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린 대륙의 무림, 제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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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해명해보실까?"
"죄.. 죄송합니다. 갑자기 울컥해서 그만.."
"흐응... 뭐가 무랑을 그렇게 화나게 만들었을까?"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끝나는걸까?"
"죄송합니다!!"
태현은 엎드려 뻗친 자세로 싱글싱글 웃는 희월의 추궁에 고개를 숙인채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외치고 있었다.
희월은 화영과 태현이 자신이 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견은 전혀 묻지도 않은채 자신을 대결의 경품으로 걸고 결투를 성사시켰다는 사실에 매우 화가 나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화영은 자신의 볼일을 마치고 화도맹으로 되돌아가버렸기 때문에 희월의 분노는 전부 태현에게 향했다.
그렇기에 태현은 희월의 지시에 의해 당장 엎드려 뻗친자세로 옆에서 쪼그려 앉은 희월에게 갈궈지고 있었다.
"죄송하면 신입 생활 끝나는걸까?"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한걸까? 난 화나지 않았어. 뭐가 죄송한지 무랑에게 직접 들어볼까?"
"희월 사부님을 멋대로 내기의 대상으로 삼은것을 정말로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아.. 무랑? 오랜만에 신입이라고 귀여워해줬더니 아주 사부님을 팔아먹네?"
"죄송합니다!"
"죄송할건 아니야. 나도 무랑이 선의로 그랬다는건 잘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약 2시간 가까이 엎드려 뻗친 자세에서 희월의 갈굼을 온 몸으로 받아내어야만 했던 태현이었다.
"그래. 무랑. 오늘은 이정도로 봐줄게. 하지만.."
"예! 잘하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2시간동안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완전히 너덜너덜해진 태현은 지금 당장
전력으로 쉬고싶었기 때문에 희월이 무슨말을 하던지 흘려듣고 차렷자세로 빠릿빠릿하게 제깍제깍 대답하는 모습에 희월은 그나마 화가 조금 풀린듯 태현을 놓아주었다.
장장 2시간만에 드디어 희월에게로부터 해방된 태현은 혹여라도 변심해서 희월이 다시 붙잡을까봐 재빨리 하산해 아지트로 되돌아가서 태현은 완전히 만신창이가 된 몸과 정신을 회복시키기 위해 침대위에 벌러덩 누웠다.
"우와,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더니, 그게 완전 이꼴아냐?"
희월의 무서웠던 모습을 떠올리자 다시 몸서리가 쳐진 태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괘씸하기도 했다.
희월이 아니라 화영이 말이다.
"화영이랬던가? 그놈.. 지가 먼저 도발해놓고 결국 덤터기는 내가 다 썼잖아? 그자식, 반드시 발라버리고 내가 그자식 거세시켜버릴테다."
하지만 태현은 아직 무술가로써는 초보자. 거기에 반해 화영은 산권파에서도 제법 오랜기간 문하생으로써 활동했었고, 화도맹에 들어가서는 그곳에서 산권파보다 더욱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산권파에 전갈을 전달하는 전령인으로써 임무를 맡을 수 있을만큼 신뢰를 얻었다는 소리일테고.
희월이 태현을 갈구는 도중에 가끔씩 화영에 대한 정보를 흘려주었기 때문에 화영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파악을 했다.
산권파 내에서도 화영은 조금만 더 재능이 있었더라면 후계자 후보에도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재능의 소유자이며, 훈련을 받는 도중에도 습득 속도가 다른 입문생보다도 월등히 빨라 이례적으로 재능이 조금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후계자 후보의 명단에 그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산권파 내부에서 그 일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화도맹에서 접촉해 화영의 마음을 돌려놓았던 것이다.
화도맹에 입문하기로 이미 마음을 굳혀버렸던 화영이었기에 산권파에서 자신과 친했던 친우들에게도 함께 화도맹에 입문하는걸 권유하였고, 화영의 의견을 따르는 몇몇 산권파 제자들은 화영과 함께 화도맹으로 넘어가버렸던 것이다.
화영은 비록 후계자 후보중에서도 단연 두각을 드러냈던, 천부적인 재능에 경외를 담아 기린아라고까지 칭송받을정도로 천재였던 이화를 넘진 못했으나 화도맹 내부에서도 그 재능과 노력은 빛을 발해 후계자 후보중에 하나 정도까지는 올라갔던 것이다.
그렇기에 화도맹 내부에서도 어느정도 입김이 있었고, 그 입김을 이용해 산권파에 대한 안좋은 소문을 퍼뜨리고 다녔던 것이다.
그 소문이 다른 누구도 아닌, 산권파에 몸을 담았던 화영에게로부터 흘러나왔던 것이었기 때문에 그게 사실이든 거짓이든 제법 신빙성을 띤 것은 사실이었고, 많은 제랄의 영지민들은 그 소문을 믿어버렸던 것이다.
그렇게 화영이 퇴문한 후 안좋은 소문도 퍼지자 산권파에는 더이상 새로이 입문하려는 자들이 줄어갔고 결국 산권파는 더욱 신비주의를 표방하며 내부적으로 결속을 공고히해나갔던 것이다.
"후우.. 그정도 실력자인가. 1달만에 이길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무슨 쓸데 없는 걱정을 하고있는거에요, 주인님."
여신의 사도이라서일까, 에리는 자신의 마음이 내키면 태현의 큐브로부터 자유로이 빠져나올 수 있었다.
물론 태현의 큐브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벗어나는것은 할수 없었지만 큐브로부터 마음대로 빠져나오는것만으로도 여신의 사도의 신성을 엿볼 수 있었다.
"앗, 에리. 무슨 말이야?"
"하! 여신의 사도인 이몸을 복속시켜놓고, 고작 일반인 따위에 겁을 먹고 있는거에요?"
"하지만, 난 무술로써는 초보자인데다가..."
"무술? ... 아아, 그 제랄이라는 영지의 독특한 배틀 수단 말이에요..? 그럼, 내가 주인님에게 물어보겠는데 왜 그런 수단에 의존하려 하는건지 궁금한데요."
"...? 아..!"
에리의 말대로였다.
태현은 여태까지 5개의 영지를 거쳐오면서 몬스터를 이용한 배틀로 온갖 역경을 헤쳐나왔다. 그렇기에 이미 배틀에 관한 한 베테랑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경지에 이르렀던 것이다.
하지만 무술로써는 이야기가 달랐다. 한 없이 초보에 가깝고, 무술의 기본조차 잡혀 있지 않은 몸이다. 자신의 몸에 깃들게 할 수 있었던것은 가장 오랜세월 함께 해왔던 페어리 뿐이며, 그 외에는 아직 쓸 수 없었고 1달 뒤라 하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방식을 따르지 않으면 그만이다. 들어보니 제랄 내부에서도 몇몇 무술인들은 몬스터를 이용한 배틀을 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그런 소수의 배틀러들을 영지민들은 '겁쟁이'라며 멸시했지만 태현은 그런 시선따위 알 바가 아니었다.
"오오... 그렇군. 그랬지. 내가 제랄의 방식을 너무 따르려고 하다보니까 이런 식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고마워, 에리!"
"하읏?! 주, 주인님.. 그.. 그렇다면.. 포상을..."
"근데 오늘은 너무 지쳐서 내일 줄게. 아니, 정말로. 나 지금 2시간동안 엎드려 뻗친 채로 옆에서 희월 사부의 잔소리를 들었단 말이야..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너무 지쳐서 그런지 지금은 섹스할 기분이 아니야.."
정력은 무한대에 가까운 태현이지만 체력은 아니었다. 정력이라는 것은 우선 체력이 뒷받침해줘야 하는 것일터인데 체력이 이미 고갈이 되버린 태현으로써는 지금 상태로 섹스를 하는것은 언어도단이었다.
에리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실망한 표정을 짓긴 했지만, 어찌됐건 내일 섹스해준다는 약속을 받았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일단은 만족하고 큐브로 되돌아갔다.
어느정도 돌파구를 발견한 태현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침대에 파묻혀 단잠을 청했다.
게임이라는 특성 덕분에 한번 수면을 취하게 되면 전부 회복하기 때문에 태현이 일어났을 때는 온 몸의 욱신거림이 사라져있던 상태였다.
그리고 또다시 이제 일과나 다름없어진 산을 타며 산권파로 향했다.
"흠, 흠. 어제는 머리에 열이 뻗쳐 미처 물어보지 못했는데.. 무랑, 넌 어떻게 화영을 이길 셈이냐? 아무리 천박하고 비열한 남자이긴 하지만, 그 실력만큼은 일류다. 나도 화영과 겨루어 이긴다고 확신하지 못해."
희월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태현을 바라보며 물어보았다. 이러나저러나 해도
오랜만에 들어온 제자였기 때문에 상당히 아꼈던 희월이기에 화영 따위에게 또다시 겨우 들어온 제자를 빼앗길 수는 없었던 것이다.
"아, 그것 말씀이신가요? 제가 대충 생각해둔 전략이 있습니다만."
"!! 이길 방법이 있다는 것인가?"
"뭐어, 확실하게 이긴다고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아니, 이길겁니다."
태현의 눈빛이 단호한 빛을 띠자 희월은 왠지 모르게 태현의 말에 신뢰가 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 무슨 전략인지 알려줄 수 있겠느냐?"
"하하, 희월 사부님께는 죄송하지만, 비밀입니다."
".... 너, 너란 녀석은..!! 어쨌거나 내 안위가 걸린 결투란 말이다! 좀 더 진지해지지 못할까!!"
그 날, 태현이 돌아간 뒤 화영은 정식적으로 결투장을 보내왔었던 것이다. 그것도 화도맹의 이름으로.
결투장의 내용은 대충 화영과 태현의 결투가 양방 승인에 의해 성립되었으며, 이것을 산권파에게 통보하는 내용이었고, 덧붙여서 이 결투의 승자는 희월을 갖게 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당연하게도 산권파의 수뇌진들은 발칵 뒤집어졌다.
화영이 일방적으로 보내온 결투 신청도 현재 영주를 모시고 있는 화도맹이 뒤에 버티고 있기 때문에 쉽사리 거부하기 어려운데, 양방 승인이라니!
거기다가 승자가 희월을 갖게된다니!
이러니저러니해도 희월은 산권파 내부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자 중에 하나였다. 그렇기 때문에 신입 문하생들의 사범을 맡을 수 있었던 것이겠지만.
그런데 그 대상이 얼마전에 갓 입문한 새파란 애송이라니!
수뇌진들이 안뒤집어질래야 안뒤집어질수가 없었다.
가장 먼저 터져나온 것은 분노였다. 감히 어떤 애송이가 자기 마음대로 이런 중대사를 처리하느냐, 당장 족쳐야한다. 벌해야한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하지만 1달동안 태현을 단련시켜도 모자랄판에 처벌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경위야 어찌됐건 결투가 성사되어버렸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승리하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할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문파의 실력자가 걸린 결투라면.
그 다음으로 터져나오는것은 탄식이었다.
희월에 대한 작별인사를 미리 건네는 장로도 있었고, 눈에 불을 켜고 태현을 단련시켜야한다는 장로도 있었다.
결국 뚜렷한 해답을 내지 못하고 날이 지나가버렸던 것이다.
산권파의 장로들조차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던 일을, 태현 본인이 전략을 갖고 있다고 하니 희월 입장으로써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어허, 무랑. 이 사부님께서 물어보는데 바로 대답하지 못할까!"
"아이, 사부님. 한번만 용서해주십시오. 워낙 중요한 전략이다보니까 혹여라도 화영의 귀에 들어가버린다면 제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되버립니다."
그 말, 나에게도 들려줄 수 있을까?
"희월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 말은, 갑작스럽게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한 여인의 입으로부터 흘러나온 말이었다."
호예린 소문주님을 뵙습니다!!"
희월이 자신의 왼쪽 무릎을 땅에 붙히고, 몸을 숙이고 포권자세를 취하며 새로이 들어온 여인에게 예를 취했다.
"하하.. 희월. 오랜만이야. 지나가다가 그 당돌한 결투를 받아들인 새로 들어온 제자의 얼굴이나 보러 왔는데, 제법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지 뭐야?"
나이는 21~22세쯤 되었을까? 갈색의 약간 긴 머리를 왼쪽 위로 틀어올려 사이드 포니테일로 묶은, 산뜻한 미소에 자신감이 짙게 배여있는 굉장히 아름다운 여인이 들어오자 희월이 극진한 예를 표시하는 것을 보아하니, 제법 높은 지위에 속한 인물인 것 같았다.
그리고 저 모습은 태현도 알고 있다.
산권파의 영주 쟁탈전 제 1 후보자.
효예린(曉霓麟).
산권파 안에서도 영주를 제외하고서는 최고의 실력자이자 산권파에 일부러 입문한 태현의 목표가 태현의 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 작품 후기 ============================효예린 강림오오 여신님 발 핥게 해주세요 헠헠...! 아, 아니지. 저.. 정신차리자.
Endogeny / 남죽여겁! 좋다! 남자는 죽이고 여자는 범해라! 그러니 화영을 쥬깁시다 화영은 나의 원수노스아스터 / 화영 때문에 이미 신나게 굴러서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습니다.
니르쪼 / 음.. 무술가로써 성장하기보다는, 그 방향을 완전히 틀어버릴 계획입니다.
묵월현룡 / ㅋㅋㅋㅋㅋㅋ그래서 신나게 굴렀습니다.
그나저나 선작수가 1000이 넘었군요. 감격입니다. 근데 선작수는 꾸준히 늘고있는데 조회수는 늘어나지 않아요. 왤까요?... 젠자유ㅠㅠㅠ그러고보니 레드에이어님 복귀하셨던데 레드에이어님 글이나 보러가야지 잇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