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린 대륙의 무림, 제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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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산권파부터 진행해야겠군."
개인적으로는 아직 만나본 적은 없지만 팀 유베의 간부라던 크리스탈이 풍각단에 소속되어있었기 때문에 풍각단에 먼저 손을 뻗어볼까도 생각했던 태현이었지만 그냥 크리스탈에게 맡기기로 하고 산권파를 선택하기로 했다.
산권파를 택한 이유는, 산권파가 신비주의를 표방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신비주의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태현이 침투해들어가 그 내부를 휘저어도 겉으로 표시가 잘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산권파는, 그 이름에 걸맞게 산 속에 문파가 위치하고 있어, 타 문파와 왕래도 적은편이어서 더욱 비밀리에 일을 진행하기에 수월하다는 이유도 있었다.
"헉, 허억..."
그리고 지금 태현은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산에 오르고 있었다.
"이름에 걸맞게 행동하는건 좋은데.. 이놈의 산은 왜이리 가파른데다가.. 높아..!!"
영지 내부에 이렇게 산이 있다는 것이 약간 신기했던 태현이었지만 그 신기함도 잠시, 산을 오르기 시작하자 그 고된 행군에 헉헉거리며 산의 높음을 욕하고 있었다.
"보.. 보인다.. 흐아아악.."
그리고 거의 지쳐 나가떨어질 무렵, 태현의 눈에는 산권파의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山拳派】단단해보이는 검은 광택의 간판에, 멋지게 하얀 글씨로 음각되어있는 산권파
라는 세글자를 보는순간 태현은 다행이도 자신이 잘못 오진 않았다는것에 안도했다.
만약 이곳에 산권파가 아니라 산권파 휘하의 수많은 중소문파중 하나에 도착했더라면, 태현은 그걸로 미쳐버릴수도 있을만큼 고된 등산길이었던 것이다.
태현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어디선가 날듯이 한 인영이 태현의 앞에 나타나 길을 가로막았다.
"외부인이 이곳 산권파에는 무슨 볼일이십니까?"
이제 겨우 나이가 한 8~9살쯤 되었을까? 하얀 도복을 입은 자그마한 여아가 태현을 경계하며 조심스레 물어왔다.
"아, 산권파에 입문하러 왔습니다."
"오오.. 입문 희망자셨습니까?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곧 사부를 불러오겠습니다."
그 여아는 태현의 길을 막았을 때처럼 몸을 순식간에 날려 어디론가 도도도도 달려갔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여아는 키는 약 170cm쯤 되어보이고 여아와 비슷한 하얀 도복을 입었지만, 그 도복의 왼쪽 가슴부분에 갈색으로 산(山)이라고 쓰여져있었다. 나이는 얼핏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쯤 되어보이는 여성과 함께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이 분이 말씀드렸던 입문 희망자이십니다."
"그렇군. 반갑네. 내가 이 산권파의 입문 시험 담당 사부인, 희월(熙月)이라고 하네. 자네의 이름은 무엇인가?"
"아. 제 이름은 라이. 라이 크로네라고 합니다."
"흐음.. 외지인인가?"
"예. 그렇습니다."
이름의 방식을 듣고 깨달았는지 곧바로 물어오는 희월에 태현은 순순히 대답했다.
"뭐, 상관없겠지. 입문 심사에 통과한다면 새로운 이름을 하사받을테니까."
"그렇습니까?"
이름을 받는다는건 금시초문이었던지라 태현은 약간 당황했지만, 언제까지고 이 무림풍의 영지 속에서 홀로 라이 크로네라는 판타지 풍이 가득 배여있는 이름을 쓰기도 껄끄럽기도 했던 터라 좋은게 좋은거라는 마음으로 납득했다.
"그렇다면, 따라오게."
희월의 뒤를 따라 이동하면서도 태현은 산권파 내부를 구석구석 둘러보았다. 산권파 내부에는 제법 커다란 건물들이 많았다. 그래도 4대문파중 하나여서 일까, 아니면 다른 문파들도 다 이정도는 되는걸까. 라는 쓰잘데기없는 의문
을 품기도 하면서 내부 구조를 기억하는 동안, 입문 심사를 하는 건물에 도착했다.
"이곳이 입문자들을 심사하기 위한 곳. 초판동(初判洞)이라네. 자, 들어가지."
희월의 뒤를 따라 초판동이라고 적혀져있는 문을 지나니, 제법 넓은 내부가 드러났다.
"예전에는 우리 산권파도 신입이 제법 많이 지원했던 문파이지만. 산에 위치해서 그런지, 그 인원수가 점점 줄어가더니 최근들어서는 거의 지원자가 없다네. 그래서 이 건물은 지금 거의 쓰이지 않지. 하지만 자네가 와준 덕분에 오랜만에 이 건물도 의미를 갖게 되겠군."
"허어, 그렇습니까? 최근의 젊은 계층들은 나태한 자들밖에 없나보군요. 이 정도 산도 오르지 못할정도로 나약하다니."
"제법 마음에 드는 말을 하는군. 그래, 거기에 대해서 나는 동의한다. 고작 이 산을 오르지도 못할 정도라면, 우리 산권파에 입문할 자격이 없겠지."
태현의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희월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태현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입문 심사는 무엇입니까? 여기 아무것도 없는데...?"
"입문 심사는.. 나와 겨루는 것이다."
"에엑..."
"아, 너무 걱정은 하지 말게나. 나의 어디라도 좋으니까. 접촉만 하면 된다네. 아참. 그러고보니 자네, 무술은 쓸줄 아는가?"
여기서 희월이 말하는 무술이라는 것은, 제랄 내부에서는 굉장히 흔한 기술중 하나인, 몬스터의 힘을 자신의 몸에 깃들게 하는 기술을 말했다.
태현은 이 제랄 내부에서는 그 기술을 익히지 않는한 살아남기 힘들다고 판단해, 크로우에게 부탁해 그 기술을 습득하기는 했으나 아직까지는 미숙했다.
"예. 어느정도.. 간단한 무술정도는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호오. 좋아. 그렇다면 어디한번, 자네의 무술을 나에게 선보여보게."
태현의 몬스터는 총 8마리. 페어리, 강화 골렘, 섀도우 로드, 파이어 와이번, 크리스탈 드래곤, 엘프, 템페스트 타이거, 【우뢰의 제왕】에리.
그리고 급하게 크로우에게 부탁해 무술을 배우긴 했지만, 태현이 그 힘을 깃들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가장 오랫동안 함께 싸워왔던 페어리 뿐이었다.
"페어리. 힘을 빌려줘.."
페어리의 힘이 태현의 몸에 깃들자, 태현의 머리가 새하얗게 물들고 태현의 주위에는 백색빛의 오라가 둘러지기 시작했다.
엘리멘탈의 힘을 빌리게 되면, 무 속성의 몬스터와는 다르게 그 속성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외관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보기 드문 광(光)속성의 무술이로군. 재미있겠는걸? 자, 덤벼라!"
"빛의 수호."
태현은 우선 자신의 몸에 다시한번 빛의 방벽을 둘러 방어력을 높혔다. 자신의 몸에 스치기만 해도 된다는 조건이긴 했지만, 그곳에는 희월 본인이 반격을 하지 않겠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갑니다. 휘광권(輝光拳)!"
자신의 주먹에 빛을 최대한 응축시킨 후, 희월에게 달려나갔다.
희월은 단순히 빛 속성의 무술을 사용하고 있다는데 감탄했을 뿐, 태현을 딱히 경계하고 있다거나 그러진 않고 있었다.
가장 기본적인 방어자세만 취한채로 초보자나 다름없는 태현을 어느정도 얕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얕보여지는것은 사절인 태현이었지만, 지금은 그것을 내색할 수는 없는 노릇. 우선은 정직하게 희월의 몸을 노리고 오른 주먹을 뻗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희월은 가볍게 몸을 비틀면서 태현의 주먹을 피했다. 태현은 곧바로 왼 주먹도 희월의 오른쪽 옆구리를 노리면서 휘둘렀지만 그것마저 희월은 자신의 몸을 살짝 뒤로 이동시키는 것으로 손쉽게 피해버렸던 것이다.
"치잇..."
태현은 우선 희월의 균형을 무너뜨리기 위해 하반신을 공격하기로 전략을 바꾸고, 바닥을 쓸듯이 크게 원을 돌려 희월의 발목쪽을 노리자 희월은 가볍게 뛰어 그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그것은 태현이 노리고 있던 바였다.
바닥을 쓸듯이 휘둘러지던 다리를 억지로 멈춘 채, 쪼그려앉듯이 몸을 일으켜 그대로 주먹을 희월에게 뻗었다.
점프를 한 상태였기 때문에 희월에게는 더이상 도주의 수가 없었을 터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희월은 허공에 발길질을 하더니, 그곳에 마치 반투명한 막이 존재한다는듯이 가볍게 공기를 밟고서는 또 한번 더 도약한 뒤, 뱅글 돌아 뒤쪽에 착지했다.
"이야, 제법 솜씨는 훌륭하시구려, 라이 공. 단순히, 평범한 초보자는 아닌듯 하구려."
그렇게 말하는 희월의 도복은 먼지하나 묻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태현은 약간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반드시 한방 먹이겠다고 다짐했다.
"놀리시는겁니까?"
"에? 아, 아니오, 아니오. 본녀의 말이 기분이 상하셨다면 사죄하겠소. 본인은 정말 순수히 라이 공의 실력에 감탄하고 있을 뿐이오."
"조금도 스치지도 않은 상대에게 그런 말을 해봤자, 소용없습니다!"
태현은 다시한번 희월에게 달려가 주먹의 사정권 안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무리 태현이 주먹을 내질러도 희월은 이리저리 피해 허공을 가를뿐이었다.
"하지만, 너무 우직하고 공격적이오. 산권파에도 물론 그런 성격이 없잖아 있으나, 산은 만물을 포용하는 곳. 너무 강직하면 부러지기 마련이오. 조금은 유해지시오."
희월은 태현의 공격을 피하면서 태현에게 가르침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 말을 들은 태현도 자신이 너무 직선적인 공격만 하고 있다는것을 깨닫고 흠칫, 폭풍처럼 퍼붓던 공격을 멈추고 잠시 몸을 뒤로 빼내었다.
'유(柔)하게라..?'
생각해보면 태현은 여태까지 유(柔)한 전투를 해본적이 없었다. 여태까지는 자신의 모든것을 쏟아붓는 배틀의 연속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유들유들함보다는 더욱 강직해지고, 강력해져야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곳, 무술의 도시 제랄에서는 약간 달랐다.
몬스터의 힘을 빌리기는 하되, 몬스터가 아닌, 자신이 직접 싸우는 독특한 영지.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평소와는 다른 전투방법을 습득할 필요가 있었고, 태현은 그저 자신의 몬스터들의 힘을 빌려 자신의 몸에 깃들게 하기만 하면 충분하다고 여겼었다.
하지만 희월의 말을 듣는 순간,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찌됐건간에 자신은 영주 후보로써 출전하는 4명의 후계자들과 싸워서, 승리를 쟁취해야한다.
하지만 지금의 태현의 실력으로써는 고작 이 눈앞에있는 신입 입문을 담당하는 사범조차 쓰러뜨리지 못하는 몸.
그렇다면 전투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좀 더 악랄하게, 좀 더 비열하게. 즉, 태현 나름대로의 유(柔)하게.
"유.. 라. 알겠습니다."
그 순간부터, 태현의 기색이 조금 변했다.
방금까지는 단순하게 공격을 퍼붓기만 했던 태현이었지만 그렇게 말한 뒤로는 약간 뻔뻔해졌다고 해야하나.
발을 공격할것처럼 몸을 굽혀놓고서는 사실은 어깨를 노린다거나, 오른쪽 팔을 뻗어 피하게 만들어놓고서는 사실은 발을 노리는 로우킥이라던가.
하지만 역시 그렇게 능글맞은 공격을 퍼부었음에도 불구하고 희월은 사범이라는 지위에 걸맞게 태현의 모든 공격을 능수능란하게 피해가고 있었다.
"우웃.. 제법, 하시는군요."
"칭찬, 고마워.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닌데."
"예?"
태현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듯 무심코 되물은 희월이었지만 곧바로 그 말의 의미를 파악했다.
희월의 눈앞에 있던 태현이 갑작스럽게 그 모습을 무너뜨리더니,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그리고선 갑작스럽게 희월의 뒤에서 나타나 희월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린 것이다.
그것은 실로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희월은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무.. 무슨일이.. 있었던거죠?"
"응? 아아, 별것 아니야. 그저, 방금까지 희월, 당신을 상대하고 있었던 것은
빛으로 만들어낸 분신이었으니까."
하지만 분신이라고는 하나, 그것은 빛으로 만들어낸 신기루에 가까운 개념. 그렇기에 태현은 몸을 숨긴채로 약간 떨어진 장소에서 분신과 똑같이 행동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굳이 입에 담지 않는다.
"... 예. 알겠습니다. 입문을 인정하도록 하겠습니다. 통과입니다. 내일부터 산권파에 오시면 제가 하나하나 가르쳐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잘부탁드립니다. 희월 사부."
"... 적응력이 빠르군요. 그렇군요.. 그럼 앞으로 산권파 내에서 당신의 이름은, 무랑(武狼)으로 하죠. 당신의 전투에 대한 감각은, 이리와도 같기에 붙여드리는 이름입니다."
"무랑.. 이라.. 예. 감사합니다. 그 이름을 소중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입문 시험을 치렀다는 배려때문인지, 도복만을 건네주고선 내일부터
이곳으로 오면 된다는 말에 태현은 휴식을 취하기 위해 곧바로 하산해 아지트로 돌아갔다.
그리고 아지트에 들어가는 순간
"엑."
"...? ㄲ, 꺄아아아아아아아악-!!!!"
왠 자줏빛 머리의 소녀가 전라로 욕실에서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태현과 크리스탈의, 최악에 가까운 첫만남이었다.
============================ 작품 후기 ============================잔머리로 무사히 산권파에 입문한 태현하지만 태현의 앞길은 과연..?
Re : 제로부터 시작하는 무림 생활, 시작합니다.
묵월현룡 / 산탑니다. 이제. 매일매일.
용자마스터 / 이번에 영주 결정전에서 영주 바뀌면 영지 이름도 바뀝니다 ㅋㅋ4번으로 통일될줄이야. 신기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제 독자들 중에 이렇게도 거유파가 많았다니.
어휴. 독자는 작가를 닮는다더니. 작가가 거유파라고 독자까지 거유파인거보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