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1_시크릿-X -- >
"나에요..."
문을 열고 들어서긴 했는데 마땅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눈에 보이지 않았고 왠지 싸늘한 기운만 방안에 남아있었다.
"도대체...."
으음....
설마 설마가 맞다면....
지금 내 목에 대인 차가운 물건은....
"움직이지마. 진짜 칼이야..."
이런 젠장....
.
.
.
.
.
자유 이 자식은 도대체 뭐하고 있을까?
내가 밧줄에 묶여있는 걸 알기나 할까?
하긴 금연 애호가인 예선이의 잔소리도 없으니 미친듯이 줄담배나 피우고 있겠지.
워커 들 입안을 조준하고 가래를 뱉으면서 말이야.
젠장 이럴줄 알았으면 조금 더 신중했어야 하는 건데..
문 뒤에 숨어서 뒤에서 들이닥칠 줄이야....
"......"
그런데 저 여자는 아까부터 왜 남의 짐을 뒤지는 거야?
"저기요."
"......"
"이봐요...."
"조용히 안해!"
그녀는 우리 짐을 뒤지는데 정신이 팔려있을뿐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거 왠지 무시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구만.
"지금 댁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어요?"
"조용히 하랬다. 쑤셔버릴 수도 있어."
청순하게 생긴 외모와 다르게 말이 험한걸 보니 뭔가 사연이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왠지 모를 가슴속의 벅참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건 인터넷으로 공유했던 워커의 일반적인 증상이 그녀와 완전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감염자는 크게 세가지 증상을 통해 의심할 수 있다.
첫째. 눈동자 주위로 실 핏줄이 그어져 있다.
둘째. 피부가 회색빛을 띄며 푸석푸석하다.
셋째. 머리카락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그녀는 이 셋중 첫번째와 두번째가 완벽히 일치한다.
뭐 머리카락은 만난지 몇일 되지 않았으니 더 이상 자라는지 잘 모르겠고...
저렇게 증상이 뚜렷한대도 그녀는 정상처럼 보인다.
그렇다는 말은 내 예상도 점점 맞아간다는 것이다.
그녀는 분명 바이러스에서 회복하고 있다.
"저기... 돈이 필요해요? 먹을 게 필요해요?"
"......"
그녀가 갑자기 손을 멈췄다.
그리고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내가 미쳐버린다면 널 먹어버릴 수도 있어."
"....."
그녀는 차분한게 말을 했지만 정말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눈동자와 이어진듯한 실핏줄은 더욱 선명해보였고, 회색빛 피부에서 냉기가 흐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거기서 멈출 수가 없었다.
오히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오늘 죽더라도 더 발악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죽일테면 죽여봐."
"뭐?"
"죽일테면 죽여보라고. 너도 알다시피 이 세상은 한발자국만 움직이면 사지가 뜯겨나가는 세상이야.
밖에 나가서 뜯겨죽나, 니말대로 날 먹어버리던가 죽는 모양새는 다 똑같다고!"
"......"
-쨍그랑.
그녀는 손에 들고있던 칼을 놓치고 말았다.
이제야 좀 상황 파악이 되나보군.
"일단 밖을 한번 나가보시지. 당신같은 워커 들이 이 세상을 얼마나 후비고 다니는지..."
"아니야."
"맞아! 충혈된 눈동자, 푸석한 머리카락, 회색 피부! 지금 당신과 저 밖에 있는 것들은 다르지 않다고!"
"아니야! 난 아니야!"
그녀는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두 눈을 무섭게 부릅떴다.
"현실을 인정해. 당신은 워커야."
-우당탕!
뭔가 빛이 반짝이는가 싶더니 갑자기 숨통이 꽉 조여졌다.
"아니야. 아니라고 했지....."
그녀는 내 목을 있는 힘껏 졸랐다.
아....
그러고보니 내가 깜빡한게 있었다.
워커 들은 모든 뇌의 기능이 지워지고 살육 본능과 순발력이 보통 인간에 비해 최고 50배 올라간다.
젠장....
이런 걸 깜빡하다니....
나 좀 많이 멍청하군.
"켁켁!"
"흑흑! 난 워커가 아니야. 아니라고!"
숨이 턱 밑까지 막혀오고 눈 앞이 흐릿한데 왜 자꾸 입 안이 짭짤한지 모르겠다.
왜지? 왜일까?
"난 아니야... 흑흑!"
그녀는 갑자기 내 위에 엎드려 흐느끼기 시작했다.
덕분에 식도가 확 트였지만 자꾸 페를 누르고 있으니 오히려 숨이 더 막혔다.
"켁켁! 좀 나오라고....."
내 몸 추스르기도 전에 난 그녀를 힘겹게 밀쳐내고 계속 숨을 들이마셨다.
뭔 여자가 저렇게 무거운지 원...
아, 그러고 보니 왜 이렇게 입안이 짭짤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