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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하는 한의사-137화 (138/230)

< 137화. 문제가 있죠 >

137화. 문제가 있죠

이두철이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했다.

엊그제 내년에 오픈한다는 한방병원의 소문을 듣고 면접을 보러 갔을 뿐인데.

‘안그래도 일을 구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일자리까지 신경을 써 주실 줄이야.’

태용한의원이라고 했지?

인터넷에서 대충 찾아보니, 규모가 그리 엄청나게 큰 곳은 아니었다.

블로그 홍보도 꽤 많이 하고 있었고, 그 덕분인지 리뷰나 댓글에도 칭찬하는 후기들이 많은 곳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요즘 트렌드와는 다르게 특화가 아니라 여러 가지 치료를 전부 홍보하는 모습.

‘원장님이 돈이 많은가 보네.’

하긴, 요즘에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그대로 묻혀버렸으니,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연한 발버둥일지도.

그런 생각과 함께 어느새 도착한 태용한의원.

택시에서 내린 이두철이 한의원 건너편에 있는 커다란 벽을 바라봤다.

공사안내판에 적힌 재개발구역의 설명이 눈에 들어온다.

‘와, 이거. 입구 쪽 아니었으면 진즉에 죽었겠는데?’

한번 폐업을 한 경험 때문인지.

유달리 주변 환경이 눈에 들어오는 이두철.

발걸음을 옮겨 태용한의원으로 들어서자,

데스크에 있는 간호조무사 한 명이 친절하게 말했다.

“어떻게 오셨어요? 너무 일찍 오셨네요. 아직 진료 시작 전인데 조금만 앉아서 기다려 주시겠어요?”

“아, 저는 진료 보러 온 게 아니라, 김태식 원장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아~ 오늘 오신다던 선생님이시구나? 이쪽으로 따라오세요.”

제1 진료실.

아침 일찍 출근한 김태식과 박용준 둘이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오늘 온다고 하셨죠?”

김태식이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문이 열리며,

“원장님. 손님 오셨어요.”

김 선생의 뒤에 서 있던 이두철이 들어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이두철이라고 합니다. 최 원장님의 소개로 왔습니다.”

그의 등장에 김태식과 박용준의 얼굴이 한결 밝아지더니, 격하게 환영했다.

“아이고~ 드디어 오셨구나. 최 원장님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김태식이라고 합니다.”

“저는 박용준이라고 해요.”

셋이서 가볍게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끝내자, 김태식의 말이 이어졌다.

“정말 반가워요. 그 이야기는 들으셨죠?”

“어떤 이야기요?”

“아, 아직 못 들었나 보네? 여기 박 원장 하고 나도 내년에 우리 이두철 선생님과 같이 함께 일할 식구거든요.”

이두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곳에 자리를 만들어주신 거구나.

뭐, 오히려 좋았다.

어차피 함께할 사람들이라면 미리미리 어색하지 않게 알아두는 것도 좋았으니까 말이다.

“아~ 그러셨군요.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요. 일단 제가 말 좀 편하게 해도 되겠죠?”

“물론이죠. 원장님.”

“좋아. 우리 이 선생님이 바로 진료를 보는 거는 아무래도 무리가 좀 있겠지?”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첫날이니까.”

그 대답을 들은 김태식과 박용준의 얼굴에 웃음기가 생겨났다.

진료 때에는 볼 수 없는 조금은 사악한 느낌으로.

“그러니, 일단은 탕전실 업무를 좀 맡아주는게 어떻겠어? 처방전은 다 있으니까 그대로 하면 되거든. 그러다가 이제 슬슬 좀 한의원이 익숙해지면 같이 진료도 보고, 하자고.”

“알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이두철이 자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탕전이 뭐 그리 어려운 거라고.

“좋아. 자네만 믿겠어. 박 원장이 탕전실 안내 좀 해줘.”

“알겠어요!”

박용준이 신난다는 듯이 답하며,

“이쪽으로 따라오시겠어요?”

그렇게 탕전실.

이곳의 옹기탕약기는 가스 불을 사용하는 옹기탕약기가 아니라 옹기탕약기와 스텐탕약기가 합쳐진 최신형의 탕약기였다.

“혹시, 이 탕약기 사용해보신 적 있으세요?”

“아, 아니요. 스텐으로 된 탕약기만 사용해봐서요.”

“방식은 비슷해요. 다만, 이쪽에 시간 하고 스위치, 그리고 이쪽으로 오시면 여기 온도계 있고요.”

박용준이 간단하게 시범을 보였다.

탕약을 만들 때는, 옹기탕약기 뚜껑을 열어 면포에 쌓인 약재를 넣고 닫은 뒤, 정량의 물과 온도까지.

그리고 완성되면 탕약을 빼내어 포장기 쪽으로 옮기고 자동 포장을 한 뒤에, 옹기 안에 남아 있는 약재를 버리면서 찌꺼기의 세척까지.

그것을 본 이두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쉽네.’

방식 자체가 자신이 사용하던 일반적인 탕약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약재 창고는 이쪽에 있거든요? 이쪽에서 찾아 쓰시면 되고, 만약에 모자라거나 하면 데스크 선생님이나 저한테 말씀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곧 진료시간이라서요.”

“네. 걱정하지 마십쇼.”

그렇게 홀로 남은 이두철.

탕전실을 둘러보니, 10여 개의 탕약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대체 탕약기는 왜 이리 많이 가져다 놓은 거야?’

일반적인 한의원에서는 탕전실의 크기가 작고 탕약기도 한두 개만 놓는 것이 정상적인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찾아오는 환자 중에서 탕약이나 보약을 주문하는 환자의 수가 극히 일부였으니까 말이다.

뭐, 어쨌든 나와 상관없겠지.

탕약기가 많을수록 여유가 생기는 것은 나일테니.

그렇게 처방전을 받으러 데스크로 간 이두철.

“이 선생님. 여깄습니다.”

“이, 이게 다 뭔가요?”

“처방전이요.”

“이렇게 많다고요...?”

이두철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이 커졌다.

그렇게 태용한의원 탕전실의 망령이 탄생하는 날이었다.

*   *   *

그 시각.

평소대로 출근한 허준.

한의원 안으로 들어서니, 식구들이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원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윤 선생님. 몸은 괜찮으시죠?”

“아직 걱정 없어요.”

윤다희가 두 주먹을 가볍게 쥐며 답했다.

그 모습에 허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엊그제 진료 때에도 아주 건강했었지.’

그렇게 진료실에 들어가 가운을 걸치고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당연히 2층의 탕전실.

최근 늘어난 탕약들의 주문으로 인해서 옹기탕약기에 어젯밤에 달여둔 탕약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 밥 선생님? 이 시간에 탕전실에는 무슨 일로?”

“원장님. 안녕하세요. 아~ 그냥 제가 뒷정리를 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지 마시라니까요. 제가 출근해서 하면 되는 건데.”

“에이~ 요즘 늦게까지 탕약 달이시느라 피곤하시잖아요. 게다가 진료까지 보셔야 하는데, 이게 맞지 않겠습니까? 원장님의 체력이 곧 환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테니까요.”

이전보다 확실히 늘어난 양에 일은 많아졌지만, 그렇다고 진료에까지 영향이 미칠 만큼은 아니었다.

만약에 그랬다면, 먼저 대책을 세웠을 테니까 말이다.

‘그래도 맞는 말이라 할말이 없네.’

“게다가 제가 또, 낮에는 가끔씩 정우 선생님 옆에 붙어서 이 탕전실 업무도 배우지 않습니까. 저에게는 진료실과 다름없으니, 나름대로 소중한 공간이거든요.”

“알겠어요. 어쨌든 감사합니다. 밥 선생님.”

“아닙니다. 참, 입원실 진료는 유도진 선생님이 들어가셨어요.”

허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물어볼 참이었는데, 미리 대답을 해준다.

‘이정도면 손발이 맞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한 몸이라 봐도 무방하겠네.’

그만큼 똘똘 뭉친 허준한의원의 모습이었다.

덕분에 다시 진료실로 내려온 허준.

그런 허준의 한쪽에는 여태까지 모인 포인트가 나타나 있었다.

보유 포인트 : 12342

지난 토요일의 퀘스트들과 혜민서로 인해 퍼져나간 지식으로 인해 얻은 포인트들.

그리고 낮에는 환자들 진료로, 밤에는 이번 추석 이벤트로 늘어난 보약과 탕약의 주문을 매일같이 달여서 모인 포인트.

여기에 더해서 엊그제에는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면서 들어온 5000포인트까지.

엄마의 갱년기 증상이 완치되었음을 이 먼 곳에서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날이었지.

어찌 됐건,

“만 이천이라...”

이전이었으면 10000포인트를 모으는 것만으로도 버거웠을 텐데, 확실히 여러 곳에서 포인트를 얻으니 빨라진 모습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능력치를 올리기에는 아직도 턱없이 부족했다.

침과 탕약 그리고 진맥은 각 5만.

뜸이 2만.

유일하게 지금 올릴 수 있는 것은 1만 포인트가 필요한 것은 추나뿐.

‘그래. 어차피 다 올려야 한다면.’

추나를 지금 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게다가, 신경이 쓰이는 점이 있었으니,

바로 퀘스트였다.

지난번에 얻은 명성에 관련된 퀘스트.

‘아무래도 요즘 가장 핫한 과목이니만큼,’

추나 치료로 인한 사례들이 많을수록 명성도 빨리 올라가지 않겠는가.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허준이 그대로 포인트를 사용했다.

「‘추나 Lv. 3’에 10000포인트를 사용합니다.」

「‘추나 Lv. 3’이 ‘추나 Lv. 4’가 되었습니다.」

[추나 Lv. 4]

- 추나의 효능이 대폭 증가한다.

그럼, 오늘도 진료를 시작해 볼까.

허준이 간단하게 몸을 풀며 진료 준비를 시작했다.

*   *   *

무더운 여름의 막바지가 되어갈 때쯤,

바빠진 것은 한의원들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대학생들의 개학이 시작되었다는 것.

그리고 이것은 한의대생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학교를 찾은 최승원과 그의 친구 둘.

“오늘 허준 선생님 강의 벌써 기대되지 않아?”

“맞아. 오늘은 어떤 주제로 해주시려나.”

“혜민서 사이트 가봤지? 업데이트된 거 보면 장난 아니라고 요즘에.”

최승원의 설명에 다른 친구가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내용까지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으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전국적으로 여기저기에서 치료에 성공했다는 글들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다가 아예 우리 학교 교수님 자리까지 받으시는 거 아니야?”

“에이~ 허준 선생님이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모자라지 않으시겠어?”

등등의 이야기들을 나누며 강의실로 향한 세 사람.

허준이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와. 방학 동안에 재밌게 놀았어?”

“놀긴요. 선생님. 저희 이래 봬도 졸업반이잖아요.”

“아 참, 그랬지. 국시 준비하느라 바쁘겠네?”

“꼭 그렇지는 않아요. 그래도 뭐 이제부터는 슬슬 빡세게 준비하긴 해야죠.”

이렇게 학생들 몇몇과 대화를 나누자,

강의시간이 되었고,

* 진행도 : 0%

* 보상 : 포인트 1000

허준의 눈앞에 역시나 퀘스트가 나타났다.

“여러분 방학 잘 보내셨죠?”

“네!”

“그럼, 강의 바로 시작해 볼까요? 오늘은 이것에 대해서 배우겠습니다.”

허준이 화이트보드 위에 글자를 적어나갔다.

그렇게 완성된 것은 현재 한의사들이 사용하는 침술의 종류.

정경침, 사암침, 동씨침, 체질침, 대응침 등등이 그것이었다.

허준의 침술에 관한 소문이 워낙 유명했기에 침술에 관련된 이야기가 시작되자 학생들의 눈이 똘망똘망해지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들도 궁금했기 때문이리라.

과연 어떤 침술이 가장 좋은지.

어느 침술을 배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또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침술의 사례가 있는지 등등.

각 침술에 관한 각각의 사례들이 나열되었고, 이어서 질문시간.

최승원이 번쩍 손을 들었다.

학생들 가운데서 침술에 가장 열정적인 친구였기에, 허준이 그에게 첫 질문의 기회를 주었다.

“저... 선생님. 그러니까 그중에서 어떤 침술을 배우는 게 가장 좋은 건가요?”

역시나 예상 대로다.

그리고 그 물음에,

“정답은 우리가 무얼 익히냐가 아니라, 환자가 어떤 침이 잘 맞느냐가 아닐까요?”

“그 말씀은...?”

“맞습니다. 전부 알고 있는 편이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같은 증상이라고 해도 환자에게 잘 통하는 침은 다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많은 경험이 필요한 겁니다.”

그렇게 허준이 학생들에게 강의를 이어 나가는 동안,

허준한의원의 1인실 입원 환자인 김정남 씨는 딸의 부축을 받으며 병원에 와있는 중이었다.

전광판에 이름이 나타나자,

“우리 차례에요. 아빠.”

딸의 손을 붙잡고 들어간 김정남.

앉아 있던 의사가 그런 김정남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네? 무슨 문제라도...?”

“문제가 있죠. 깜짝 놀랐다니까요? 지난번 검사 때와 아예 똑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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