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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2화 (2/262)

< -- 2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1_시크릿-X -- >

워커 들을 굳이 피할 이유는 없었다.

3개월 전만 하더라도 이 도시와 거리는 그들의 것이었지만, 시간이 차츰 지날 수록

사냥꾼의 역활은 우리에게로 돌아왔다. 바로 생존자 들에게 말이다.

지구가 멸망해도 끝까지 살아남는 건 바퀴벌레라고 했던가?

내가 생각하기에는 인간이야말로 지구가 멸망해도 끝까지 살아남는 것 같다.

아무튼 오늘은 식료품을 구하기 위해 밖으로 나서기로 했다.

밖에는 예전보다 워커 들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위험한 상황은 언제 발생될지 모른다.

"담식아. 오늘은 네 통조림도 구해야겠다."

담식이는 내 유일한 가족이었다.

덩치도 크고 용맹할 뿐 아니라 충성심도 무척 높다.

그렇다.

담식이는 맹견 들 중에서 똑똑하기로 소문난 ‘핏불 테리어‘다.

단단한 근육질을 가진 멋진 놈이라 주로 투견으로 많이 쓰이지만, 나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파트너나

다름없었다.

아니라 다를까 담식이는 자기 밥을 구하러 간다는 소리를 알아들었는지 바닥에 한바퀴 뒹굴며

기다란 꼬리를 사정없이 흔들어댔다.

하지만 담식이가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보호장구가 필요했다.

담식이는 워커 들만 보면 오히려 자기가 먼저 눈이 돌아가 사정없이 물어 뜯으려고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게 물어뜯었다가 그 피가 담식이에게 전염되면 그 즉시 즉사할 것이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나면 광견병걸린 개같이 침을 질질흘리고 공격적으로 변해버리겠지...

"가자!"

담식이 목에 목줄을 단단히 채우고 총을 어깨에 맨 후 밖으로 나섰다.

때마침 오늘은 햇빛이 강하게 내려쬐므로 워커 들의 방해없이 쇼핑하기에 안성맞춤인 날이다.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용 트렁크를 가지고 현관문을 나섰다.

"야! 먹을 거 구하러 가냐?"

내가 아파트를 나서자 윗층에서 애 들이 하나 둘씩 베란다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중에 나에게 소리친 놈은 나이가 비슷한 ‘성식‘이다.

그렇게 친한 건 아니지만 같은 생존자라 서로 생필품을 챙겨주는 사이이다.

"어. 넌 오늘 사냥 안나가냐?"

"귀찮다. 어차피 막대기로 쳐도 나가 떨어지는 놈들을 뭐하로 굳이 총알 낭비하냐?"

"새끼... 뭣 좀 구해다주랴?"

성식이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됐다. 걍 오늘은 라면으로 때울랜다."

"알았다. 노아에서 연락오면 무전이나 때려!"

"오케이!"

성식이는 검지와 엄지손가락을 둥글게 말고 손을 흔들었다.

"그럼 출발해보실까?"

나는 무쏘 스포츠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주변을 조사하거나 사냥을 나갈 때는 머스탱을 이용하지만 오늘같은 날에는 화물칸이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총도 M16 한자루에 탄알 20발만 가지고 나가는 것이다.

만약 워커 들이 달려들면 자동차로 그대로 밀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굳이 싸우지 않아도 된다.

"담식아. 뭐가 좀 보이면 바로 짖어라."

담식이는 조수석에 앉아 창가를 응시했다.

별도로 훈련시키지 않아도 담식이는 워낙 똑똑하기 때문에 알아서 주변을 감시하는 것이다.

[으르릉!]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니 과연 워커 몇 놈 들이 길거리를 어슬렁거렸다.

담식이는 섬뜩한 어금니를 드러내며 심하게 으르렁거렸고, 나는 녀석을 진정시키려고 등을 쓰다듬었다.

"오늘은 사냥 안할거니까 괜히 이빨에 힘주지말고 편하게 있어."

워커 들은 내 차 뒤 꽁무니를 졸졸 따라왔지만 내가 속도를 높이자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

담식이도 그제서야 긴장을 풀고 편하게 자리에 앉았다.

고속도로 옆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에서 대형마트까지의 거리는 불과 10분이면 충분했다.

다행히 워커 들은 두 세놈만 주차장에 어슬렁거릴 뿐 우리가 굳이 손 쓸 필요는 없어보였다.

나와 담식이는 창고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굳게 닫힌 셔터문 앞에 섰다.

[비밀번호 8자리를 입력하십시오.]

셔터문은 자동 보안 장치가 걸려있어 비밀번호를 풀어야 했다.

"3..2....9..4..."

[전력실 출입문 보안이 해지되었습니다.]

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셔터문이 힘차게 열리자 뿌연 먼지 들이 강렬한 햇빛을 피하듯 여기저기 휘날렸다.

"가자."

나는 담식이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안에서 버튼을 눌러 셔터문을 내렸다.

밖에서는 비밀번호를 입력해 문을 열어야하지만 안에서는 버튼만 누르면 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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