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예의 전당 - Hall of Fame --- >
"진격하라!!"
철갑으로 무장한 병사중에서도 장군급으로 보이는, 좀 더 화려한 갑옷을 차려입은 인영이 방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릴정도로 외치면서 병사들에게 명령하자 장군의 독려에 힘입은 병사들은 두려움을 잊고 여신의 사도들에게 덤벼들었다.
"이, 분수도 모르는 잡것들이!!"
여신의 사도중에서도 가장 공격적인 카나리아가 주제도 모르고 덤벼드는 병사들에게 화가 단단히 난듯 자신의 양손에 넘쳐 흘러내릴듯한 물을 잔뜩 모았다가 가장 먼저 병사들에게 진격명령을 내린 장군에게 그 기운을 폭사시켰다.
".... 뭣?!"
하지만 카나리아의 손에서 튀어나와 장군으로 일직선으로 뻗어나간 물의 용이 지나간 자리에는 병사들이나 장군의 흔적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환술이야! 저 환술사를 먼저 쓰러뜨려야해!"
"칫, 열풍(熱風)!!"
라일라의 몸에서 불길이 솟아오르더니 바람처럼 로우렌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라일라의 열풍은 로우렌에게 닿지 않았다.
다리를 까딱이면서 턱을 괴고 지켜보고 있던 로우렌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로우렌과 환술사를 지키듯이 반투명한 막이 펼쳐져있었던 것이다.
"저건... 뭣?!"
"페어리 퀸?!"
로우렌을 지키는 방어막을 펼친것은 다름아닌 태현의 페어리 퀸이었던 것이다.
"꿇어라."
로우렌의 입으로부터 흘러나온 말은 태현의 어깨를 짓누르고 태현을 무릎꿇게 만들었다.
"무.. 무슨일이지...!!"
태현은 스스로가 무릎을 꿇었음에도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수가 없었다.
머리만을 들어 주위를 살펴보자 라일라와 카나리아, 에리도 로우렌의 『명령』을 반항하는것만으로도 벅찬지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이것이 《지배》다. 나의 명령을 들으면 그 누구도 반항할 수 없지. 하지만
역시 여신의 사도정도 되면 어느정도 반항을 할순 있는건가?"
그러면서 로우렌이 턱짓하자 다시 환술사의 손이 움직였다.
조용하던 병사들이 다시 태현과 사도들에게 달려왔다.
"이놈들은 환술이니까 신경쓰지마! 난 괜찮으니까 본체만을 노려!"
"알겠습니다!"
에리가 곧바로 번개처럼 질주해서 로우렌에게 번개를 두른 주먹을 꽂아넣었지만 역시나 세뇌된 듯한 페어리 퀸의 보호에 가로막혀버렸다.
"크아악!!"
"...!! 주인님?!"
"화.. 환술이 아니란말이야?!"
에리의 뒤를 따라 달려가던 라일라와 카나리아는 뒤에서 들려오는 태현의 고통에 찬 신음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자 한 병사의 창이 태현의 다리를 꿰뚫었던 것이다.
환술임이 분명할 터인 병사의 창에 찔린 다리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태현은 로우렌의 명령에 의해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크읏!! 카나리아, 주인님을 부탁해!"
"알았어!!"
카나리아가 다급하게 태현의 곁으로 돌아가 태현을 지키듯 푸른빛 막으로 태현을 둘렀고 카나리아 본인도 태현을 지키기 위해 주위를 계속 곁눈질하면서 병사들을 견제했다.
"어때, 놀랍지? 그 병사들은 단순한 환술이 아니라고. 실체가 있는 환술. 실환(實幻)이라고 해야할까?"
"일개 환술사 나부랭이 주제에.. 어떻게 이런 기술을...?"
"그건 당신들이 알아봤자 뭐하겠어? 어이, 당장 여신이라도 꺼내지 그래?"
"큿...."
카타리나가 세이라 여신을 눈치채고 있었듯이, 아마 로우렌도 태현에게 루시에와 세이라, 두명의 여신을 수중에 넣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이미 알고 있을 터였다.
"그리고... 너같은 탐욕적인 인간이라면 분명 치레느 여신도 어떻게든 손에 넣었을 테지. ... 아니, 아니지. 그러고보니까 클레어 그 아이가 치레느 여신의 무녀였지?"
"....!!!"
태현의 인간성, 그리고 자신의 부하였던 클레어의 영지가 어딘지 상기한 로우
렌은 너무나도 손쉽게 답을 도출해내버렸다.
"거기다가 치레느 여신의 사도인 카나리아까지 손에 넣었으니.. 치레느 여신을 불러내는 것쯤은 문제도 아니었겠군?"
거기다가 기사단장 주제에 여신을 깨우는 방법 또한 알고 있다는 것에 태현은 또다시 경악하면서도 고개를 푹 숙이고 무릎을 꿇고만 있었다.
"이렇게 생각하고보니까 없는게 더 이상할 정도로군 그래? 뭐, 세이라 여신은 3층에서 테오윈의 전력이 담긴 공격을 받았으니까 멀쩡할리는 없을거고.. 루시에 여신도 4층에서 그런 대규모 기술을 퍼부었으니까 지금 베스트 컨디션은 아닐테니까, 난 치레느로 만족해주겠다 이거야. 그러니까 후딱 치레느 여신을 꺼내라고. 멍청한 놈아."
"후... 그렇게 원한다면 『명령』하면 되는거 아닌가? 로우렌?"
"크큿. 난 말이지. 어릴때부터 모든것을 『명령』을 내리는것만으로도 손쉽게 이루어왔다고. 물론 지금 너에게 『명령』하는것으로 여신을 꺼내게 만드는
것은 쉽지. 하지만 그러면 재미가 없지않아?"
로우렌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다리를 까딱이면서 태현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재미... 냐?"
"뭐... 너라면 나를 이해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영웅》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떠받을어져왔을테고. 물론 반란군 내부에서 한정이겠지만 말이야. 그리고 너 본인도 제법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원하는대로 해먹고 다녔을테고."
"...."
"하지만 너무 손쉽게 손에 들어오는건 쉽게 질리기 마련이란 말이지. 그래서 난 이 배틀러의 길에 뛰어든거다. 이 세상 어딘가에 나의 『명령』에 대항할 수 있는 자는 없는가. 『명령』이 듣지 않는 몬스터는 없는가?"
태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하, 그렇지만 역시나 세린 대륙에는 나의 『명령』에 대항할 수 있는 존재는 몇 없었지. 그 중 하나가 D.
M. 나의 고결하고 아름다운 왕. 유쾌하면서도 근엄한 나의 유일한 왕. 그녀는 나의 『명령』을 가볍게 무시해버리고 나를 쓰러뜨렸지. 그런 D.
M이었기에 나는 따랐던 것이고."
그것은 적혈여제의 직속 부하인 6명의 왕에게는 특별히 로자리엘의 축복이 내려지기 때문에 정신간섭등이 먹히지 않기 때문이라는것을 굳이 태현은 입에 담지 않았다.
로우렌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 이후로는 최대한 나는 『명령』을 쓰는것을 자제하면서 배틀을 즐겼지. 『명령』을 쓰면 너무 재미가 없었거든.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야. 지금 난 너에게 『명령』해서 여신의 사도들을 모두 큐브로 되돌리라고 명령한 뒤에 너를 죽여버리면 끝이라고. 하지만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 안그래?"
"노력은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란 말이로군. 거기에 대해서는 공감해."
그리고 로우렌이 하는 말에 반박을 할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로우렌이 마음만 먹었더라면 지금 태현의 목은 날아가고 없을 것이다.
물론 태현 또한 클레어의 독심술을 피하기 위해 수호의 부적 아이템을 구입하기는 했지만, 로우렌의 저 《지배》의 효력은 수호의 부적을 가볍게 뚫어냈고, SS등급중에서도 한단계 위라고 평가되는 여신의 사도들에게도 어느정도 영향을 줄 정도로 강력한 것이기 때문에 만약 로우렌이 태현에게 자결을 『명령』한다면 태현은 꼼짝없이 스스로의 목을 찌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고 있는것은 순전히 로우렌의 자비.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한다면 로우렌의 단순한 유희에 지나지 않는 것.
"지금 굳이 너를 이렇게 무릎 꿇린 이유는 두가지. 첫째는 그냥 나에게 이런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두번째는 혹여
라도 고작 페어리 퀸을 뺏긴것만으로 전의를 상실해 도주할까봐야."
로우렌은 의자에서 일어나 자신의 품속에서 큐브를 하나 더 꺼내들었다.
"너의 전력을 보여봐. 그리고 나에게 즐거움을 맛보게 해줘..!! 그것만이 너를 살려둔 유일한 이유니까 말이야!!"
"그렇게 치레느 여신과 싸우고 싶은거야?"
"크큿.. 당연하지. 루시에 여신도, 세이라 여신도 좋지만.. 난 치레느 여신과
싸워보고 싶은거라고. 하지만 네가 꺼내지 않겠다고 반항하면 억지로라도 꺼내게 해주겠어."
"그럴 필요는 없다."
태현을 둘러싸고 있던 푸른 빛의 방어막이 걷히고 태현의 뒤에서 새로운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태현과 로우렌의 문답을 듣고 있던 치레느가 결국 더이상 인내하지 못하고 태현의 허락을 받을 틈도 없이 큐브에서 스스로 튀어나왔던 것이다.
"본녀와 우열을 논하고자 하는 어리석은 인간은 그대인가?"
목소리를 듣는것만으로도 무릎을 꿇고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하고 싶어지게끔 만드는, 강력한 신성을 두른 치레느의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로우렌의 얼굴은 환희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이거야.. 이거라고..!! 후, 후후후... 당신과 반드시 겨뤄보고 싶었다고..!!"
"한낱 어리석은 미물인줄 알았거늘. 알고보니 어느정도 대공(大空)의 속성을 몸에 깃들게 한 인간이로군? 하지만 그대, 어리석은 자야. 고작 그정도로 본녀를 꺾으려 들었단 말이더냐?"
치레느가 코웃음치면서 손을 들어올렸다.
로우렌은 치레느가 움직이자 재빠르게 반응해 환술사에게 명령내렸다.
"총 공격!!"
치레느에게 수십, 수백, 수천의 환술이지만 실체를 지닌 병사들이 자신의 창을 꼬나쥐고 돌격해왔다.
그리고 로우렌은 품속에서 꺼낸 큐브로부터 새로운 몬스터를 꺼내들었다.
"호오? 굉장히 드문 구경을 연속으로 시켜줄줄은 몰랐구나. 멸신자(滅神者)라고?"
"이네스에서도 더욱 북쪽.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척박한 땅. 그곳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자를 나의 『명령』으로 더욱 강화시켜 언젠간 너를 땅으로 추락시킬 일만 기다리고 있었다, 치레느!"
태현은 로우렌이 저토록 치레느에 집착하는 이유는, 아마 자신의 특성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공(大空)의 속성을 몸에 깃들이게 했다는 것은, 아마 여태껏 로우렌이 휘둘러왔던 《지배》의 힘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특질은 보통 발전하지 않고 퇴색하기 마련이다.
로우렌은 말로는 『명령』을 내리면 세상이 재미 없기 때문에 잘 사용하진 않는다고 했지만 여태까지 『명령』을 내리는것만으로 편하게 살아온 로우렌이 갑자기 『명령』을 내리는 힘이 사라진다면 버텨내지 못할 것이 틀림없었다.
자신의 힘이 언젠가 사라진다는 것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깨달은 로우렌은 자신이 지닌 특질의 원천. 즉 대공의 여신인 치레느에 집착했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명령』의 힘으로도 여신의 사도는 구속할 수 없었고, 한번 로우렌의 위험함을 깨달은 카나리아는 더이상 로우렌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치레느와 만나는 일은 영영 요원한 일일거라 생각하던 로우렌의 눈 앞에 이렇게 치레느가 떡하니 모습을 드러냈으니, 그 감격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것이
리라.
그러나...
"어.. 어째서...."
"한낱 인간 주제에 나의 힘의 편린을 몸에 깃들었다고 한들 여신인 나를 이길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더냐?"
말 한마디 내뱉는 것으로 환술사가 만들어낸 실환의 병사들을 무릎 꿇리고, 발걸음을 한발자국 옮기는 것으로 환술사의 머리를 조아리게 만들었다.
멸신자가 우렁찬 고함과 함께 치레느에게 덤벼들었지만 치레느의 등 뒤에 펼쳐진 팔괘진 중 건(乾)의 진에 휩쓸려 사라졌다.
"이럴리가 없어..!! 이럴리가 없다고..!!!!"
"어리석은 인간아. 내 너를 가엾게 여겨 너의 몸속에 있는 나의 힘의 조각은
빼앗지 않겠지만... 뭐, 빼앗아도 빼앗지 않아도 결과는 똑같을지도 모르겠구나."
치레느의 압도적인 지배력에 결국 허무하게 패배한 로우렌은 무릎을 털썩 꿇고 패배의 충격에 아득바득 수리치고 있었찌만 치레느는 더이상 볼것도 없다는듯 태현의 큐브속으로 되돌아갔다.
"크읏...!!! 이 수치.. 잊지 않겠어..!!!"
멸신자 마저도 건의 진 속에서 쓰러졌는지 로자리엘의 법률이 로우렌의 몸을 구속시킨다.
끊어지는 의식속에서도 로우렌은 태현을, 아니 태현의 큐브 속의 치레느를 노려다보면서 복수할 것을 다짐하면서 쓰러졌다.
"다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태현은 로우렌을 내려다보면서 조용히 읊조렸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데루가 그토록 삐뚤어진 것은 로우렌의 영향도 적진 않았을것이라 판단하고 로우렌을 가볍게 포박만 해둔 후 드디어 마지막을 향해 걸어갔다.
============================ 작품 후기 ============================로우렌이 약간 허무합니다만여신이 나오면 이렇게 되는게 어찌보면 당연한것일지도그나저나 실버를 먹을 틈을 만들래야 만들수가 없군요.
D.
M을 쓰러뜨린 후에야 가능할듯한데, 제가 과연 그때 굳이 실버의 떡신을 적을지 모르겠네요. 끆ㄲ....
감기는 이제 거의 완전히 나았습니다! 콧물 나오는거야 뭐 겨울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달고 다니는 숙명같은거니까 신경쓰지 않구요.
제 건강을 걱정해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레지스탕스도 드디어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끝까지 많은 성원을 보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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