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예의 전당 - Hall of Fame --- >
3층의 문에는 닻 모양과 불끈 쥔 주먹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특색이 뚜렷한 문양이었기에 곧바로 태현은 해군의 도시, 애리조나에서 받아온 열쇠와 무술의 도시, 지금은 효예린으로 이름이 바뀐 제랄 영지에서 받아온 열쇠를 각각 열쇠 구멍에 꽂자 문에 덜컹하고 열렸다.
"오오, 왔네 왔어. 올거라고 예상은 했지만서도!"
미끄러움을 방지하기 위해 바닥 촘촘히 깔려있는 푹신푹신한 타일들. 그리고 방 곳곳에 눈에 밟히는 온갖 운동 기구들.
그리고 샌드백에 연신 주먹질을 하면서 훈련을 하고 있던 제 3 기사단장, 테오윈 레온 데 트레가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을 닦아내고선 방문객을 환영했다.
"다시 한번 소개할게. 내 이름은 테오윈 레온 데 트레. 3층을 지키는 제 3 기사단장. 《대장(大將)》이라고도 불리고 있지. 잘 부탁해!"
"....."
"아~ 너무 긴장하지는 마. 긴장하면 몸이 뻣뻣해진다고. 자자, 릴렉스~ 릴렉스~"
"허튼 수작 그만 부리고 슬슬 배틀이나 하지?"
"차갑네~"
연신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는 테오윈의 모습에 약간 긴장한 태현의 상태를 눈치챈듯 생긋 웃으면서 긴장을 풀라고 말하는 테오윈.
테오윈은 소매가 짧은 하얀 도복을 상하의로 맞춰 입고, 허리쪽에는 검은색 띠를 착용하고선 팔다리를 이리저리 스트레칭하면서 몸을 풀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 큿?!"
테오윈이 다리를 벌리고 선채로 무릎을 살짝 굽힌 뒤 손을 무릎위에 올려놓고 태현을 바라보며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짓더니 한번의 도약으로 태현의 지근거리까지 달려와 오른 다리를 그대로 태현에게 휘둘렀다.
간신히 왼팔을 들어올려 방어하는데는 성공했지만 그 충격만은 그대로 남아 태현은 차여져 오른쪽 벽으로 날아가 박혀들어갔다.
"어서 배틀 준비를 하라고? 너, 제랄 갔다왔을것 아냐? 아아, 소문을 들어보니 지금은 효예린이 됐다고 하던데."
"크윽... 설마 너, 제랄 영지 출신이었던 거냐..?"
"응. 제랄 영지 출신... 이라고 하기엔 조금 어폐가 있을수도 있겠다."
테오윈이 볼을 긁적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애초에 제랄으로 이름 바뀌기 전의 그 영지 이름이 뭔지 알아?"
"쿨럭...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냐."
"그런가? 제법 유명했을텐데.. 벌써 시간이 그렇게 지나버렸나?"
태현은 단련된 다리에 걷어차인 충격과 벽에 부딪힌 충격으로 장기들이 살짝 뒤틀렸는지 피를 토하면서 다급하게 페어리 퀸을 소환해 회복을 부탁하면서도 테오윈의 말에 착실히 대답했다.
"제랄 영지의 이전 이름은, 바로 테오윈이라구? 이방인이 영주가 된것은 여태까지 없었기 때문에 제법 큰 혼란이 있었지만 말이야!"
".... 당신, 대체 몇살인거야...?"
테오윈이 영주 결정전으로 영주에 취임하고 10년 후에 제랄이 영주 결정전을
통해 취임한 것. 그리고 또다시 10년이 지나 제랄이 영주에서 물러나 효예린이 그 자리에 올랐다.
즉 아무리 테오윈이 천재라고 하더라도 10대에서 20대 사이에 영주 결정전을 치렀을테니 지금 최소 30대에서 40대라는 것이다.
하지만 테오윈의 외형은 잘쳐줘봤자 10대 후반정도의 외모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하핫♪ 여자의 나이는 1급 비밀이라고?"
"....."
능청스럽게 미소지으며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며 말을 흐리는 테오윈의 모습에 더이상 파고 들어가면 좋은 꼴은 못볼것같아 테오윈의 나이에 대해서는 더이상 관심을 갖지 않았다.
"자! 얼추 회복도 다 됐겠지? 그럼, 이제 슬슬 제대로 싸워보자고? 배웠잖아?
무술."
"그렇다면.."
자신에게 회복을 해주고 있던 페어리 퀸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페어리 퀸도 알아들은 듯 천천히 태현의 몸 속으로 스며들어갔다.
페어리 퀸의 존재는 최대한 아끼려고 했지만 회복을 해줄수 있는게 페어리 퀸 뿐이었기 때문에 어쩔수 없었고 이왕 드러낸 거 확실히 써먹기 위해 우선 페어리 퀸을 자신의 몸에 깃들게 했다.
온 몸이 하얗게 물드는 태현의 모습을 보고 테오윈은 호기로운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이제야 겨우 싸울 맛이 나겠구만!!!"
테오윈이 높게 도약하더니 공중에서 다리를 이리저리 휘둘렀다.
다리가 휘둘러진 궤적에 따라 바람의 칼날들이 만들어져 태현을 향해 날아왔고, 태현은 곧바로 빛의 방어막을 만들어내 방어했다.
"뒤가 텅 비었구만."
"?!"
하지만 갑작스럽게 태현의 뒤에 모습을 드러낸 테오윈이 태현의 귓가에 속삭이자 깜짝놀란 태현은 뒤를 돌려 했지만 테오윈이 한 발 더 빨랐다.
오른 발로 태현의 오른 발을 살짝 밀면서, 왼손으로는 태현의 왼 어깨를 살짝 당기는 것으로 태현의 몸의 균형을 완전히 무너뜨려버렸다.
그리고선 가볍게 점프하더니, 허공을 움켜쥐고 그대로 두 다리로 태현의 등을 걷어차버렸다.
"크허어어억..!!!"
"오오- 제법인데? 그 와중에도 몸을 비틀어서 최대한 충격을 줄일줄이야."
"크윽.. 쿨럭..!!"
테오윈의 말대로, 태현은 테오윈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린 순간 직감적으로 피할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최대한 몸을 비틀어 충격을 줄이는데 전념했던 것이다.
하지만 충격을 줄인다고 줄였는데도 피를 토할정도로 속이 뒤집어지는 느낌에 태현은 머리가 아파왔다.
'풍각단 소속인가..? 아까부터 다리 위주로만 공격을 하는것을 보아하니...'
풍각단은 굉장히 껄끄러운 상대였다.
기본적으로 바람 속성을 띠므로 굉장히 민첩한데다가 다리라는 신체부위 특성상 그 파괴력이나 충격의 정도는 다른 부위에 비해 현격히 높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거기다가 이 두가지 속성이 합쳐져 시너지를 일으켜 더욱 강력한 조합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발을 조심해야겠군...'
"근데, 여신의 사도들은 안꺼내? 세인 상대로는 세 분 모두 꺼냈잖아?"
"역시.. 보고 있었군..."
안그래도 페어리 퀸만을 몸에 깃들게 하는것으로는 테오윈의 스피드를 따라가지 못할것이라는 것을 직감한 태현은 에리를 꺼내들려고 하던 참이었다.
"에리, 부탁해.."
"음."
회복을 하지 못하는 명예의 전당이었기 때문에 아까 호문쿨루스의 데미지가
아직 남아있는 에리의 체력은 약간 깎여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큰 피해는 아니었기에 에리 또한 곧바로 온 몸에 번개를 두른 채 테오윈에게 달려나갔다.
"아하하하♪ 여신의 사도님이랑 겨루어보다니, 영광이네요!!"
"후후. 더욱 더 영광으로 여겨도 좋다."
달려오는 에리의 모습을 똑바로 응시하다가 타이밍에 맞춰서 테오윈은 오른 다리를 휘둘렀다.
에리는 왼쪽 팔을 들어서 가볍게 방어해낼 심산이었지만 테오윈은 자신의 발차기가 막힐 것을 짐작이라도 한듯 그대로 오른 다리를 에리의 왼팔에 휘감더니 펄쩍 뛰어올라 몸을 돌려 왼 다리로 에리를 걷어찼다.
기예라고밖에 표현하지 못할 공격을 능숙하게 해낸 테오윈의 갑작스런 공격에 에리도 제법 큰 데미지를 입은 듯 비틀거렸다.
"하지만 날 잊진 않았겠지!!"
"당연한걸♪"
에리에게 한눈팔려있을것이라 판단해 빛으로 몸을 숨기고 살며시 다가가 테오윈의 뒤에서 빛의 기운이 응축된 주먹을 내질렀지만 이미 알고있었다는 듯이 테오윈은 허리를 뒤로 숙이면서 태현의 주먹을 손쉽게 회피했다.
"커흡?!"
그리고 그대로 몸을 뒤로 굴리며 무릎으로 태현의 턱을 올려친 테오윈.
턱을 얻어맞은 충격에 그대로 인형처럼 쓰러진 태현의 모습에 에리는 다급하게 태현을 구하러 달려갔지만 그것 또한 예견했다는 듯이 왼 다리를 반원을 그리듯 높게 들어올리더니, 에리가 달려오는 타이밍에 맞춰 그대로 찍어내렸다.
그 매서운 공격에 에리는 다급하게 몸을 뒤로 빼내어 회피할 수 밖에 없었고, 테오윈의 뒷편에 쓰러져있는 태현의 모습을 초조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더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겠구나."
"....?!"
"세이라 님!!"
"세이라..... 여신이라고...?"
태현이 완전히 혼절한채 쓰러지자 결국 못봐주겠다는 듯 태현의 큐브로부터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 세이라.
비록 억지로 범해지긴 했지만 어찌되었건 태현은 정당한 방법으로 자신을 쓰러뜨렸고, 자신이 주인이라고 인정한 유일한 인간.
그런데 감히 다른 인간이 자신이 인정한 주인을 해하려 하는것은 용서할 수
없었던 세이라였기에 태현이 명예의 전당에 들어오기 전에 거듭해서 무슨 일이 잇어도 자신이 부르기 전에는 나오지 말라고 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모습을 드러낼 수 밖에 없었다.
루시에와 치레느 또한 비슷한 심정이었겠지만 세이라가 먼저 나갔기 때문에 일단은 참는듯한 분위기였다.
"하, 하하... 하하하핫... 이... 이거 참... 평범한 인간은 아닐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정도였을 줄이야..!!"
처음에는 여신의 신성에 짓눌린듯 약간 말을 버벅거리던 테오윈이었지만 역시 기사단장은 기사단장.
곧바로 몸을 짓누르는 압박감을 떨쳐내버리고 세이라를 향해 살벌한 미소를 짓고는 세이라에게 적의를 드러냈다.
"어리석은 인간.. 수준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느냐?"
"패배할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래도 끝까지 도전하는것이 무인(武人)!!! 세이라 여신이시어, 부디 무례로 받아들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덤비도록 하여라. 그래도 주인의 목숨을 빼앗지 않아준것에 대한 감사로, 나도 너의 목숨만은 빼앗지 않으마."
"그렇다면, 테오윈 스페셜..!! 무쌍난무(無雙亂舞)!!!"
태현은 테오윈을 풍각단 소속이라고 착각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다르다.
테오윈은 풍각단, 수기대, 산권파, 화도맹의 모든 기술들을 섭렵했었던 유일하고 전후무후했던 천재중에서도 천재였던 것이다.
네 문파의 기술을 모두 익힌데다가 영주 결정전 때는 상대방의 문파에 맞춰 그 문파의 기술만을 사용해 압도적으로 꺾어서 다른 문파에서 불만이 나오지 않게끔 입다물게 했었던 그녀.
무술이라고는 제랄 영지에서 고작 몇일밖에 배우지 않은 태현에게는 풍각단
의 기술만으로도 충분했던 것이다.
하지만 세이라 여신이 상대라면 당연히 이야기는 다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부딪혀도 승산이 희박한 상대다. 그렇다면 당연히 어떻게든 승산을 높히기 위해 자신의 전력을 부딪혀야 하는 것.
그리고 테오윈의 무쌍난무는 말그대로 자신의 전력을 쏟아붓는 기술이었다.
권(拳)과 각(脚)의 연타. 거기다가 어느샌가 꺼내든 4자루의 칼날은 기(氣)로써 조종해 연신 세이라를 향해 휘둘렀다.
또한 4개의 칼을 조종하는 기(氣) 외의 남은 기력을 모조리 쏟아부어 갖가지 속성을 담아 세이라를 향해 뿜어냈다.
"굉장하구나. 인간 주제에 이런 강대한 힘을 가질 수 있다는게."
".... 큭..."
하지만 자신의 전력을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세이라에게는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 못한 것 같았다.
"레이지 오브 네이쳐."
세이라가 무심한 눈빛으로 손을 뻗으며 기술명을 말하는 순간, 테오윈의 의식은 거기서 끊겼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태현이 깨어나자 가장 먼저 보였던 것은 세이라와 에리의 걱정스런 표정이었다.
"끄으.. 아직도 머리가 띵하구만... 굉장한 충격이었어.. 휴.. 그나저나, 세이라가 날 구해준거구나?"
"읏... 주, 주인.. 멋대로 행동한 것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아... 아니야. 조커라고 해도 숨기기만 해봤자 무슨 소용이겠어. 밝혀진 건 어
쩔수 없지 뭐. 그나저나 테오윈은?"
세이라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을 쳐다보니 테오윈이 무성하게 돋아난 나무줄기에 휘감겨 전신이 구속된 상태로 기절해있었다.
"저 아이도 제법 강했다.. 으음.. 주인, 미안하지만 난 조금 쉬어야겠다..."
태현이 그제서야 세이라의 체력을 보니 30%도 채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굉장한걸, 기사단장. 제 3 기사단장이 이정도면 앞으로 제법 긴장을 해야겠는데?"
앞으로 D.
M까지는 두명의 기사단장 밖에 남질 않았다.
============================ 작품 후기 ============================굉장히 피해없이 받아낸것처럼 보이지만 그 세이라 여신의 체력을 70% 넘게 깎아낸 테오윈.
명색이 기사단장. 약간 허무하게 끝나긴 했지만서도. 데헷얀데레라카타리나를 얀데레로 만들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