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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20화 (20/262)

< -- 20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1_시크릿-X -- >

"야, 승철아! 저 미친놈이 뭐래냐?"

"네 뱃살이 필요하댄다."

"오~인스턴트 음식으로 채워진 내 뱃살이 그렇게 기름져 보인다는 건가?"

"그러게. 네 뱃살 먹으면 발암물질때문에 암에 걸린텐데 말이야."

"으윽. 너 진짜 말 다했냐?"

자유와 나는 전혀 이 상황에 어울리지않게 농담을 주고 받았지만 사실 우리 둘은 매우 두려웠다.

설화 누나야 과거 유명한 중국 첩보원 출신이라 산전수전을 다 겪었지만 우리는 생존만을 위해 도망다니기만 했을 뿐이다.

물론 아까 부딪힌 놈 들의 수보다 적지만, 맨 앞에 선 놈은 정말 만만치 않게 보였다.

"둘다 잡소리 집어치우고....... 어떻게 할거야?"

누나의 질문에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렷다.

무슨 계획을 세울 시간도 없을뿐더러 무작정 부딪히기에는 너무 무모했다.

우리한테 저 놈의 정보가 전혀 없으니까 말이다.

"모르겠어요...."

"흐음. 아무래도 저 놈 때문에 무작정 덤벼서는 안될 거야."

"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내 기억이 맞다면 저 놈 역시 시크릿-X에 감염된 놈일걸."

"......"

우린 황당한 얼굴로 그 둘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어떻게 그 우주 박테리아 감염자가 둘씩이나 같은 나라 같은 동네에 존재할 수 있었을까?

아무튼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일단 눈 앞에 서있는 놈 들을 어떻게든 처리해야했다.

"누나."

"왜?"

"저 놈을 유인해야겠어요."

"뭐?"

"저 놈이 다른 놈 들을 조종하는 것 같아요. 봐요."

내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 놈 주위에는 워커 들이 줄지어 서있었고 옛날과 다르게 철저하게 통제를 받는 듯 햇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진작 우릴 덮치고도 남았을 일이었다.

"그러네.... 그럼 유인해서 뭐 어쩌려고?"

"일단 내 계획을 들어봐요."

나는 누나와 자유에게 비교적 간단하게 작전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내 작전이 꽤 무모하다고 판단했는지 자유는 처음엔 펄쩍뛰었지만 지금으로선 그 방법밖에 없기에 결국 수긍했다.

"자유야 이 총 좀 받아봐."

"으응."

자유에게 거의 던지다시피 총을 던져준 후 입고있던 T를 벗어던지고 대검을 치켜들었다.

"자아! 너네가 그렇게 탐내던 고깃덩어리가 여기있다."

나는 망설임없이 대검으로 왼팔을 그었고 새빨간 피가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놈 들이 흥분했는지 거친 숨을 내쉬기 시작했고 앞에 있는 놈 역시 움찔거렸다.

"왜 망설이지? 이렇게 고기가 살아 있는데?"

나는 최대한 앞에서 시간을 끌기 위해 자해쇼(?)를 펼쳤고 그 사이 누나와 자유는 작전대로 어디론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아무래도 놈 들은 내가 발가벗고 피까지 흘리니까 누가 사라졌는지 모를정도로 정신을 아예 못차리는 듯 했다.

"...인....간....이...쪽....으...로...오...라."

놈은 탐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손짓했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아쉬운 건 네 놈이니까 이리로 오지 그래?"

"크....으...."

놈은 내 도발에 빈정이 상했는지 고개를 이리저리 갸웃거리면서 기분 나쁜 숨소리를 내뱉었다.

"자아~어서 날 잡숴봐~"

예상대로 놈 들이 점점 본능의 눈을 뜨기 시작하자 나는 아예 대놓고 내 피를 온 몸에 묻히기 시작했다.

아, 정말 미치지 않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짓이 아닐 수 없지만 작전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가 없었다.

-크아아악!

순간 뒤에 서있던 어떤 놈이 침을 질질 흘리면서 나에게 달려오려고 했다.

나는 순간 움찔했지만, 앞에 선 정장 입은 놈이 갑자기 그 놈의 머리를 붙잡아 콱 움켜쥐더니 있는 힘껏 쥐어짜기 시작했다.

-크허허허!

놈의 정장 입은 놈의 힘에 눌려 한참을 버둥거리다가 이제 지쳤는지 더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내...명...령....을....어....기.....면...."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정장 입은 놈의 눈에서 피가 흐르더니 갑자기 손톱에서 쇠붙이 같은게 자라기 시작했다.

하지만 더욱더 최악인 것은 그 쇠붙이 들이 힘에 눌리던 놈의 머리에 천천히 박히기 시작한 것이다.

"...죽...음...뿐...이...다...."

손톱에서 자란 5개의 쇠붙이 들은 머리를 완전히 관통하고 뇌수를 질질 흘렸다.

나는 그 처참한 모습에 그만 얼어붙어버렸다.

"나....혼....자....저...놈...을....먹..겠...다....너...희...는....그....다....음....이...다...."

정장 입은 놈이 갑자기 손을 움켜쥐더니 그 놈 머리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그런 다음 뇌수가 흐르는 손을 완전히 꺼낸 후 나에게 거침없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내 머릿속은 온통 도망가라고 소리치고 있는데 정작 두 발이 움직여주질 않았다.

"제, 젠장!"

그렇다.

내 몸은 그 놈의 살기에 완전히 가위처럼 눌려 버린 것이다.

정말 살면서 이런 살기는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승철아! 움직여, 새꺄!"

"으윽!"

다행히 자유가 소리쳐줬고 나는 그 타이밍에 맞춰 몸을 비틀 수 밖에 없었다.

놈이 내 이마를 향해 그 쇠붙이가 붙은 팔을 휘두른 것이다.

정말이지 찰나의 순간이란 말을 이럴 때 두고 하는 말 같았다.

-크으으윽!

운 좋게도 놈은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고 나는 본능적으로 그놈의 배를 향해 대검을 찔러넣었다.

-푸우욱!

정말이지 기분 나쁜 느낌이 대검을 통해 내 팔에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처음에는 거친 가죽을 찢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가 강철을 자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크어어어!

흥분한 놈이 배에 대검이 그대로 박힌채로 상체를 솟구치듯 일으켜 세웠다.

멀리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키가 190cm는 족히 되보였고, 몸 전체가 근육으로 다부져있었다.

아, 이런 젠장.

무슨 헬스 트레이너라도 되나?

"야, 꺼져!"

"....."

설화 누나가 갑자기 소리치면서 계획대로 튀어나왔다.

그리고는 그 놈의 목을 향해 대검을 던졌다.

마치 단칼을 다트 던지듯이 다루는 서부의 총잡이처럼 말이다.

그런데 '비켜, 나와.'도 아니고 꺼지라니....

-푸욱!

대검은 정확히 놈의 목에 박혔지만 예상대로 쉽게 쓰러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게 더 놈을 자극한 듯 이번에는 설화 누나쪽으로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깜짝 놀란 나와 자유는 얼른 소총을 들어 머리를 겨냥했다.

"아냐! 쏘지마!"

하지만 설화 누나는 오히려 손을 흔들어 우리를 멈추게한 후, 놈이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 점프를 했다.

-빠각!

마치 매트릭스의 한 장면같이 누나는 공중에 붕 떠오르더니 발리킥을 하듯 놈의 목뼈를 그대로 부러뜨려버렸다.

-컥!

놈은 한참 비틀거리다가 이내 힘없이 쓰러져버렸다.

하지만 기뻐할 틈도 없이 이번엔 대장을 잃은 놈 들이 한꺼번에 달려들기 시작했다.

"어쩌지?"

"다들 내 뒤에서 지원해줘."

누나의 말에 우리는 얼른 앉은 자세에서 총구를 겨누고 황급히 방아쇠를 당겼다.

-투다다다!

우리는 마치 잘 훈련받은 군인처럼 신속하고 정확하게 총을 쏴서 놈 들을 쓰러트렸다.

확실히 현역 출신 들인대다가 위급한 상황인지라 예비군 훈련때보다 훨씬 사격 실력은 좋았다.

-퍽!

-쿠에엑!

그 사이 놈 들과 정면으로 맞서게 된 누나는 대검을 이리저리 휘두르면서 놈 들의 머리를 절단내기 시작했다.

무슨 중국 무술 영화를 보는 듯 누나의 솜씨는 신출귀몰했지만 수가 워낙 많아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비도 더욱 거세져서 한치 앞을 볼 수가 없어 더 이상 총을 쏠 수도 없었다.

잘못했다가는 누나가 우리가 쏜 총에 맞을 수도 있다.

"스, 승철. 어떡하지?"

"어떡하긴, 우리도 칼 들고 싸우자!"

"하지만...."

"아휴, 사내 새끼가 이렇게 겁이 많아서 원!"

-치직!

우리가 잠시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갑자기 내 바지 안주머니에서 주파수를 잡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보니 아까 상가를 빠져나올 때 급하게 챙긴다고 안주머니에 쑤셔 박았던게 무전기였던 것이다.

나는 황급히 무전기를 꺼내들었다.

"예선아! 혹시 예선이니?"

-치지직!

하지만 무전기에서는 잡음만 들렸고 붉은 수신음만 깜빡였다.

아무래도 비때문에 전파 방해를 받는 것 같았다.

-치지직! ....스....스...치지직...승철....치직...이...야?

잡음과 목소리가 섞여 확실히 구분가지 않았지만 이 아지트에 있는 우리 애들 중 한명 같았다.

그순간 너무 반가운 마음에 눈물까지 주르륵 흘렀다.

"그, 그래! 누구야?"

-치지직....나....치직...서...성...식....치직...

"성식이?"

-치직...그, 그...래....

"젠장! 너 어디있는 거야?

-치...직...오....옥...상....치직

옥상이란 말에 나와 자유는 동시에 아파트 옥상 들을 주시했다.

그러자 맨 끝동에서 누군가 라이트를 깜빡이는게 보였다.

나는 다시 무전기를 들었다.

"성식아! 지금 우리가 놈 들과 싸우고 있어! 빨리 도와줘."

-치...직...아...알았어...치직

"됐어! 다행히 애들이 무사히 피신했나봐."

"그래. 하지만 누나는 어떡하지?"

자유는 안절부절하며 누나를 손으로 가리켰다.

확실히 누나는 놈 들에게 완전히 둘러쌓여 힘에 부친 무습이었다.

"나는 도울테니까 넌 여기있던지 알아서 해. 아, 그리고 저 놈 확실히 챙겨놔라."

"젠장, 어떻게 너만 보내냐. 같이가!"

"새끼. 언능 와!"

나와 자유는 다시 대검이 꽂힌 M16 소총을 들고 놈 들에게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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