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화. 선생님 같은 분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조셉이 올린 한 장의 사진과 한 문장의 코멘트는 엄청났다.
온라인에서는,
- 이거 진짜임?
- 여기 주소 있음. 들어가서 확인해 보세요.
- 아니, 이러고 돌아다니면 우리 형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진짜
- 그런데 저기 한방병원은 왜 간 거임? 혹시, 어디 부상이라도 당한 건가요?
- 그러고 보니 저 한방병원에 김찬용 선수도 다니던데. 아마, 같은 팀이니 추천한 거 아닐까요?
- 월클 선수가 한의원이라니. 병원에 가겠죠.
···
그리고,
“네~ 혜민한방병원입니다. 네. 죄송합니다. 환자 개인정보라 알려드릴 수 없어요.”
“죄송합니다~ 알려드릴 수 없어요~”
혜민한방병원으로 수많은 전화가 걸려오고 있었다.
직원들이 친절하게 답하면서 탁- 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으면 곧바로 울려대는 전화기.
“이것 참, 전화선을 뽑을 수도 없고...”
“팀장님, 이게 대체 무슨 날벼락이에요?”
“글쎄요...? 지금, 알아보는 중이니까, 조금만 고생해 주세요.”
김예진이 아침부터 몰려드는 전화를 막기 급급한 팀원들을 응원했다.
사무실의 상황이 이 지경이었으니,
혜민한방병원 병원장실.
병원장 최인호가 밥을 호출했다.
“밥 선생.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저, 그게...”
“진즉에 나에게 보고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 아니야?”
“죄송합니다. 환자분이 원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 크흠, 그래도 우리 사이에 귀띔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았나?”
최인호가 섭섭하다는 듯이 답했다.
이런 엄청난 유명인의 진료는 병원의 운영에 있어서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본래 유명인들의 진료는 언제나 양날의 검.
좋은 예후가 있다면, 돈을 내면서 하는 광고보다 훨씬 강력한 광고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반대로 예후가 나쁘면.’
그동안 공들여서 만든 이미지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었다.
그것이 유명인들이 가진 영향력이었으니까.
게다가 조셉은 축구선수. 그것도 몸값이 어마어마한 세계적인 스타였다.
이 말은, 괜히 잘못된 처방에 그 몸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법적인 다툼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밥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최인호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환자의 부탁대로 했으니 크게 잘못한 것은 없지만, 아침에 벌어지고 있는 일을 모르고 있지는 않았다.
“밥 선생. 어깨 펴고 고개를 들게. 자네를 다그치려고 부른 게 아니니까 말이야. 쏟아진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는 법. 이왕 벌어진 일이니 차라리 잘 됐어.”
“네...?”
눈치를 보던 밥이 최인호의 대답에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체, 지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자네가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 자리에서 보자면 지금 우리 병원으로 쏟아지는 이 수많은 관심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말이지. 물론, 지금부터가 중요할 테지만 말이야. 그래서 묻겠네.”
최인호의 물음이 이어졌다.
“조셉 선수는 어떤 질환으로 내원한 건가?”
“아, 특별한 질환으로 내원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밥의 대답에 최인호가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이야, 특별한 질환이 아니라면 크게 문제 될 일은 없을 터.’
“그럼?”
“보약을 맞추고 싶다며 찾아왔습니다.”
“보약?”
“네. 제가 듣기에는 같은 팀인 김찬용 선수가 보약을 먹는 것을 보고 흥미가 생겼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밥이 이어서 당시 있었던 일을 상세하게 이야기했다.
진짜 너무 평범한 차림의 모습이어서 놀랐었던 당시의 느낌에서 시작해서, 너무 당황스러워서 허준 원장에게 도움을 청한 일까지.
비록 며칠 전의 이야기였지만, 조셉을 한눈에 알아본 밥이지 않던가.
때문에, 그날 있었던 사소한 일까지도 전부 기억할 수 있었다.
“그럼, 자네가 통역을 해주고 진료는 허준 원장이 봤다는 이야기인가?”
“맞습니다. 처방도 원장님이 내리셨고요.”
허준이 직접 진료에 처방을 내렸다는 이야기에,
최인호의 안색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물론, 눈앞에 있는 밥 선생의 실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허준이 직접 나섰다는 이야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겠어.’
모든 불안감이 사라졌을 뿐이었다.
최인호가 환하게 웃으며 밥에게 말했다.
“그래. 이야기 잘 들었네. 자네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해왔던 대로 환자들을 봐주게.”
“네. 병원장님.”
그렇게 진료실로 돌아가는 밥.
허준 원장님이 처방을 내렸다는 말에 이야기가 갑자기 끊어져서 차마 뒷이야기를 못 했네.
‘침하고 뜸은 내가 하고 추나는 최허준 선생님이 하셨는데.’
* * *
그 시각.
점심시간을 맞이한 혜민한방병원에서는 온통 조셉에 관한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었다.
“아니, 그게 정말 우리 조셉 형이었다고요?”
박용준이 그를 보지 못해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네. 저도 깜짝 놀랐어요.”
답을 한 것은 최허준.
그도 며칠 전에 자신이 직접 추나와 고타법을 한 남자가 조셉이라는 것이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그래도 선생님은 좋았겠어요. 조셉 선수 싸인도 받았다면서요?”
“당연하죠~”
최허준이 자랑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박용준을 바라봤다.
그러더니,
“근데, 아직도 이해가 잘 안 돼요. 허준 원장님은 왜 저한테 추나를 맡기셨을까요? 직접 하셨어도 되었을 텐데.”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추나에 있어서도 허준 원장이 월등했기 때문이리라.
‘그러고 보니, 침과 뜸은 밥 선생님에게 맡기셨네.’
침도 허준 원장님이 훨씬 잘 다루실 텐데.
이해할 수가 없네.
그 중얼거림을 본 박용준이 최허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답했다.
“그야, 원장님이 선생님들을 믿으셔서 그렇겠죠.”
“그래도 이해가 잘 안 돼요. 조셉 선수를 직접 진료하고 치료까지 하셨으면 훨씬 더 유명해지셨을지도 모르잖아요.”
“우리 최허준 선생님은 아직 원장님을 잘 모르셔서 그래요.”
박용준이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진료실에 있는 허준 원장님은 환자를 오로지 환자로만 보거든요. 그 환자가 연예인이건, 돈이 많건 적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아요. 그냥 다 같은 환자라고 생각하시니까요.”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그 되물음에,
“그건 저도 모르죠.”
한편, 이 이야기가 가장 불타오르는 곳은 기자들도, 병원도 아니었다.
이 모든 이야기의 진실을 알고 있을 만한 당사자가 있었으니,
“선배. 그 이야기 대체 뭐에요? 조셉 선수가 한국에 들어와 있다고요?”
바로, 김찬용이었다.
월드컵 국가대표팀에 속해 연습에 들어간 선수들.
김찬용이 그 물음에,
입이 근질근질해지기 시작했다.
“왜? 궁금해?”
“당연하죠. 조셉 선수가 축구하는 거 보고, 제가 축구 시작했다니까요?”
다들 몸을 풀며 직접 대화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선후배 가리지 않고 모두가 귀를 쫑긋거리는 분위기.
“크흠, 일단 조세프가 한국에 들어와 있는 거는 맞아.”
“정말요?”
“응, 그런데 아마 만나주거나 하지는 않을 거야. 혼자 돌아보고 싶다고 당부했거든.”
오죽했으면 공항에서부터 미리 찢어져서 들어오지 않았던가.
“그럼, 그 SNS에 올라온 짤은 뭐에요?”
“뭐, 한방병원?”
“네. 거기 지난번에 연예인들도 다니는 곳이라고 듣기는 했는데. 조셉은 거기에 왜 갔을까요? 혹시, 부상이라도?”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전부 밥만 먹고 축구를 한 선수들.
때문에, 사소한 부상도 쉽게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 사소한 것이 나중에는 큰 문제로 번지는 경우도 많이 봐왔으니까 말이다.
스트레칭을 마친 김찬용이 가볍게 달려나가며 답했다.
“부상은 무슨, 보약 맞추러 왔지.”
그 대답을 들은 선수들의 얼굴이 벙쪘다.
“보약?”
“지금, 보약이라고 한 거 맞지?”
“네. 보약 확실합니다. 선배님.”
* * *
“아이구~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이른 아침,
동네의 한적한 공원에서 중년의 남자가 환하게 웃으며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가볍게 인사했다.
사실, 이들은 서로 이름도 모른다.
그저 매일같이 이 시간대에 공원에 나와 얼굴을 부딪치면서 인사를 하게 된 것뿐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인사를 하기에는 충분한 이유였다.
그렇게 오늘도 아침부터 열심히 운동 중인 이재웅.
원인을 알 수 없이 시력을 잃어가는 증상으로 허준을 찾아온 바로 그 환자였다.
“이 보약을 가져가서 아침저녁으로 드시고, 적절한 운동이 필요하실 겁니다. 등산이 가장 좋기는 하지만, 근처에 산이 없으면 공원도 좋습니다. 무리한 운동이 아니라, 가벼운 달리기와 걷기로 시작하시면 됩니다. 그래야 간이 빨리, 회복될 테고. 시력의 회복도 빠를 테니까요.”
그래서 시작한 운동.
이렇게 운동을 꾸준히 해본 게 언제였던지.
무거운 것을 드는 것도 아니고 빠르게 달리는 것도 아니었지만,
본래 몸에 새로운 습관을 들인다는 것은 힘든 법이었으니.
‘이걸 매일 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시력을 돌릴 수만 있다면.
무엇을 못 하리.
그렇게 이재웅은 성실하게 진료를 받으며 운동을 시작하였고,
이제는 이 공원에 충분히 스며든 상태였다.
그리고,
‘이젠 안경을 안 써도 되겠어.’
언제부턴가 안경을 쓰기 전으로 돌아온 시력.
자연스럽게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진다.
세상이 이렇게 아름답다니.
특히, 이 공원은 더 많이.
“그래서, 공원 청소를 시작하셨다고요?”
“네. 뭐, 운동도 하고 공원에 자꾸 마음이 가서요.”
“정말, 좋은 생각이시네요.”
“아닙니다. 왠지 공원에게 받기만 한 것 같아서 조금 돌려주려는 것뿐이에요.”
“이재웅 씨 같은 분이 많아지면 좋겠네요.”
허준이 앞에 앉은 이재웅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시력만 좋아진 게 아니시네.
환자의 상태, 모습, 표정, 말투.
진맥까지 느껴지는 모든 것이 이재웅 씨와의 마지막임을 느낄 수 있었다.
질환을 앓던 환자야말로 자신의 변화를 가장 먼저 눈치채는 법.
허준이 그 변화를 읽어내었다.
그래서,
“이재웅 씨, 내일부터는 오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허준의 완치 판단과 함께,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진 메시지가 나타났다.
「포인트를 10000 획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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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들어서 이런 날이 오리라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는 그냥 제 일을 했을 뿐인데요.”
일반적인 환자라면,
여기에 그래도 꾸준히 운동하라는 말을 곁들이겠지만.
‘이재웅 환자라면 그럴 필요도 없겠어.’
그렇게 진료실을 나서는 이재웅.
전하지 못한 말을 중얼거렸다.
“저야말로 선생님 같은 분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그 시각.
스타엔터테인먼트에 대표실.
배우 이동훈이 복귀작으로 선택한 대본을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이미지와 너무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동훈아, 정말 이걸로 복귀하겠다고?”
“네.”
“다시 한번 생각해봐. 이미지랑 너무 안 어울리는데, 게다가 한 번도 도전해보지 못한 장르잖아?”
“제가 꼭 한번 해보고 싶은 배역이었거든요.”
“정말로 후회하지 않겠어? 이거 영화 아니고 드라마다. 서류에 사인하는 순간 못 무르는 거 알지?”
“걱정하지 마세요.”
이동훈이 계약서에 망설임 없이 사인했다.
그렇게 결정된 배우 이동훈의 복귀작.
가제 : 허준 2022
내용 : 침으로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믿는 천재 한의사와 한의학은 절대로 믿지 않는 현대의학 여의사가 엮이며 펼쳐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