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15화 (15/262)

< -- 15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1_시크릿-X -- >

[플랜 A]

첫번째.

탈출용 차량은 후방에 배치하고 기름을 가득 채운후 대기시킨다.

차량은 화물 트럭은 절대로 안되며, 승용차는 더더욱 안된다.

또한 번넷 전장이 긴것도 안되며, 구형인 차량은 안된다.

두번째.

워커 들을 각개격파 방식으로 전멸해나간다.

최종 후퇴 지역을 4선으로 두고, 1선에 바리게이트와 온갖 장애물을 설치한다.

이것은 워커의 이동 속도를 저하시키기 위함이다.

이때를 노려 사격을 실시하고 워커 들이 뭉쳐있는 곳은 수류탄을 사용한다.

2선은 지뢰와 폭탄을 곳곳에 설치한다.

지뢰와 폭탄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기 때문에 반경 10m를 기준으로 지그재그 형식으로 설치한다.

3선은 방어 체계가 완전히 무너졌을 때 탈출 시간을 벌기 위한 방어선이다.

탈출용 차량이 가속도를 내어도 괜찮을 경로를 미리 예상한고 그곳을 Clear 상태로 만들어라.

4선까지 뚫리면 탈출용 차량으로 워커 들을 들이박는다고 생각하고 엑셀레이터를 밟아라.

"모두 플랜 A 숙지했지?"

"응!"

"물론!"

예선이는 임시로 만든 사열대에 서서 플랜 A를 다시 한번 숙지시켰다.

이 아지트에 남은 인원은 달랑 6명.

그러나 6개월간 필사적으로 살아남은 생존자 들의 생존 본능은 가히 무서울 정도로 엄청났다.

불과 1시간만에 이 아파트 단지를 플랜 A로 완벽히 무장시킨 것이다.

"그런데, 대장?"

생존자 들 중 약간 통통한 남자가 번쩍 손을 들었다.

그 남자의 이름은 공지혁.

나이는 23살이고 일본 애니에 미쳐서 오덕 생활을 하다가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이곳에 정착했다.

예선이는 손가락으로 지혁을 가르켰다.

"성식이 형한테 대충 상황은 들었는데...... 탈출용 차량이 왜 스타렉스가 아니라 무쏘 2대야? 차 한대로 도망치면 훨씬 수

월하잖아."

"좋은 질문이야. 그건 내가 대답하지."

성식이가 한 발 나섰지만 예선이는 전혀 게의치 않은 얼굴이었다.

"물론 스타렉스가 탑승용으로는 손색이 없어. 하지만 그 차가 만약 문제가 생겼을 경우 우리 모두 갇혀버릴 수 있어. 예를

들어 몇몇 힘 좋은 놈 들이 개때처럼 달려들면 차가 앞으로 못나갈 수도 있지. 하지만 무쏘는 힘도 좋고 2대로 운용할 경우 한대가 위

험에 빠지면 나머지 한대는 그 틈에 빠져나갈 수 있는 확률이 생겨. 좀 듣기 거북하겠지만 둘 중 하나는 살아 남을 수 있어."

"아...."

지혁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성식이는 허리춤에 양손을 올렸다.

"좋아. 1선과 2선이 완벽히 준비 되었으니 3선에서 놈 들을 기다리자. 놈 들 이마에 멋지게 총알을 박는 거야!"

"오케이!"

"좋아!"

모두 파이팅이 넘쳐 소리를 지르자 예선이는 온 몸에 전율이 흐르는 걸 느낄 수 이었다.

하지만 예선이의 표정은 아직 어둡기만 했다.

그걸 알아차린 성식이 역시 약간의 헛기침을 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흠흠. 그리고 어느정도 놈 들이 처치되면 우리 식구 들을 구하러 가자."

"당연한 말이지!"

모두가 망설임없이 대답하자 예선이는 성식이를 쳐다보았다.

성식이 역시 흐뭇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여 화답했다.

"저기, 언니...."

"응?"

그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들리자 모두가 그곳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체격도 외소하고 매사에 소심해 보이는 여자애가 잔뜩 웅크린채로 주위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그 여자애는 윤희주.

나이는 17살이지만 별로 눈에 띌만한게 없는 평벙한 여고생이었다.

"괜찮야, 희주야. 어서 말해봐."

"으응...."

예선이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희주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그러니까 제희언니랑 현구오빠는 왜 안보여요....?"

희주의 말에 모두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웅성웅성거렸다.

성식이는 매우 당황해했고 예선이의 표정은 다시 어두워졌다.

하지만 지금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제희와 현구는...."

모두가 예선이를 쳐다보았다.

"오늘 밤에 야간 정찰을 나갔는데 연락이 끊겼어. 하지만 아직 살아있을 수 있으니까 워커 들을 처치하는대로 바로 찾으로 나가보자."

그것이 뻔한 거짓말인줄 알면서도 성식이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말은 꼭 써야할 때가 따로 있는 것이다.

"좋아. 그럼 모두 211동과 210동 사이에 서있자. 승효와 세희는 차 뒷자석에 타있고"

"네, 오빠."

승효와 세희는 이제 막 8살 밖에 안된 어린 아이들이었다.

어린 아이들까지 이 참혹한 전쟁에 끼어들게 할 수 없는 일이다.

다행히 아이들은 이 사태의 심각성을 잘 이해하고 있기에 성식이 말을 잘 따라주었다.

아이 들이 무쏘가 서있는 곳으로 쪼르르 뛰어가자 나머지 생존자 들이 그 뒤를 따랐다.

예선이가 있는 아지트는 언덕 위에 지어진 아파트 단지로, 건물 들이 2열로 길게 늘어서있는 구조였다.

후문으로 통하는 길은 아주 좁은 길이라 차로 빠져나갈 틈이 없었고, 그곳마저 워커 들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해 드럼통에 기름을 가득담아 높게 쌓아올린 상태였다.

만약 그곳이 뚫리면 지뢰가 제일 먼저 터질 것이고, 드럼통 역시 차례대로 폭발할 것이다.

다시 말해 예선이의 아지트는 배수진의 구조라는 것이다.

노아에서 알려준대로 [플랜 A]에 가장 걸맞는 장소가 바로 이 아파트 단지였다.

"수류탄은 남자 들이 가지고 있고, 여자 들은....."

"나도 수류탄 줘."

"뭐?"

예선이가 수류탄까지 주라고 하자 성식이는 기가막힐 노릇이었다.

"대장. 수류탄은 무서운 거에요. 자칫 잘못하다가는 자기 눈앞에서 터져버린다구요."

다행히 공지혁이 얼른 나서서 제지했다.

성식이 역시 고개를 끄덕이면서 예선이를 설득시키기로 햇다.

"그래. 예선아. 이건 네가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어."

"내가 여자라서 그런 거야?"

"예선아!"

"사용법이나 얼른 알려줘."

"......"

여기서 또 예선이랑 싸울 것을 생각하니 성식이는 머리가 지끈지끈거렸다.

하지만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 아지트의 유일하게 쓸모있는 남자라곤 성식이와 지혁이밖에 없었다.

수류탄을 모두 사용하려면 여자 들의 도움이 필요하긴 했다.

"알았어. 하지만 이걸 손에서 놓치면 모두가 죽는다는 걸 명심해."

"나 그정도로 멍청한 년 아니야."

".,....좋아. 그럼 희주도 알려줄까?"

"죄, 죄송하지만 전 사양할래요."

희주가 얼굴까지 새파래지면서 고개를 좌우로 휘젓자 성식이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꾹 참고 수류탄 할발을 움켜쥐었다.

"수류탄은 이렇게 네 손가락으로 감싸쥐고 새끼 손가락으로 밑둥을 받쳐야해. 이게 가장 기초이니까 한번 해봐."

"으응..."

예선이가 수류탄을 어떻게든 성식이처럼 쥐어보려했지만 뜻대로 되지않았다.

"수류탄을 야구공처럼 쥐면 안되. 던질때 손의 땀 때문에 미끌려서 자기 앞으로 떨어질 수가 있어."

"쳇!"

예선이가 투덜투덜거리자 성식이는 직접 다가가 알려주기로 했다.

"이, 바보야. 새끼 손가락으로 제대로 받쳐야지."

"......"

"왜 그래.....앗!"

왠지 예선이 표정이 많이 당황스러워 보이자 성식이 역시 깜짝 놀랬다.

어쩌다 보니 성식이가 예선을 손을 움켜쥐는 모양새가 되었던 것이다.

"미, 미안."

둘은 재빨리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다행히 눈치 없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지혁과 희주였기 때문에 이 상황을 제빨리 넘길 수 있었다.

"아무튼 여기서 내가 하는 것만 봐. 일단 왼손으로 핀을 빼고...."

성식이는 수류탄 핀을 뽑는 시늉을 하고 던질 자세를 취했다.

"던지기 전에 유의할 점은 이 클립을 절대로 놓쳐서는 안된다는 거야. 이걸 놓치면 길게는 5초, 짧으면 3초 안에 터져버리거든."

-꿀꺽!

아까와는 달리 예선이가 크게 긴장하며 쳐다보자 성식이는 다시 걱정이되었다.

"예선아. 자신없으면 안하는 게 좋아."

"아, 아냐. 충분히 알아들었어...."

예선이가 끝까지 고집을 부리자 성식이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갑자기 행동을 멈추고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켰다.

그 모습에 모두가 숨을 죽이고 소리에 집중했다.

-크워워!

살면서 정말 듣기 싫은 소리였지만 워커는 확실했다.

"지혁아! 라이터 켜!"

"네, 형!"

성식이가 소리를 지르자 지혁이는 얼른 경비실로 뛰어가 모든 가로등을 켜버렸다.

"어, 엄마...."

희주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주저앉아버렸다.

워커 들의 모습이 아직도 적응이 되질 않았지만 그 수가 예상보다 몇 배는 많은 것 같았다.

놈 들은 아파트 입구 앞에서 서서히 몰려오기 시작했다.

"아직 사격하지마! 다들 일렬로 늘어서고 조준만 해!"

성식이가 소리를 지르자 벌벌 떠는 희주를 제외하고 모두가 총구를 워커 들에게 겨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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