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한의사-161화 (161/230)

161화. 허준을 바라봤다

“하윽~”

허준의 손길에,

진료실 안에서 박용준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분명히 지난주.

아니 혜민서 멤버들이 모여 공부를 할 때마다 있었던 추나요법인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닌가.

이는 허준이 방송 촬영에 앞서 추나를 강화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감각과 느낌과,

눈으로 보이는 경맥을 손끝으로 그리면서 식구들에게 전수하는 허준.

그러나 그 설명을 들은 식구들의 반응이 영 시원치 않았다.

“이것 참, 직접 겪어보니 믿지 않을 수도 없고.”

“쩝.”

몸으로 직접 체험한 박용준이 말을 잇지 못하고 김태식은 입맛을 다셨다.

머릿속으로 살짝 이해가 가지만, 감각적으로는 어떤 느낌인지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물론, 이는 두 사람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그 옆에서 듣고 있던 고요한 선생과 탕전실에서 매일같이 살다시피 하는 이두철 선생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흘끗흘끗 바라보는 중이었으니까 말이다.

다만, 유일하게 유도진 만이 허준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경맥을 그려나가면서 무언가 이해가 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중이었다.

‘역시 유도진 선생님이네.’

그때,

“아직 이해할 수 없지만, 언젠가는 이해할 날이 오겠죠!”

밥이 두 주먹을 쥐면서 파이팅 넘치게 외쳤다.

그러자, 살짝 경직되어 있던 진료실의 분위기가 살아나기 시작한다.

“그래. 밥 선생 말이 맞지.”

“맞아요. 생각해보니 그동안 허준 원장님한테 너무 거저 배우려고 했었나 봐요.”

“맞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어요!”

밥 선생이 한 번 더 말하자,

진료실에서 웃음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날의 혜민서 활동을 마무리 지으며 귀가하려던 찰나,

딸랑-

한의원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최인호였다.

“어? 최 원장님?”

“연락도 없이 웬일이세요?”

“굳이 연락할 필요가 있나? 어차피 금요일에는 여기에 모여있는 게 당연한데.”

“그건 그렇죠.”

“그래. 어떻게, 오늘은 끝난 상태인가?”

“네. 오늘도 허준 원장에게 많이 배웠습니다.”

“좋아. 자네들이 우리 혜민한방병원을 이끌어갈 인재들이지. 암, 암.”

최인호가 허준한의원에 모여있는 한의사들을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견스럽다는 얼굴로.

“그래서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설마, 같이 공부하러 오신 건 아닐 테고요.”

“무슨 일이기는, 허준 원장이 불러서 왔지. 상의할 게 있다고 해서 말이야.”

식구들의 얼굴이 허준에게로 향했다.

무언의 물음이었다.

“아, 별일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허준한의원에 환자들이 너무 몰리고 있어서요.”

“그건, 맞죠. 안 그래도 요즘에 손목에서 삐걱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니까요?”

박용준의 재치있는 대답.

덕분에 식구들이 한 번 더 소리죽여 웃었다.

며칠 동안 같이 고생하면서 어떤 느낌인지 누구보다 서로 잘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최인호도 그런 그들의 노고를 얼핏 짐작하고 있었기에 곧바로 허준에게 물었다.

“그래. 다들 쉬어야 할 테니, 자네의 이야기를 바로 들어보도록 하지.”

“네. 선생님들께 들으니, 현재 혜민한방병원에 의료진을 비롯한 간호 인력들까지 모든 사람이 출퇴근을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맞아. 정확히 말하자면 출근이라기보다는 가오픈이라고 보는 편이 맞겠지. 아무래도 오픈전에 손발을 맞춰 보면서 개선해 나가면서 교육도 이뤄져야 하니까 말이야.”

“그럼, 지금 입원실은 비어있겠네요?”

“그런데? 자네... 설마?”

허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여기 입원실에 계신 환자분들을 혜민한방병원으로 모실까 합니다.”

최인호도 일리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오픈 이전에는 제대로 된 진료를 할 수 없었기에 현재로서는 교육과 시스템적인 부분에 힘을 쏟고 있는 상태.

그런데, 진짜 환자가 입원한다?

이것은 그야말로 실전과 다를 바 없지 않겠는가.

“좋은 생각인데? 그런데, 자네가 환자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까?”

“물론입니다. 원장님께서 입원비만 맞춰주신다면 말이죠.”

“그래? 그럼, 돈은 받지 않도록 하지. 아직 정식으로 운영하는 것도 아니니까.”

이렇게 일사천리로 이야기된 입원환자의 이동.

그러자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한 것은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의사들이었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 신경 써야 할 일이 하나 줄어든 셈이었으니까.

“그런데, 입원한 환자들의 진료는 어떻게 할 텐가?”

“그것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차피 우리 식구들이 휴무 날에는 다들 한방병원으로 출근하고 있지 않습니까.”

“좋아. 그거면 충분하겠군."

최인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그럼 이번에는 내 용무를 말해야겠군. 아무래도 자네가 시간을 좀 내줘야 할 것 같은데?”

“시간이라면?”

“한방병원에서 자네가 해줄 일이 있어서 말이야.”

“제가 쉬는 날에는 강의가 있고 강의가 끝나면 촬영이 있어서 시간이...”

“걱정하지 말게. 자네의 외부강의는 이번 주까지만 하고 당분간은 잡지 않을 생각이니까."

*   *   *

한편,

허준이 TV 프로그램에 나오기 시작하자 가장 불타오르는 곳은 한의원이 아닌 치킨집이었다.

“여보. 창피하게 이런 것 좀 써 붙이지 말라니까.”

“뭐 어때? 우리 아들 훤칠하니 잘 생겼구만.”

“아빠. 그거 오빠가 보면 질색할걸요?”

“너도 나중에 결혼해서 자식 낳아봐라. 그러면 이 아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거다.”

이어서 리모컨은 자연스럽게 건강의 제왕 재방송을 반복한다.

“으이구 저 화상. 진희야 오픈하고 손님 오시면 바로 리모컨부터 갖다 드려라.”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 저도 눈치는 빤하니까요.”

“빤한 녀석이 회사에서 잘렸니?”

“엄마,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죠.”

이진희가 입술을 살짝 깨물며 답했다.

안 그래도 억울한데.

그나마 다행인 점은,

요즘 들어서 동네의 단골들이 주로 오던 치킨집에 이상하리만치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딸랑-

오픈 시간 전인데도 들어온 한 무리의 손님.

몇 주 전부터 이곳에 오더니 이제는 매주 이렇게 찾아오기 시작한 손님이었다.

“어서 오세요. 편하신 자리에 앉으세요.”

“네. 그럼, 저기로 갈게요.”

TV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은 두 사람.

이진희가 메뉴판과 함께 리모컨을 들이밀었다.

그런데,

“내가 허준 선생님 언젠가는 이렇게 크게 될 분이라는 거 알았어.”

“자네만 알았나? 나도 알았지.”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뭐지 대체?

“서울 사는 동기 녀석에게 들었는데, 허준 선생님 계신 한의원에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린다고 하더라고.”

“그래? 그런 거 보면 정말 대단한 분이야. 진료 보는 것만도 힘들 텐데, 지금도 꾸준히 강의랑 논문들 올라오고 있잖아?”

“그러게. 역시 우리랑 다른 사람이라니까?”

그래서 이진희가 자연스럽게 물었다.

“혹시, 허준 선생님 아세요?”

“물론이죠~ 여기도 그래서 찾아온 건데요. 여기 유명해요. 허준 원장님 부모님이 하시는 치킨집이라고.”

“그걸 어떻게...?”

“에이~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인터넷 치면 다 나와요.”

그러니까.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한 게 전부 다 오빠 때문이었다고?

왠지 모르게 감동이 벅차오른다.

그때,

“우리 반반에 무많이 그리고 생맥 두잔 주세요.”

“아, 네. 바로 가져다드릴게요.”

그렇게 주문이 들어가고,

방금 튀긴 치킨과 함께 맥주가 테이블로 올라왔다.

앉아 있던 남자가 치킨을 한입 베어 물고는,

“이야~ 진짜 맛집 맞네?”

“이거지 이거. 기본에 충실한 맛. 마치, 허준 선생같지 않아?”

“그러게 말이야.”

그렇게 수다가 이어지는 와중에 연신 문이 열리며 몰려든 손님들로 치킨집은 만석을 이뤘고,

그중에서 가장 구석진 자리에 홀로 앉아 있는 남자.

꽤 덩치가 큰 남자였는데,

그가 TV에서 나오는 허준의 모습과 여기저기 붙어있는 광고들.

그리고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유튜브를 보면서 주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저 사람이라면...’

이름으로 검색하니 금방 찾을 수 있는 한의원의 위치.

그의 손가락이 곧이어 서울행 기차표를 예매했다.

*   *   *

일요일.

허준이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 혜민한방병원으로 향했다.

최인호 원장의 부탁 때문이었다.

‘여전히 낯서네.’

벌써 몇 번 왔었지만,

이곳으로 출근할 생각을 하니 생각보다 낯선 느낌이 든다.

허준이 들어서자마자,

로비의 데스크 팀 직원들이 친절하게 맞이했다.

‘오~ 느낌 좋은데?’

“어떻게 오셨어요?”

“아, 원장님을 만나 뵈러 왔습니다.”

“약속이 되어있으신 건가요?”

“네.”

허준이 답하자,

곧바로 웃으며 되묻는 직원.

“혹시, 실례지만 성함이?”

“이허준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나서 곧바로 이어진 대답.

“18층으로 올라가셔서 오른쪽으로 도시면 원장실이라고 보일 겁니다.”

“감사합니다.”

허준이 고개를 살짝 숙여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윤 선생님이 데스크 팀장으로 근무하신다던데, 그래서 그런지 괜히 더 친절한 느낌이네.

그렇게 도착한 원장실.

최인호가 허준을 맞이했다.

“어서 오게. 좋은 주말이야. 딱 시간 맞춰서 왔구만? 어제 봉사하느라 피곤하지는 않던가?”

“늘 하던 일인걸요.”

“역시, 자네다운 대답이군.”

“온 김에 입원실도 한번 들려봐야겠어요.”

“당연하지. 자, 입원실 진료는 진료고 자네가 할 일은 여기.”

최인호가 몇 장이나 되는 서류를 허준에게 건넸다.

“이게 뭔가요?”

“우리 한방병원에서 근무할 한의사들 명단이야.”

“이걸 왜 저에게?”

“왜긴? 자네가 진료를 담당하는 원장 아닌가. 그러니, 그중에서 잘 키워볼 인재를 뽑아봐라 이 말이지.”

이거 생각보다 귀찮은 일을 맡게 됐잖아?

게다가 허준한의원 식구들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자네 지금 허준한의원 식구들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지?”

“네. 그걸 어떻게?”

“미안하지만, 여기 규모를 생각하면 어림도 없는 숫자야. 그러니, 자네가 먼저 가장 재능이 있어 보이는 친구들을 뽑아주게. 당장 우리 병원에서 자네만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은 없으니까 말이야.”

허준이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규모가 이정도에다가 입원실은 물론이요.

‘올라오다 보니 부서도 나누어져 있었지.’

마치, 병원처럼 말이다.

목, 척추, 관절을 전문으로 진료를 보는 팀.

한의학적인 진료와 치료를 보는 팀.

한약이 위주인 팀 등등 말이다.

‘그렇게 되면 허준한의원 식구들도 이곳저곳에 가게 될 터.’

입원환자들 진료를 보기 전에 먼저 구분하는 게 좋겠어.

일단은 사람들부터 만나볼까?

그렇게 시작된 허준의 1:1미팅.

한 한의사가 허준과 마주 앉았다.

“허준 선생님? 선생님 팬입니다. 선생님이 TV에 나오실 때부터 팬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간단하게 몇 가지만 물어볼게요.”

허준이 이런저런 사례들을 몇 가지 물었고,

마주 앉은 한의사가 그것을 답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따가 뵙도록 하지요.”

“네. 감사합니다.”

‘꽤 여러 사례를 알고 있지만, 당장 실전에 써먹기에는 무리가 있네.’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이어서 다음 한의사.

그도 역시나 허준을 알아봤다.

한의사들 사이에서는 요새 가장 핫한 한의사였기 때문이리라.

무소불위의 절대적인 케이한방병원을 단신으로 누른 한의사.

그것이 허준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였으니까 말이다.

“선생님. 영광입니다.”

“아닙니다. 앉으시죠. 제가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이번에도 각각 관절과 장부 면역질환 등등 한의학의 기본적인 바탕이 되는 질문하였다.

그러자, 서슴없이 대답하는 한의사.

“제가 생각할 때는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몸의 균형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이 사례에서는 체질마다 다르겠지만, 폐가 약한 체질일 경우에는-”

이어진 그의 설명을 들은 허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렇게 알고 있으면 한결 빠르게 투입할 수 있겠지.

이렇게 연이어서 한의사들을 만나고 있었는데,

‘최허준?’

허준이 이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름이 나랑 같잖아?

게다가 허준한의원을 운영했다는 이력.

괜스레 동질감이 느껴지는 허준이었다.

그때, 문이 열리며 최허준이 들어왔다.

최허준이 허준을 알아보고는 손을 내밀었다.

“선생님. 정말, 뵙고 싶었습니다. 최허준이라고 합니다. 저 예전에 선생님 강의도 몇 번 들으러 갔었습니다.”

허준이 그 손을 가볍게 맞잡았는데,

그 순간 눈앞에 나타난 그의 경맥.

‘이건...?’

허준이 놀라 허준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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