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탕스-173화 (172/235)

< --과학의 도시, 사티스-- >

"성질이 급하군. 그 손도 좀 내려놓지 그래?"

경악한 표정으로 큐브에 손을 올리고 있는 태현을 여태까지와 다를바 없이 침착한 표정으로 찻잔에 남은 차를 마저 홀짝이며 진정시켰다.

"이런 사악한 방법도 쓰는군, 로아나단? 아데루를 제외하면 무투파 멍청이들밖에 없는줄 알았더니..!"

"아, 그러니까 좀 진정하라고."

"그래, 라이. 일단은 조금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까 루리를 처음봤을때와는 전혀 반대로 이번에는 오히려 크리

스탈이 냉정한 표정으로 태현을 진정시키며 세리안의 눈을 마주보았다.

"호오... 근데 넌 누구지?"

"... 더 들을것도 없이 그냥 여기서 죽이는것도 나쁘진 않겠어, 라이."

"아하하, 농담이야 농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진 마라고."

세리안이 툭 내뱉은 말에 크리스탈이 발끈하면서 말을 바꾸는 모습에 아하하 웃으면서 이번에는 크리스탈을 진정시켰다.

농담이 오가는 약간은 훈훈해진 분위기에 태현과 크리스탈의 긴장이 조금은 풀렸고 태현은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좋아. 나를 여기 불러낸 이유는 얼추 알겠어. 원하는 것이 무엇이

지?"

"별거 아니야. 로아나단을 이 사티스로부터 내쫓아줬으면 좋겠어."

"그렇다면 나에게 돌아오는 보상은?"

"사티스 영지를 주지."

"흐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가? 흐음.. 내가 줄 수 있는것은 그것밖에 없는데.."

"아, 아니. 부족한게 아니라.. 아, 아니아니. 응. 부족해. 애초에 지금 사티스 영지가 너의 것은 아니잖아? 지금의 너는 영주가 아니니깐."

태현이 무심코 본심을 내뱉으려고 하다가 세리안으로부터 더 많은것을 뜯어내기 위해 황급히 말을 바꾸고 세리안을 반쯤 협박하듯이 쏘아붙였다.

".. 확실히. 지금의 난 영주도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로아나단의 《엘리멘탈》조차도 칭하지 못하겠군. 그렇다면 뭘 원하지?"

"너."

"..... 너도 로아나단과 다를바 없이 나의 지식을 원하는것인가? 하지만 그것만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내가 로아나단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유부터가 내가 원하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니까. 너의 조건을 받아들여 너에게 종속되버린다면 로아나단에게 종속되는것과 다를바가 없지. 그야말로 본말전도."

세리안이 그 조건만큼은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듯이 고개를 절

레절레 젓고서는 더이상 내걸 조건이 없었는지 더이상 말하지 않고 찻잔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비어있음을 깨닫고 새로이 차를 따르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너의 몸이다."

"....!!"

태현이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깨달은 세리안이 당황하면서 얼굴을 붉혔다.

"................... 여색을 밝힌다는 정보도 들어오긴 했었지만.. 대담하기까지 하군."

입을 뻐끔거리면서 할말을 찾지 못하던 세리안이 길게 침묵하다가 간신히 입을 열고 애써 냉정한 듯이 말을 이어나갔다.

"이.. 이 변태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오히려 반응한 것은 크리스탈 쪽이었다.

크리스탈이 태현의 발을 잘근잘근 밟으면서 태현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외쳤지만 태현은 크리스탈에게 전혀 신경쓰지 않으며 대답하기를 원한다는듯이 세리안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세리안을 손에 얻으면 루리도 덤으로 들어올테니까.. 크흐흐...'

사실은 속으로는 세리안과 루리가 자신에게 알몸으로 달라붙어 정성스레 봉사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세리안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커져가는 흥분을 간신히 억누르면서 세리안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자 또다시 한참의 침묵의 시간을 가진 뒤에야 세리안의 대답이 들려왔다.

"내가 마음껏 연구를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조건이라면 받아들이겠어."

"상관없어. 거기에 대해서는 관심없으니깐."

"... 좋아. 받아들이지, 그 조건."

세리안이 드디어 고개를 끄덕이며 태현에게 말했고, 태현은 그 자리에서 세리안으로부터 로아나단 내부에 대한 정보를 듣기 시작했다.

"본론부터 말하지. 사실, 로아나단의 단장 실버와 《탱커》아데루는 현재 사티스에 없어."

"?? 어디로 간거지?"

"최후의 도시 오아한."

"오아한에 수작을 부리러 간건가? 그곳은 명예의 전당 바로 근처이기 때문에 감시나 경계의 정도가 살벌할텐데?"

"그걸 웃어넘길 정도의 실력자가 곁에 있으니까."

"아데루....!!"

그 핑크 머리의 악마. 과연 인간이라고 부를수 있을까 의문스러운 악의의 덩어리. 어찌하여 일개 인간의 몸으로 그토록 짙은 악의를 지닐 수 있을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무시무시한 여인, 아데루.

확실히 아데루라면 오아한의 경계수준도 가볍게 속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지금 사티스에는 샤리와 하인리히밖에 없다는 소리로군?"

"그래. 하지만 조심해. 루리에게 들은 정보로는 여기 오기전에 그들과 한번 겨뤘다고 하던데, 그때 그것이 그들의 전력이라고 생각하진 말아. 그때 하인리히와 샤리가 무슨 몬스터를 사용했는지 기억하고 있어?"

"하인리히가 엘프 두마리, 샤리가 바람 속성의 골렘, 드레이크, 그리고 플레임 오우거 이렇게 세 마리를 사용햇었지."

"고작? 전력의 반의 반도 사용하지 않았군."

세리안은 하얀 종이에 태현이 말하는 내용을 받아적으며 곰곰히 생각하던 세리안은 천천히 샤리와 하인리히의 전력을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인리히의 전력은 이정도야."

"... 와우. 정말 엘프 성애자로군."

하인리히가 지니고 있는 몬스터는 총 6마리. 그 6마리는 전부 엘프족이었다.

"엘프 나이트 2마리, 일반 엘프 두마리.. 하지만 이 둘은 하인리히와 초창기부터 함께 했기 때문에 레벨이 굉장히 높다.. 그리고 한마리는 엘프 매지션. 모든 속성을 다룰 수 있다는 소문이 있다고? 이건 무슨 사기야? 그리고 마지막 한마리는 엘프 로드인가.."

"엘프 로드의 가호 때문에 모든 엘프 족 몬스터들의 기본 능력이 향상되어있는데다가 나의 연구 실적을 강탈해간 그들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이 모든 몬스터들에게 물이나 불,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땅 속성까지 인위적으로 부여할 수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사실상 이 모든 속성들이 부여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것이 좋을거

야."

"그렇군."

고코우단, 그리고 이번 사티스때의 전투로 하인리히를 약간 얕보고 있었던 태현이었지만 전면적으로 그 인식을 수정했다.

"그리고 이것이 샤리의 전력."

"《근딜》이라는 명성답게 굉장히 강력해보이는 면면들이 가득하군."

최근에 봤던 바람 속성의 골렘, 드레이크, 그리고 플레임 오우거.

거기다가 추가된 것은 4마리. 시온 영지의 영주, 플로우가 썼던 그라운드 드래곤. 그리고 혹한 지역에서 살았다는 프로스트 불(Bull). 즉 서리 황소. 그리고 바다사자.

"... 허수아비?"

"그래. 스케어크로우. 하지만 보통 허수아비라고 생각한다면 곤란해."

"평범한 허수아비와 다를게 있나?"

"다크니스 스케어크로우. 어둠 속성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속성의 공격을 받지 않는 진암(眞闇). 오직 빛 속성의 공격만 받는 신비한 허수아비."

"과연. 하지만 걱정할 것 없어. 나에게는 빛 속성 엘리멘탈이 있으니깐."

태현이 페어리를 소환해 세리안에게 보여주자 빛 속성 엘리멘탈은 처음봤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페어리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 귀하다는 빛 속성 엘리멘탈을 가지고 잇을 줄이야.. 그렇다면 샤리는 크게 걱정이 없을수도 있겠군. 과연 팀 유베의 떠오르는 샛별이라는 건가?"

"좋아. 하인리히와 샤리의 전력을 알았으니 당장이라도 그들을 쳐부수러 가야겠군. 지금 그들은 어디있지?"

"평소대로였다면 하인리히는 이 포르투나 산에서 서쪽으로 가면 있는 투로스 숲속에 지어진 연구소에, 샤리는 사티스에서 남쪽에 있는 호수의 연구소에 상시 거주하면서 연구자들을 감시하고 있을텐데 너의 등장으로 아마 그 둘은 함께 행동하고 있을 확률이 높겠지."

"그러고보니 이번에 습격했을때도 둘이 함께 덤볐었지."

태현은 곰곰히 고민하면서 샤리와 하인리히가 있을 만한 곳을 곰곰히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서쪽에 있는 투로스 숲이라고? 우선 그쪽으로 가봐야겠군."

"무운을 비지. 멀리는 못나가. 아참, 루리의 도움을 받는걸 추천해."

"루리의?"

"그래보여도 루리는 나와 함께 사티스에서 태어나 여태까지 사티스에서 살아왔어. 그 누구보다도 사티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아이가 루리. 너의 길잡이 역할이나 퇴로 확보에 많은 도움을 줄거야."

"그렇다면 고맙게 받겠다."

태현은 세리안에게 살짝 고갯짓하고 일어나 오두막집을 나왔다.

그러자 루리가 반응해 태현을 바라보고는 팔짱을 끼고 있던 팔을 풀었다.

"이야기는 대충 들었다. 투로스 숲의 연구소로 쳐들어간다고?"

"그게 들렸나?"

"세리안님을 엿보려고 한 네놈의 목을 당장이라도 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세리안님이 그것을 받아들인 이상 내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지. 하지만 명심해라. 네가 로아나단에게 패배할 것 같은 상황이 온다면 로아나단보다 내가 먼저 너의 목을 딸테니깐."

"하하. 명심하지."

태현은 껄껄 웃으며 앞장서는 루리의 뒤를 따라 투로스 숲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얼마 가지도 않았지만 주위에 우거진 나무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점점 그 숫자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곳이 투르소 숲인가?"

"그래. 투르소 숲에서는 땅 속성 엘리멘탈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연구를 하고 있지. 그곳에 만약 샤리나 하인리히가 없다고 하더라도 수많은 로아나단 조무래기들이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을거다."

"친절하군. 조언에 유의하지."

"네가 져버린다면 세리안님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시간이 또다시

미뤄지는 것이니 도와주는 것 뿐이다."

"하하, 그래그래."

투로스 숲 속에 들어오고도 한참을 걷자 저 멀리서 새하얀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곳이 투로스 연구소다."

"좋아.. 화려하게 가볼까?"

============================ 작품 후기 ============================Endogeny / 뭔가 점점 코멘트가 길어지ㅅ.. 순애를 굉장히 원하시는 듯 하군요.

니르쪼 / ㅋㅋㅋㅋ사마의ㅋㅋㅋㅋㅋㅋㅋPhasir / 사실 아닙니다

노스아스터 / 함정이 아니므로.. 정당한 계약(?)을 맺어 합법적으로...?

벌써 목요일이네요. 내일이면 금요일이고.. 시간이 굉장히 빠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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