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탕스-209화 (208/235)

< --여신함락 (2)-- >

"주인님이 시력을 잠시 상실한 것 같으니까 제가 일단은 전투지휘에 전념하겠습니다!"

"뭐.. 너라면 믿어볼만 하지."

"저런 쪼그마한 애한테... 쳇..."

태현은 몸이 짓눌려지고 있는게 자신을 포함해 자신의 몬스터들 전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달랐다.

태현만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고, 태현의 시야만 박탈당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태현과 함께 해온 시간이 가장 오래된 페어리 퀸이었기 때문에 태현의 상태를 가장 빨리 파악할 수 있었고 곧바로 시야를 잃은 태현을 대신해 자신이 전투

를 지휘하겠다고 외쳤던 것이다.

페어리 퀸의 외침에 태현에게 무언가 이상이 있음을 전원이 인지하고 에리가 그 대표로써 동의의 뜻을 전했지만 세이라만은 약간 불만인듯 툴툴거렸다.

하지만 짬에서 밀릴수밖에 없는 세이라는 툴툴거리면서도 페어리 퀸에게 고개를 끄덕여 긍정을 표시하자 페어리 퀸도 환히 미소짓고는 천천히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저희는 치레느 여신님의 기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세이라 님이 최대한 빠르게 치레느 여신님의 기술에 대해서 알려주셔야해요!"

"언니는 그것까지 신경쓰면서 싸우기는 조금 버거운 상대지만.. 어쩔수없지."

페어리 퀸과 세이라, 그리고 그 외에 태현의 몬스터들이 약간은 화기애애한 듯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치레느는 어이가 없었는지 다시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흥망성쇠(興亡盛衰)는 모두 천주의 조화의 자취니라."

"전방위 공격이야. 제대로 맞으면 뼈도 못추스릴걸? 방어에 자신 있으면 막고, 아니면 최대한 피해!"

세이라가 다급하게 외치면서 자신의 주위에 녹색 방어막을 펼치자 사도들은 각자 몸을 피할 준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몸이 느린 미스릴 골렘은 그 공격을 그대로 받아냈고, 온 몸에 금이 간 상태로나마 어떻게든 버텨내는데 성공했다.

일각수와 크리스탈 드래곤. 그리고 카나리아가 치레느의 시천주(侍天主)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회수된 상태고, 자신들을 전체적으로 지휘해줄수 있는 태현도 인심즉천심(人心卽天心)이 당한 상태라 사실상 무력한 상태였다.

이런 때일수록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 페어리 퀸은 미스릴 골렘의 체력을 회복시켜주었지만 방어력 하락 디버프는 영구적인 것이었는지 손상된 외형은 복구되지 않았다.

"왜그러니, 세이라? 계속 그렇게 방어만 해서는 본녀를 이길수 없단다?"

"흥. 지금은 탐색전일 뿐이야.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아이들을 믿으니까."

"후후. 세이라 너는 지금 우리가 창조한 피조물들의 힘이 우리에게 통한다고 생각하는거니?"

"응. 내가 거기에 당했으니까."

"그러니까 네가 약하다고 하는거란다. 세이라."

치레느의 멋진 도발에 그대로 낚여버린 세이라는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분노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래, 이런 약한 나에게 어디 한번 당해보라고..!! 허리케인(Hurricane)!!"

"조금은 진심이 되었나보구나 세이라.. 이제야 조금은 본녀도 즐길 수 있겠구나. 상극(相剋)."

세이라로부터 뿜어져나온 거대한 회오리를 무심한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자신의 양손으로부터 반투명한 막을 소환해 허리케인을 손쉽게 막아버린 치레느.

하지만 양 손을 방어를 위해 봉인된 틈을 타 에리와 라일라가 방어막이 닿지 않는 부분에 공격을 퍼부었다.

방어력이 치레느보다 월등히 높고, 온갖 반감 상성을 가지고 있던 세이라조차도 에리와 라일라, 그리고 태현의 몬스터들에게 패배했다. 그렇기에 세이라보다 반감 속성도 거의 없는데다가 방어력도 낮은 치레느에게는 에리와 라일라의 공격은 굉장히 데미지가 크게 들어갔다.

"어때, 언니? 피조물이라고 깔보다간 그렇게 되는거라고."

".. 후. 그래. 내가 너무 얕보고 있었나보구나."

에리와 라일라의 공격의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는듯 옷이 약간 그을려 있었고, 온몸에서 번개가 아직도 파직거리고 있었다.

"그럼 본녀도 진심이 되어줘야겠구나.."

치레느가 중얼거리자 치레느의 등뒤에서부터 비어있는 원이 떠올랐다.

그 원 중앙에 선이 그어지더니, 조금씩 일그러져서 물결이 치는듯한 문양으로 바뀌어져가 등 뒤에 떠올라있던 원을 두개의 공간으로 분리시켰다.

"조심해. 이게 언니의 진심이 담긴 공격이야. 이건 내가 어떻게 조언해줄수가 없어. 각자 알아서 판단해서 피할 수 밖에."

"어떤 공격인데요?"

"진(陣)이라는 이름인데.. 솔직히 나도 그 종료를 전부 다 못봤기 때문에 뭐라고 말해줄 수가 없어. 미안해. 그리고 천변만화(千變萬化)의 기술이기 때문에 뭐가 나올지도 모르겠고."

"일원(一原)이 둘로 나뉘어 양의(兩儀)를 낳는다."

세이라의 주의에 세이라를 포함한 모든 인원들이 치레느의 행동에 긴장하기 시작했다.

엘프가 시험삼아 화살을 몇발 쏘아내보았지만 치레느에게는 닿지 못하고 중간에 알수없는 힘에 가로막혀서 힘을 잃고 떨어졌기 때문에 공격이 먹히지 않음을 깨닫고선 치레느의 행동에 조심할 수 밖에 없었다.

곧이어 두 공간으로 나뉘어진 원 내부에서, 또다시 그 반원을 둘러 나누는 선이 그어졌다.

완전히 4등분 된 원이 치레느의 등 뒤에서 빙글빙글 회전하기 시작했다.

"양의에서는 다시 사상(四象)이 나오느니."

회전하던 원은 또다시 각자 반으로 나뉘어 8개의 조각으로 갈라졌다.

"사상은 다시 팔괘(八卦)를 낳는다."

"시작된다... 다들 조심해."

여덟개의 조각으로 나뉘어진 원이 치레느의 주위를 지키듯이 떠돌더니, 그 중 한 조각이 번쩍 빛을 발하더니 치레느를 포함한 그 곳에 있던 모든 인원들을 전혀 낯선 공간으로 끌고갔다.

"여기는...?"

페어리 퀸이 너무나도 눈부신 빛에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떠보니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설원의 한 가운데였다.

빗발치듯 불어오는 눈보라에 시야도 원활하지 않은데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세이라도, 에리도, 라일라도 보이지 않았다.

"아, 앗..!! 주, 주인님이 위험해..!!"

태현은 현재 시야도 잃고, 신체의 자유도 잃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 설원지대에 함께 끌려왔다면 무력하게 추위에 떨다가 무엇에 죽는지도 모르고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큰일이기 때문에 페어리 퀸은 작은 날개를 파닥거리면서 태현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한편, 세이라의 경우에는,

"폭설진(暴雪陳)인가?"

『자연』속성인만큼 얼음 속성에도 반감인데다가 이정도 추위정도에 벌벌 떨 여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설원지대를 탐색해 나서기 시작했다.

"그래 보여도 일단은 지금의 내 주인이니까.. 이런데서 죽어버리면 곤란해."

자신을 쓰러뜨린 남자. 그리고 여자로써의 자신을 완전히 개화시켜버린 남자.

자신을 이렇게 만들어버린데는 그 남자의 책임도 있었기 때문에 죽을 때 까지 그 책임을 져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세이라는 우선적으로 태현을 찾아 보호하기 위해서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였다.

사박.

".... 역시 나부터 쓰러뜨리러 올거라고 생각했어요."

"본녀는 너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세이라. 즉 너를 높게 쳐주고 있는거라고? 기뻐해도 좋아."

"아니, 별로 기쁘진 않은데요."

여유가 넘치는 치레느의 말과, 퉁명한 세이라의 말.

그 자매에게는 긴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짧은 문답을 주고 받은 직후 곧바로 세이라는 근처에 휘몰아치고있는 눈들을 바람의 힘으로 붙잡고 눈과 함께 치레느에게 쏘아냈지만 당연하다는듯이 가볍게 받아넘겨버린 치레느를 보고 가볍게 혀를 찼다.

"그놈의 대공의 조화. 굉장히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라라. 어머님께서 부여해준 속성의 특징인데.. 지금 어머니를 부정하는거니?"

늘 생글생글 미소를 지우지 않고 있던 치레느가 약간 굳은 표정으로 웃고 있던 눈을 살짝 열고 싸늘한 눈빛으로 세이라를 쳐다본다.

"아니요, 어머니를 욕하진 않아요. 다만 언니가 굉장히 졸렬하다고 생각해요."

치레느의 싸늘한 눈빛에도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마주보면서 당당하게 치레느를 비꼬는 세이라.

"언니에게 그게 무슨 막되먹은 말투니? 안되겠구나, 오늘 본녀가 막내의 시건

방진 정신머리를 아주 뼛속까지 고쳐주도록 해야겠어."

"어디 한번 해보라구요!"

치레느가 손을 뻗자 하늘로부터 빛줄기가 쏟아져내려 세이라를 덮쳤지만 세이라는 발을 굴러 땅 위에 쌓여있던 눈들을 흩뿌려 그 뒤로 숨었다.

그러고는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이때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치레느 님!!"

"뭐, 뭣...?!!"

그 흩날리던 눈이 약간 가라앉은 순간 그 사이에서 에리가 튀어나와 번개를 잔뜩 두른 주먹을 치레느에게 그대로 휘둘렀고, 갑작스런 공격에 당황한 치레느는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고 에리의 공격을 그대로 얻어맞았다.

한방으로 체력이 주욱 빠져나간 치레느의 체력바를 보고 만족스런 미소를 지

은 에리와 세이라.

"우, 후후.. 한방 먹었네. 하지만 잊은건 아니겠지, 세이라? 나의 팔괘진(八卦陳)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라는걸."

치레느에게 한방 먹이는 것이 이 폭설진을 깨뜨리는 조건이었는지 천천히 거세게 불어오던 눈보라가 멎고 주변 환경이 처음에 치레느와 대면했던 곳으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변화하는 환경들에 아직도 적응하지 못한 태현의 일부 몬스터들은 당황을 금치 못하고 있었고, 그것은 라일라나 페어리 퀸이라고 하더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것은 팔괘진(八卦陳). 너희들은 총 8개의 진을 깨뜨려야만 나에게 제대로 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것이다. 자, 맛보거라! 두번째 진의 힘을..!!"

첫번째 진이 펼쳐졌을 때와 비슷하게 또다시 주변 환경이 빛으로 감싸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거의 잊혀진것이나 다를바 없는 우리의 주인공 태현비명횡사나 하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

이지만 사실 태현 본인은 지금 상황을 약간 뭐라해야하지? 영화를 보는듯한 상태로 지켜보고는 있습니다.

별다른 명령이나 그런건 내리지 못하지만요.

체리느의 팔괘진은 총 8개의 진. 하지만 그 구성은 사용할때마다 랜덤입니다.

이 8개의 진을 하나씩 깨뜨릴때마다 치레느의 HP의 일정량이 깎여나가고 8개의 진을 모두 깨뜨리면 치레느의 체력이 75%가 깎여나갑니다.

사실상 치레느는 팔괘진만 깨뜨리면 끝났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다음화로 치레느도 적당히 마무리를.

이제 여신편은 거의 끝나가네요. 루시에는 전투씬을 스킵할 예정입니다.

여신 하나만 있어도 굉장히 편해지는 여신전인데 둘이나 있으니 루시에가 버틸 재간이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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