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탕스-174화 (173/235)

< --과학의 도시, 사티스-- >

태현은 생각했다.

어짜피 아데루와 실버가 오아한으로 떠나서 없는데다가, 샤리와 하인리히가 함께 행동하고 있다면 눈 앞의 투로스 연구소나 남쪽에 있다는 호수, 슈르펜트 호수의 연구소일 것이다.

그리고 투로스 연구소와 슈르펜트 호수와의 거리는 제법 되었기 때문에 여기서 아무리 소란을 떨어댄다고 하더라도 슈르펜트까지 소식이 닿는데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게다가 태현이 그 소식을 전달하는 매개체를 차단해버린다면 투로스 연구소가 완전히 함락될 때 까지도 슈르펜트 호수에 연락이 닿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나와라 에리!!!"

"오랜만에 나도 날뛰어볼까!! 천벌(天罰)!!"

에리는 야수와 같은 웃음을 띠면서 기운을 최대한 끌어모아 손 위에 창 형태로 구현화시켰고, 아무린 거리낌 없이 발밑에 우뚝 서있는 투로스 연구소에 투척했다.

콰아아아앙!!!

굉장한 폭음과 함께 투로스 연구소의 일면이 완전히 박살났고, 내부는 갑작스러운 적습에 당황하면서도 착실하게 진형을 꾸려나가는 모습이 제법 고된 훈련을 반복해온 듯 했다.

"하지만.."

태현의 화려한 인사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라일라!!"

"...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주인님."

샤리와의 대결에서 자신을 불러주지 않은것을 살짝은 원망하는 눈치였지만 라일라도 멍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태현의 저의를 파악하고 있었기에 그것을 직접 드러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라일라에게 있어서 로아나단이 복수의 대상이라는 것은 바뀌지 않았다.

"조금, 날뛰어도 괜찮겠지요?"

"물론이지."

"그럼..."

라일라가 양 손에 거대한 불꽃의 기운을 끌어모았다.

만약 라일라가 계속해서 여신의 사도로써 행동했다면 지위와 그 지위에 무겁게 지워져있는 책무때문에 로아나단을 사사로이 응징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여신의 사도는 여신을 대신해 세린 대륙의 균형과 조화를 유지해야할 존재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라일라는 여신의 사도이지만 그 전에 태현의 소유물인 것이다. 그렇기에 라일라는 거리낌 없이 분노를 드러낼 수 있게 된 것이고 그 분노의 대상이 바로 눈 앞에 있었던 것이다.

"쌍염룡질주(雙炎龍疾走)"

라일라의 양손으로부터 뿜어져나온 두 거대한 불꽃형상의 용이 투로스 연구소를 덮치고 내부를 휘저어 초토화시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구소 내부에 있던 로아나단도 제법 정예들을 모아놓은 것인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물의 엘리멘탈을 끌어모아 라일라의 불꽃의 용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이 간과한 것은 그 불꽃이 라일라의 불꽃. 즉 여신의 불꽃에 버금가는 여신의 사도의 불꽃인 것이다. 그 불꽃에는 신성이 깃들어있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물 속성 엘리멘탈의 방어로는 막는 것에 급급했고 그 인원중에서도 통솔자인듯 한 인물이 이리저리 외치며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그럼 에리, 라일라. 환영인사는 이정도로만 해야겠다. 수고했어."

에리와 라일라로 투로스 연구소를 완전히 박살내버리는 것도 어렵지 않았겠으나 너무 많은 흔적을 남겨버리면 추후에 투로스 연

구소를 조사하러 온다면 들킬 가능성도 있었다.

그리고 특히 아데루라면 단번에 알아챌 것이라는 밑없는 확신이 태현에게는 있었다.

"음.. 이정도인가."

"그래도 조금은 속이 후련해진 것 같아요. 고마워요, 주인님."

에리와 라일라는 생각보다 얌전하게 태현의 큐브 속으로 되돌아갔고 태현은 반쯤 붕괴되어 아수라장이 펼쳐져있는 투로스 연구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기 너! 너는 빨리 이 습격 사실을 슈르펜트 연구소에 계신 샤리님과 하인리히님께 알려라!! 아마 적의 정체는, 팀 유베의 라이 크로네!!"

"예! 알겠습니다!!"

아까부터 열심히 여기저기 지시를 내리면서 분발하는 통솔자는 로아나단 단원 한명에게 그렇게 외치며 명령하자 명령받은 단원은 곧바로 슈르펜트 연구소로 향해 달려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 단원은 몇발자국 옮기지도 못하고 태현의 기습을 받아 쓰러졌고, 그 광경을 목격한 간부급으로 보이는 로아나단 단원이 기습을 한 인물이 라이 크로네라는 것을 단박에 깨닫고선 모든 지시를 철회시켰다.

"전 단원 행동 중지!! 지금은 저 침입자를 배제하는 데 전력을 집중한다!!"

"예엣!!!"

우렁찬 외침과 함께 여기저기서 불 속성 엘리멘탈과 땅 속성 엘

리멘탈이 모습을 드러냈다.

"제법이잖아? 너. 이름이 뭐지?"

"하핫.. 《영웅》의 아들이라는 자도 제법 한가한가보군. 지금 이 상황에서 적의 이름을 물어볼 겨를이 있나보지?"

"뭐.. 이 정도 인원수라면 샤리나 하인리히도 격퇴했던 나인데 가볍지."

"으득.. 그 더러운 입으로 하인리히님과 샤리님을 모독하지 마라!!!"

로아나단에 대한 충성심이 제법 깊은지 태현의 말에 곧바로 발끈하면서 소리친 그 단원은 숨을 거칠게 내쉬면서 심호흡했다.

"내 이름이 궁금하다고? 그럼 대답해주지. 난 게리안. 샤리님의

충실한 심복이다!!"

"그래? 뭐, 솔직히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야."

"어디까지 우리를 능멸할 셈이냐!! 으득.. 데이지!! 너는 15명을 데리고 오른쪽으로 돌아서 저 자의 왼쪽을 공격해라!! 그리고 오리앙! 너는 20명을 이끌고 왼쪽으로 돌아 저자의 오른쪽을 공격해! 삼면에서 동시에 공격한다!!"

"네! 게리안님!!"

"알겠습니다!!"

게리안의 부하인 듯한 여인 둘이 각자 지정받은 인원들을 이끌고 태현을 압박하기 위해 크게 우회했다.

그것을 어느정도 견제는 하고 싶었지만 눈 앞의 게리안과 몇명인

지도 정확히 모를 제법 많은 수의 조무래기들이 눈에 불을 켜고 태현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기 때문에 태현은 일단은 포기했다.

"크리스탈. 조금은 힘들진 몰라도 저쪽, 데이지라고 했던가..? 내 왼쪽으로 오는 저쪽 부대를 좀 부탁해. 그래도 왼쪽은 상대적으로 시선이 덜가는 편이라 조금 번거로워."

"...15명이라. 충분해. 라이 너는 괜찮겠어?"

"아까 투로스 연구소를 급습할때 보지 않았어? 난, 강하다고?"

"좋아. 무운을 빌어주지."

크리스탈이 다리에 바람을 휘감고선 데이지가 이끄는 부대 쪽으로 달려나가는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게리안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실 태현은 게리안이 이성을 잃고 아무런 작전없이 공격해오기를 바라고 그런 도발을 날렸던 것인데 생각보다 게리안이 냉철하게 반응했기 때문에 살짝 놀란 상태였다.

하지만 이건 이것 나름대로 상관 없었다.

"이미 나의 공격은 시작되었다고?"

"뭣? 크윽!!!"

태현이 씨익 외치며 자신의 발 아래를 가리키자마자 게리안의 그림자로부터 섀도우 로드가 모습을 드러내 게리안의 다리를 햘퀴고 다시 그 모습을 그림자 속으로 감추었다.

"어둠 속성 몬스터, 섀도우 워커인가!! 전원! 발밑의 경계를 늦추지마라!!"

게리안이 신속하게 명령을 내려서 단원들의 경계가 강화되어 섀도우 로드는 겨우 두셋 정도의 단원에게만 상처를 입히는 것으로 더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것 또한 태현의 전략 중 하나였다.

애초에 섀도우 로드는 엘리멘탈이 드글대는 이 전장에서 정면으로 공격해 들어갈 때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변칙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렇게 두어 세명에게 피해를 입혀 섀도우 로드의 존재를 그들의 뇌리에 각인시키고, 섀도우 로드를 경계하게끔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라이트 익스플로전!!"

발 밑에서 섀도우 로드가 언제 튀어나올지 몰라 발 밑만을 쳐다보며 잔뜩 긴장해있던 로아나단의 머리 위에 페어리가 쏘아낸 빛의 구슬들이 쏟아졌다.

갑작스럽게 하늘에서 하얀 구슬이 떨어지자 로아나단 단원들은 그 구슬을 반사적으로 공격했고, 그 공격에 반응해 라이트 익스플로전이 발동했다.

콰아아앙-!!!!

"으아아아악!!!"

그리고 최초의 폭발에 연쇄적으로 반응해 페어리가 쏘아낸 모든 빛의 구슬이 폭발을 일으켰고 게리안의 부대는 급속도로 붕괴되기 시작했다.

"하하, 내가 말했지? 너희 따위는 상대도 안된다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공격을 받은데다가 페어리의 속성은 빛. 그리고 빛은 모든 엘리멘탈에 강한 속성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이 엘리멘탈만을 가지고 있는 로아나단으로써는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

"크으윽.. 샤.. 샤리님에게 보낼 수는.. 없..."

확실히 간부의 직속 부하인만큼 끈질긴 모습을 보이는 게리안이었지만 빛의 폭발에 이미 휩쓸려 온 몸이 그을린 상태였고 손가락 하나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렇기에 게리안의 그림자로부터 모습을 드러낸 섀도우 로드의 마비독에 정신을 잃었고 크게 우회해서 돌아오고 있는 오리앙의 부대를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저쪽은 잘하고 있으려나?"

데이지의 부대로 보낸 크리스탈이 걱정되어 흘긋 쳐다보니 명색이 크리스탈 또한 팀 유베의 세명밖에 없는 간부 중 한명이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일반 로아나단 단원이나 조무래기보다 살짝 지위가 높아보이는 데이지 정도는 가볍게 상대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쪽은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군."

"게리안님?! 아앗... 네이놈..!!!!"

"쯧쯧.."

만약 저 오리앙이 냉정했더라면 자신보다 실력이 월등히 위였을 게리안이 쓰러져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곧바로 몸을 돌려 슈르펜트 연구소쪽으로 최대한 뿔뿔히 흩어져 투로스 연구소가 괴멸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것을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게리안이 쓰러져있는 모습을 보고 이성을 잃은 오리앙은 곧바로 태현을 죽일듯이 덤벼들었고, 당연하겠지만 게리안보다도 실력이 뒤쳐져 게리안의 부하의 직책에 있던 오리앙 따위는 태현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아아, 게리안님. 죄송합..."

몇 분 되지도 않아 태현의 손에 전멸한 로아나단이 널부러져있는 모습을 내려다보면서 크리스탈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자 오래지 않아 크리스탈도 태현의 곁으로 돌아왔다.

"일단 잡아오기는 했는데, 얘는 어쩔까?"

"흠.."

크리스탈이 어깨에 들쳐매온 푸른빛 단발 머리의 데이지, 그리고

지금 땅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는 갈색 머리의 오리앙을 내려다보면서 태현은 고민했다.

============================ 작품 후기 ============================Endogeny / 순애라... 근데 실버랑 순애루트를 탈 건덕지가 없음니르쪼 / 투로스 연구소에 충격과 공포를 선사했음노스아스터, Tigerhuco / ㄷㄷㄷ 무서워.. 도망가야겠다.

선택지1. 사티스 와서 재미를 한번도 못봤는데, 여기서 오리앙과 데이지를 먹고 가자.2. 에이, 그럴 시간이 어딨어. 후딱 하인리히랑 샤리 쓰러뜨려서 샤리나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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