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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하는 한의사-166화 (166/230)

166화. 탕제 Lv. 7

“설마...?”

최인호가 누군지 금세 짐작할 수 있었다.

바로, 허준한의원의 유도진 선생.

약으로 유명한 김정우 선생님의 제자라 불릴 정도의 실력자.

게다가 옛날 세대에 머무르지 않고 약의 성분이나 효과에 관해서 현대적인 탐구까지 서슴지 않는 그였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가장 큰 문제가 있었으니,

“그런데, 과연 그가 동의하겠나? 가뜩이나 말주변이 없는 친구인데.”

바로, 그 특유의 성격이었다.

현재 포화상태인 한의원의 한의사들은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모두가 친절함으로 무장을 한다.

오죽하면 거울을 보며 연습까지 할 정도로 말이다.

반면에 유도진 선생은 결코 친절하다고 할 수 없다.

지금이야 예전보다 조금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런데도 차가운 느낌은 여전하다.

조금 정확히 말하자면 차갑다기보다는 직설적이라고 하는 편이라고나 할까.

덕분에, 과거 정우한의원에서 근무할 때부터 유명인사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허준은 그런 유도진 선생에 대해 생각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동안 유도진 선생과 함께 근무해오면서 여러 가지로 많이 배웠기 때문이리라.

‘유도진 선생님 특유의 시니컬한 느낌이 없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엄청난 한의사가 되었을 거라는 것이 허준의 생각이었다.

그 성격으로 인해 능력이 일부분 가려져 있었으니까.

기연을 얻어 보다 쉽게 앞으로 나아가는 자신을,

유도진 선생이 묵묵히 뒤따라오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또, 이론뿐만이 아니라, 한약재와 탕약을 달이는 데에서는 그 수준을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났다.

탕약을 달일 때는 환자의 증상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야 하는데,

여기에는 한의학적으로 나뉘는 체질부터 오장육부의 조화, 질환의 근본적인 원인 및 치료하는 데에 있어서 순번 등등 꽤 복잡한 일이었다.

허준은 여기에 기연으로 얻은 특유의 감각들로 환자에게 가장 효과가 좋은 약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허준의 탕약은 맞춤 정장과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침술과 마찬가지로 탕약의 느낌도 육감에 의한 움직임이라 할 수 있겠지.’

물론, 그렇다고 허준이 공부를 게을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한약재의 세밀한 효과와 성분들. 거기에 더해서 잘 모르는 약재들의 조화까지 익히기에는 무리인 것이 당연할 터.

그 모자란 부분을 전부 유도진 선생이 채워주고 있었다.

게다가 혜민서의 이름으로 완성된 논문들 대부분이 그의 손에서 완성되고 있었으니,

“그래서 제가 직접 부탁해볼 생각입니다.”

“그거로 정말 가능할까?”

최인호도 유도진의 괴팍한 성격을 알고 있는 터라,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물음에 허준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유 선생님이 보기보다는 따듯한 사람이거든요.”

그렇게 다음 날 아침.

출근한 허준이 유도진을 불렀다.

“유도진 선생님.”

“좋은 아침입니다. 원장님.”

“잠시,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그러시죠.”

허준의 진료실.

쌀쌀해진 날씨 앞에 두 한의사의 손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쌍화탕이 들려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

“부탁 말입니까?”

유도진이 의외라는 듯이 허준에게 되물었다.

갑자기 부탁이라니.

여태까지 허준이 이렇게 자신을 따로 불러서 부탁한 적이 있던가.

거의 1년 가까이 함께 해왔지만, 휴가 때 잘 부탁한다는 말 정도 외에는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네. 저를 대신해서 촬영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촬영이요?”

“이번에 한약재와 관련한 주제가 나와서요. 아무래도 저보다는 유도진 선생님이 더 잘 어울리는 자리 같더군요.”

허준의 말에 유도진이 잠시 고민하던 찰나,

“참, 이건 저뿐만이 아니라, 최 원장님도 같은 생각입니다.”

“최 원장님도요?”

“그럼요. 아주 흔쾌하게 동의하시던데요?”

“알겠습니다. 제가 하도록 하죠.”

뒤돌아서며 나서는 유도진.

평소 무표정한 그였지만, 입가가 살짝 씰룩였다.

허준이 그런 유도진의 뒷모습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나가는 걸음걸이에서 묘한 기분좋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리라.

‘역시, 유 선생님도 칭찬에 약하다니까.’

그렇게 촬영 당일.

대기실에 도착한 유도진.

“아? 허준 원장님 대신 나오신 유도진 선생님 맞으시죠?”

한의사 김윤아가 다가와 유도진에게 인사했다.

“네. 맞습니다.”

“저는 김윤아라고 해요. 잘 부탁드립니다.”

그 뒤에 나타난 케이한방병원의 한의사 백일승.

“나는 백일승이라고 하네. 오늘 잘 부탁하지.”

“잘 부탁드립니다.”

백일승이 유도진을 째려봤다.

보통 선배님 이러면서 환대하기 마련인데, 정중하게 인사는 하지만 딱딱한 느낌이 영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주변에서 그 모습을 힐끔힐끔 쳐다보던 패널들이 속삭였다.

“오늘 재밌겠는데?”

“허준 선생님 대신 다른 분이 오셨는데, 분위기가 완전히 반대네.”

“잘 됐지 뭐. 우리는 강 건너 불구경이나 하자고.”

그렇게,

유도진의 첫 촬영이 시작되었다.

*   *   *

“예. 오늘 제가 시청자분들에게 소개해드릴 약재는 바로 이것입니다! 이 추운 날씨에 가장 효과가 좋다고 할 수 있는 마황입니다. 감기에 좋은 데다가 현대인의 가장 흔한 질병 중 하나인 비만에도 아주 효과가 좋은 약재라고 할 수 있죠. 다이어트 한약에도 이 마황이 들어가니까요.”

“와~ 그러면 그걸 먹게 되면 일석이조겠네요?”

“맞습니다. 드시는 법은 이렇게···.”

마황을 복용하는 법까지 설명한 백일승.

백일승이 여유롭게 웃으며 자리로 돌아왔다.

“자, 그러면 이번엔 이허준 원장님 대신 나오신 유도진 원장님을 모시겠습니다~”

유도진이 가운데로 걸어 나갔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특유의 카리스마.

여태까지 나온 모든 패널이 웃고 밝은 모습이었던 탓인지,

그의 모습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뭐야? 배우인가?”

그 모습을 담고 있던 카메라 감독이 중얼거릴 정도로.

유도진이 좌우를 한번 둘러보고는 나직하게 말했다.

“이 겨울에 어울리는 약재라...”

오늘의 주제였다.

추운 겨울에 건강에 도움이 되는 약재에 관한 이야기.

“저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약재가 있군요. 강활이라는 풀입니다. 뿌리와 뿌리줄기에 약효가 있는 약재로 골짜기에 숨어서 여러 해를 살아가는 친구죠. 몸이 으슬으슬하거나 찬 바람을 조금 많이 맞는 직업을 가지고 계시면 이 강활을 사서 차로 만들어 드시면 아주 좋을 겁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약재는 수입산보다 국산이 더 싸거든요.”

“그게 정말입니까?”

“네. 대부분이 수입산 약재들이 쌌지만, 이 강활이란 약재는 국내산이 더 가격이 쌉니다. 이 강활의 효능에는-”

패널에 앉아 이야기를 듣는 백일승의 눈이 살짝 커졌다.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상대인 것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특히, 지금 말하고 있는 강활이 가지고 있는 노다케닌같은 화학적인 성분들이 물 흐르듯이 나오고 있었으니까.

주변을 둘러보니,

패널에 참석한 의사들도 놀란 모습 이기는 매한가지.

‘대체, 저런 친구가 어디서 나온 거야?’

분명, 저쪽은 진료가 전문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유도진의 입에서 나오는 엄청난 이론과 지식에, 촬영이 진행될수록 백일승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갔다.

*   *   *

이동훈이 방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늘 하던 대로 거울 앞으로 다가가 자신을 바라본다.

이어서 습관적으로 크게 웃기 시작하는 이동훈.

“하하하~”

이게 무슨 짓이냐 하면,

바로 허준이 이동훈에게 처방한 것 중 하나였다.

“이동훈 씨. 인터넷에서 보면 그런 거 본 적 있으시죠? 왜 군대에서 종 딸랑딸랑하고 치면 웃음 벨이라고 해서 막 3분, 5분씩 웃는 거요.”

“네.”

“이제부터 이동훈 씨가 해야 할 일이 바로 그겁니다.”

그날의 일을 떠올리니,

자연스럽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렇게 어이없는 게 치료 방법의 하나라니.’

그런데, 더 웃긴 것은 이 방법이 효과가 있다는 것이었다.

“사람의 몸도 몸이지만, 이 정신이란 것이 병드는 것도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몸에 상처가 나듯이 정신에도 상처가 나는 것이죠. 그런데, 작은 상처는 금방 회복되는 것이고, 상처가 깊을수록 오래 걸리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깊은 상처를 이겨내고 나면 그만큼 더 단단해지는 것도 아이러니하게 사람의 몸이죠.”

허준의 설명.

그리고 그 말대로 지금의 이동훈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형. 오랜만이에요.”

“이게 누구야? 너 정말, 동훈이야?”

“그럼요.”

“이야.. 완전히 몰라보겠는데? 너 왜 이리 멋있어졌어? 예전엔 소년같더니, 이제는 완전히 남자 느낌이 나는데?”

회사에서 이동훈을 만난 최우중이 놀라 물었다.

얼핏 치료받는 중이라고 김강현에게 듣기는 했는데, 이렇게까지 분위기까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일 줄은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리라.

“뭐,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누가 그러더라고요.”

여유롭게 웃으면서 대답하는 이동훈.

“맞는 말이지. 그나저나, 이제 그럼 완전히 복귀하려는 거지?”

“물론이죠.”

“정말 축하한다.”

그리고 유도진의 촬영분이 방송에 나가고 난 뒤의 혜민한방병원 원장실.

김정우와 박진석 그리고 최인호의 호쾌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주 시원하더군?”

“우리 유 선생을 너무 우습게 본 탓이지.”

김정우도 흡족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더욱 기분이 좋은 것은 바로 온라인상에서의 반응 때문이었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에게는 조금 싹수없어 보일지 몰랐지만,

젊은 사람들은 그 모습을 카리스마 있다고, 완전 분위기 있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는 중이었으니까 말이다.

“이거 유도진 선생이 그렇게까지 잘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덕분에, 허준한의원 식구들은 한층 더 바빠지겠군요.”

“뭐, 그 정도야 알아서들 잘 하지 않겠어?”

별일 아니라는 듯한 대답과 함께,

원장실에서는 호쾌한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허준한의원.

당연히, 유도진이 방송에 나간 것이 식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중이었다.

“원장님. 이거 보셨어요?”

“네. 봤습니다.”

박용준이 가리킨 것은 바로 유튜브에 올라온 어제자 영상의 요약본.

그중에서 하이라이트에 당당하게 유도진의 얼굴이 나와 있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됐습니다.”

“그런데 말이야. 나도 아까 박 원장이 알려줘서 영상을 봤는데? 나는 유 선생이 이렇게 말을 잘하는 줄은 처음 알았다니까?”

김태식의 말에,

식구들이 한바탕 크게 웃었다.

뒤에서 이 이야기를 듣던 유도진이 김태식을 바라보니,

“아, 아니야. 농담이야. 농담. 우리 퇴근해야 할 시간이지?”

라고 중얼거리며 도망가는 김태식과 하나둘 퇴근하는 식구들.

이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료를 마친 허준도 진료실로 돌아왔다.

그런 허준의 눈앞에,

[침술 Lv. 9] 필요 포인트 100000

[구술 Lv. 8] 필요 포인트 50000

[탕제 Lv. 6] 필요 포인트 50000

[추나 Lv. max] 필요 포인트

[진맥 Lv. 4] 필요 포인트 100000

···

보유 포인트 : 53215

나타난 능력들과 포인트.

이동훈 환자에 김성렬 환자까지.

두 명의 환자까지 치료하니 어느새 5만 포인트가 넘게 모여 있었다.

뜸과 탕약이라.

둘다 큰 도움이 되겠지.

그때, 유도진 선생이 출연한 방송의 내용이 떠올랐다.

‘나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성분들까지 전부 꿰고 계셨었지.’

왠지 모르게 자극이 되는 느낌.

그렇다면,

「‘탕제 Lv. 6’에 50000포인트를 사용합니다.」

「‘탕제 Lv. 6’이 ‘탕제 Lv. 7’이 되었습니다.」

[탕제 Lv. 7]

- 뛰어난 효능의 한약재를 구분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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