 힘을 쏟아부은 에리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멀쩡한 레비아탄의 공격에 결국 쓰러져 태현의 큐브로 회수되었지만 태현에게는 아직 5마리의 몬스터가 남아있었다.

"크리스탈 드래곤, 번개 속성 부여."

".... 크윽..."

거체를 자랑하며 모습을 드러낸 크리스탈 드래곤. 그리고 태현이 크리스탈 드래곤에게 번개 속성을 부여하자 그 몸집에서는 번개가 파직파직 튀었다.

간신히 에리를 쓰러뜨렸다고 생각했는데, 산 넘어 산이었던 것이다.

거기에다가 크리스탈 드래곤이라면 방패가 있다면 손쉽게 쓰러뜨릴 수 있는 상대겠지만 방패 몬스터들이 모두 쓰러져버린 지금으로썬 뾰족한 수가 없었다.

"썬더 크리스탈 스피어!!"

레비아탄도 분주하게 크리스탈 드래곤에게 공격을 내뿜어보았지만, 크리스탈 드래곤이 쏘아낸 거대한 번개를 휘감은 크리스탈의 창이 바다 필드에 직격하는 순간 레비아탄은 버틸 수 없었다.

게다가 크리스탈 드래곤이 쏘아낸 번개의 창은 한 개가 아니었다. 연이어서 바다필드에 꽂히는 번개를 휘감은 수정의 창에 레비아탄은 결국 그 명성에 걸맞게 여신의 사도를 쓰러뜨리는 기염을 토해냈지만 더 이상 상성을 극복해낼 순 없었던 것이다.

"후우.. 나의 패배다."

레비아탄이 쓰러져 자신의 큐브로 회수된 것을 보자 유키는 한숨을 내쉬며 양손을 들며 항복을 선언했다.

물론 유키에게도 아직 두마리의 몬스터가 남아있긴 했지만 이 두마리의 몬스터는 공격력으로는 레비아탄에 미치지 못하고, 방어력으로는 앞서 내보냈던 엔트나 포트리스 나이트처럼 방어 스킬이 있는것이 아니었다. 방패 몬스터가 없는 지금으로썬 이 두마리의 몬스터를 내보내봤자 번개 속성이 부여된 크리스탈 드래곤의 좋은 먹잇감이 될 뿐이었다.

그렇기에 결국 유키는 항복을 선언했고, 로자리엘의 법률이 유키의 신체를 구

속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유키를 쓰러뜨렸습니다.

vs 7대 죄악이긴 했지만. 이번 7대 죄악은 물속성의 엘리멘탈이었기 때문에 번개의 속성을 지닌 에리가 유리할 수 밖에 없던 싸움이었죠.

자, 이제 애리조나도 끝이 보입니다.

유키와의 떡신을 쓴 후에는, 이젠 무술의 도시, 제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랄이라.. 후후후후그곳에는 땀으로 흠뻑 젖은 하얀 도복의 소녀들이 제각기 고된 훈련으로 단련된 그 신체로 서로 겨루고 있겠지요.

흐흐흐흐.. 어이쿠. 침이.. (슥슥천군5 / 늘 감사드려욧!!

니르쪼 / 원래라면 쉽지 않은 배틀이었겠지만 레비아탄의 물속성이라는게 이번 배틀의 가장 큰 패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노스아스터 / 저도 죽여버리는건 조금 ;ㅅ;Endogeny / 살아계셨네요 ㅋㅋㅋㅋ 갈색피부 소녀는, 제랄에서 당연히 출연할겁니다. 그리고.. 이분 알고보니 스쿨미즈 페티쉬였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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