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목표는 수기대-- >
화도맹까지 사실상 접수완료한 태현은 다음 목표, 수기대에 방문했다.
"수기대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수기대의 영주 후보인 저, 혜연(慧蓮)이 당신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엉덩이에 닿을만큼 긴 은발 머리를 그저 늘어뜨리고, 산권파나 화도맹과는 다르게 도복을 입고 있지 않고 오히려 마치 마법사의 로브와 비슷한 상하의 한벌옷으로 몸을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
태현이 혜연의 인상착의를 살피고 있는동안, 혜연은 생긋생긋 미소지으며 웃고있더니 태현을 쳐다보면 쳐다볼수록 점점 의아한 표정으로 바뀌어져가고 있었다.
"어라? 당신에게서 어렴풋이 루시에 님의 기운이 느껴지는데요?"
혜연이 태현의 몸 이곳저곳을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연신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이상하다는 말만 내뱉고 있었다.
"흐음.. 이것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태현이 품속에서(인벤토리에서) 루시에 여신의 조각 (1/3)을 꺼내들어 혜연에게 보여주자 혜연이 눈을 반짝이면서 태현을 바라보았다.
"아아! 라일라님이 말씀하셨던 분이 당신이로군요!"
"...? 라일라님이 뭔가 말씀하셨나?"
혜연의 입에서 라일라의 이름이 나오자 일순간 긴장한 태현은 다급하게 혜연에게 라일라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지금은 비록 쇠약해진 상태지만, 그래도 저희가 루시에님을 모시는 교단이니까요. 그래서 루시에 여신님의 사도이신 라일라님이 종종 방문하셔서 챙겨주시기도 한답니다. 그때 오셔서 말씀해주셨어요. 여신의 조각을 모아 기억의 구슬을 완성시켜주는 사람이 있다고."
"아하. 라일라님이 그런 말씀을.. 감사를 드리고 싶군요."
"그러신가요? 아, 그러고보니 조만간 라일라님이 방문하신다고 하셨는데."
"엑."
라일라가 오면 위험하다. 아직까지 태현은 여신의 사도 둘을 상대로 이길 자신이 없다.
지금 태현이 에리를 붙잡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라일라는 그 즉시 태현에게 적대의사를 드러낼 것이 틀림없다.
그것이 라일라 개인의 의사라면 상관없겠지만, 그것은 높은 확률로 카나리아까지 태현에게 적대할 확률이 높았다.
"그.. 어.. 언제쯤 오시는지 짐작이 가십니까?"
"글쎄요? 빠르시다면 내일 당장이라도 오실 가능성이 있고.. 늦어도 모레쯤에는 오시지 않을까 싶어요."
생긋생긋한 미소를 지으며 내뱉은 말은 태현을 충분히 떨게 만들 수 있었다.
'그렇다면 라일라가 오기 전까지 어느정도 끝을 내야하는데..'
태현이 음흉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것은 꿈에도 모른채 이화는 천
진난만하게 루시에님의 기운을 풍기는 사람은 수기대 내부에 인물 외에는 처음이라며 기뻐하고 있었다.
"수기대는 대충 어떤 곳인가요?"
"아 수기대는 말이죠!"
태현은 우선 화제를 바꾸기 위해 수기대가 무얼 하는 곳인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혜연은 또 그것만으로 기뻐하면서 주절주절 수기대에 대해 이야기해주기 시작했다.
긴 시간동안 혜연의 이야기를 듣고 요약하자면 수기대는 다른 제랄 영지 내부의 문파와는 다르게 몸을 단련을 해 몬스터의 기운을 자신의 신체에 깃들기 쉽게끔 하는것에 반해, 체내의 기운. 기(氣)라고 불리우는 것을 단련하는 문파다.
그렇기에 대다수의 시간을 명상으로 보내며, 육체적인 단련은 거의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산권파나 화도맹의 여인들은 우락부락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느정도 근육으로 덮힌 몸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태현이 수기대를 슥 둘러보니 대체적으로 근육적이라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포동포동한 몸집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수기대 쪽에서는 화영과의 결투 보러오지 않았던 거야?"
"화영... 님이요? 화영님이랑 무랑님이 결투를 하셨던 적이 있었나요?"
아무래도 수기대는 제랄 내부의 사건들에 크게 관심이 없는 듯 했다.
그건 그것 나름대로 다행이었다. 그것을 봤다면 에리가 자신의 수중에 떨어져있다는 사실을 곧바로 눈치챘을테니까.
"그래? 그럼, 뭐 그건 됐고. 수기대의 수련은 대체적으로 무얼 하는거야?"
"구경하실래요?"
"구경시켜준다면 나로썬 감사하지."
묘하게 굉장히 호의적인 혜연의 모습에 태현은 루시에 여신의 조각 때문인가.
라고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혜연의 뒤를 따라갔다.
"우선, 밀실 수련을 소개시켜드릴게요. 이 수련은 밀폐된 공간, 어둠속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서 확실히 알게끔 만들어주는 수련이랍니다."
혜연이 먼저 문을 열어주고, 들어가라고 손짓했다.
태현은 혜연이 안내해주는 방으로 들어갔고, 뒤에서는 혜연이 문을 닫았는지 그나마 문 너머로 비쳐들어오던 빛마저도 사라져 완전히 어둠으로 뒤덮혔다.
"와아, 굉장히 어둡군. 여기서 뭘 해야해?"
"그 근처에 아무데나 자리잡고 정좌하시고, 눈을 감고 천천히 심호흡하세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방, 오직 혜연의 목소리만이 들려오는 어두컴컴한 방에 약간은 으스스한 기분을 느끼며 손을 더듬거리다가 바닥을 찾아 털썩 앉았다.
그순간이었다.
"자, 그러면. 이제 죽어주시면 되요.
♪"
"... 엣?"
태현은 눈이 보이지 않는 대신, 다른 감각만은 민감해진 상태가 되었는지 목덜미를 급습하는 섬뜩한 기운에 황급히 몸을 굴렀다.
자신의 몸 위에 무언가가 지나가는 것을 느끼고 오싹해졌다.
"크윽. 이런... 배신이라니!!"
"어머? 배신이라니요? 배신이라면 무랑님께서 먼저 하신거 아닌가요?"
약간 울리는 듯한 혜연의 목소리였기에 어디서 들려오는지 전혀 감도 잡히지 않았고 태현은 계속해서 무언가가 날아오는 느낌에
다급히 몸을 던졌다.
"무슨 소리지?"
"방금은 본의아니게 거짓말을 해버렸네요. 저, 봤습니다. 화영 씨와의 결투."
"... 큿...!!"
그제서야 모든 것을 파악한 태현은 침음성을 흘렸다.
"이해하시겠나요? 여신의 사도이신 에리님을 구속한 당신은, 여신에게 적대한다는 의사를 가졌다고 판단.. 배제하도록 하겠습니다."
방금까지 호의적이고 나긋나긋한 말투가 전부 허상이었다는 듯이, 얼음장처럼 싸늘한 목소리로 혜연은 태현에게 사형선고를 내
렸다.
수기대는 이곳에서 수련을 하는게 평범한 일상이라고 했다. 즉, 혜연을 비롯한 수조차 알 수 없는 이 어두운 방 내부의 인원들 전원 이 어둠 정도는 일상이라는 뜻.
"이미 들켰다니 어쩔수 없네.. 나와라, 에리..!! 그리고, 페어리! 빛을 내뿜어라!"
태현은 또다시 덮쳐오는 살기의 기운을 황급하게 피하고서는 자신의 큐브로부터 에리와 페어리를 소환했다.
에리로부터 뿜어져나오는 번개의 빛, 그리고 페어리가 뿜어내는 빛 덕분에 간신히 태현은 겨우 방의 구조와 상대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라일... 라?"
"여어. 에리. 그리고. 라이 크로네라고 했던가? 오랜만이군."
그곳에는 라일라가 자신의 갑옷을 완전무장하고 불꽃을 몸에 두른 채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태현을 바라보며 서있었다.
"후후. 카나리아도, 나도. 사람을 보는 눈이 틀려먹었나보군. 저런 악적(惡敵)을 믿고 신뢰했다니."
그러면서도 분노가 치밀어 오른건지, 자신의 주먹을 불끈 쥐고는 부들부들 떨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태현의 뒤쪽에는 혜연이 서있었다.
혜연은 양손에 푸른 빛을 두르고 기도하듯이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훗. 웃기는군. 그러는 너도 한번 로아나단에 의해 지배되지 않았던가?"
"그 세뇌에서 깨어나게 해준것에 대해서는 감사하지. 하지만 너는, 로아나단과는 다르다. 너는 여신 자체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그 은혜는 잊기로 했다."
"큿.."
단호한 라일라의 어조에서 이미 결심을 굳힌 듯 했다. 더이상 라일라의 마음 속에는 흔들림이 없을 터. 말로써 흔들 틈이 없었다.
"혜연, 너도 제법 연기가 능숙하더군?"
"...."
태현과는 더이상 말을 섞지 않겠다는 듯이 혜연은 아무 말도 없
었다. 그저 기도하듯이 모은 손을 태현 쪽으로 펴서, 푸른 기운을 쏘아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크읏..!!"
에리는 라일라의 상대로 묶여 있다. 여신의 사도끼리 전투니 그쪽은 맡겨도 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혜연이다.
아무리 육체 단련을 소홀히 하는 혜연이라고 하지만 이곳은 무술의 영지, 제랄.
혜연 또한 어엿한 무술인 중 한명이다. 그리고 다른 문파와 특성이 다르다는 것은 그 다른 문파들에게 대항할 수단 또한 갖추고 있다는 말이다.
거기다가 태현은 무술가로써는 초짜중에 초짜. 혜연과 맞대결을 하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화영에게 했던것처럼 2:1, 3:1 전략을 쓰자니 자신의 최대 전력인 에리가 라일라에게 묶여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 틀림없었다.
'우선 방어를 굳혀야 하는건가..'
이미 청룡을 자신의 몸에 깃들게 한 상태인지 혜연의 몸 주위에는 푸른 기운에 샘솟듯이 피어오르고 있었고, 그 기운은 혜연이 기도하듯이 무언가를 중얼거릴때마다 격렬하게 들끓다가 태현을 향해 날아왔다.
"우선, 페어리. 부탁해!"
"네엣!"
우선 태현의 주특기, 페어리를 자신의 몸에 깃들게 해서 방어를 굳히기로 했다.
에리가 라일라를 이겨줄 때 까지 일단은 방어하는 것이다.
지금 태현은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뒷통수를 맞은 상태이기 때문에 약간은 멘탈이 붕괴한 상태였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혜연을 쓰러뜨리려면 어떤 수단을 취해야할지.
마치 머리가 마비된 거서럼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지금 떠오르는것은 그저 우선은 방어를 굳히고 혜연의 공격을 받아내겠다는 생각 뿐.
"사도들 사이에는 힘의 우열이 거의 없다는게 정평이겠죠. 하지
만, 그것은 사도 본인의 힘만일 때의 이야기겠죠."
혜연이 본격적으로 방어를 굳혀가는 태현을 바라보며 천천히 그 입을 열어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른 수단을 취하면 그 힘의 균형도 깨진다 이런 말을 하고 싶은거냐?"
"물론이죠. 예를들어서, 이렇게 말이죠."
또다시 혜연이 양 손을 모으고 기도하듯이 무언가를 중얼거리자 혜연의 몸을 감싸고 있던 푸른 기운들이 모여 용의 형상을 띠기 시작했다.
저 기운에 몹시도 불길함을 느낀 태현은 빛의 창을 만들어내 혜연에게 쏘아내보았지만 그 창은 혜연의 몸에 닿지 못하고, 푸른 기운의 벽에 막혀 바스러져갔다.
태현이 저지하려는 노력을 비웃듯이, 혜연이 양 손을 하늘 위로 올리자 그 푸른 빛의 청룡은 꿈틀대더니 라일라를 향해 날아갔다.
"하하, 여신의 사도라고는 하나, 일단은 불의 속성을 지니고 있는 라일라에게 물을 끼얹다니!! 혹시 네가 말하는 균형의 붕괴는 아군의 전력을 깎아먹어서 생기는 붕괴였던거냐?"
태현은 어이가 없어서 그렇게 말하자 혜연은 대답할 가치조차 없다는듯이 쯧쯧거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 모습에 태현은 급하게 라일라쪽을 돌아보자, 물의 용이 라일라의 몸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더니 라일라가 몸에 덮고 있는 기운이 붉은색에서 점점 보랏빛을 띠기 시작했다.
"말씀드렸죠? 저희 수기대는 기(氣)를 다룬다고. 그것을 이렇게 응용할 수도 있는겁니다."
"자신의 몬스터를 타인의 몸에 넣을 수 있다니..!! 그건, 사도가 아니었던가..!"
실제로 산권파에서 효예린에게 실시하려고 했지만 처음에는 실패했던 기술. 물론 추후에 교감을 쌓고 에리가 효예린을 인정하자 그제서야 효예린은 에리의 힘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방금 혜연이 행한것은 그 과정을 비웃는 것이었다.
거기에 굉장히 충격을 먹은 태현이었지만 곧바로 평정을 되찾고 비웃듯 이야기했다.
"하지만 물의 속성을 부여해봤자 소용없다고? 잊었나? 에리는 번개의 속성이라고?"
"후후. 순수한 물에는 전기가 거의 통하지 않는다구요? 그리고 지금 제가 라일라님께 부여한 기운은, 청룡의 힘 중에서도 순수한 물의 힘만을 끌어 모은것. 에리님의 번개는 라일라님께 더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뭐라고..?"
"후후. 혜연. 이 힘, 고맙게 쓰마. 에리, 각오는 되었겠지?"
"하하하하핫, 라일라 주제에 너무 날뛰는 것 아니야? 어디 한번 덤벼보라고?"
라일라는 보랏빛 기운을 두르고 기지개를 펴면서 에리를 도발했지만 그에 지지 않겠다는듯이 에리도 손가락을 까딱이며 라일라
를 도발했고, 곧 그 둘은 그대로 충돌했다.
============================ 작품 후기 ============================요새 좀 쌀쌀해진다~ 싶더라니이 약해빠진 몸은 기다렸다는 듯이 감기에 걸렸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나참환절기 기간행사를 하는것만 같네요.
즉, 지금 저는 감기에 걸렸습니다. 처음에는 목만 조금 아프더니 점점 눈과 머리가 아프고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게 이거 진짜네요.
그러니까 좀 일찍 쓰고 자러갑니다. 몸조심하세요 다들
그리고 늘 배신과 뒤통수를 후리던 태현이 처음으로 본인이 뒷통수를 맞았습니다! 통쾌하다 이자식Endogeny / 시무룩하신 이유가 뭐죠?
ㅋㅋㅋㅋㅋㅋㅋ니르쪼,묵월현룡,노스아스터 / 늘 의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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