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신함락-- >
세이라의 최후의 발악인 듯한 스킬, 칠색의 섬광이 점점 그 빛을 잃고 기세가 약해지기 시작했다.
태현도 그 광채와 위력에 양팔을 얼굴위로 가린 후, 눈을 질끈감고 있었지만 배드 앤드 문구가 뜨지 않는것을 보아선 죽지는 않은것 같았다.
하지만 칠색의 섬광의 위력이 약해졌다고 판단해서 눈을 뜨니 그 광경은 처참했다.
페어리 퀸, 섀도우 킹, 템페스트 타이거가 큐브로 회수되었고 라일라 또한 큐브로 회수되어져 있는 상태였다.
거기다가 에리는 간신히 태현 앞에 서서 태현을 보호해주었지만 그 피해가 엄청나서 에리의 체력도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세이라는 칠색의 섬광을 쏘아낸 후 모든 힘을 칠색의 섬광에 쏟아넣었는지 털썩 무릎을 꿇고선 땅을 짚고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버... 텨내다니..."
에리와 라일라, 페어리 퀸, 섀도우 킹과 템페스트 타이거가 모두 달라붙어 태현을 위해 몸을 바친데다가 그중 넷이 큐브로 회수되어졌고, 그 여파가 남아 태현의 몸도 어느정도 피해를 입힌 상태였다.
다행히 죽지는 않을정도라서 배드 앤드 문구만을 보고 있지 않았다는 점 뿐.
세이라는 땀을 흘리면서 탈진해 반쯤 감긴 눈으로 태현을 노려보았지만 결국 그럴 힘조차도 남아있지 않았다.
"후... 내가 졌다. 인간이여..."
세이라의 패배 선언이 입에서 나오는 순간, 펼쳐져있던 유그드라실 필드가 급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세이라를 감싼 후, 큐브 속으로 세이라 여신을
가뒀다.
여신인만큼 큐브로부터 나오거나 큐브로 들어가는데 제약을 받지는 않겠지만 이미 한번 태현에게 복속된 몸인 이상 태현을 적대하거나 도망갈 수는 없을 것이다.
"후.. 아아아아~"
길고 길었던, 5번째 시도 끝에 겨우 쓰러뜨린 세이라 여신의 끈질김에 감탄하면서도 정신적으로 지친 태현이 《대삼림》에 풀썩 드러누웠다.
에리도 굉장히 피해를 많이 입은 상태여서 곧바로 세이라 여신이 큐브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자신도 큐브속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후아아아.. 크웃.. 모두 고생했어."
태현은 큐브 하나하나를 쓰다듬어주면서 자신을 위해 분전해준 몬스터들을
격려해주고 부드러운 흙 위에 대(大)자로 뻗어서 휴식을 취하고 있자 아이린과 루루가 달려왔다.
"끝... 난건가요?"
번쩍번쩍거리다가 굉음도 들렸다가 폭음도 들렸다가 온갖 소란을 떨다가 갑작스럽게 조용해지자 아이린은 루루의 도움을 받아 여신을 소환한 곳으로 달려가보니 태현이 땅 위에 드러누워있는 것을 발견하고 후다닥 달려가 태현에게 물어보았다.
역시나 세이라 여신과 전투를 벌이면서 온갖 효과음과 시각효과를 선보였기 때문에 《대삼림》 바로 옆에 있는 고코우단 영지민들이 《대삼림》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을 모르고 있을리가 없었다.
《대삼림》에 진입하려는 고코우단 영지민들을 아이린과 루루가 간신히 진정시키고 있다가 상황이 얼추 종료된 것 같자 우르르 몰려왔고 그중에는 갈색 피부가 요염함을 뿜어내고 있는 카린, 카센 모녀와 미네르의 모습도 보였다.
"여어, 다들 안녕하신가."
"오옷?! 자네는.. 그때 간악한 로아나단이 쳐들어왔을때 영주님과 함께 싸웠던 호위무사가 아닌가! 반갑다네!"
미네르나 카린, 카센보다도 먼저 낯은 익지만 이름도 모를 왠 노인이 먼저 반가운 표정으로 태현을 반겼고, 그 뒤를 따라서 고코우단 영지민들이 태현에게 너도나도 반가움을 표시하면서 인사했다.
"험험. 자자, 고코우단 영지민 여러분? 지금 라이 씨는 지치신듯한데 너무 갑작스럽게 그렇게 달라붙으시면 힘드실수도 있다구요?"
"아아, 그렇군. 미안하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하하."
칠색의 섬광을 스친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어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태현도 이미 엉망진창이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간신히 입꼬리를 끌어올려 미소를 짓
는다.
미네르의 진정에 고코우단 영지민들은 하나둘씩 다시 생업에 종사하러 돌아갔고, 남아있는건 아이린과 루루, 미네르 뿐이었다.
카린 카센 모녀는 태현이 눈짓하자 알아듣고는 조용히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그나저나, 라이 씨가 왜 여기있는거죠?!"
양손을 허리에 올리고 대답을 요구하는 미네르의 표정에 오히려 고코우단 영지민들을 상대하는게 더 나을수도 있었겠다는 느낌에 식은땀을 흘리며 헛웃음을 짓는 태현.
결국 미네르에게 끌려가다시피 집무실로 자리를 옮긴 미네르, 태현과 아이린, 루루.
"어.. 저... 미숙한 실력이지만.. 차를 한번 타보았습니다. 모쪼록, 드셔보세
요.."
루루가 집무실에 흐르는 묘한 기류에 주눅들면서 자신없는 듯한 눈초리로 쭈뼛쭈뼛 미네르와 태현, 아이린에게 찻잔을 내려놓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아까의 대답을 요구하는 듯한 미네르의 눈초리에 결국 태현은 항복하고선 미네르에게 자신이 고코우단에 온 이유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결국, 세린 대륙을 점령하기 위해 세이라 여신님이 필요했다 이건가요?"
"뭐.. 그런셈이지. 그리고 세이라 교단을 좀 더 부흥시키고자 한 마음도 있었어. 아이린과 루루 둘이서 쓸쓸하게 교단을 지키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었단 말이야."
고작 그런 이유로 자신을 이용했냐고 쏘아붙이려던 아이린은 태현의 말에 입을 닫았다.
아이린은 자초지종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은 결국 반쯤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지금 태현의 말로써 세이라 교단을 부흥시키려는 의도도 없진 않았다는 것 또한 깨달았기 때문에 지금은 그것으로 별달리 왈가왈부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일이었다면 진작 말하지 그랬어요! 저도 최대한 도와드렸을텐데!"
"어... 나도 굉장히 힘들었단말이야.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그런데 타인을 말려들게 할 순 없지."
'거기다가 내 몸 보전하기도 어려웠는데 다른 사람까지 돌보라고? 그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야.'
자신의 몸도 온전히 챙기지 못해서 4번이나 사망에 이르렀던 고되고 힘든 여정이었고 그것을 어느정도 알고있었기 때문에 여신과의 결투가 시작되자마자 아이린을 쫓아내듯이 고코우단으로 돌려보냈던 것이다.
물론 한 영지의 영주인 미네르가 가세한다면 조금이나마 더 빨리 세이라 여신의 체력을 깎아낼수도 있었겠지만 그만큼 미네르의 안위에도 신경을 써야했을테니 태현의 스트레스는 두배가 되었을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태현은 굳이 다른 사람의 조력을 구하지 않고 홀홀단신으로 세이라 여신과 맞붙었던 것.
태현은 사실을 담아서 말했지만 이미 태현에게 콩깍지가 제대로 씌워진 상태인 미네르에게는 태현의 말이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을 할 수 없었다는 것으로 해석해버렸다.
"아앗..!! 라이씨가 저를 그렇게까지 생각해주고 계셨을줄은..!! 저, 감격이에요..!!"
눈물까지 글썽거리면서 마치 숭배의 대상을 보듯이 쳐다보니 약간 부담스러웠던 태현은 손사래를 치면서 미네르를 떨어뜨려놨고, 어느정도 적개심이 사라진 아이린도 그런 태현을 보고선 살포시 미소지었다.
"어쨌든 지금은 피곤하니까 쉬게해줘. 더 궁금한거 있어?"
"앞으로의 일정은 어떻게 되시나요?"
"음... 일단 휴식을 취한 뒤 세이라 여신과 어느정도 대화를 조금 나눠봐야지. 지금 당장은 나에게 속박되어있는 몸이라지만 완전히 협력하는 상태는 아니니까."
"음... 그렇군요... 그, 그럼... 그 뒤에는..?"
미네르의 간절한 눈빛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낸 태현은 씨익 미소지으면서 걱정하지 말라는듯이 미네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알았어, 알았어. 미네르 너에게도 시간을 내줄테니까 기다리고 있으라구."
"아앗, 고, 고마워요, 라이 씨.."
끝까지 달라붙는 미네르를 억지로 떼어내고 정말로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였
던 태현은 침대에 몸을 던지자마자 곧바로 잠에 빠졌다.4번의 죽음을 경험했고, 같은 전투를 5번 반복했고, 그리고 그 시간이 짧지도 않았던 태현이었기 때문에 완전히 녹초가 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정도 휴식을 취한 뒤 눈을 뜬 태현은 곧바로 상점으로 찾아갔다.
곧바로 VIP룸으로 들어간 태현은 자신을 반겨주는 안내양의 인사를 가볍게 받아들이고선 무엇을 원하냐는 말에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말했다.
"여신의 힘으로도 부서지지 않을 단단한 공간."
"그런것이라면 저희가 또 준비해뒀습니다. 자 이쪽입니다."
제법 거금을 요구했지만 태현은 이미 돈에 대해서는 초월한 상태였기 때문에 가볍게 지불하고선 아무것도 없이 휑한 공간을 좌우로 둘러보면서 미소지었다.
"이정도면 되겠군."
이제 세이라와 몸의 대화를 나눌 차례다.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았지만 혹여라도 도주의 우려도 있었기 때문에 여신의 힘으로도 부술수 없는 공간을 요구했던 것이고.
"자, 세이라를 길들여볼까?"
============================ 작품 후기 ============================짧습니다.
떡신 시작하면 길어질거같아서 그냥 여기서 끊습니다.
여신은 같은 여신인 로자리엘의 법률에 구속되지 않기 때문에 패자복종의 규칙은 세이라에게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태현에게 붙잡힌 상태이긴 하지만 굉장히 반항적이고 그 상태로는 전투에 써먹을 수 없기 때문에.
크흠.
더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10연 떡신은 무리무리. 아무리 야설이라지만 그렇게 떢신만 쓰면 제 정신이 힘들어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