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탕스-220화 (219/235)

< --명예의 전당 - Hall of Fame --- >

태현은 자신이 왜 갑자기 이런 실책을 해버렸는가 곰곰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자신의 방심.

하지만 여태까지 자신이 방심하게 된 이유는 거의 모든 뒷처리나 기초작업같은것들을 크로우가 미리 해두었기 때문이었다.

시온 영지를 점령할때도 이와 비슷하게 진행했지만 크로우가 일처리를 잘 해준 덕분에 메이드들이나 집사들의 입막음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태현은 생각했다.

결국 이번 실책은 크로우에게 너무 의존했던 자신에게 돌아온 응당의 보복인 셈이다.

갑자기 크로우의 모습을 감췄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기도 한데다가 여신을 세

명 모두 복속시켰다는 자신감, 자만심에 의한 실책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그리고 내심 태현은 지금 이 상황이 그다지 걱정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사단장이라고 한들 나에겐 여신 세명이 있다고.'

라는 절대적인 자신감 때문이었다.

눈 앞에 걸어가는 로레아와, 지금 자신의 목덜미에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밀고 있는 이 섀도우도 태현이 언제든지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의 밑에 자빠뜨릴 수 있었다.

하지만 로레아에게 그렇게까지 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고, 지금은 단지 로레아의 인도에 따라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생각이었던 태현이었기에 로레아는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로레아는 자신이 우위에 서있는 상태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이곳입니다. 들어가시죠."

"여기가 명예의 전당인가."

태현이 세린 대륙을 완전히 점령할 수 있는 마지막 관문.

네명의 기사단장과 세린 대륙의 왕, D.

M - 도로시 마가렛 - 이 살고 있는 공간.

"기사단장님들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로레아의 뒤를 따라 걸어올때도 어렴풋이 느꼈지만 과연 명예의 전당이라고 불릴만큼 외관은 굉장히 화려했다.

먼 발치에서 바라봤을때도 화려했지만 이렇게 가까이 와서 지켜보니까 세밀하고 정밀한 세공들이 눈에 띄어 더욱 화려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아름다운 건물이었다.

하지만 그런 건물 외관을 감상할 시간도 없이 로레아의 협박 섞인 독촉에 못이기겠다는 듯이 태현은 로레아가 열어준 문으로 들어갔다.

명예의 전당은 총 6층짜리 건물이다.

첫번째 층은 그저 손님을 맞이하거나 파티를 개최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지금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 아무것도 없는 공간 가운데에 4명의 인영이 서있었다.

"라이 크로네를 데려왔습니다."

"수고했다, 로레아. 복귀하라."

"옛. 왕님의 명을 삼가 받들겠사옵니다."

로레아가 말을 한 인물에게 90도로 인사하고는 명예의 전당를 나간 후 문을 닫았다.

"명예의 전당에 온 것을 환영한다, 라이 크로네. 내가 이 명예의 전당의 주인이며, 세린 대륙의 지배자인 D.

M이라고 한다. 만나서 반갑군."

"마음에도 없는 소리는 집어치우는게 어때, 도로시? 너의 입장에서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눈엣가시인지 잘 알고 있으니깐."

"아서라. 연회는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곧 너희들의 차례도 올 것이니."

세린 대륙의 지배자. 세린 대륙에서는 정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왕, D.

M의 이름을 아무런 경칭없이 함부러 말하자 도로시의 근처에 서있던 세 인영이 움찔하면서 태현에게 살기를 퍼부었지만, 도로시는 살포시 미소지으며 그들을 제지했다.

도로시는 겉보기로는 대략 19~20살쯤 되어보이는, 약간 앳된 소녀의 느낌이었지만 실제 연령은 듣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자신이 왕이라는 것을 뽐내듯, 하얀 블라우스에는 아름다운 문양들이 금빛으

로 수놓아져있었고, 푸른 치마는 굉장히 좋은 재질로 만들었는지 겉보기에도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는 정도.

거기다가 흰색 블라우스와 대치되는 검은색 망토를 등에 두르고, 양 손목에는 금색 팔찌를 차고 있었다.

목에는 +모양과 x모양이 교차되어있는, 팔망성의 모양이 인상적인 목걸이를 메고 있었고, 특이하게도 양 눈의 색이 다른 오드아이였다.

푸른색과 보랏빛의, 보면 볼수록 신비로움을 가중시키는 여인이었다.

"기사단장은 4명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왜 3명 뿐이지?"

"제 1 기사단장 로우렌 루디 엔 우노는 영지 시찰에 나섰다. 하지만 전령을 보내놓았으니 곧 복귀할 것이니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

"그럼 소개하지. 제 1 기사단장은 현재 부재중이니 생략하도록 하지."

아무리 자신있다고는 하지만 적은 전력을 상대하는게 훨씬 나은 태현의 입장으로써는 로우렌이라고 불린 제 1 기사단장이 돌아오기 전에 매듭을 지어두고 싶지만 역시 마음대로 되진 않을 것 같다.

마음같아서는 지금 3명의 기사단장과 왕, D.

M이 모여있는김에 한꺼번에 덮쳐버리고 싶지만 아무리 여신을 모두 손에 넣은 태현이라고는 하나 상대는 기사단장과 왕이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할 수 밖에 없었다.

"제 2 기사단장, 카타리나 론델 오 윙드를 소개하지. 이명은 《지폭(地爆)》이라고 불릴정도로 땅 타입 엘리멘탈을 굉장히 잘 다루지. 하지만 카타리나의 진면목은 그것만이 아니라는것을 명심해뒀으면 좋겠군."

도로시가 자신의 왼쪽에 서있는 온 몸에 철갑을 두른 여인(?)을 가리키며 소개했다.

하지만 태현으로써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철갑으로 둘러싸여있는 카타리나의

생김새나 몸매등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심드렁한 표정으로 카타리나를 지켜볼 뿐이었다.

"이쪽은 제 3 기사단장, 테오윈 레온 데 트레. 이명은 《대장(大將)》이지만 뭐 중요한건 아니겠지. 이명따위가 그 사람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깐 말이야."

"잘부탁해~"

도로시의 오른쪽 앞에 서있는, 약간 푸른빛 도는 연녹색의 머리카락, 약간 헐렁한 듯한 체육복 계열의 옷을 입고 있는 스포츠계로 보이는 소녀가 살짝 윙크하며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다.

태현도 그 인사를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웠는지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그 인사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쪽이 제 4 기사단장, 세인 루안 폰 아스란. 이명은 《마녀(魔女)》라고 불리고 있지만 천성이 나쁜 사람은 아니니까 선입견은 갖지 않아줬으면

좋겠군."

도로시의 오른쪽에 서있는, 검은색으로 보이는 짙은 보라색 머리는 거의 엉덩이에 닿을정도로 긴 장발에, 눈가에는 다크써클이 짙게 배여있고 옷도 위아래로 검은색 옷인데다가 검은색 스타킹으로 다리마저 가리고선 검은색 구두를 신고 있는, 하얀 부분이라고는 얼굴밖에 찾아볼 수 없는 음침한 여인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내가 바로, D.

M이라고 자처하고 있는 세린 대륙의 지배자, 절대적인 왕. 도로시 마가렛이라고 한다. 만나서 반갑군!"

"... 라이 크로네. 뭐, 반란군 소속인건 알고 있을테니까 내가 굳이 말하진 않겠어."

"음! 자기 소개는 대충 끝난것 같군!"

도로시가 싱글벙글 하면서 신나해하면서 그런 말을 하자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이런 자리를 가지는 의도가 뭐지?"

"응? 아아, 별 뜻 없다네. 명예의 전당에 찾아온 손님이 과연 얼마만인지.. 반가워서 무심코. 그럼, 부디 내가 있는 곳 까지 올라와주길 바라네."

자기소개만 해놓고선 몸을 돌리는 D.

M과 세명의 기사단장들.

".... 심심했나 보군."

D.

M과 세명의 기사단장이 1층의 끝에 있는 문을 지나 태현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태현은 그녀들의 뒤를 따라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그저 올라가는 계단 뿐이었고, 태현이 계단을 따라 올라가자 2층의 입구에는 커다란 문이 있었다.

"....? 아아. 이게 힌트인가."

플라스크 처럼 보이는 유리병의 모양과, 십자가 모양이 그려져있는 문을 한참동안 뚫어져라 쳐다보던 태현은 그제서야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인벤토리를 뒤졌다.

"과학의 도시, 사티스. 그리고 종교의 도시 이네스를 통괄하는 기사단장이었던 건가? 각자 누구 소속이었는지는 별로 안궁금해서 안물어봤더니..."

사티스, 세리안과 이네스, 클레어를 쓰러뜨리고 그녀들에게 받은 열쇠를 각각 구멍에 꽂자 커다란 문이 진동하면서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으엑... 뭐야, 여긴..."

빽빽하게 나열되어있는 시험관들, 땅바닥에 늘러붙어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들.

그리고 층의 중앙에는 거대한 솥단지에 무언가를 붓고선 휘젓고 있는 제 4 기사단장, 세인 루안 폰 아스란의 모습이 보였다.

"여... 역시... 클레어랑... 세리안을.. 쓰러뜨리고 온.. 거구나..?"

"당연한걸.. 너희들도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 아니던가?"

"그.. 그건, 그렇지만... 그... 그래도... 그 아이들이 날... 배신했다니.. 슬.. 슬퍼..."

1층에서 자기 소개를 할때는 없었던 챙 넓은 모자를 눌러쓰고, 말을 할때마다 머뭇거리면서 말을 더듬는 세인의 모습이 약간 귀여우면서도 세인이 두르고 있는 분위기에 약간 압도되는 태현.

"그, 그래도.. 이, 이곳은, 지나갈 수 없... 어..."

"억지로라도 지나가도록 해주지!"

태현은 기세등등한 목소리로 외치며 세이브했다.

============================ 작품 후기

============================제 1 기사단장 로우렌 루디 엔 우노제 2 기사단장 카타리나 론델 오 윙드제 3 기사단장 테오윈 레온 데 트레제 4 기사단장 세인 루안 폰 아스란세인은 마녀. 테오윈은 체육소녀. 카타리나는 진짜 기사. 로우렌은 독설계로 일단 설정을 잡아두었습니다.

조금 짧습니다드디어 마지막 파트, 명예의 전당입니다.

4명의 기사단장과 왕, D.

M을 쓰러뜨리면 이제 이 소설도 대충 끝이나겠군요.

이름에 너무 신경 안쓰셔도 됩니다. 괜히 2 기사단장의 이름을 카타리나 론델 오 윙드로 잡아서 다른 기사단장 이름도 저기에 맞추느라 이름짓는데 머리 빠지는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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