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신함락 (2)-- >
카나리아의 완전 복종선언도 받아냈고, 클레어는 이미 이전부터 자신의 노예였으므로 이로써 치레느를 깨울 모든 준비를 갖췄다.
원래 9마리였던 태현의 몬스터는 이번에 세이라와 카나리아, 그리고 치레느 여신의 영수인 일각수마저도 포획해서 총 12마리로 늘어났고 저번에 세이라와 전투를 하면서 비록 에리를 제외하고는 전부 쓰러졌지만 어느정도 경험치를 전원이 획득해 레벨도 제법 올라있는 상태였다.
'여신도 있는데다가 여신의 사도 세명 모두 내 손안에 있으니까.. 치레느 정도는 그나마 조금 쉽게 잡겠지..?'
처음 하나가 어려운 것이지 그 뒤로는 무난할 것이라고 생각됐기 때문에 태현은 곧바로 클레어에게 찾아가 치레느를 깨워줄것을 부탁했다.
치레느.
『천공』의 여신.
『자연』이 가장 방어적인 속성이고, 『대해(大海)』가 가장 공격적인 속성이라면 『천공』은 가장 중도적인 속성이다.
예를 들어, 『자연』의 공격력이 6이고 방어력이 10이라고 가정한다면 『대해』는 공격력이 10이고 방어력이 6, 그리고 『천공』은 공격력이 8 방어력이 8인 셈이다.
적어도 세이라의 공격보다는 공격들이 전체적으로 더 파괴적이고 공격적인 반면에 세이라보다는 약간 방어력이 낮다는 점.
『자연』이 땅과 바람속성의 기술을 주로 쓴다면 『천공』은 번개와 빛 속성의 기술을 주로 사용한다.
그렇기에 『자연』의 경우 무속성을 포함한 모든 속성에 대해 반감이고 어둠속성을 무효화시킬정도로 방어력이 높았지만 『천공』은 그런 속성 반감이
없었다.
오히려 빛 속성이 섞여있는만큼 무속성의 공격에는 더욱 취약한 면도 없잖아 있었다. 물론 그것 덕분에 어둠 속성에 무효인 것은 치레느 입장에서는 다행이겠지만.
태현은 클레어가 중얼거리면서 의식을 시작하자 자신의 몬스터들을 다시한번 점검했다.
'라일라 179, 에리 180. 카나리아 174. 세이라 185. 페어리 퀸 160. 우선 이 다섯이 나의 주력 딜러들.'
거기다가 이번에도 섀도우 킹은 어둠 속성 무효이기 때문에 눈을 현혹시키거나 패럴라이즈 팽 같은걸로 디버프를 거는 용도 정도로밖에 다루지 못하는것이 아쉬웠다.'크리스탈 드래곤은 120, 파이어 와이번은 130. 레벨이 낮다보니 경험치를 적게 받아도 레벨이 제법 많이 올랐군. 템페스트 타이거가 144, 엘프가 145...
그리고 일각수가 120인가.
'템페스트 타이거는 태현에게 포획된 이후 제법 오랫동안 전투에 참여했기 때문에 레벨이 제법 높았지만 일각수는 방금 막 잡혔기 때문에 레벨이 매우 낮은 상태였다.'
그리고 골렘이 150이 되면서 강화 골렘에서 미스릴 골렘으로 진화했고.. 이젠 확실히 방패역할은 해줄수 있을것 같군.'태현이 자신의 전력을 어느정도 재확인 하고 마음의 준비를 굳히는 순간 클레어의 의식도 끝난 듯이 중얼거리던 입을 닫고 팔을 좌우로 크게 벌렸다.
물이 소용돌이 치는듯한 구슬로부터 빛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하더니 점점 사람의 형상을 띠기 시작했다.
태현은 세이라와 전투를 하면서 한번 여신전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방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고, 일단 세이라는 숨겨두기로 마음먹고 세이라를 제외한 나머지 몬스터들을 전부 꺼내둔 상태로 방비를 단단히 굳히고 있었다.
빛이 걷히고 모습을 드러낸것은 새하얀 머리에 등 뒤에 뻗은 두쌍의 날개. 클레어의 수녀복을 새하얗게 물들이면 저렇게 될까라고 생각이 들 정도의 정갈하고 깨끗한, 태양과 구름의 모양을 형상화한 듯한 무늬가 그려진 옷을 입은 치레느.
그리고 태현의 눈길을 뺏은것은 약간 펑퍼짐듯한 옷으로도 가리지 못하고 존재감을 뿜어내는 커다란 가슴이었다.
치레느가 눈을 뜨자 그 속에서 은빛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고 세이라때와 비슷하게 그 몸에서 흘러넘치는 신성은 세이라보다도 더 짙게 느껴졌기 때문에 세이라와 전투를 하면서 한번 겪어보지 않았더라면 아마 곧바로 전의를 상실했을 수도 있겠다라고 태현은 생각했다.
"본녀를 깨운게 그대인가."
세이라때와는 사뭇 다르게 태현을 빤히 바라보면서 앵두빛 입술을 열고 태현에게 물어보는 체리느.
태현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체리느는 곤란하다는 듯이 팔짱을 끼고 태현의 반응을 기다렸다.
하지만 치레느는 자신의 주위를 포위하고 있는 듯한 자신의 여신의 사도였던 카나리아와 자신의 자매와도 같은 루시에와 세이라의 사도인 에리와 라일라를 보자 자신을 깨운 이 남자가 순수한 호의로써만 깨운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적의를 내비치기 시작했다.
거기다가 어렴풋이 태현으로부터 느껴지는 세이라의 기운. 그것은 치레느의 적의를 일깨우기 충분했다.
치레느가 갑자기 싸늘한 눈빛으로 팔짱을 풀고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르켰다가 내려찍듯이 태현쪽으로 내리자 하늘로부터 빛이 태현을 향해 쏟아졌다.
"섬광(閃光)."
빛이 쏟아져내렸지만 이미 페어리 퀸의 방어막에 의해 보호받고 있었던 태현
이었기 때문에 빛은 간단히 방어막에 막혀 흩어졌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치레느의 심기를 건드린것 같았다.
"제법 하는구나. ... 아니, 본녀의 사도인 카나리아를 복속시키고 본녀를 깨울 정도라면 평범한 인간으로만 대해서는 실례겠지. 보아하니 세이라도 쓰러뜨린 것 같은데. 하지만 각오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본녀를 쓰러뜨리는 것은 쉽지만은 않을테니깐."
'어이쿠. 눈치챈건가.'
치레느의 말로부터 자신이 세이라를 손에 넣었다는 사실을 치레느가 눈치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숨길 필요가 전혀 없었던 태현은 곧바로 세이라마저도 소환해내 치레느에게 대적하게 만들었다.
"어머나, 세이라. 감히 본녀에게 대적하려는거니?"
"후후, 언니는 모를거에요. 제가 이러기만을 얼마나 고대해왔는지..!!"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나보구나, 세이라."
"태어날때부터 언니가 마음에 안들었거든요? 그 말투부터 시작해서 말이죠!"
세이라의 도발에 치레느의 예쁜 이마에서 혈관이 돋은듯한 느낌과 동시에 치레느의 주위가 번개와 무형의 기운으로 감싸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세이라도 바람과 땅의 기운을 끌어올려 치레느에게 대응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 둘렀다.
"이게 언니에게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지..!! 어디 건방지게 동생이!"
"그래요! 난 그 언니의 권위적이고 찍어누르는 듯한 성격이 싫었다고요!!"
"그래..? 그럼 오늘 어디한번 못되먹은 동생의 버르장머리를 뜯어고쳐주겠
어."
"어디 한번 해봐요!"
격렬한 언쟁이 오고 간 뒤 곧바로 세이라와 치레느는 서로 끌어모은 기운을 쏘아내었다.
"집광포(集光砲)!!"
"레이지 오브 네이쳐(Rage Of Nature)!"
태현에게 썼을땐 나무뿌리들이 태현의 발을 묶었지만 치레느는 하늘에 떠있었기 때문에 발을 묶지는 못했다.
하지만 치레느가 쏜 집광포와 세이라가 쏜 레이지 오브 네이쳐는 서로 호각이었는지 맞부딪히자마자 폭발해 사라졌다.
"세이라님, 돕겠습니다!"
에리와 라일라, 카나리아도 넋 놓고 있을수만은 없었기 때문에 각자 번개와 불, 물의 기운을 둘러 쏘아내었다.
"천뢰(千雷)!"
"볼카닉 스톰(Volcanic Storm)!"
"수폭(水爆)!!"
치레느를 둘러싸듯이 사방에서 세이라와 호흡을 맞춰서 각자의 기술을 쏘아낸 세명의 사도.
하지만 치레느는 강력한 기운이 담긴 기술들을 보고도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그리고 네명의 기술들이 치레느에게 막 닿을 무렵
"대공(大空)의 조화(調和)."
치레느가 중얼거리는 순간 네명의 기술들이 약간씩 휘어져 치레느를 스치듯이 지나가버렸다.
아니, 오히려 에리의 기술은 카나리아에게, 카나리아의 기술은 라일라에게, 라일라의 기술은 세이라에게, 세이라의 기술은 에리에게 방향을 돌려버렸다.
"!!!"
전혀 예상하지 못하게 꺾여져 날아오는 기술들에 당황한 세 사도는 황급하게 몸을 피했지만 세이라만은 그 자리에 서서 라일라의 기술을 받아내었다.
"후후.. 세이라. 꼴에 자존심이라고 언니의 기술을 일부러 받아내는 거야?"
"흥, 이정도는 스친 정도도 안되거든!"
말로는 그렇게 기세등등하게 외쳤지만 태현이 흘긋 쳐다보자 세이라의 체력
이 제법 많이 깎여있었다.
곧바로 페어리 퀸이 회복시켜주기는 했지만 그놈의 자존심이 뭔지 싶을 정도로 태현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라일라도 자신의 기술에 세이라가 맞자 적잖게 당황했지만 멀쩡한 모습으로 계속해서 치레느를 도발하자 조금은 안심한 듯 했다.
"어리석은 피조물들아. 본녀를 떠받들어, 대공을 지극히 위하도록 하여라(至爲天)."
"...?"
"피해!! 이건 언니의 지위천(至爲天)이라고!!"
갑작스럽게 뜬구름 잡는 소리를 외치자 움직임을 멈추고 치레느를 바라보던 세 사도였지만 세이라가 다급하게 외치면서 자신도 방어를 굳히자 황급하게 몸을 피했다.
세이라는 방어를 굳혀 받아냈지만 사도들이 피한 자리에는 무형의 기운이 빠르게 지나갔다. 지나간 자리에는 공간이 일그러진 듯한 흔적만이 남아있었다.
만약 그 기운에 형체를 부여한다면 창이 가장 알맞은 형태였을 것이다. 스쳐 지나간 것만으로도 그 무시무시한 위력을 실감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마치 치레느는 노래하듯이 주문같은것을 계속 읊고 있었던 것이다.
"본녀는 하늘이니라. 그리고 천심은 곧 인심이니라(天心卽人心). 본녀의 마음을 헤아려 그 자리에 무릎꿇도록 하여라."
갑자기 태현의 시야가 어두워지더니 몸이 굉장히 무거워졌다.
순간적으로 태현은 게임오버를 당했나 싶어서 당황했지만 별다른 시스템 문구가 뜨지 않는데다가 무언가 계속 긁히는 듯한 소리가 들렸기 때문에 일순간
시야를 잃은 것 뿐이었다는 것에 안심했다.
하지만 세이라의 중력장 속에 갇힌 것처럼 몸이 무거워서 제대로 몸을 겨눌수가 없었고 시야가 차단되었기 때문에 별다른 명령을 내릴수도 없었다.
"크.. 윽... 다, 다들 각자 알아서 싸워..!! 골렘과 페어리 퀸, 그리고 섀도우 킹은 계속해서 날 지켜줘!"
결국 태현이 선택한 것은 각자 판단에 맡기는 것.
지능이 부족한 골렘은 자신의 방패역할을 계속 수행하도록 하고, 혹시나 빛 속성 외의 공격이 쏟아진다면 섀도우 킹으로, 빛 속성의 공격이 쏟아진다면 페어리 퀸으로 막아내기 위해 그 둘 또한 남겨두었다.
태현의 명령을 제대로 알아들었는지는 몰라도 계속해서 기술이 쏘아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치레느의 낭랑한 목소리만이 태현의 귓가를 파고들고 있었다.
"그러므로 본녀를, 하늘을 떠받들라(侍天主)."
"아앗, 카나리아?! 왜그래?!"
"모,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청각에만 의존하는 태현으로써는 어렴풋이 카나리아가 조종당하고 있다는 것만을 인식할 뿐이었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주변에도 소란이 일어났고 다급한 페어리 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각수와 크리스탈 드래곤도 저희들을 공격하고 있어요! 진정시켜야해요!"
"크윽.. 눈이 안보이니까 답답하네.. 일단 일각수랑 크리스탈 드래곤을 회수..!!"
예상컨데, 자신의 피조물과 자신이 적이라고 판단한 적성물체중 랜덤으로 조종을 하는 기술인 것 같았다.
땅에 엎드려 계속해서 무언가에 짓눌리는 느낌을 받으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채 답답한 어둠 속에서의 전투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 작품 후기 ============================주종덮밥이라.. 흐음... 고민을 조금 해봐야겠군요.
실버를 먹을 틈이 있을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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