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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하는 한의사-109화 (110/230)

< 109화. 같이 하시겠습니까 >

109화. 같이 하시겠습니까

인터넷에는 짤, 짤방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본래는 짤림 방지용 사진 추가에서 시작된 이 말은 현재는 인터넷 밈 중에 이미지형식 또는 웃기거나 상황에 맞는 이미지를 뜻한다.

최근에 올라온 짤 중에서 가장 유명해진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허준한의원의 왕뜸이었다.

ㅇㅇ : 이 정도는 되야 진짜 왕이지 ㄹㅇㅋㅋ

ㅇㅇ : 그런데 저거 맞으면 안 아픔? 저기 화상 입을 거 같은데.

이런 우스갯소리가 주된 게시판에서부터,

진지하게 증상을 호소하는 글 아래에까지 달리기 시작한 짤.

re 이거 맞으면 진짜 한방에 낫습니다.

re 그거 어디서 맞을 수 있어요?

···

덕분에 비가 끈적끈적하고 비가 추적추적 떨어지는 장마 기간에도 허준한의원에는 사람이 넘쳐났으니,

“김 원장님. 이거 가져가세요.”

수요와 공급의 법칙.

수요가 많아 공급이 모자란다면, 공급을 늘리면 될 터.

이 왕뜸기를 사용한 왕뜸의 최대 장점은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으니,

진료가 끝나고 혜민서 모임이 있던 날 태용한의원에 왕뜸기를 나눠준 것이었다.

“고마워. 잘 쓸게. 자네 덕분에 우리 매출이 또 늘겠구먼.”

“아닙니다.”

“허준 선생님도 아시죠? 선생님이 만든 왕뜸기 요즘 인터넷에서 인기 많던데.”

박 원장의 말에 허준이 피식 웃었다.

그러면서 설명을 이었다.

“왕뜸기 사용하실 때, 쑥을 너무 많이 넣으면 화상을 입을 수도 있거든요. 그러니 이렇게 옆으로 넓게 뭉쳐서 펼치는 방식으로 하시는 게 좋아요.”

“그래?”

“네. 아무래도 면적이 넓고 오래가게 하는 게 이 왕뜸기의 핵심이니까요. 어차피 화력이야 모자랄 일도 없고, 쑥 양은 대충 저기 고요한 선생이 진료보면서 세세하게 기록한 게 있거든요. 그거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거 고마워서 어쩌지?”

김 원장이 매출 올라가는 소리에 기분 좋게 웃었다.

허준이 그런 김 원장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그리고 원장님. 잠깐 이야기 좀.”

원장실에 들어선 김 원장이 허준에게 물었다.

먼저 이렇게 부른 적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왜? 무슨 일 있어?”

“다름이 아니라. 지난번에 말씀하신 재개발에 대해서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요.”

“그래? 무슨 이야기인데?”

허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재개발 진행되고 있는 거 맞답니다. 이쪽 구역에서 그것도 아주 빠르게 말이죠.”

“그거 누구에게 들은 이야기야?”

“김정우 선생님이요.”

“에이, 그럼 확실하겠네. 이거 참, 이제야 자리 좀 잡아가나 했더니만.”

김 원장이 아쉽다는 듯이 쩝 거리면서 침을 삼켰다.

안 그래도 한의원을 인수한 뒤로 매출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었는데.

허준이 그런 김 원장에게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여기 재개발되면 나중에 제가 함께하자고 하면 같이 하시겠습니까?”

같이 하자는 말에.

김태식 원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동시에, 망설임 없이 끄덕이는 고개.

지금까지의 경험을 보아 같이 동업을 하면 무조건 남는 장사가 아니겠는가.

게다가 이미 각자의 한의원에서 진료를 보지만, 실상 장소와 이름만 다를 뿐.

거의 체인점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었으니.

‘같이 해서 나쁠 게 전혀 없지.’

어차피 재개발되면 새롭게 개원을 해서 자리잡아야 하는데 그걸 허준 원장과 함께한다?

고민할 필요조차 없는, 오히려 두 손 들어 기뻐해야 할 상황이었다.

“당연하지.”

“알겠습니다. 그럼 그에 대해서는 차근차근 이야기하도록 하죠.”

그렇게 모임이 끝나고,

허준한의원 식구들도 하나씩 퇴근하기 시작했다.

“저희 먼저 가보겠습니다. 원장님.”

“수고하셨어요. 고요한 선생님, 그리고 밥 선생님.”

“아닙니다. 원장님 낼 뵙겠습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나온 유도진 선생.

허준이 유도진을 불렀다.

“유도진 선생님. 퇴근하시는 겁니까?”

“네. 참, 내일 제 휴무날인 거 아시죠?”

“알고 있습니다. 퇴근 하기 전에 잠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허준이 재개발에 관해 간단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적어도 한의원 내에서 유도진 선생에게만큼은 미리 말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유도진 선생님이 빠진 허준한의원은 생각조차 하기 싫었으니까.

‘은근 소심한 구석도 있고.’

김 원장때와는 다르게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한 허준.

“그래서 원장님은 김정우 선생님의 제안을 받아들이신 겁니까?”

“예. 저는 유도진 선생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유도진 선생님과 함께하고 싶거든요.”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며칠 내로 답을 드리겠습니다.”

“물론입니다. 그럼, 푹 쉬고 오시죠. 참, 재개발에 관한 이야기는 당분간 저와 유도진 선생님 그리고 정우 선생님만 알고 있는 거로 하죠.”

고개를 끄덕이며 퇴근한 유도진.

거리를 걸으니 만감이 교차하기 시작한다.

허준 원장이 그런 엄청난 제안을 받았다는 것에서부터,

앞으로도 함께 하자는 제안까지.

그러다가 문득 무언가 떠오른 유도진.

‘그래서 VIP 환자들을 나에게 넘겨주신 건가.’

이제야 김정우 선생님이 왜 그런 말씀을 했는지 알 것 같은 유도진이었다.

*   *   *

허준한의원에서는 딱히 환자에게 VIP란 개념이 없다.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오로지 접수 순서에 따른 진료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유일하게 예외가 있었다.

바로 연예인 등 대외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의 경우였다.

아무래도 그 환자의 진료로 인해서 다른 환자의 진료나 한의원 운영에 차질이 생기기 일쑤였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배우 최우중을 시작으로 두 번째 배우인 강수연 또한 진료시간이 마감 이후였으니,

모자를 푹 눌러쓴 강수연과 그녀의 매니저가 함께 한의원을 방문했다.

그녀의 매니저도 이곳에서 진료를 본 뒤로 굉장히 몸이 개운함을 느끼면서, 이제는 겸사겸사 같이 오는 중이다.

익숙하게 한의원에 들어선 두 사람.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맞이하는 허준.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이쪽으로 가실까요?”

허준의 안내에 따라 곧바로 치료실로 향했고,

곧이어 치료가 이어졌다.

허준의 눈에 강수연의 진행도가 나타났다.

99%. 오늘 치료가 끝나면 완치가 되겠군.

진행도와는 별개로 그녀의 목소리나 눈빛 피부나 말투 등.

이전과 많이 달라진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위 담적으로 시작된 병이었지.’

가장 문제였던 위 담적과 수면의 문제를 해결해주자, 빠르게 회복하기 시작한 그녀.

이렇게 늦게 진료를 보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다.

허준이 집중하여 침을 찔러 넣기 시작했다.

위경락 중 정격의 혈 자리.

손목의 새끼손가락 부분에 있는 양곡혈과 발등 쪽의 발목 한가운데에 있는 해계혈에 침을 찔러 넣고,

허준이 양손으로 잡아 그것을 동시에 아주 천천히 돌리기 시작했다.

침술의 8단계의 효능인 보사의 극대화.

그러기를 몇 초.

허준의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 ‘꽉 막힌 그녀’을 완수하였습니다.」

「포인트를 3000 획득하였습니다.」

원래라면 발에 있는 함곡혈과 족임읍혈 자리에도 침을 놓아, 보사의 사를 진행하려던 허준이었으나.

‘굳이 사할 필요는 없겠네.’

요즘 날씨가 습하니, 여기에 더해서 왕뜸을 처방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마주 앉은 치료실에서 강수연과 매니저의 배 위에 왕뜸이 올라가고.

쑥 향기가 몽글몽글 피어나면서 수다가 시작되었다.

이제는 꽤 여유도 생긴 데다가 친해진 탓에 이렇게 치료를 할 때면 종종 사소한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기도 하는 강수연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들어온 작품 중에 의녀역이 있어서요.”

“의녀요?”

“네. 조선 시대에 있던 의녀 역할인데 이번에 한의원을 다녀서 그런지 괜히 끌리더라고요.”

허준이 피식 웃었다.

의녀 역할이라, 잘 어울리겠네.

그때, 옆에 누워있던 강수연의 매니저가 허준을 불렀다.

“선생님.”

“네?”

“혹시, 여기 미용 치료도 하시나요?”

“미용이요?”

한의원에서 이런저런 미용 치료를 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으나, 굳이 미용 치료를 할 생각은 없었다.

물론, 체육관을 운영하는 김명훈 관장과 이야기를 했을 때는 생각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다이어트와 미용은 돈이 되는 것이 확실한 분야니까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굳이 미용 치료를 하지 않아도 아파서 찾아오는 환자들로 한의원은 충분히 바쁜데다가, 아프지도 않은데 오로지 이뻐지기 위해서 진료를 본다는 것은 왠지 마음이 가지 않는 허준이었다.

허준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니요. 미용 치료는 안 하고 있습니다.”

“아... 그러시구나. 어쩐지 그러실 것 같았어요.”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강수연이 매니저에게 물었다.

“왜? 너 미용 치료받고 싶어서?”

“아니요. 그게 아니라, 회사에 이번에 새로 준비 중인 애들 있잖아요.”

강수연도 얼핏 들었던 기억이 났다.

“그런데?”

“그중에서 한 애가 얼굴이 좌우가 너무 비대칭이 심한가 봐요.”

안면 비대칭.

안면 비대칭이 심하면 미용의 목적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여러 가지 고통을 받게 된다.

그때, 삐비빅- 하는 알람 소리가 들려왔고.

허준이 매니저의 왕뜸기를 들어 올리면서 물었다.

“굉장히 심한가 보죠?”

“네. 치료하려고 여기저기 다녀봤다고 하던데, 효과가 그리 크지는 않나 봐요. 뭐, 그쪽 매니저한테 이야기 들어보니 정 안되면 최후의 방법을 사용할 것 같다고.”

최후의 방법.

그것이 외과적인 수술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는 허준이 되물었다.

“사진 한번 볼 수 있을까요?”

“사진이요?”

“네. 혹시 모르잖아요.”

*   *   *

어디가 안 그러겠느냐마는, 아이돌의 세계도 냉정하다.

아니 오히려 일반적인 사회의 조직 생활보다 더욱 차갑다 할 수 있었다.

보통 사회인의 경우에는 성인들이 모여서 조직문화를 이끌어 나가지만, 이곳 연습생들은 대부분이 미성년자였으니까 말이다.

그야말로 10대의 넘쳐나는 에너지를 사용해가며 벌어지는 무한경쟁.

그런 곳에서 연습생을 끝내고 데뷔에 성공하기까지의 문턱을 넘는다면, 이제 데뷔 이후에 그룹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마라톤이 기다리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서 해체, 또는 은퇴 등의 일이 번복되는 곳.

그것이 아이돌들의 숙명인 셈이다.

물론, 아닌 경우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야말로 극소수.

정리하자면 TV에 나오는 아이돌들은 그 세계의 상위 0.01%라고 볼 수 있으며,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얻어 몇 년간 활동하며 이름을 날릴 확률은 0.001%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이 한마디만큼 아이돌이란 직업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그런데도 그 빛나는 모습에 매료되어 수많은 아이가 꿈을 꾸었으니,

“자 수고했어. 오늘은 여기까지.”

“수고하셨습니다!”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대답하는 다섯 명의 아이.

흘린 땀을 닦으며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아~ 배고프다.”

“나도. 너도?”

“민정아 너는?”

스타 엔터테인먼트 소속 4번 연습생.

유민정에게 3번을 달고있었던 연습생이 물었다.

“당연히 배고프지.”

한창 먹고 자랄 나이에 온종일 움직여 댔으니,

배고픈 것이 당연했지만, 연습생들에게 주어진 식단만으로는 그것을 충족시키기에 무리인게 당연할 터.

그때, 2번 연습생이라 불리는 아이가 유민정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야. 근데 유민정. 우리 이번에 데뷔 미뤄진 거 너 때문에 아니야?”

“나, 나?”

“그래. 지난번에 보니까 사장님이 너 보고 팀장님이랑 막 이야기하시던데.”

당시 연습실 안에 달랑 8명이 있었으니, 그것을 보지 못한 멤버는 없었다.

당장 유민정 본인도 그것을 느꼈으니까 말이다.

“그 이후로 너 얼굴고치러 여기저기 알아보러 다닌다면서.”

“야. 넌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애한테.”

그러자 1번 번호표를 달고 있었던 연습생이 나섰다.

이들의 맏언니이자, 리더. 이윤경이었다.

“언니. 언니도 애 감싸지만 말고 뭐라고 해야 해. 이건 우리 다 함께 피해 보고 있는 거라고.”

한마디 하며 돌아서는 그녀.

동시에 문이 열리며 팀장이 유민정을 불렀다.

“민정아.”

“네?”

“따라와.”

또다.

이렇게 혼자만 팀장님과 여러 병원을 돈것이 벌써 몇 번째인지.

이런 모습은 오히려 화목했던 멤버들과의 사이도 나쁘게 만들고 있었다.

겉모습과는 다르게 이들은 아직 청소년이었으니까 말이다.

‘차라리 그만 둘까.’

그렇게 지하주차장.

"타."

"오늘은 어디로 가나요?"

"나도 몰라. 가보지 않았던 곳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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