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7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1_시크릿-X -- >
"...."
한참 이 맛에 신경 쓰다보니짭짜름한 것의 정체를 알 것 같다.
이거 눈물과 콧물이 짬뽕된 것이로군....
생각같아서는 다 닦아버리고 싶지만 밧줄로 묶여있는 몸이라 그럴 수조차 없었다.
하하.
이거 밖에서 자유의 가래를 먹고 있는 워커가 된 기분인 걸?
"흐흐흑! 난 아니야."
하지만 그녀는 나의 엿같은 기분을 아랑곳하지 않고 서럽게 펑펑 울어댔다.
"여기요."
난 힘들게 힘들게 티슈를 뽑아 그녀에게 내밀었다.
"눈물만 닦지말고 코도 풀어요."
"흐흑....."
내가 뭘 잘못 말했나?
왜 저렇게 빤히 쳐다보지?
아무튼 한참을 울어서 진정이 ㅤㄷㅚㅆ는지 차분하게 눈물도 닦고 코도 풀었다.
하지만 난 그녀를 재촉하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내 목숨을 노리고 칼로 위협하던 모습보다 그녀가 겪었을 끔찍한 고통이 먼저 이해가 되었다.
멀쩡하게 살아있다가 워커로 죽었는데 다시 멀쩡해지고....
누가 그랬든 끔찍한 삶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왜..."
무거운 침묵만 감도는 적막한 공기를 그녀가 먼저 깼다.
"그곳에서..... 왜 날 데려온거지?"
"......."
그녀는 다소 차분한 표정을 지었지만, 눈동자와 이어져있는 듯한 실핏줄 들이 살아 숨시듯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했다.
증상은 분명했다.
그녀의 뇌가 온 몸을 100% 통제하는 건 아니다.
자칫 감정이 격하거나 본능을 제어하지 못하면 언제 다시 워커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당신은 살아있으니까요."
결코 그녀 듣기 좋으라고 한 소리는 아니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생각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 말을 처음부터 곧이 곧대로 듣지는 않았다.
"너도 아까 말했잖아. 나도 저 들과 다르지 않다고."
"그건..."
갑자기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차가운 그녀의 목소리가 내 심장을 후벼파는 듯 했다.
"나도 네 말 이해해.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기 쉽지않아."
"저기...."
"난.... 난 이미 죽은 몸이야. 살아있는 시체라구."
"....."
그녀는 무릎에 상체를 파묻고 고개를 푹숙였다.
여자 경험이 별로 없는 나로선 그런 행동이 당황스러웠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살아있는 시체가 어떻게 분노를 느끼고 슬픔을 느끼죠?"
다소 차분한 내 말투에 놀랐는지 그녀가 고개를 반쯤 들어서 나를 쳐다보았다.
에라, 모르겠다.
이왕 생각없이 주둥이에서 튀어나온 거 어디까지 가나 보자.
"워커는 감정을 느끼지 않아요. 그저 살육 본능만 남아있을 뿐이죠. 하지만 당신은 다르잖아요."
"하지만... 난 이미 그들과 같은 존재였어."
"뭐 이런 상황에 맞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과거에 자꾸 집착하면 앞으로 나갈 수 없어요."
"....."
아이씨.
도대체 무슨 말이야....
"흠흠.. 그러니까 과거의 모습에 대해 너무 자신을 얽매이지 마라구요. 지금 우리는 당신이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와준 것만으로도 기뻐하고 있어요."
"우리?"
그녀는 생전 처음 처음듣는 말인양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빤히 쳐다보았다.
뭐지, 그 어처구니 없다는 눈빛은...
"예, 우리요."
"흐흐....하하하....."
그녀는 어깨까지 들썩이면서 웃다가 나중에는 박장대소를 하기 시작했다.
왠지 날 비웃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빠졌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보려고 가만히 있었다.
"우리라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제 정신이야?"
"제 정신이라니요?"
"미친 게 아니라면 어떻게 우리라는 표현을 쓸 수 있지? 서로 생존하기 바쁜 사람 들한테 말이야."
난 그제서야 그녀가 어떤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바로 내색하지 않고 짐짓 정색한 모습을 보이기로 했다.
"인간은 혼자 살 수없는 동물이에요. 더군다나 지금같은 상황에는 서로 이와 잇몸이 되야한다구요."
"웃기지마!"
그녀가 갑자기 소리치자 온 세상이 한번 들썩이다가 순식간에 조용해진 느낌이었다.
"어이, 꼬맹이. 인간 들은 다 같은 속물이야. 자기 살기 바쁘면 딸 자식까지 버리는 하찮은 쓰레기 들이라고."
그제서야 난 그녀를 붙잡고 있는 트라우마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쉽게 할 수가 없었다.
내가 대화를 이끌어가되 주도권을 모두 쥐고 있어서는 안된다.
흥분하면 미쳐 날뛰어버리는 상대를 충분히 설득시키는 게 지금의 나의 역활인 것이다.
단지 내 바램은 그녀가 최대한 나의 이해심을 알아주길 바랄 뿐이다.
"인간이 아무리 하찮은 쓰레기라도 분명 존재할 이유는 있는 거에요. 그리고 모든 인간이 제 딸을 버리지는 않구요."
"아무리 말해봤자 소용없어. 나에게 인간은 죽어 마땅할 쓰레기일 뿐이야."
"그렇다는 말은 당신이 다시 워커로 돌아가도 괜찮다는 거네요?"
"뭐?"
내 질문에 그녀는 날카롭게 받아쳤다.
뭐,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기에 그다지 당황스럽지는 않았지만 자꾸 충혈된 눈을 보고 있자면 움찔하는 게 사실이다.
"생각해봐요. 그렇게 인간을 증오하면서 왜 워커 들하고 똑같이 행동했던 과거를 괴로워하는 거죠?"
"......"
"당신은 사람을 함부로 죽일 위인은 못되요. 다만 과거에 있었던 일 때문에 괴로우니까 인간은 죽어야 한다는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을 뿐이죠."
"닥쳐. 니가 나에 대해서 뭘 얼마나 알아?"
그녀는 나를 무섭게 노려보며 다그쳤지만 확실히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이 울고 불고할 일이 없었을 거에요. 확실하게 인간을 증오하고 죽여야한다고 생각했다면 말이죠."
"......"
그녀는 아무런 대답을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미안해요. 별로 상처주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단지 당신 말 뜻에서 그런 뉘앙스가 풍겨져 나와서 그래요."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먼 산을 응시했다.
마치 과거를 회상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도대체 그 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해줄래?"
"네?"
"내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그렇게 해줘. 몇가지 생각해볼게 있어서 그래. 그런 다음 니가 나한테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들어주지."
"......."
내가 원했던 대답은 이게 아니었지만, 성심성의것 대답해주기로 했다.
물론 나 역시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다.
그러나 그녀를 완전히 설득시키고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필수로 해야할 일 들이다.
=====================================================
P.S 제 본업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새벽에 겨우 분량 뽑아서 올려봅니다.ㅜㅜ
하지만 글쓰는 재미에 맛들린 요즘 손이 쉽게 멈추질 않는군요.
앞으로 성실연재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