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목표는 수기대-- >
태현의 손으로부터 쏘아져나간 바람을 두른 빛의 탄알들은 혜연에게 어느정도 데미지를 입힌 듯 했으나 혜연이 손을 휘둘러 먼지를 걷어내자 그것은 곧 착각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혜연의 주위에는 짙은 푸른색의 방벽이 빈틈없이 혜연의 몸을 감싸고 있었고, 대부분의 광풍폭렬탄은 그 방벽에 가로막혀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몇몇 폭렬탄은 혜연의 몸에 닿는데 성공한 듯이, 혜연의 옷 이곳저곳에 찢어진 부분이 눈에 띠었다.
".... 뭐, 나름대로 무랑 씨도 그 기간동안 발전하셨나보군요. 이번 공격은 솔직히 상정 외였습니다만.. 그것도 한번 뿐의 기회. 이 기회를 날리신걸 크게 후회하게 될겁니다."
혜연은 그렇게 말하더니 양팔을 벌린채 오른쪽으로 한바퀴, 왼쪽으로 한바퀴 빙그르르 돌더니 다시 나지막히 기술 이름을 중얼거렸다.
"청룡지무(靑龍之舞)."
그러고선 다시 양 손을 합장하더니 오른손은 위로, 왼손은 밑으로 천천히 내리는 순간 혜연의 머리 위에서 회백색 기운이 점점 퍼지더니 마치 거대한 구름이 떠있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커다란 기운이 만들어졌다.
그러고선 곧 그 기운에서 쌀알같은 푸른 기운이 쏟아져나와 태현을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태현은 처음에는 이번 기술은 다른 큰 기술을 위한 포석이겠거니 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그 쌀알들을 대수롭지 않게 몸으로 받아
내는 순간텅-!
마치 덤프트럭에 부딪힌것과 같은 충격과 함께 태현의 몸이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크.. 허억... ㅁ.. 맙소사..."
태현이 대수롭지 않게 여긴 저 쌀알과도 같이 작은 기운 하나하나에 커다란 힘이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 위력은 오히려 수룡파나 수룡인보다도 더 충격이 클 정도였다.
비록 태현이 얕보고 제대로 방어를 하지 않은채 받아서 더욱 큰 피해를 받은것이라고는 하지만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은 태현은
약간 어질어질한 것을 느꼈지만 멍하니 있을 틈은 없었다.
곧바로 용들로부터 쏟아져 내리는 탄막의 비를 피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금 받은 피해가 제법 컸기 때문에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일어설 수 없던 태현은 급하게 몸을 오른쪽으로 굴려 피했지만 이미 전투의 여파로 곳곳에 박살나있는 돌덩이에 찍히고, 긁혀 태현의 몸에 상처를 남겼다.
'크윽.. 곤란한데.... 으아아아아아아!!! 짜증나.. 이기기만 해봐라. 아주 뼛속까지 능욕해줄테다..!!'
여태까지 이토록 고전했던 적은 없었기 때문에 태현은 혜연에 대한 적개심을 무럭무럭 키워가고 있었다.
하지만 혜연은 당연하겠지만 태현의 속마음을 눈치채지 못한채
(하지만 얼굴색이 약간 새파래진 것을 보아하니 어느정도 태현의 살기를 감지한것 같기도 하다.) 태현을 내려다보더니 태현쪽을 향해 팔을 들었다.
"!!!!"
태양의 가호 덕분에 그나마 빠르게 치유되고 있는 태현의 몸이었지만 이토록 연속적으로 공격해 들어오면 치유되는 것보다 피해를 입는 속도가 더 빨랐다.
지금도 태현의 다리는 미처 회복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또다시 태현은 기듯이 몸을 피할 수 밖에 없었고 혜연은 그러한 태현의 비참한 모습을 보면서 비웃음을 지었다.
"후후후. 땅 위를 필사적으로 기어다니는 모습을 보아하니 마치 한마리의 바퀴벌레 같으시군요. 그리고 정말로 바퀴벌레처럼 생명력 하나는 끈질기시군요."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어머? 무랑씨가 살던 곳은 '바퀴벌레 같다'가 칭찬인 곳인가요? 징그러워라."
그러면서 정말로 주위에 날아다니는 날파리를 쫓듯이 손을 허공에 휘젓자 이번에는 정말로 태현을 바퀴벌레로 보는것인지, 이번에는 그물 모양으로 만들어내서 태현에게 내던졌다.
그리고 그 방법은 유효했다.
그 그물이 너무나도 넓은 나머지 아직도 다리가 채 낫지 않은 태현으로써는 도주하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그물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고, 그대로 그물 밑에 깔려버렸다.
"우후후. 벌레는 물에 휩쓸리게 하는게 좋죠. 파도(波濤)."
혜연이 양 손을 다시 합장하며 외치자 이번에는 태현이 깔려있는 그물 바로 옆에서부터 거대한 물줄기가 콸콸콸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세마리 용도 하늘에서부터 태현을 향해 물줄기를 뿜어대고 있었따.
"끄륵... 끄르르르륵.. 꿉...."
끊임없이 덮쳐오는 파도에 태현은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쳤지만 튼튼한 그물에 눌려있는 상태여서 그것조차 허락되지 못했고, 호흡을 제대로 하지못해서 점점 정신이 몽롱해지는것을 필사적으로 버티면서 혜연의 파도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인내했다.
태현의 한계에 다다를 무렵, 다행히도 파도의 물결이 끝이났고
태현은 거칠게 콜록이면서 공기의 은혜를 잔뜩 맛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 그물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이상 똑같은 행동이 반복될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에 태현은 템페스트 타이거의 힘을 끌어올려 뿜어내기 시작했다.
"풍... 화(風化)...!!"
다행히도 태현의 기운에 닿은 그물이 점점 힘을 잃고 풀려가기 시작했으며 그물에 틈이 생기자 곧바로 태현은 몸을 날려 그물을 탈출했다.
"정말 바퀴벌레같으신 분이군요. 요리조리 쫄래쫄래. 슥삭슥삭."
"끈질긴것만이 장점이라서 말이야."
"여기서 완전히 박멸해드리겠습니다. 기원(祈願)."
갑작스럽게 태현을 짓누르는 압력이 증가했다.
마치 중력이 늘어난 것과 같은 이 느낌은, 태현의 예상이 맞다면 공기중의 수분의 무게를 증가시켜 태현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위험하다...!!'
파도에 휩쓸리는 와중에도 어느정도 회복이 되었다지만 완전하지 않은 태현의 몸이었기에 지금의 압박은 더욱 위험하다.
그리고 곁눈질로 용을 쳐다보자 용은 입을 쩌억 벌리고 무언가를 쏘아내기 위해 기운을 모으고 있었다.'저 년은 도대체 기가 언제 고갈나는건데..?!'
기(氣). rpg 세계관에서는 MP, 마나라고도 종종 표현되기도 하는 체내의 기운. HP. 즉 체력을 위주로 단련하는 제랄 내의 다른 문파와는 이질적으로 이 MP를 단련하는 수기대.
아무리 이러한 기술을 펑펑 쏘아내기 위해 기의 총량을 증가시키는 훈련을 한다고는 하지만 여태까지 큰 기술을 펑펑 쏘아댄 것 치고는 혜연이 너무나도 멀쩡했다.
그리고 혜연은 그 속마음을 읽고 있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왜 제 기(氣)가 끊기질 않는지 의문이신듯한 표정이시로군요."
"크.. 윽..."
기분탓인지, 아니면 실제로 그런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태현은 점점 강해지는 압박감에 점점 무릎이 꺾이는것을 느끼면서도 혜연을 노려보는 것을 잊지 않았고, 그러한 태현의 시선을 긍정이라
고 느꼈는지 혜연은 제멋대로 입을 열어 말하기 시작했다.
"뭐. 예상하시다시피 수기대는 애초부터 이러한 전투방식을 취하기 위해 기의 총량을 증가시키는 훈련과 기를 좀 더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훈련을 먼저 병행합니다."
"하지만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이 수기대는 루시에 여신님을 모시던 교단이 제랄 영지의 특색과 혼합되어 생긴 문파. 즉 저희들은 무술가이기 이전에 루시에 여신님을 모시던 교인들입니다."
"그렇기에 루시에 교단의 교인들은 대체로 루시에 여신님의 은총을 받아 몸 속에 내재하고 있는 기운의 크기 자체가 일반인보다 월등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러한 교인들의 성녀이구요."
절대적 우위에 섰다고 판단했는지 혜연이 주절주절 말이 많아지
기 시작했다.
태현은 이 틈에 몸을 조금이나마 회복시키려고 애썼지만 이 공기의 압박때문에 그것 마저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솔직히 이정도 들었으면 대충 파악이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태현은 혜연의 말에
"그렇군."
"그런건가?"
"처음 알았군."
이라면서 맞장구를 쳐주자 혜연은 태현의 반응에 더 신이 났는지 주절주절 말했던 것이다.
하지만 태현은 사실 루시에 교단은 선천적으로 기의 총량이 많다 + 그리고 그 중에서도 월등히 많은 양을 가지고 있는 성녀이다 + 그리고 수기대의 훈련은 그러한 기의 총량을 또다시 늘리며 그 기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훈련이다. 라는것으로 이미 이 무지막지한 양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이유를 납득했기 때문에 그 뒤로는 귀를 닫고 있었다.
"그러니까... 저기요? 듣고 계신거죠?"
"응, 응. 듣고 있어."
"방금 제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하세요?"
"...."
당연히 듣지 않고 있었으니까 알 턱이 없었다.
그제서야 자신이 너무 신내서 떠벌댔다는것을 깨달았는지 혜연은 약간 붉어진 얼굴로 양팔을 펼쳤다가 짝 소리가 날만큼 두손을 마주쳤다.
"쌍파(雙波)!!!"
이번에는 아까 쏘아낸 파도의 두 배였다.
거기다가 태현의 양쪽에서 태현을 덮쳤다.
"끄으으으으으으으윽..!!!"
이번에도 피하고는 싶었지만 마치 돌이 된것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당연하게도 쌍파의 기술을 정통으로 얻어맞기 시작했고, 아까보다 두배로 덮쳐오는 파도에 태현은 정말로 죽을것만 같았다.
'끄으으으으윽..!!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버텼는데!! 여기까지 와서 베드엔딩을 볼 순 없어..!!!'
태현이 곁눈질로 보니, 엘프도 어느정도 기운을 모았다는것을 확인한 태현은 필사적으로 쌍파를 버텨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것만 같던 쌍파도 천천히 기세를 잃어갔고 기원 또한 그 압박감을 잃어갔다.
'버텼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그 노도와 같던 공격을 버텨냈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태현은 섀도우 로드에게 눈짓했다.
그 눈짓을 받자마자 섀도우 로드가 혜연의 그림자로부터 튀어나왔고 혜연은 갑작스러운 섀도우 로드의 등장에 당황은 했지만 어느정도 예상은 한듯이 침착하게 섀도우 로드를 요격했다.
하지만 섀도우 로드는 사전에 준비된 미끼였다.
"!!!!"
훈련장의 구석에서 은밀히 번개의 기운을 화살촉에 계속 모으고 있던 엘프의 존재를 숨기기 위한 미끼.
그리고 엘프의 존재를 눈치챈 혜연은 여태까지 보여준 적 없는, 당황하는 기색을 눈에 띠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서.. 설마 여태까지 무력하게 맞고 있었던게 전부 다..?!"
"그래. 널 방심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이지. 굉장히 괴로웠다고?"
"묠니르-!!!"
엘프가 여태까지 모은 모든 번개의 기운과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기운을 화살 하나에 담아 혜연에게 쏘아내었다.
섀도우 로드가 덮치는것까지는 예상한 것 같앗지만 엘프까지는 제대로 예상하지 못했는지 엘프의 기술, 묠니르에 그대로 직격했
고, 체력적 단련을 하지 않는 수기대의 특성상 낮은 방어력을 자랑했기 때문에 혜연은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했다.
"후우... 어려웠다.."
천천히 추락하는 혜연을 얼른 달려가서 받아낸 태현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 작품 후기 ============================아주 처맞기만 하던 태현드디어 승리노스아스터 / 로드하면 여태까지 처맞은게 너무 억울하지 않겠어요?
니르쪼 / 죽지만 않으면 되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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