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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하는 한의사-26화 (27/230)

26화. 있었구나

26화. 있었구나

“어..? 혹시, 이진혁 선생님 아니세요?”

박 원장이 먼저 이진혁을 알아봤다.

이름이 나온 뒤에야 김 원장도 누군지 알아보고 인사했다.

“선생님같은 분이 여기에는 어쩐 일로..”

“아, 제가 개인적으로 최인호 대표님과 친분이 있어서요. 다음 주부터 여기로 주 1회 출근을 해달라고 부탁받았거든요.”

“그, 그러셨구나.”

김 원장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고 하지 않던가.

이는 마치 자신에게 주는 경고와 같이 느껴졌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래서 스케줄 조율도 할 겸, 지나가는 길에 들려 봤습니다.”

“박준호라고 합니다.”

옆에 있던 박 원장이 좋다고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꾸벅인다.

저 눈치 없는 자식 같으니라고.

“김태식입니다. 현재 본점 대표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김 원장님. 그럼, 이제부터 간단하게 이야기 좀 해볼까요?”

김 원장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간략하게 현재 한의원이 돌아가는 상황을 설명했다.

이야기를 들은 이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보자.. 시간은 매주 월요일이 괜찮겠네요. 아마, 최 대표님도 그걸 원하실 것 같고.”

“월요일이면 저희야 좋죠.”

“알겠습니다. 그럼 월요일 오전부터 오후 6시까지만 보는 거로 할게요.”

“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오다 보니까 시장에 이제 막 공사 끝낸 것 같은 한의원 하나 있던데, 혹시 아세요?”

“물론이죠. 거기 원장이 젊은 친구인데, 대표님이 신경을 좀 쓰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요? 어떤 곳인데요?”

이번에도 김 원장이 요약해서 간단하게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이진혁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허준이란 선생이 인기가 좋으니까 자신을 이용해서 맞불을 놓겠다는 속셈이었구나.

“듣고 보니 운이 좋은 것도 맞는데, 그거 외에도 슬슬 자리 잡을 시간이 되기도 했네요. 2년이 좀 넘게 굴렀으면 아무리 텃세가 심한 곳이라고 해도, 슬슬 풀릴 때가 된 거죠. 게다가 봉사활동도 꾸준히 한다고 하니 더욱더 당연한 일일 테고요.”

김 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TV에 나온다고 해서 운영하는 능력은 꽝인줄 알았더니 꼭 그런것만은 아닌가 보다.

“참, 오늘부터 봉사활동 나가신다면서요?”

“네. 어쩌다 보니..”

“그러면 제가 팁 좀 알려드릴까요?”

“팁이라니요?”

“운동선수들이 왜 유니폼에 아무 상관도 없는 브랜드 로고를 달고 다니겠어요?”

아-!

“이해하셨죠? 그럼, 전 시장이나 한 바퀴 둘러보고 이만 가봐야겠네요. 오후에 일정이 있어서.”

*   *   *

아침 일찍 일어난 허준은 평소보다 조금 더 빠르게 잠에서 깨어났다.

어젯밤 이사를 전부 마치고 새롭게 탄생한 허준한의원으로의 첫 출근이, 마치 어릴 적 첫 수학여행을 갈 때와 비슷한 설렘 때문이었다.

그렇게 지하철역에서 내려 한의원으로 향하는 시장골목.

평소보다 일찍 나와서 일까. 오늘따라 유난히 공기가 상쾌하게 느껴졌다.

가벼운 발걸음에 어느새 도착한 사거리에는,

스티커로 붙인 [허준한의원]이라 적힌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그 앞에 서자, 지난 2년간의 날들이 스쳐 지나간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요양병원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원장님?”

그때, 뒤에서 김 선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 선생님?”

“안 들어가고 문 앞에서 뭐 하세요?”

“아, 이제 막 들어가려던 참이었어요.”

“빨리 들어가죠. 오늘 정리할 거 많다면서요.”

그렇게 허준한의원 입장.

생각보다도 더 빨리 출근한 김 선생을 보고 허준이 물었다.

“근데, 너무 일찍 나오신 거 아니에요?”

“제가 아침잠이 좀 없어서요. 게다가 일찍 이라뇨? 그래 봐야 지금 7시 조금 넘은 시각인데.”

“그게 일찍 아닌가요?”

“에이~ 무슨 말씀을. 저 아침에 운동도 하고 왔는 걸요?”

“운동이요..?”

“네. 옛말에도 있잖아요?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체력이 모든 일의 기본이라고요.”

“그, 그렇긴 하죠. 그럼, 잘 부탁드려요.”

허준이 대답과 함께 원장실로 향했다.

세상에 저렇게 바른 생활을 하는 사람이 있단 말이야? 마치 도덕 선생님과 마주한 느낌이네.

새로운 원장실을 한 바퀴 슥 둘러보고,

이제는 습관이 된 모여있는 포인트를 확인한다.

한의사 Lv. 1

[침술 Lv. 4] 필요 포인트 1000

[구술 Lv. 4] 필요 포인트 1000

[탕제 Lv. 2] 필요 포인트 1000

[추나 Lv. 0] 잠김

[진맥 Lv. 0] 잠김

···

보유 포인트 : 643

좋아. 여태껏 하던 대로만 하자.

대출잔액 갚아야지.

그렇게 얼마 지나지않아, 윤 선생이 출근을 했고.

한의원은 진료준비를 마쳤다.

오전 9시. 진료 시작.

첫 환자가 왔다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최명숙 할머니.

유일한 단골이셨던 김명자 할머니의 절친으로, 주방을 담당하고 계셨다.

소개로 온 뒤, 쭈욱 오셔서 이제는 김명자 할머니와 같이 단골이 되었다.

“어서 오세요. 할머니.”

“아이고야~ 한의원이 아주 깔끔해졌네?”

“감사합니다.”

“자, 이거부터 받아.”

“이게 뭔데요?”

“뭐기는, 개원 선물이지.”

할머니가 검은 봉투를 건넸다.

봉투 안에는 화사한 분홍색 꽃이 피어있는 자그마한 화분이 들어 있었다.

“어? 화분이네요?”

“그거, 성님이 가져다주래.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거라나?”

“이거 비싼 거 아니에요?”

“아니야. 저기 시장 끝에서 2천 원인가 3천 원 주고 하나 사 왔어.”

“그럼, 잘 받을게요. 정말로 감사해요.”

“감사는 무슨, 그거 햇볕 잘 드는 곳에다가 놔두고 물만 가끔 주면 꽃이 계속 피어나는 놈이여. 그러니 죽이지 말고 잘 키워봐. 향은 없어도 한결같이 진득한 녀석이거든.”

허준이 고개를 끄덕이고 화분을 받아 조심스럽게 내려놨다.

나중에 좋은 곳에다가 자리 잡아 줘야겠네.

“침 맞으신데는 많이 좋아 지셨어요?”

“아주 좋아. 요새는 밤늦게까지 일하고 다음 날 일어나도 아주 팔팔해.”

“다행이네요.”

“내가 우리 성님이랑 입맛은 좀 달라도, 한의원은 맞나봐. 와보길 잘한 것 같아.”

“그럼, 오늘도 치료실로 가시죠.”

그렇게 치료실에서 침을 다 놨을 때 즈음,

두 번째 환자가 들어왔다.

본래 이곳에서 정육점을 하고 계시던 김순철 사장님이셨다.

“어? 김 사장님.”

“아이고 개원 축하드립니다. 선생님.”

“일부러 찾아오신 거예요?”

“아니요. 근처에 괜찮은 자리가 나서 오늘 냉장고 들어가기로 했거든요. 가는 길에 침이나 좀 맞고 가려고요.”

“아~ 어깨는 괜찮으시죠?”

“네. 그날 이후로 아직 담이 안 걸렸어요. 요즘에 일을 안 해서 그런가?”

“잘됐네요. 새로 정육점 하시더라도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이쪽 어깨를 살살 풀어주세요. 시간 나실 때마다.”

“그럴게요. 참, 이거..”

김 순철 사장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건넸다.

하얀 봉투에 담겨있었기에 허준이 두손을 들어 흔들었다.

“환자와 그런 거 주고 받으면 안 돼요.”

“네? 이거 제 정육점 할인 쿠폰인데요..”

“아?..”

“오픈하면 한번 오셔서 고기 사 가시라고요. 미리 드리는 겁니다.”

“아... 네.”

그렇게 시작된 진료는 오전진료만 보는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20명이 넘는 환자가 왔다갔다.

그중에 무려 5명은 초진환자였으니, 확실히 1층으로 내려온 의미가 있었다.

“원장님. 수고하셨습니다. 마감할게요.”

“네. 모두 수고하셨어요. 참, 김 선생님.”

“네?”

“이거 좋은 자리에다 놔주실래요? 아침에 최명숙 할머니 편으로 김명자 할머니가 축하한다고 보내셨어요.”

허준이 오전에 받은 화분을 건넸다.

“어? 꽃기린이네요?”

“꽃기린이요?”

“네. 이거 이름이 꽃기린이에요. 여기 보면 꽃 아래가 길쭉하잖아요? 이게 기린의 목같이 길어서 꽃기린이라고 한대요.”

“그렇군요.”

“이거 햇볕 잘 비추는 자리에다가 놔두면 되는 거죠?”

“네. 부탁드려요.”

김 선생이 허준에게 건네받은 꽃기린을 가지고 원장실을 나섰다.

“근데, 원장님이 꽃기린 꽃말은 아시려나?”

*   *   *

“원장님 그럼 수고하세요. 다음 주에 봬요.”

“수고하세요~ 원장님~”

시원하게 김 선생의 차가 떠나간다.

윤 선생도 함께였다.

둘이 어느새 친해진 것인지, 이전 기념으로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간다나?

그래. 괜히 원장인 내가 껴서 좋은 것은 없겠지.

어차피 따로 해야 할 일도 있고.

그렇게 작은 양로원에 도착한 허준.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익숙한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두 남자의 손에 들려있는 박스에 경희한의원이라 적혀있었기 때문이었다.

‘어? 경희한의원? 우리 시장에 있는 거기인가?’

사실 경희한의원이란 간판 자체가 워낙 흔하다 보니, 같은 동네에도 여러 개가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에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을 본 허준의 감정은.

‘나 말고도 이 동네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이 있었구나.’

라는 왠지 모를 반가움이었다.

마치, 홀로 떨어진 병사가 아군을 만났을 때 느끼는 전우애와 같은.

그리고 동시에,

<행복한 집>

* 진행도 : 0%

* 보상 : 포인트 50

* 남은시간 : 10시간 07분

의문이 피어올랐다.

그럼, 이거는 어떻게 되는 거야?

그때, 두 남자와 이야기를 하던 중년인이 다가왔다.

“오전에 전화주신 이허준 선생님이시죠?”

“네. 맞습니다.”

“이거 죄송합니다. 제가 미리 연락을 드린다고 하고 일이 생겨서 깜빡했네요. 이분들은 경희한의원에서 나오신 선생님들인데, 오늘 무료로 진료를 해주시겠다고 나중에 연락이 오셨거든요. 불편하지 않으시면 같이 하셔도 괜찮을까요?”

허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3명이면 진료를 더 빨리 끝낼 수 있을 터.

퀘스트가 이곳에 있는것만은 아니었으니, 퀘스트가 실패하면 다음 장소로 가면 그만이었다.

게다가, 이미 여기까지 와놓고 돌아가기에는 신경이 너무 쓰이는 허준이었다.

“그럼요. 오히려 좋죠.”

허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고,

그렇게 3명의 한의사가 모였다.

“안녕하세요. 이허준이라고 합니다.”

“김태식입니다.”

“박용준이라고 해요.”

김태식과 박용준도 여기에서 허준을 만날 줄 몰랐기에 살짝 당황했다.

경력이 많은 김태식이 웃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했다.

“혹시, 시장에 있는 허준한의원 원장님 아니세요?”

“저를 아시나요?”

“그럼요. 알다마다요.”

“그럼 설마? 시장 입구에 있는 경희한의원이셨어요?”

“네. 맞아요. 이거 참 우연이네요.”

“그러게요. 경희한의원에 계신 선생님들도 봉사를 다니시는 줄은 몰랐어요.”

“저희도 깜짝 놀랐어요. 원장님이 좋은 일 하신다고 이야기는 자주 들었는데, 이렇게 직접 만날 줄은 몰랐거든요. 이것도 인연인데, 같이 잘 해보죠.”

“네. 잘 부탁드려요.”

김태식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다.

좋아. 자연스러웠어.

그렇게 시작된 진료.

“어디가 편찮으세요.”

“이쪽이랑 이쪽이랑.”

“그럼 이리로 누워보실게요.”

그리고 그옆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었다.

방안에 뜸냄새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3명의 한의사가 각각 찾아오는 할머니들을 치료하는데, 어디선가 날카로운 호통이 들려온다.

“됐어! 난 진료 안받는 다니까? 왜 자꾸 귀찮게 굴어?”

“할머니. 그래도 선생님들께서 힘들게 여기까지 오셨는데, 한 번 받아보세요.”

“일 없다니까? 자꾸 그러네.”

진료를 보던 김 원장과 박 원장의 눈이 그곳으로 향했다.

뭐 진료 안받으면 우리야 편하지 라는 눈빛이었다.

“저 할멈 또 저러네.”

“내버려 둬.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아주 그냥 틈만 나면 저런다니까. 성격이 못돼서 그렇지 성격이. 선생님들은 신경쓰지 마세요. 원래 저런 양반이니.”

김 원장과 박 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성격을 가진 분을 진료하고, 그 예후까지 아름다운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 침을 다 놓은 허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그곳으로 향했다.

왜냐하면,

* 진행도 10%

퀘스트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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