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예의 전당 - Hall of Fame --- >
"됐... 다...! 나, 나와라.. 호문쿨루.. 스..!!"
세인이 휘적휘적 젓고있던 솥단지에서 검은 빛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하더니 세인의 부름에 응답하듯이 진득진득한 액체에 뒤덮힌 물체가 서서히 기어 나왔다.
"호문.. 쿨루스를.. 도와줘... 위치...!"
그리고 세인은 자신의 큐브로부터 또다른 몬스터를 소환해냈다.
일반적인 소설등의 미디어 매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마녀의 이미지를 충실히 따랐는지 빗자루에 비스듬히 걸터앉고, 챙 넓은 마녀 모자를 쓰고 몸매를 숨길 생각이 없는 위쪽으로는 어깨와 가슴골, 그리고 아래쪽으로는 허벅지의 옆면을 완전히 드러낸 차이나 드레스 풍의 옷을 입은 여인이 요사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둥실둥실 떠있었다.
'이 전투도 어디선가 감시당하고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이정도는 되야 싸움이 되겠지...'
"에리! 나와라!"
고작 기사단장을 상대하는데 여신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고, 또한 이 전투를 어디선가 감시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태현은 최대한 자신의 패를 숨기기로 마음먹었지만 너무 숨기다보면 죽도 밥도 안될것이라 판단해, 절충해서 내놓은게 에리였다.
"여.. 신의.. 사... 도...?"
놀라움의 감정이 세인의 얼굴에 스쳤지만 그것 뿐이었다. 비록 여신의 사도라고 할지어도 충분히 상대가 가능하다는 절대적인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한 것.
세인은 에리가 나온것을 보고 위치와 호문쿨루스 하나로는 부족하다고 판단
했는지 곧바로 위치를 한마리 더 꺼내들었다.
"하지만.. 지지 않아...."
세인이 자신의 품속에서 약병 세개 꺼내들더니 위치와 호문쿨루스에게 던졌다.
위치 둘은 그 약병을 가볍게 받아내 꼴깍꼴깍 마셨고, 호문쿨루스는 멍하니 서있다가 그 약병에 맞았고 약병은 곧바로 깨졌다.
하지만 그 약병 속에 들어있던 정체불명의 액체는 호문쿨루스의 몸속에 스며들어갔고, 호문쿨루스의 안광이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자.. 잔뜩 맛보도록 해...!! 이것이... 나, 나의 연구의... 역작... 호문쿨루스의 힘을..!!"
외형은 골렘을 닮았지만 마치 행동하는것은 인간과 같았다.
"음성인식. 마스터 세인. 인식완료.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너의... 기억에 없는... 눈앞의 존재들을... 몰살시켜버려...!!"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흉흉한 붉은 안광을 다시 한번 번쩍이더니, 갑작스럽게 에리를 향해 달려왔다.
그 스피드는 태현이 가지고 있는 몬스터중 가장 빠른 템페스트 타이거의 속도를 능가할 수 있을 정도였다.
거의 눈 깜짝할 사이에 에리의 눈앞에 달려온 호문쿨루스는 달려오던 속도를 줄일생각은 전혀 없이, 그 반탄력을 이용해 힘과 체중을 실어 오른팔을 크게 휘둘렀다.
"큿...!!"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공격이었기에 제대로 방어를 끌어올리지 못했고, 거의 직격에 가까울정도로 호문쿨루스의 오른팔에 얻어맞은 에리는 그 충격에 그대로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헤이스트."
"자이언트 파워."
위치의 목소리가 들려와 태현이 흘긋 쳐다보니 위치 두명이 호문쿨루스에게 버프를 걸어주고 있었다. 저 둘은 예상컨대 자신의 페어리 퀸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락 슬라이드!!"
버프를 걸어주자마자 곧바로 위치는 에리에게 바윗덩어리를 쏘아내었다.
하지만 에리는 뒤늦게나마 자신의 주변에 번개의 막을 펼쳐두었기 때문에 날카로운 바윗덩어리는 에리의 근처에 날아오자마자 번개에 산산조각이 나 그
대로 가루가 되어 땅에 떨어졌다.
"메가 임팩트(Mega Impact)."
하지만 위치가 쏘아낸 락 슬라이드는 눈 속임용에 불과했던 것인지 또다시 에리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호문쿨루스는 양 다리를 단단하게 지면을 붙잡고 오른 주먹을 크게 휘둘러 에리에게 내다 꽂았다.
'에리 혼자서는 부족하려나..? 원군을 불러줘야할까?'
태현에게는 에리의 체력 상태가 눈에 보이기 때문에 아직까진 에리가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해 별다른 행동을 취하진 않고 있었지만 혹여나 에리가 위험해지면 곧바로 지원군을 불러내야할 것이다.
'아니.. 굳이 3:1로 싸워줄 필요는 없겠지. 위치들의 눈을 어지럽혀서 호문쿨루스에 대한 서포트를 조금이라도 늦추는 정도라면 누구든 할수있겠지..'
"템페스트 타이거!"
"크와아아아앙!!"
템페스트 타이거는 큐브로부터 소환되자마자 곧바로 위치들에게 달려갔지만 위치들은 그런 템페스트 타이거를 눈치채고 둥실 떠올랐다.
"번개의 권속인 내 앞에서 날아오르다니.. 죽고싶은거야? 천뢰(千雷)!!!!"
어느새 호문쿨루스와는 제법 떨어진 위치에서 모습을 드러낸 에리가 분노를 표출하면서 천뢰를 쏘아내었다.
하늘로부터 수백줄기의 번개가 위치들을 향해 내려쳤다.
태현은 이걸로 위치들은 정리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위치들은 품에서부터 무언가를 꺼내더니 땅바닥에 뿌렸다.
"성장(Growth)!!"
위치들이 스킬을 외치는 순간 위치들이 뿌린 것들로부터 무언가가 굉장한 속도로 자라나기 시작했다.
위치들이 뿌린것은 나무들의 씨앗인 것 같았다. 숲을 연상하게 만들정도로 수십개의 나무들이 급속도로 자라나 위치들보다도 더 높게 자라났고, 에리가 쏘아낸 번개들은 고스란히 위치들이 성장시킨 나무들에게 꽂혔다.
에리의 화력을 버티지못하고 불타버린 나무였지만, 위치들은 나무들이 피뢰침의 역할을 해 번개를 대신 맞아주는 사이 몸을 피했다.
"크읏..."
그리고 어느새 쫓아온 호문쿨루스의 다리를 막아내느라 힘을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호문쿨루스는... 최소 5마리의... 몬스터의... 장, 장점만을 추려내 만들어낸.. 인공 몬스터... 그 강함은.. 여신의 사도에게도... 뒤지지 않아...!!"
거기다가 위치의 보조, 그리고 처음에 던졌던 약병. 아마 그것 또한 강화약의 일종일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었다.
"강철 피부(Iron Skin)."
"샌드 쏜(Sand Thone)"
위치들이라고 마냥 놀고만 있지 않았다.
틈틈히 호문쿨루스에게 버프를 걸어주면서도 에리와 템페스트 타이거를 향해 가끔씩 스킬들을 쏘아내 견제를 하는것을 잊지 않았다.
에리도 호문쿨루스에게 몇번 반격을 꽂아넣었지만 전기 내성이 높은지 호문쿨루스는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은 듯, 계속해서 거침없이 에리를 덮쳐왔던 것이다.
에리의 도움이 되라고 소환한 템페스트 타이거였지만 템페스트 타이거도 위치들의 견제에 꼼짝도 못하고 회피에만 급급할 뿐이었다.
역시 기사단장들의 몬스터 정도 되니까 그 등급도, 레벨도 얕볼만한 수준은 아니었던 것이다.
"템페스트 타이거, 윈드 샷(Wind Shot)!!"
잠시 틈이 생겨 템페스트 타이거에게 명령해 윈드 샷을 쏘아내라고 했지만 위치들은 템페스트가 발사한 윈드 샷을 가볍게 막아버리고 템페스트 타이거에게 곧바로 공기의 철퇴를 꽂았다.
크리티컬로 맞았는지 템페스트 타이거는 그 충격에 약간 비틀비틀 거렸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위치 둘의 합동 공격에 결국 템페스트 타이거는 쓰러져버렸다.
"........... (빠직)"
나름대로 영물이라고 해서 잡아두긴 했는데 최근들어 도통 쓸모가 없는 템페스트 타이거의 모습에 약간 화가 난 태현이었지만 애써 자신을 진정시키면서
어쩔수 없이 여신의 사도를 한명 더 꺼낼 수 밖에 없었다.
"라일라, 부탁한다."
"맡겨두세요!"
"여신의 사도가... 둘... 씩이나... 그렇다면... 나도...."
두번째 여신의 사도, 라일라가 전장에 합류하자 세인도 새로운 몬스터를 꺼내들었다.
"키메라.. 부탁해..."
"크워어어어어어어어!!!"
사자와 양의 형상을 띤 두개의 머리. 튼튼한 근육으로 뒤덮혀있는 몸과 날카로운 발톱. 꼬리는 뱀인 기이한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라일라는 키메라를 보자마자 질색한 듯한 표정을 짓고는, 곧바로 약간 분노한 표정을 지었다.
"너는, 생명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거냐...!!!"
"이것은, 희생... 또다른 진화를 위한... 단계일 뿐..."
"치잇..!!"
호문쿨루스에도 전혀 뒤쳐지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날렵하게 달려온 키메라가 염소의 머리에 달려있는 날카로운 뿔로 들이받자 라일라는 더이상 세인에게 분노의 말을 쏟아내지 못하고 방어에 집중했다.
안타깝게도 여신의 사도들의 기술들은 대체로 준비동작이 큰 기술들이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지근거리에 달라붙어서 초근접전을 벌이는 키메라와 호문쿨루스에 고전하는 듯 했다.
하지만 그들을 쓰러뜨리기가 힘들다는 것이지, 에리와 라일라의 방어는 단단
했기 때문에 그들의 공격도 에리와 라일라의 방어를 뚫지는 못하고 있었다.
'의외로 분전하는데?'
태현은 솔직하게 세인이 거느리고 있는 몬스터들의 역량에 감탄했다.
비록 여신들보다는 한 급수 아래지만 여신의 사도 또한 SS등급에 책정되어있는 강력한 개체중 하나이며 여신의 권속이라는 버프 덕분에 동급의 SS등급의 몬스터들보다도 훨씬 강하다는게 평설이다.
그런 에리와 라일라의 손을 묶을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키메라와 호문쿨루스의 역량은 높게 평가받아 마땅했다.
"하지만 슬슬 이 지루한 공방도 끝내자고."
"....?"
"카나리아. 너도 나와라."
전력노출은 뼈아프지만 여신의 사도들은 어짜피 오래지않아 드러날 전력들이다. 그렇다면 세인을 빠르게 제압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태현은 카나리아 마저도 꺼내들었다.
"사도들을... 전부... 다...?"
처음에 에리가 모습을 드러냈을때도 별다른 표정변화가 없었던 세인이 여신의 사도 세명 모두의 모습을 보자 처음으로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읏...."
카나리아를 꺼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는것을 보아서 세인의 몬스터는 키메라와 호문쿨루스, 위치 두마리 뿐이었던 것 같다.
아마 호문쿨루스를 만들면서 지니고 있던 몬스터들을 거의 다 실험에 쏟아넣었으리라.
"하지만... 내 호문쿨루스는... 지지.. 않아..!!"
"그거야 에리 한명만이 상대일 때의 이야기겠지."
확실히 라일라나 카나리아가 나오기 전까지 호문쿨루스는 에리를 상대로 약간 압도적인 모습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위치들을 카나리아가, 키메라가 라일라, 에리가 호문쿨루스를 상대하게 됨으로써 각각 1:1의 양상을 띠게 된 순간부터 세인의 패배는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위치들의 보조를 받는 호문쿨루스가 에리로 우위를 점하고 있었던 것이지, 위치들의 견제와 보조가 사라진 지금은 호문쿨루스는 에리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아... 아아...."
카나리아와 라일라, 에리의 쏟아지는 맹공에 결국 위치와 호문쿨루스, 키메라
는 차례차례 무릎을 꿇고 세인의 큐브로 되돌아갔다.
"..... 제.... 제 패배... 입니다..."
무표정하게, 의외로 덤덤한 듯 말을 이어나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눈동자만큼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마음같아서는 지금 세인을 찍어누르고 옷을 찢어버리고 그 속살을 탐하듯 섹스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D.
M을 쓰러뜨린 후 옥좌에 앉은 뒤에 네명의 기사단장을 모두 불러모아 한꺼번에 범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해 세인을 뒤로 하고 다음 층으로 넘어가려는 순간이었다.
"벌써 진거야?"
"미, 미안해.. 로우렌.."
"아, 세인이 신경쓸 건 아니야.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그만큼 강자라는 반증이니까. 하지만 이토록 허무하게 패배해버릴줄은 몰랐어, 세인. 이렇게까지 무
능할줄이야. 예상밖이야."
"읏... 미, 미안해..."
"어쩔수 없지 뭐. 댁이 라이 크로넨가 뭔가 하는 잡놈이신가?"
"하하, 제법 당돌하잖아?"
어느새 문을 열고 들어와있는 핑크빛 단발의 여인. 외형은 대략 25~26살쯤 되어보이는 몸매도 굉장히 탐스러운 미녀.
그녀가 바로 제 1 기사단장, 로우렌 루디 엔 우노일 것이다.
"뭐, 세인을 이긴거 보니까 어느정도 실력이 있는 잡놈인가 본데. 부디 힘내서 내가 있는 5층까지 와달라고? 댁과는 하고 싶은 말이 많으니깐."
"난 너랑 할 말 없는데."
"뭐, 그러시겠지. 역시 쓰레기답군."
피식 코웃음치고 태현의 곁을 가볍게 지나가버린 로우렌.
태현은 그런 로우렌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다음 층, 3층으로 올라갔다.
============================ 작품 후기 ============================세인이 대면기피증이 있다는 설정으로 말더듬이 속성을 붙여놨지만 .... 이 거슬리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니 미리 사죄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아아, 그리고.
전회(221편) 수정을 약간 했습니다.
2층에 문을 열고 들어올때 연구의 도시 고코우단 -> 과학의 도시 사티스고코우단의 영주 미네르 -> 사티스의 영주 세리안으로 수정했습니다.
고코우단은 연구의 도시라기 보다는.. 음.. 자연의 도시?
그래서 수정했습니다. 좀 더 세인의 특성에 알맞는 도시가 있었다는것을 순간적으로 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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