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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하는 한의사-66화 (67/230)

< 66화. 크리스마스트리 >

66화. 크리스마스트리

허준한의원에는 어린 환자들이 많이 찾아온다.

감기나 보약도 있었지만, 주로 화상 치료를 위해 오는 아이들이었다.

데스크를 맡고 있던 김예진이 원장실의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다음 환자를 불렀다.

“김소연 님, 원장실로 들어가실게요.”

김소연. 유난히 눈이 동그랗고 뽀얀 피부가 돋보이는 아이다.

그래서인지 손에 있는 화상이 더 눈에 잘 띄는 편이었다.

‘허준 선생님이 고쳐 주시겠지.’

하지만 걱정은 전혀 없다.

이미 화상 환자와 동상 환자의 치료 과정을 직접 두 눈으로 여러 번 봐오지 않았던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소연이가 엄마 손을 잡고 원장실로 들어갔다.

이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손을 잡고 나와 치료실로 향했다.

그렇게 진료가 끝나고 데스크에서 소연이를 맞이했는데,

소연이가 손에 쥔 무언가를 김예진에게 내밀었다.

“소연아, 그거 선생님 주자고?”

엄마의 물음에 쑥스러움이 많은 소연이는 대답 대신에 고개만 끄덕인다.

“선생님 이거 받으세요. 소연이가 선생님께 주고 싶나 봐요.”

“안 주셔도 돼요.”

“그러지 말고 받아주세요. 원래 자기 것 잘 안 주는 아이인데, 선생님이 좋은가 봐요.”

“소연아 그럼 잘 받을게~”

김예진이 그것을 건네받았다.

미니 크리스마스트리에 장식하는 조그만 양말 모양의 장식이었다.

그때, 치료실 정리를 끝낸 윤 쌤이 김예진의 손에 들린 것을 보며 말했다.

“어? 김 쌤, 그거 뭐에요?”

“아~ 이거 소연이가 주고 갔어요.”

“크리스마스트리 만들 때 쓰는 거 같네요?”

“네.”

“그런데, 저희 트리 안하지 않나요?”

“글쎄요...”

이건 김예진도 모르는 일이었다.

현재 허준한의원에서 같이 일한 지 가장 오래된 직원이었지만, 크리스마스는 처음 맞이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따가 원장님한테 한 번 물어볼까요?”

“네. 그래야겠어요. 어차피 저희 어린아이들도 많이 오는데, 와서 직접 하나씩 장식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지 않아요?”

“오,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인데요?”

그렇게 점심시간.

허준과 유도진 그리고 고요한 선생이 진료실에서 나와 자리를 잡았다.

고요한 선생과 윤 선생이 도시락을 가지러 입원실로 올라갔고,

유도진과 허준이 진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치료실 정리를 끝낸 김예진이 허준을 불렀다.

“원장님.”

“네?”

“며칠 뒤면 크리스마스잖아요? 한의원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좀 내보는 건 어떨까요?”

김 선생의 말에 유도진 선생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한의원에서는 보통 크리스마스라고 따로 뭔가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는 물론 허준도 마찬가지였으나,

"아침에 왔던 소연이가 이걸 주고 가더라고요.”

김 선생이 손에 작은 양말을 들이미는 것이 아닌가.

허준이 그것을 보고 일리가 있는 의견이라고 생각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네.

게다가 서먹서먹한 시장 골목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 좀 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럼, 선생님들한테 맡겨 볼까.’

“그럼, 김 선생님이 맡아서 해주시겠어요?”

“물론이죠. 맡겨만 주세요.”

그렇게 다음 날.

출근한 허준은 한의원에 놓인 자그마한 트리를 볼 수 있었다.

“오늘은 일찍 오셨네요. 원장님.”

“오늘 동상 진료를 제가 보는 날이거든요. 아침에 일찍 다녀오려고요.”

“아~”

“그런데, 트리에 장식은 아직 안 하셨네요?”

허준이 어제 본 조그만 양말 두 개만 달랑 달린 트리를 보며 물었다.

그 물음에 김 선생이,

“어제 윤 쌤이랑 이야기 해봤는데, 찾아오는 환자들이 소원을 담아서 직접 여기다가 달게 하려고요. 선생님도 하나 달아보실래요?”

보따리 주머니에서 작은 양말 하나를 건네며 답했다.

허준이 그것을 받아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생각하던 트리와는 조금 달랐지만, 나름대로 환자를 생각하는 선생님들의 의견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리라.

그러고 보니, 김 선생님과 윤 선생님이 안 계셨으면 한의원이 이렇게까지 수월하게 돌아가지는 않았을 테지.

“좋은 생각이네요.”

“그렇죠? 원장님도 마음에 들어 하실 줄 알았어요.”

“네.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저는 잠깐 올라갔다 올게요.”

새삼스럽게 둘의 존재감을 느끼며 허준이 입원실로 올라갔다.

입원실 문을 열자, 도영철 선생이 허준을 맞이했다.

“원장님 오셨어요?”

“도 선생님. 별일 없으셨죠?”

“네. 아침 식사 끝내고 동네로 운동도 다녀 왔어요.”

입원실 당직을 맡은 도영철 선생님도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었다.

특히, 동상 환자의 치료에는 조금씩 자주 움직여 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런 허준의 눈에 조그만 트리가 들어왔다.

거기에는 벌써 장식품 몇 개가 붙어 있었다.

허준의 시선을 느낀 도영철이 입을 열었다.

“아~ 그거 김 선생님이 아침에 가져오셨어요. 여기 입원하신 환자분들 크리스마스 분위기라도 좀 내라고.”

“좋네요.”

허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입원실까지 신경 썼을 줄이야.

그때, 입원해 있던 환자가 허준에게 인사했다.

“아이고 선생님. 어서 오세요.”

“아, 발가락은 좀 괜찮으세요?”

“그럼요. 다 선생님 덕분이죠.”

환자가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며 말을 이었다.

“여기 와서 아주 마음이 편해요. 선생님들도 계속 신경 써 주시는 것 같아서요. 크리스마스트리 사진 찍어서 보내니 딸아이도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요?”

“네. 퇴원하면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직접 만들어 줄 생각입니다.”

“물론이죠.”

허준이 미소지으며 답했다.

그러고는 아침에 김 선생에게 건네받은 양말을 주머니에서 꺼내 트리에 걸며 소원을 빌었다.

‘한의원 찾아오는 환자들 전부 완치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이왕이면 돈도...’

그렇게 허준한의원의 진료 시작.

“어? 크리스마스트리네?”

“웬걸? 원래 한의원에서는 이런 거 안 하지 않나?”

“그러게.”

크리스마스트리를 발견한 환자들이 수군거렸다.

윤 선생이 나서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머님들. 여기 이거 하나씩 받으시고, 소원 빌어서 마음에 드는 자리에 달아주세요.”

“에이 뭘 이런 걸 다, 우리가 어린애들도 아니고.”

“그래도 한번 해볼까?”

“그러지 뭐, 저렇게 휑하게 있는 것도 조금 보기 그렇잖아.”

트리에는 장식품이 추가되었고,

이어서 들어온 어린이 환자.

“엄마, 여기 봐. 트리가 있어.”

“정말이네?”

이번엔 김 선생이 보따리를 풀면서 설명했다.

“보따리에서 하나 뽑아서 소원을 빌고 저기다 달아줄래?”

“제가요?”

“그럼, 그래야 소원이 이뤄지지.”

“네!”

그렇게 하나씩 트리에 장식품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모두가 동심으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   *   *

강남의 한 카페.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와 함께 사람들이 모여서 시끌벅적 이야기를 나눈다.

그중 한 테이블 앞에 앉아있는 세 사람.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인 이들은, 취업 준비를 하는 두 명과 이미 졸업하자마자 취업에 성공한 한 친구가 함께였다.

“아씨, 내년에는 꼭 취업해야지.”

“나도! 그런데 은정이는 오늘 온대?”

“은정이? 글쎄, 잘 모르겠네. 걔 멘탈 완전히 박살 나서 병원 다니고 있다던데.”

학생 때부터 유리멘탈로 유명한 그녀였다.

“하긴, 올 초에 지원서 넣는 족족 광탈하고, 겨우 붙은 곳은 면접에서도 떨어져 버렸으니. 한동안 잠도 못 자서 불면증약 먹고 그랬다더라고.”

“그러다 걔 큰일 나는 거 아니야?”

“에이 무슨 소리를. 불면증약 정도야 우리 같은 취준생에게는 흔한 일이지.”

그때, 한 친구가 비아냥거렸다.

“그러니까 면접에서 떨어지는 거 아니겠어. 면접은 자신감이 반 이상인데.”

“야, 남승연.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남승연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변명하듯이 말을 이었다.

“얘는? 뭐,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근데 솔직히 취업도 어렵지만, 그렇게 멘탈 약하면 회사생활은 어떻게 하려고 그래?”

“너 혼자 취업 성공했다고 너무 막말하는 거 아니야?”

취준생인 다른 친구들에게도 민감한 사항이었던 터라,

분위기가 조금 험악해져 가는 그때,

카페의 문을 열고 최은정이 들어왔다.

그녀를 알아본 한 친구가 말했다.

“어? 저거 은정이 아니야?”

“맞네. 은정이.”

“근데, 뭔가 분위기가 좀 달라진 것 같은데?”

친구들을 향해 웃으며 다가온 최은정.

항상 일어나지도 않는 걱정에 시달리면서 그늘졌던 그녀의 얼굴에는 여유로움이 넘쳐 흘렀다.

“애들아 안녕? 오랜만.”

“뭐야, 너.”

“은정아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

“물론, 있지. 나 취직했어.”

그녀의 말에 모두의 눈이 놀라 휘둥그레졌다.

특히, 좀 전에 유리멘탈로 디스를 했던 남승연의 표정이 가장 두드러졌다.

“와 진짜 축하.”

“진짜 축하해.”

“너, 우울증은 어떻게 됐어?”

“아 그거? 이젠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그래? 어쨌든 잘됐다 야. 이제 우리만 취업하면 되네. 꿀팁 좀 알려줘.”

“꿀팁은 모르겠고, 힘들면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병원에 가는 게 좋다는 거 정도? 괜히 그러다가 탈 나더라고.”

“오~ 우리 은정이 갑자기 뭔가 어른스러워 보이는데?”

“그러게.”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탓에 시작된 이야기는 해가 질 때 즘에야 끝났다.

최은정의 공황장애를 겪으면서 있었던 일부터 치료까지 그리고 취직에 성공한 것까지 듣자, 이런 날에는 술을 마셔야 한다며 장소를 옮기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카페를 나서는데,

남승연이 최은정을 불러 속삭였다.

“은정아, 너 갔던 한의원 어딘지 알려 줄래?”

“왜, 승연이 너 어디 안 좋아?”

조금 까칠해 보이는 남승연이었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말 못 할 고민이 있었으니.

“그게...”

사연을 대충 들은 최은정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답했다.

꽤 심각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허준한의원이라고 내가 카톡으로 보내 줄게.”

“고마워.”

그 시각.

김성호가 근무하는 사무실.

“김 대리. 우리 부서도 송년회 한번 해야지?”

“죄송합니다. 부장님.”

김성호가 단칼에 회식을 거절했다.

평소 부장이 주관하는 회식에는 항상 웃으면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그였기에, 반응을 본 직장동료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정말로 안 갈 거야?”

“네. 제가 지금 약을 먹고 있어서요.”

“소고기인데?”

“죄송합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회식에 빠진 김성호.

소고기가 조금은 아쉬웠지만, 머릿속에 허준의 말이 떠올랐다.

‘뭐, 김성호 님이 어떻게 하냐에 따라서 치료 기간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이어서 침으로 발바닥을 찌를 때의 끔찍한 기억에 소름이 쫘악 돋았다.

이번엔 절대로 지켜야 해.

*   *   *

허준한의원에 있는 크리스마스트리에 관한 이야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굳이, 데스크에 있는 두 선생이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말이다.

대기실에 앉아 아이들이 장식품 하나씩 받아 트리에 거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나이든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는 쏠쏠한 재미.

“엄마, 꼭 소원 하나만 빌어야 해요?”

“욕심 많으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 준다니까?”

이런 말이 나올 때면,

“자, 여기.”

“이거 저 주시는 거예요?”

“이뻐서 주는 거야. 빨리 나으라고.”

“감사합니다. 할머니.”

이런 일들이 종종 벌어졌으니, 건네는 환자들과 받은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의 부모들까지 모두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어났다.

당연히 한의원 분위기는 한결 더 따듯해질 수밖에.

그렇게 크리스마스트리에는 날이 갈수록 수많은 장식품이 달리기 시작했고,

트리를 지켜보는 허준한의원 식구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특히, 그중에서 유도진 선생에게는 더욱 크게 와닿았는데,

완벽한 진료만이 환자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은 것이었다.

‘저런 사소한 일에 환자들이 기뻐하다니.’

치료하는 데에 있어서, 새로운 뭔가를 또 하나 알게 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허준은 원장실에 앉아서,

한의사 Lv. 1

[침술 Lv. 6] 필요 포인트 10000

[구술 Lv. 5] 필요 포인트 5000

[탕제 Lv. 3] 필요 포인트 5000

[추나 Lv. 2] 필요 포인트 5000

[진맥 Lv. 1] 필요 포인트 10000

···

보유 포인트 : 10713

며칠간 생각을 정리한 끝에 결정을 내렸다.

진료의 기본은 정확한 병의 진단에서 시작하는 법.

「‘진맥 Lv. 1’에 10000포인트를 사용합니다.」

「‘진맥 Lv. 1’이 ‘진맥 Lv. 2’가 되었습니다.」

[진맥 Lv. 2]

- 진맥을 향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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