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의 도시, 사티스-- >
섀도우 로드는 우선 엘프 두마리의 극심한 경계를 한몸에 받고 있었기 때문에 섣불리 모습을 드러내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일단 태현은 냥이는 알아서 하라고 명령한 뒤 머릿속에서 섀도우 로드에 대한 관심을 꺼버렸다.
태현이 보기엔 가장 중요한 하인리히의 몬스터는 당연하게도 엘프 로드였다.
엘프 로드는 그 모습을 전장에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모든 엘프족에 강화 버프를 거는 오오라를 늘 두르고 있었다.
거기다가 하인리히의 엘프 로드는 마치 태현의 페어리처럼 각종 버프를 아군 엘프족에게 부여하고 온갖 디버프를 적군, 즉 태현의 몬스터들에게 부여하는것 또한 가능했다.
하지만 태현의 페어리와 근본적으로 다른점은, 엘프 로드는 기본적으로 속성이 없는 무속성 몬스터였고 페어리는 빛 속성 몬스터였기 때문에 엘프 로드와 페어리가 맞붙으면 페어리가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외에는 그 역할은 서로 비슷한 면이 없지 않았다.
"나를 상대로 겁내지 않는 너의 그 호기는 인정해주지!! 하지만 너는 나의 전력 앞에 무력하게 패배하게 될거다!! 크리스탈 드래곤!! 크리스탈 소드!"
태현이 그렇게 외치면서 크리스탈 드래곤이 칼 모양의 수정을 쏘아내자 하인리히는 곧바로 엘프 매지션에게 명령해 방어막을 만들어냈다.
그 몸집의 크기때문에 태현이 주력으로써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잘 꺼내들지 않았던 탓일까, 태현이 지닌 다른 몬스터보
다 현저하게 레벨이 낮은 크리스탈 드래곤이었기에 크리스탈 소드의 위력은 그렇게까지 높지 않은 상태였기에 하인리히의 엘프 매지션이 만들어낸 방어막에 허무하게 막혀버렸다.
'쩝. 크리스탈 드래곤을 좀 더 키워야하나?'
아무리 크리스탈 드래곤이 쏘아낼 수 있는 기술중에서 가장 약한 기술이었다 하더라도 고작 방어막 하나에 다 막혀버린게 마음에 안들었던 태현은 크리스탈 드래곤을 좀 더 키워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씁쓸해했다.
최근들어 너무 에리와 라일라에게 의존했다는 생각에 살짝 반성하면서 태현은 없는건 어쩔수 없다고 애써 스스로를 달래며 골렘에게 기사의 긍지 스킬을 사용해 도발을 걸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도발마저도 엘프 로드가 《진정》 스킬을 쓰는순간 모조리 풀려버렸기 때문에 태현은 결국 골렘은 방어를 굳히게 만들
어두고 파이어 와이번에게 멀리서 계속 견제를 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역시 파이어 와이번의 공격마저도 섀도우 로드를 견제하면서도 쏘아낸 엘프들의 물속성이 담긴 화살에 막혀버리자 태현은 약간 답답함을 느꼈다.
골렘에게는 실질적인 공격 능력을 기대하기는 조금 무리가 있고 파이어 와이번의 공격도 헬파이어 외에는 크게 효과를 보기 힘들것 같았다.
그렇다고 헬파이어를 쏘아내기에는 태현과 태현의 몬스터에게도 그 피해의 범위 안에 있기 때문에 무리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크리스탈 드래곤도 아까 슬쩍 쏘아내본 크리스탈 소드가 고작 엘프 매지션이 펼쳐낸 방어막에 막히는 것을 보고 절대적인 데미지가 부족하다는것을 깨달았다.
엘리멘탈에게 굉장히 약한 섀도우 로드였기 때문에 무려 엘프 두마리의 견제를 받고 있는 섀도우 로드 또한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고 이제 믿을만한건 템페스트 타이거와 태현의 엘프 뿐이었다.
'에리와 라일라가 봉인되자마자 이렇게까지 무력할 줄이야.. 다른 주력 몬스터들도 꾸준히 성장시켜야겠는데..'
태현이 뒤늦은 후회를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아까워해봤자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지금 에리와 라일라를 꺼내드는 것 또한 말도 안되는 일이다. 이 둘은 아데루를 상대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꺼내들 수 없다.
태현이 이렇게까지 생각하는 이유는 세리안이 말해준 정보가 크진 않지만 오류가 발생하는 순간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세리안이 자신을 뒤통수 칠 생각이었다면 완전히 잘못된 정보를 전해줘서 크게 엿을 먹였을 것이다.
예를 들어서 세리안이 모든 정보를 알고 있었더라면 투로스 연구소의 존재를 숨기고 세르펠트 연구소의 존재만을 알려줘 곧바로 대면시키게 만드는 것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완전히 하인리히의 몬스터 구성을 속여서 완전히 당황시키게 만드는 것을 택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태현은 직감했다. 세리안은 자신을 배신하기 위해서 그런 정보를 전해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누군가의 조작에 의해 세리안 또한 잘못된 정보를 전달받았을 것이라고.
그리고 태현이 알기에 그렇게 할 수 있는 인물은 하나 뿐이었다.
'아데루.'
그렇기 때문에 세리안의 정보는 크게 틀린 면이 없을 것이다. 아무리 아데루라 하더라도 몇년간 사티스에 살아왔던 세리안을 완전히 속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즉, 세리안이 말해준 정보중에서 샤리와 하인리히가 지닌 몬스터들의 정보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세리안이 그러한 정보를 알게 된 이후에 새로이 영입한 몬스터 정도만이 변수일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정보의 오류가 있었다. 그 정보란 것은..
'아데루와 실버가 오아한을 점령하러 갔다는 정보.'
들을때도 의심스럽긴 했지만 하인리히의 몬스터들을 보고 와넞
ㄴ히 확신을 한 태현이었기에 더더욱 에리와 라일라를 보여줄 순 없었다.
"왜 그러시죠?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자신감을 드러내신것 치고는 별달리 매섭지가 않은걸요?"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하인리히도 엘프 나이트 두마리가 골렘과 크리스탈 드래곤의 방어력에 막혀 있었고 엘프 두마리도 마음껏 공격하기에는 섀도우 로드가 굉장히 신경쓰였다.
테이머로 공격하자니 템페스트 타이거의 위압감에 테이머의 독수리나 매들이 위축되어 제대로 마음껏 공격하지 못하고 있었다.
엘프 로드는 페어리를 견제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그나마 자유로운 상태인 엘프 매지션도 파이어 와이번의 공격과 크리스탈 드래곤이 가끔씩 쏘아내는 수정의 창칼들을 막아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태현에게도, 하인리히에게도 답답함만이 가중되는 이 대치상황의 추가 기울어진 것은 먼저 하인리히 쪽이었다.
"엘프 나이트에게 물과 불의 속성을 부여!!"
하인리히의 외침과 동시에 두마리의 엘프 나이트가 각자 칼을 하나씩 더뽑고 그 양 칼에 각각 푸른색과 붉은 색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아무리 방어력이 높은 골렘과 크리스탈 드래곤이라 하더라도 양 속성이 담긴 공격을 버텨내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었다.
눈에 띄게 체력이 줄어들자 페어리가 엘프 로드를 견제하다가 결국 골렘과 크리스탈 드래곤의 보조로 역할을 돌렸고, 페어리의 끈질긴 견제로부터 벗어난 엘프 로드의 공세가 더해지자 점점 밀리는것은 태현 쪽이었다.
결국 태현 또한 숨겨둔 패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크리스탈 드래곤에게 번개 속성을 부여!!"
크리스탈 드래곤의 전신에 번개가 파직파직 일어나기 시작했고, 크리스탈 드래곤은 그 힘을 숨길 생각이 전혀 없다는 듯이 아까부터 자신을 귀찮게 하던 엘프 나이트에게 곧바로 번개의 기운이 잔뜩 응축된 크리스탈 랜스를 쏘아내자 가뜩이나 강력한 공격력을 지니고 있던 크리스탈 드래곤이었는데, 거기다가 속성 중에서는 가장 파괴적인 속성이라고 악명이 높은 번개 속성이 부여되자 엘프 나이트의 방어력으로는 더이상 크리스탈 드래곤의 공격을 받아낼 수 없게 되어버렸다.
"크워어어어어어어..!!"
"꺄아아아앗..!!"
골렘이 그 형체를 무너뜨림과 동시에 엘프 나이트 한마리가 크리스탈 드래곤이 휘두른 꼬리에 정통으로 얻어맞고 저 멀리 날아간 뒤, 온 몸에 번개가 파직파직 튀다가 결국 다시 일어서지 못하고 하인리히의 큐브 속으로 되돌아갔다.
"제 나이트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니 몬스터만 쓰러졌냐? 내 몬스터도 쓰러졌다!!"
파이어 와이번이 쏘아낸 불덩어리와 엘프 매지션의 물덩어리가 공중에서 부딪혀 폭발하고, 골렘을 쓰러뜨린 엘프 나이트가 곧바로 크리스탈 드래곤에게 달려들어 주위를 돌아다니며 몸 이곳저곳에 상처를 남기고 있었다.
다행히도 페어리가 골렘이 쓰러졌기 때문에 크리스탈 드래곤만 보호하면 되었기 때문에 크리스탈 드래곤의 체력은 빠른 속도로
회복되어져갔고, 그러면 그럴수록 엘프 나이트의 공격도 점점 빨라졌다.
"엘프 로드! 부스트 업(Boost Up)!!"
하인리히가 엘프 로드에게 명령하자 엘프 로드가 눈을 감고 엘프어로 주문을 중얼거리자 의장으로부터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하인리히의 모든 엘프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 빛이 감싸진 이후, 엘프들의 움직임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섀도우 로드의 위치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사방팔방을 노리던 엘프들도 틈을 노려 페어리에게 무속성의 화살을 쏘아내보았지만 어느샌가 나타난 섀도우 로드가 그 화살을 대신 받아내 무효화 시키는 것으로 막아냈고 섀도우 로드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다른 한 엘프가 불과 물의 화살을 쏘아내자 페어리가 섀도우 로드 앞에 빛의 방어막을 세워 그 화살들을 막아냇고, 그 틈을 타서 다
시 섀도우 로드는 몸을 숨기는 공방을 반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태현이 가장 아쉽게 여기고 있는 전장은 바로 템페스트 타이거&엘프의 조합대 엘프 테이머가 싸우고 있는 곳이었다.
지금 태현의 전력중에선 가장 높은 공격력을 자랑하는 조합이었지만 엘프 테이머가 다루는 동물과 몬스터의 숫자가 너무 많은 관계로 마음껏 활개치고 다니지 못하고 있었다.
테이머는 그 직책 특성상 본체의 공격력과 방어력은 그다지 높지 않았기 때문에 엘프와 템페스트 타이거는 계속해서 테이머를 노리는 움직임을 보여줬지만 그때마다 번번히 테이머의 동물과 몬스터들이 앞길을 막아섰다.
곧바로 테이머의 몬스터들을 물어뜯고 화살을 맞추는것으로 쓰러뜨렸지만 테이머의 기술인지 그들은 곧바로 회복해서 다시 덤벼왔기 때문에 템페스트 타이거와 엘프는 테이머 하나에 의해 발
이 묶여있는 상태였다.
거기다가 하인리히의 엘프 로드가 전장을 넓게 보면서 지원이 필요한 곳에는 회복이나 방어막을 쳐주고 공격이 필요한 곳에는 불덩어리나 물덩어리를 날려대니 태현으로써는 여간 버거운 것이 아니었다.
"너, 참 귀찮다?"
"하하, 그런 소리는 처음 듣습니다만 거기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공감이 되는군요. 저를 상대로 해서 이렇게까지 끈질기게 버티는 상대는 당신이 처음입니다."
태현이 생각없이 툭 내뱉은 말이었지만 태현과 하인리히는 서로의 움직임에 극도로 집중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결국 더이상의 대화로는 발전하지 않았고 또다시 서로의 공방이 지루하게 반복되고 있었다.
하인리히 또한 이 정체 상태를 깨뜨릴 뾰족한 수단은 없었는지 전장을 살펴보기만 하고있었고 태현도 물 속성 부여 큐브는 이 장소에서는 크게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껴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 줄다리기와 같은 팽팽한 균형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깨져버렸다.
콰아아앙!!!
"꺄아아앗..!!"
"흥. 이마에 피도 안마른 계집애 주제에 나를 이기겠다고 건방이나 떨고 있다니..!!"
샤리와 싸우고 있던 크리스탈이 패배했는지 저 멀리 날아가 벽에
쳐박혀 신음하다가 결국 기절했는지 털썩 고개를 떨궜다.
"샤리 누님. 괜찮으세요?"
"후우.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래도 팀 유베의 간부라 이건가. 몬스터가 4마리나 쓰러졌어."
샤리와 하인리히의 말을 엿들으면서 그래도 크리스탈이 선전해준것에 대해 안도와 감사의 한숨을 내쉬면서 태현은 골치가 아파지는것을 느꼈다.
지금도 팽팽한 균형의 상태인데, 샤리의 몬스터 3마리가 가세한다면 단번에 균형이 깨질것이다.
'아.. 어쩔수 없나..? 에리와 라일라를 꺼내야되나..?'
태현은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사실 세리안이 뒤통수를 친게 아니라아데루의 함정이었던 것입니다!.. 아닐수도 있구요. 헤헤제가 생각하는 아데루의 이미지는 마치, 뭐랄까실버라는 꼭두각시 마왕을 세워놓고 뒤에서 조종하는 마신같은 이미지를 떠올려주시면 편할겁니다.
떡신은,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