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예의 전당 - Hall of Fame --- >
모래바람은 거칠어지고, 점점 호흡이 가팔라지기 시작한 태현의 상태를 눈치챈 페어리퀸은 다급하게 태현의 주위에 빛의 보호막을 펼쳐 조금이나마 모래바람을 걸러내고 깨끗한 공기만을 태현에게 공급해주려 노력했지만 거칠게 휘말오치는 모래들을 모두 걸러낼 순 없었다.
"페어리.. 난 신경쓰지 말고.. 라일라들의 보조를 부탁해.."
눈에 띄게 파리해진 안색으로 태현은 페어리 퀸에게 그렇게 명령했다.
아무리 자신에게 보호막을 펼치고 모래를 걸러낸다고 하더라도 결국 오래지않아 자신은 호흡 곤란으로 사망했다는 시스템 창을 보게 될 것.
차라리 라일라나 에리, 카나리아에게 지원을 돌려 최대한 빠르게 카나리아를 꺾는것이 중요했다.
'루시에는... 1분이 남는 순간까지 카타리나를 쓰러뜨리지 못한다면 어쩔수 없이 쓰고. 그전까지는 최대한 버텨봐야지..'
루시에가 들어있는 검은 빛 큐브를 만지작거리면서 필사적으로 호흡을 반복하는 태현.
마치 루시에가 지금이라도 당장 자신을 꺼내달라고 항의하듯이 큐브가 조금씩 달그락거리며 움직이고 있었지만 태현은 루시에를 다독이면서 진정시켰다.
"후후.. 이제 2분 남았다구요? 거기다가 아직 제 몬스터들은 한마리도 쓰러지지 않았답니다."
카타리나의 목소리가 또다시 메아리치듯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하지만 태현은 카타리나가 놀리듯이 외쳐주는게 오히려 고마울 정도였다. 자신은 숨을 고르기 바빴는데 저쪽에서 알아서 시간을 카운트 해준다는것을.
2분 남았다는 카타리나의 말이 들려오자 다급해진 라일라, 에리, 카나리아는 자신이 가진 기술중 가장 광범위한 기술들을 여기저기 쏘아내었지만 그런 기술일수록 데미지는 대체로 낮은 편에 속했기 때문에 설령 맞았다고 하더라도 한방에 쓰러지진 않았을 것이다.
"이제 1분 남았습니다. 후후.. 그 잘나신 《영웅》 디가트의 아들이라고 하더라도 결국은 인간.. 숨을 쉬지 못하면 죽어버릴 수 밖에 없는 비참할정도로 정직한 인간이었군요."
"그러는 넌.. 인간이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하는군?"
"우후후.. 이렇게 인간을 깔보고 매도하는 저도 어쩔수 없는 인간이지요."
"그렇게 깔보는 듯이 이야기하는것도 지금으로써 끝이다..!!!!"
태현은 결국 1분이 남았다는 카타리나의 말에 루시에를 꺼내들기로 마음먹었다.
루시에를 아끼고싶긴 했지만 여기서 죽어버린다면 마지막으로 세이브 한 곳이 세인과 전투하기 전 지점이라 다시 세인과 테오윈을 꺾고 카타리나를 상대해야 했기 때문에 번거롭다는 이유였다.
거기다가
'아직까지 치레느가 있으니깐.'
이라는 이유와 혹여나 치레느까지 D.
M을 쓰러뜨리기 전에 꺼내들게 된다 하더라도 세린 대륙의 모든 여신을 상대로 D.
M이 어떻게 할 수 있을것 같진 않았다.
"루시에..!!! 쓸어버려!!!"
"뭣... 여신이 한 명 더 있다고요...?"
태현의 큐브로부터 물이 콸콸 쏟아져나오더니 점점 인간의 형상을 띠기 시작했다.
루시에는 소환되자마자 곧바로 태현의 주위에 물의 방벽을 세워 모래바람을 차단시킨 후 분노로 가득한 눈빛으로 카타리나를 쏘아보았다.
"감히 내 주인을 건드리다니. 그 댓가, 목숨으로 갚아라."
"죽이지는 말아줘."
"....."
멋진 말을 내뱉으며 카타리나에게 손을 올린 루시에였지만 뒤에서 조용하게 속삭이는 태현의 말에 순간적으로 전의를 잃을뻔했던 루시에.
하지만 곧바로 고개를 휘휘 저으면서 휘몰아치는 모래바람 속에 숨어있지만 루시에의 눈에는 바로 앞에 서있는것처럼 생생하게 보이는 카타리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해룡의 춤(Water Dragon Dance)!!"
루시에를 발밑에서 대량의 물이 솟아나더니 루시에를 중심으로 해서 전방향으로 파도처럼 퍼져나갔다.
여신이 직접 다스리는 신성한 물이었기에 카타리나의 모래와 흙들은 너무나도 허무하게 휩쓸려나갔고, 흩날릴 모래가 없어지자 모래바람도 점점 힘을 잃어갔다.
그리고 모래가 모두 휩쓸리고, 모래바람이 점점 멎어지 카타리나와 카타리나의 몬스터들은 더이상 몸을 숨기지 못하고 드러나버렸고 더이상 숨을 모래도 없어졌기 때문에 여신의 사도와 루시에에게 하나씩 하나씩 격파당해 카타리나의 큐브속으로 되돌아갔다.
"크읏..."
루시에의 출현으로 한순간에 전세가 뒤집혀진것을 느끼고 카타리나는 분노한 표정으로 루시에를 쏘아보았지만 몬스터들의 태반을 잃은 카타리나로써는 루시에에게 더이상 대항할 방법이 없었다.
"졌습니다."
무릎을 꿇은채 담담하게 자신의 패배를 말하는 카타리나.
패배를 인정했기 때문에 어쨌건 로자리엘의 법률에 구속되는것을 느낀 카타리나는 약간 눈썹을 찌푸리기는 했지만 별다른 미동없이 태현의 앞에 무릎 꿇고 있었다.
"그럼... 이제 주인님이라고 불러야하는걸까요? 여태까지 저의 몸을 빈번히 노리셨지만 실패하셨죠. 이번에야 말로 제 몸을 마음대로 하실 수 있으시겠군요?"
무덤덤한 표정으로 자신의 갑옷을 하나둘씩 벗어나가는 크로우.. 아니 카타리나의 모습에 태현은 무심코 카타리나를 덮치고 범할뻔 했으나 자신의 우선 목표를 상기시키고는 그런 카타리나를 뒤로했다.
"아니, 너와 섹스하는것은 나중의 일이다. D.
M을 쓰러뜨리고 난 후에 보자
고."
"우후후. D.
M님도 약하진 않습니다. 긴장하셔야 할거라구요?"
"그래봤자지."
카타리나를 뒤로하고 곧바로 5층으로 올라간 태현.5층의 입구에는 쌓여있는 금괴와 십자가의 형태. 황금의 도시 고르디아나와 종교의 도시 이네스의 열쇠를 이용해 문을 열고 들어간 태현은 의외로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층이라서 놀라고 있었다.
"뭘 그리 촌놈처럼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나? ... 아, 팀 유베라고 했던가? 그 반란군이 속해있는 엘렌 마을은 촌구석이 맞았지?"
"그렇군. 난 촌뜨기였던건가."
".... 키힛."
자신의 독설을 능청스럽게 받아넘기는 태현의 모습에 로우렌은 마음에 들지 않는듯 가볍게 코웃음치고 자신의 핑크빛 머리카락을 한번 쓸어넘겼다.
"다른건 그렇다 치더라도... 너, 내 동생의 최후를 지켜봤다고?"
"...? 동생? 누군데?"
"아데루."
"...... 엑"
태현은 로우렌의 말에 진심으로 깜짝놀랐다.
"로아나단의 간부, 아데루가 네 동생이라고?"
"그래. 그 멍청한 동생년이. 어릴때부터 나에게 열등감이나 느끼면서 혼자 나에게 틱틱대더니 결국 어느정도 성장한뒤에는 뛰쳐나가버렸지. 멍청한 년이
결국 그래서 간 곳이 로아나단일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태현도 상상도 못했다.
그 천하의 로아나단의 간부 중 한명이었던 아데루와 명예의 전당의, 왕에게 충성하는 네명의 기사단장의 필두, 제 1기사단장 로우렌이 자매지간이었을 줄이야.
"그래서? 내 멍청한 동생년의 최후는 어땠나? 끝까지 버러지처럼 세상을 원망하면서 죽었나? 아니면 마지막에는 그래도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어느정도 회개의 가능성을 보였냐?"
"아데루는.. 끝까지 모든것을 원망하면서 죽었어."
".... 큿. 역시 멍청한 동생년. 원망할거면 나만 원망하면 될것이지 왜 되도않는 짓거리나 하고 자빠져가지고..."
"?"
로우렌이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너무 작은 목소리라 제대로 듣지 못한 태현은 머리 위에 물음표만 띄우고 있을수밖에 없었다.
"자, 이제 잡설은 그만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볼까? 촌뜨기."
"뭐.. 그러지. 반란군을 동생으로 가진 언니씨?"
로우렌의 눈썹이 약간 움찔거리면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지만 곧바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로우렌에 태현은 더이상 도발해봤자 득이 될게 없다고 생각하고는 도발을 멈추기로 마음먹었다.
"아깐 제대로 자기소개하지 못했던가? 새삼스럽지만 소개하지."
로우렌은 검은색 여성용 정장을 위아래로 말끔하게 차려입고, 신발마저 광택이 나는 검은색 구두로 말끔하게 빼입은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 어깨에 얹혀있는 살짝 목을 덮을정도로 긴 머리를 손으로 쓸어넘
기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내이름은 로우렌 루디 엔 우노. D.
M님의 첫번째 검이자 기사단장들의 필두, 제 1 기사단장. 《지배(支配)》의 로우렌이다."
"내 소개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래. 너같은 반란군 버러지의 이름은 조만간 내 기억속에서 잊혀질테니깐 말이야."
로우렌은 자신의 바지 뒷주머니에 꽂혀있던 하얀색 면장갑을 꺼내들어 착용하고는 태현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이미 전투는 시작했다고? 쓰레기."
"...!!!"
갑작스럽게 뒷목에 오한이 들어 섬뜩한 기분이 들자마자 곧바로 태현은 몸을
낮추고 앞으로 한바퀴 구르고 뒤를 쳐다보았다.
어느새 태현의 뒤에 나타나있는, 반투명한 검은색 천쪼가리만을 뒤집어 쓰고 둥둥 떠다니는, 거대한 낫을 들고 있는 괴 생명체.
"사신...?"
"명예의 전당. 이곳에 들어온 순간부터 일분 일초가, 여기 모든것이 모두 너를 향해 칼을 들이미는 전장이다. 정신차려라 멍청한 쓰레기놈아!!!"
점점 5층의 풍경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아니, 변화했다기 보다는 원래 이러한 풍경을 하고 있었다는게 맞을터이다.
태현의 시야에 로우렌의 곁에 서서 사악한 미소를 짓고 낄낄거리고 있는 광대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환술사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처음에 들어왔을때 아무것도 없던 배경은 저 환술사의 환술이고, 지금 이 배
경이 원래 5층의 모습이었을 터이다.
그리고 그 풍경은 마치 왕궁과도 같았다.
긴 회랑의 끝에는 로우렌이 자신만만한 미소로 화려한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턱을 괴고 태현의 추태를 감상하고 있었고, 그 옆에서는 환술사가 낄낄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태현의 뒤에는 사신이 둥실둥실 떠있었다.
'이곳 모든것이 나에게 칼을 들이매는 전장이라는 것은 이런 말이었나...'
로우렌과 태현의 전투는 이곳. 5층에 들어선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세이라는 아직 회복중.. 루시에도 광범위 기술을 쓴 직후라서 아직 완전히 회복은 되지 않았지만 우선은 루시에도 아껴두고.'
태현은 곧바로 에리와 라일라, 카나리아, 페어리 퀸을 먼저 꺼내들었다.
"신성한 어전에 더러운 발을 들이댄 저 잡것을 신속하게 배제하라."
로우렌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갑작스럽게 태현의 좌우에서 철갑으로 완전 무장한 병사들이 생겨나 태현을 향해 덮쳐들었다.
============================ 작품 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감기로 골골대고있는동안 쌓인게 많아서어제 그거 한꺼뻔에 처리한다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잠이 들어서이제야 올리는 저를 용서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