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후의 도시, 오아한-- >
"나는 휴가를 만끽하겠어!"
라고 외치며 드러누워버린 제나를 어쩔수없이 뒤로하고는 앨리스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위니아와 캐서린은 늘 함께 다닌다고 해요. 캐서린이 위니아의 메이드장 겸 비서라는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서 말이죠."
"각개격파를 하는건 어려운가."
태현은 앨리스의 말에 캐서린을 우선 덮쳐서 함락시킨 후 캐서린을 이용해 위니아를 쓰러뜨린다는 전략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한동안 앨리스와 이것저것 이야기했지만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아 결국 태현은 앨리스와 제나를 뒤로 하고 아지트를 빠져나왔다.
태현이 향한 곳은 드뮈레 상점 오아한 지부였다.
"어서오세요! 무엇을 드릴까요?"
"레드베리 쿠키."
"레드베리 쿠키는 상점 안쪽에 구비되어있습니다! 따라오세요!"
애리조나에서 봤던 노아 드뮈레와 비슷한 연령대의 꼬마가 태현이 상점을 들어오자마자 반갑게 맞이했고, 레드베리 쿠키를 찾는 태현에게 능청스럽게 태현을 안쪽으로 안내했다.
"처음뵙겠습니다 태현님. 저는 오아한 지부를 담당하고 있는 레크로스 드뮈레라고 합니다. 가볍게 레키라고 부르셔도 상관없습니다."
"너도 노아랑 비슷하게 선천적인 병으로 성장이 멈춘거야? 아니면 정말로 어린거야?"
"노아 형님 말씀이십니까? 아아, 네. 저는 정말로 어립니다. 올해로 16살이 되었습니다만."
태현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는지 태현이 이름을 밝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태현의 본명으로 반갑게 인사해오는 레키.
"이곳에 오신 이유는 오아한을 함락할 때 기사단장의 이목을 속일 방법을 얻고자 함이겠지요?"
"역시, 드뮈레 가문의 일원들은 눈치가 빨라서 좋다니깐. 내가 이곳에 온 이유를 알고있으니까 그에 대한 해답도 나와있겠지?"
"기사단장의 이목을 속이는건 매우 어렵습니다만, 그 정보를 전달하는 시간을 늦출수는 있습니다."
태현이 원하던 최선의 전략은 아니었지만, 기사단장에게 정보가 전달되는 시간을 늦출수 있는것만으로도 차선이라고 말할 수 있었기에 태현은 레키에게
그 전략에 대해서 물었다.
"오아한의 영주인 위니아와 캐서린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알고 계시리라 믿고 이야기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레키가 태현의 눈치를 흘긋보면서 말하자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혹여라도 태현이 위니아와 캐서린에 대해서 모른다면 위니아와 캐서린에 대한 설명부터 선행되어야 했기 때문에 태현의 눈치를 살핀 것이고, 태현이 고개를 끄덕여 그정도는 알고있다고 전달하자 레키는 다시 입을 열고 자신의 전략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희들이 자체적으로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캐서린의 휘하 메이드 중에서 로레아라는 이름의 견습 메이드가 있습니다. 위니아와 캐서린 둘 다 이 메이드를 그저 평범한 견습 메이드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사실은 다릅니다."
"혹시, 그 메이드가 기사단장들에게 정기적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심부름꾼인가?"
"정확합니다. 저희도 운좋게 알아낸 정보라서요. 태현님에게만 알려드리는 겁니다. 그러니까 결국은 그 로레아라는 아이의 이목만 속일수 있다면 기사단장들의 눈과 귀 또한 속일 수 있을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방법 또한 생각해두었겠지?"
"물론이지요."
레키가 씨익 웃으면서 태현에게 자신이 미리 밑작업을 해둔 결과물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희는 이러한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로레아와 깊은 친분을 유지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즉, 제가 길지는 않겠지만 한동안 로레아를 초대해 담소를 나누고 있을테니 그 사이에 태현님께서는 위니아와 캐서린을 쓰러뜨리는 겁니다."
"흠.. 굉장히 빡빡한 계획이로군. 로레아를 어느정도 붙잡아놓을 수 있지?"
"그건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지만.. 30분에서 40분정도는 잡아둘 수 있을것입니다."
"30분은 짧은데.."
"그 이상으로 붙잡아 놓는다면 로레아 쪽에서도 굉장히 의심할 것입니다."
"수면제를 먹이자."
태현은 자신의 인벤토리 속에서 하얀색 가루가 한웅큼 들어있는 유리병을 꺼내들고 레키에게 건냈다.
"내가 가진 수면제 중에서는 가장 약한 종류다. 이걸 먹이면 1시간 정도는 깊은 잠에 빠질거야."
"수면제라.. 하핫. 이거 태현님이 위니아와 캐서린을 쓰러뜨리지 못한다면 저희 드뮈레 가문이 통째로 날아갈 수도 있는 도박이로군요."
"자, 선택해 레크로스 드뮈레. 이대로 적혈여제의 밑에서 착취당하는 인생을 계속 살것이냐? 아니면 나를 도와 도박을 함으로써 적은 확률이지만 세린 대륙을 지배하고 나아가서 6대륙 전체에 우리, 팀 유베와 함께 상권과 금은보화를 틀어쥐겠느냐?"
"...."
태현의 말에 레키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건 말그대로 도박이었다. 실패하면 드뮈레 가문은 무조건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고, 성공한다 치더라도 태현이 기사단장을 쓰러뜨리지 못한다면 허사가 될 것이다.
태현의 진면목을 알지못하는 레키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승산이 낮은 도박이었던 것이다.
한참을 고민하던 레키는 결국 입을 열었다.
"여기까지 왔습니다, 태현님. 끝까지 함께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좋아."
태현이 씨익 웃으면서 레키의 손에 유리병을 건넸다.
"로레아를 언제쯤 부르면 되겠습니까?"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그럼 바로 내일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레키와 은밀한 약속을 하고 난 후 태현은 드뮈레 상점을 빠져나와 오아한을 한바퀴 더 둘러보았다.
혹여나 크로우가 또다른 정보나 전략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였지만 오아한을 한바퀴 도는동안 크로우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상태가 안좋은건가? 아니면 아직 사티스에 있나? 아니면 내가 여신과 노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잠시 자리를 비운건가?'
온갖 생각이 떠올랐지만 결국 크로우에게서 직접 듣지 않는 이상 진실을 알 방법이 없었기에 태현은 잡념을 지우고 밤바람을 쐬며 실버와 함께 머물렀던 여관으로 돌아갔다.
태현이 주고 간 금액이 제법 넉넉했기에 방을 구하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던 실버는 태현이 오자마자 그쪽으로 안내했다.
"쨘! 어때?"
"괜찮은거같은데?"
약간은 무미건조한 대답에 실망한 실버였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대답이 나왔다는것에 만족하고는 하나하나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실버를 먹지 못했기 때문에 각방을 쓴 태현은 아침해가 밝자마자 일어나서 가볍게 씻고는 오아한 영지 근처에서 야생 몬스터들을 학살하면서 레벨업을 시키며 레키로부터 전령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태현님이십니까?"
"레키가 보낸 사람이야?"
"예. 방금 막 타깃이 상점에 들어갔습니다. 부디 성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할말만 하고 다시 연기처럼 사라진 흑색복장의 전령.
그 말에 태현은 다시 오아한으로 되돌아가서 곧바로 영주의 관사에 침입했다.
"꺄아아아악!!"
갑작스럽게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태현을 보고 관사 내에서 분주하게 일하던 메이드들이 찢어질듯한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 도망쳤다.
태현은 그 메이드중 한명을 붙잡아 영주실이 어딘지 물어보았고 의외로 순순히 메이드는 손가락을 들어 어떤 방을 가리켰다.
"네가 오아한의 영주 위니아인가!"
메이드가 가리킨 방을 발로 차면서 들어가자 그곳에는 과연 서류에 얼굴을 박고 무엇인가를 열심히 쓰고 있는 갈색 단발의 소녀와 그 옆에는 금발을 청소나 업무에 방해되지 않도록 틀어올려 한데로 묶어둔 우아한 메이드가 시립해있었다.
".... 침입자?"
위니아는 서류에만 눈을 주고 태현에게는 관심을 전혀 주지 않고 있었으며 캐서린만이 낯선 침입자의 존재에 눈길을 돌렸다.
"위니아님은 지금 바쁘십니다. 나중에 오시지요."
"나는 레지스탕스의 일원 라이 크로네라고 한다! 지금당장 폭정을 일삼고 있던 악덕 영주 위니아는 단죄의 칼을 받으라!"
그러면서 태현은 우선 가볍게 템페스트 타이거를 꺼내들어 전투 의사를 드러냈다.
"하아.. 이래서 천박한 반란군 잡것들은.. 무례하기 짝이 없다니깐요."
캐서린은 푸욱 한숨을 내쉬고 양손을 앞치마에 다소곳이 모은 자세로 태현을 마주보았다.
"하지만... 그래요. 반란군이라고 하셨죠? 반란군이라면 그에 걸맞는 응징을 내려줘야 하니까. 우선은 제가 상대해드리도록 하지요."
캐서린은 절도있는 자세로 자신의 큐브로부터 몬스터를 소환해내었다.
"땅의 정령, 타이탄. 저 어리석은 반란군에게 응징의 철퇴를."
태현에게는 그저 바윗덩어리가 떠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캐서린의 말에 저것이 땅의 정령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타이탄의 주변에서 뾰족한 바윗덩어리가 생겨나 템페스트 타이거에게 쏘아내었지만 템페스트 타이거는 자신의 주위에 거센 바람을 일으키는 것으로 바윗덩어리들이 자신에게 닿기 전에 모조리 산산히 갈아버렸다.
"....?"
계속해서 무언가를 쏘아내고는 있지만 템페스트 타이거가 펼쳐둔 바람의 장막에 번번히 가로막혀서 이렇다할 공격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타이탄의 모습에 태현은 의아해하면서도 템페스트 타이거에게 공격을 명령했다.
"윈드 클로우!"
템페스트 타이거가 펄쩍 뛰어올라 자신의 발톱에 바람을 두른 뒤 타이탄을 위에서 아래로 베어냈다.
그것만으로 캐서린의 타이탄은 산산히 쪼개짐과 동시에 캐서린의 큐브 속으로 회수되었던 것이다.
".... 너, 너무 약한거 아니야?"
빈말로도 템페스트 타이거는 태현의 몬스터들 중에서 강한 편에 속한다고 할수 없다.
당연히 여신과 여신의 사도들에게 모두 밀리며, 가장 레벨이 높은 페어리 퀸이나 섀도우 킹에게도 템페스트 타이거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다.
당연하게도 템페스트 타이거보다 약한 몬스터는 미스릴 골렘이나 엘프, 크리스탈 드래곤 정도 뿐일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템페스트 타이거의 윈드 클로우 한방에 쓰러지는 모습에 태현은 캐서린이 매우 약한것이라고 결론내렸다.
"웃.. 역시 천민이라서 그런지 말하는 것도 무례하군요..!! 그렇다면 제 다음
몬스터는 어떻습니까!"
온 몸이 갈색의, 우락부락한 근육을 자랑하는 오크가 모습을 드러냈지만 비슷하게 템페스트 타이거의 할퀴기 공격 몇번에 캐서린의 큐브에 회수되었던 것이다.
"너, 약하구나.."
"으으읏..!!"
"캐서린, 물러나. 너의 상대는 아닌거같아."
"위, 위니아님..!!"
캐서린의 세번째 몬스터까지 쓰러지자 서류에만 눈길을 주고있던 위니아가 몸을 일으켜 캐서린을 뒤로 물리고 앞으로 나왔다.
"미안해. 캐서린은 나를 위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그래.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내가 상대해줄테니까."
"흥. 드디어 겨뤄볼만해지겠군."
쓸데없이 캐서린과 전투에서 시간이 잡아먹혀서, 이제 남은시간은 50분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속전속결로 끝내리라 마음먹은 태현의 앞에 위니아의 첫번째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 작품 후기 ============================연참은 내일이나 모레쯤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머리가 조금 아파서, 1화만 연재하는 저를 용서하세요.
그리고 최고의첫사랑님은 가끔씩 코멘트를 남겨주실때마다 저의 가슴에 날카
로운 비수를 꽂으시는군요.. ㅠㅠ 개성이 없다라.. 제 나름대로 어떻게든 이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려고 노력했지만 캐릭터의 숫자가 많아지다보니까 다들 비슷비슷해져서 개성이 없어진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거기다가 이 작품은 제가 반쯤 충동적으로 쓰기 시작한것이라.
캐릭터가 확립되어있었던 것은 주인공과 크로우 정도 뿐이었거든요. 그래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을 쓰는 이유 또한 뭐라고 해야하지. 자위행위나 비슷한거라..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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