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문파, 풍각단-- >
".... 비록 예린 언니가 어떻게 문주를 차지했는지는 궁금하긴 하지만요. 어짜피 제랄 영지는 제것이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니까요."
약간은 불만인듯 태현이 그 정보를 말하기를 원한다는듯이 슬쩍 물어보았지만 태현이 그런 술수에 넘어갈 사람이 아니었기에 입을 다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 말할 생각은 없으신것 같군요. 그렇다면 이걸로 작별이로군요."
아연이 손짓하자 태현의 뒤를 점한 암살자가 흉기로 태현의 목을 베려고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듯이 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다.
"왜그래? 산열(山裂)?"
"크.. 으윽..!! 소.. 손이... 아, 아니 몸이 움직이질 않습니다, 아가씨..!!"
"뭐?"
암살따위에 순순히 당해줄 태현이 아니었기 때문에 암살자의 낌새가 느껴지자마자 페어리를 소환해 몸을 숨겨둔 상태였고 산열이라고 이름불러진 그 암살자가 몸을 움직이는 순간 그 암살자의 몸을 마비상태로 만들었던 것이다.
"훗.."
그 암살자의 손을 툭 밀쳐버리고선 몸을 일으킨 태현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아연을 마주보자 아연은 자존심이 상한듯이 입술을 꽉 깨물고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겼다.
"어딜 가는거지?"
"그럼, 여기서 싸울 생각이야?"
"... 훗"
아연의 말을 알아들은 태현은 그제서야 싸울 마음이 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연의 뒤를 곱게 뒤따라가기 시작했다.
풍각단 내부에서도 아연과 태현의 모습에 수근거리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였을 뿐, 흘긋 쳐다보더니 각자 제 할일에 다시 몰두하는 모습이 보였다.
"너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것 같군."
"흥. 전 소문주니까요. 소문주가 무얼 하건 그들에게는 크게 상관
이 없는 일일텐데요?"
"그런건가."
어린 나이에 문주로부터 발탁되어 예쁨을 받고 무한한 신뢰를 받으며 자라온데다가 소문주로써 오랜기간 생활한 것이 몸에 배여서 그런것인지 상당히 오만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태현은 거기에 대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이런 여인일수록 M의 성향을 띨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두근대는 마음을 억누르기 어려웠다.
여태까지 남에게 패배한 적도, 지배당한 적도 없었던 인물인만큼 그것을 경험할 때의 충격은 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일 터였다.
풍각단이 제법 넓었기 때문에 제법 오랫동안 걸은 끝에 아연이 한 건물 앞에 도착해 문을 철컥 열고선 태현 쪽을 돌아보았다.
"이곳이 나의 수련장. 이 근처에는 아무도 접근하지 않아. 그러니까 아무리 시끄럽게 해도 아무도 오지 않아."
그리고 가식을 떨 상대도 없어졌기 때문인지 곧바로 냉랭한 표정과 말투로 말을 놓아버린 아연의 변모에 사람이 이렇게까지 급속도로 모습을 바꿀수 있는건가라고 생각하면서 태현은 약간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
풍각단의, 그것도 문주의 굉장한 사랑을 받는 소문주의 개인 훈련장이라서 그런지 내부는 굉장히 넓었다.
"자아. 이제 서로의 모든것을 부딪혀 한번 싸워볼까요!"
태현이 아연의 뒤를 따라 들어온 후 문을 닫는 순간 아연은 곧바로 자신의 몸에 백호를 깃들게 한것인지 양 다리에 바람을 휘감기 시작했다.
은근히 전투광 기질도 지니고 있었던 것인지 약간 야성적인 미소를 짓고 태현을 기다리고 있는 아연의 모습에 태현은 오히려 싸늘하게 머리를 냉정하게 유지하기 시작했다.
아주 어린 나이일때부터 문주의 간택을 받은데다가 그 뒤로 문주가 직접 가르침을 내린 직계 제자인 셈이다.
거기다가 그 천재성을 인정받아 가장 우수한 제자에게 내려지는 칭호인 기린아라는 칭호조차도 획득한 소녀.
그것이 지금 태현의 눈앞에서 바람을 두르고 녹색 머리를 휘날리는 소녀, 아연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은 이렇게 호전적이고 전투적인 미소를 띠고 있어도 천재라고 불릴만큼 머리도 좋다는 뜻일 것이다.
물론 그 천재라는 의미가 무술적인 재능에 한했을 수도 있겠지만 태현은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던 것이다.
"준비하지 않으시는건가요? 전 느긋하게 기다려줄만큼 참을성이 좋지 않다구... 요!"
태현이 무방비 자세로 설렁설렁하게 서있자 그것이 아연의 호승심을 자극했던것인지 아연은 다리에 두른 바람에 추진력을 얻고선 단숨에 태현 앞으로 질주했다.
"!!"
곧바로 오른쪽 다리를 휘둘러 태현의 머리를 단숨에 노리자 다급히 몸을 숙여 피했다. 머리 위에 느껴지는 바람에 간담이 서늘해진 태현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며 아연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아연은 휘둘렀던 오른발을 태현의 머리 위에서 멈추더니 그대로
아래로 내려찍었다.
"크억?!"
사실 태현은 은근히 아연을 무시하고 있었다.
청룡과 라일라의 힘을 일부 받아 압도적으로 수많은 기술들을 뿜어냈던 혜연에 비해서는 아연과의 결투는 압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태현은 그 모든 생각을 얼얼하게 아려오는 오른쪽 어깨로부터 닥쳐오는 고통에 전면적으로 수정했다.
"제법.. 하는군..!!!"
"아직 안끝났는데요?"
"커헉?!!!"
아연은 오른 다리로 태현을 내려치면서 몸을 약간 띄우면서 왼쪽 무릎으로 태현의 복부를 걷어차버렸다.
그 반동으로 몸을 약간 띄우게 되버린 태현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흐랴압!! 난신풍연각(亂神風連脚)!!!"
태현이 아무런 방어도 하지 못한 상태로 약간 허공에 떠있자 아연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태현을 연격(連擊)했다.
퍽퍽퍽퍽퍽퍽,태현의 몸 곳곳을 그대로 걷어차 6연격을 달린 아연은 그것만으로도 만족하지 못한듯이 연속으로 걷어찬 이후 그대로 자세를 다
시 잡더니 자신의 몸을 띄워 양 발로 태현의 배를 걷어찼다.
"비연각(飛燕脚)!!"
그 반동으로 태현은 그대로 튕겨져나가 훈련장 벽에 그대로 쳐박혔고, 그에 반해 아연은 마치 허공을 비행하는 제비처럼 우아하게 빙그르르 돌더니 가볍게 착지했다.
"아직도 몬스터를 깃들게 하지 않으신다면. 다음번엔 정말 죽어요?"
살벌한 말을 내뱉으며 미소짓자 태현은 약간 오싹함을 느꼈다. 누적된 데미지가 적지 않았기 때문에 페어리를 몸 속에 깃들게 하고 회복력을 활성화시켰다.
하지만 그런 틈을 내버려 둘 아연이 아니었다.
"비상각(飛翔脚)!!!"
정말 말 그대로 날듯이 태현에게 곧바로 날라와서 그대로 태현을 찍어버린 아연은 그 반동으로 살짝 몸을 띄운 뒤, 다시 태현을 향해 내려찍었다.
"천추(千錐)."
"커... 허..... 억...!!"
아까 6연격에 이은 비연각의 데미지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에 또다시 연속으로 아연의 연격을 맞자 태현은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다급하게 몸 주위에 방벽을 둘러서 추가로 들어올 피해는 막았지만 아연은 이번에는 이 2연격으로 만족했는지 다시 거리를 벌렸다.
"허억. 허억. 허억.."
"에게. 이게 뭐에요? 고작 이정도로 자신만만하게 제랄 영지를 활보하고 다니셨던거에요? 완전 실망이다."
아연이 몹시 실망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자 태현은 자존심이 몹시 상했지만 태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연이 원하는 것이 그것이기 때문에 굳이 어울릴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게 하나의 이유였고, 또 다른 이유는 지금 이 상황에서는 아연의 말에 반박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무 말도 없네. 재미없게."
부들부들하는 태현의 표정만으로도 즐겁다는듯이 아연은 계속해서 도발했지만 태현은 조용히 회복에 전념했다.
하지만 역시나 회복을 하려는 태현을 가만히 내버려둘 생각이 없었다.
또다시 비연각으로 날아온 아연이었지만 두번은 당하지 않겠다는 듯 태현은 자신의 앞쪽으로 방어막을 만들어내 아연의 비연각을 막아냈지만 아연 또한 그것을 어느정도 예상했는지 오히려 태현이 만들어낸 방어막을 타고 뛰어오르더니 그대로 내려오면서 내려찍었다.
"진각(振脚)!!!"
아까 천추와 비슷한 기술인줄 알고 다시 머리 위에 방어막을 형성해내서 막으려고 했지만 그것은 태현의 착각이었다.
우우우웅!!
아연과 방어막이 부딪힌 부분이 크게 진동하더니 태현의 온 몸을 헤집어놓기 시작했던 것이다.
"크어어어어어억!!!"
"진동을 흘려넣어 방어력을 무력화시키는 풍각단 고유의 기술중 하나에요. 어때요? 짜릿하죠?"
"이 년이..!!"
평정을 유지하지 못한채 이빨을 드러낸 태현이었지만 현재 태현으로써는 아연에게 대항할 마땅하게 뾰족한 수가 없었기 때문에 고통을 감내하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크윽.. 무력하다...'
입 속에서 느껴지는 텁텁한 철분의 맛을 느끼며 애써 피를 삼키
고 태연한 척을 하고 있는 태현이었지만 아연은 너무 강했다.
혜연을 상대할때는 그 덩어리진 기운들이 쏘아진 이후에는 결국 의지가 없는 덩어리일 뿐이어서 모습을 쏘아지는것을 본 후에 피하기가 용이했다.
하지만 아연은 달랐다.
즉각즉각 태현의 움직임과 방어에 반응해 그 형태와 궤를 달리하며 그때그때 능숙하게 형태를 변화한다.
거기다가 바람을 머금은 다리에서 쏘아져오는 공격이라 그런지 더욱 매서운 아연의 공격에 태현은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가는 것을 느꼈다.
"어라? 방어만 하시는거에요? 혹시 제가 들어오는것을 기다리고 반격이라도 날릴 생각이신가본데요..!!"
태현이 방어만을 굳히고 있자 그 모습에 지레짐작한 아연은 저 멀리서 싱긋 미소짓더니 다리를 크게 굴렀다.
그 충격에 흔들리는 땅에 결국 중심을 잃은 태현이 무릎을 꿇자 기다렸다는듯이 또다시 발을 쿵 굴렀다.
"풍룡각(風龍脚)."
"...?"
아까처럼 땅을 뒤흔드는 기술도 아니고 그렇다고 태현을 향해 날아오는 기술도 아니었기에 순간 긴장이 풀린 태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아연을 쳐다보는 순간이었따.
"크허어아아아아아악!!"
태현의 밑에서부터 연두색의 용이 땅을 뚫고 튀어나와 태현을 덮쳤다.
"지금 저를 상대하시면서 긴장을 풀고 계시다니. 정말로 죽고싶다고 말씀하시는것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데요?"
"크윽.."
계속 당하기만 하는 자신에게 무력함을 느낀 태현은 어떻게든 반격을 하고 싶었다.
어쩔수없이 태현은 에리를 꺼내들 수 밖에 없었다.
"후후후, 주인님. 제법 성대하게 얻어맞고만 계시지 않으셨나요?"
"시끄러."
에리도 나오자마자 능글맞게 태현을 놀리자 곧바로 꾸짖고는 에리에게 눈짓하고 회복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만나뵈어서 반갑습니다. 여신의 사도, 『우뢰의 제왕』 에리님."
"크큿, 제법 예의 바른 인간이지 않는가. 하지만 주인님을 그렇게 신나게 두들긴 대가는 받아내야 하겠느니라."
"그 정도는 각오한 바입니다."
에리의 말에 또다시 자세를 다잡으며 다리에 바람을 서서히 두르는 아연의 모습에 에리 또한 살짝 미소지었다.
============================ 작품 후기 ============================니르쪼 / 으음. 라일라가 스킵된 이유는. 현자타임 때문에.. 플애 / 제가 블쏘를 안해서 잘 모르겟네요. 네이밍 나름대로 생각
해서 지은건데 겹칠줄이야노스아스터 / 누... 누구를요? 카나리아?
Tigerhuco / 안돼! 으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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