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6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1_시크릿-X -- >
"그럼 탁상공론은 그만하고 행동으로 옮기자."
"그러던지."
나와 성식이가 각자 무기를 챙기자 낌새를 눈치챈 자유가 차문을 박차고 나왔다.
"야, 너네 뭐하냐?"
"뭐하긴, 자질 시험하는 거지."
성식이가 입꼬리를 올리자 자유의 표정이 단번에 굳어졌다.
"자질 시험? 너 또 무슨 짓을 벌인 거야?"
"크큭.. 무슨 짓이라니? 네 대장도 하기로 한거니까 넌 이제 빠져라."
"야, 김성식!"
자유가 또 흥분하자 난 얼른 어깨를 붙잡았다.
"그만해. 쟤 말대로 내가 선택한 거야."
"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아니 그것보다 무슨 일을 하기로 한건데?"
"훈련소가서 무기 가져오기."
"뭐?!"
자유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자 냉동차 문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고개를 내밀자 자유는 이마에 손을 얹고 나를 살짝 밀었다.
"성식이 저 새끼가 그럴 것 같아서 안에서 문을 잠궈버렸어. 설화 누나는 그렇다치더라도 마음 약한 예선이가 저 새끼 때문에 더 충격 받으면 안되잖아."
"그래, 잘했다. 우리 오기 전까지 문 열지 말아라."
"잘하긴 뭘 잘해! 야, 그냥 그만 둬. 너 그러다 죽을 수도 있어."
".....괜찮아. 지금 이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하지 않으면 성식이는 더한 일을 저지를지도 몰라. 차라리 나 혼자 위험해지는 게 나아."
"젠장. 차라리 내가 저새끼 쏴 죽이면 안될까?"
"그건 안돼."
내가 단호히 말하자 자유는 두 손으로 얼굴을 한참동안 문질렀다.
"반드시 살아서 올게. 걱정하지마."
"....."
자유는 고개를 들지 않았지만 내 손을 꽉 붙잡고 있었다.
"너 죽으면 저새낀 기필코 내가 죽인다."
"살아서 온다니까."
우리가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이 준비를 마친 성식이가 눈짓을 했다.
이제 출발하자는 뜻이다.
"형! 잠깐만요."
바로 그때 지혁이가 헐레벌떡 우리에게 뛰어왔다.
그러고보니 아까부터 누군가가 안 보인다 했다.
그게 지혁이였군....
"형, 이거요."
"이게 뭐야?"
지혁이나 숨을 헥헥거리면서 나에게 내민 것은 초소형 카메라였다.
자유는 얼른 그것을 빼앗아 요리조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우와! 이거 360도 회전이 가능한 것 같은데?"
"헤헤. 맞아요. 제가 1년 전에 아키하바라에 갔을 때 비싸게 주고 구입한 거거든요. 왠지 형한테 필요할 것 같아서요."
지혁이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자유에게 카메라를 받아 내 왼쪽 어깨에 달아주었다.
놀랍게도 어깨에 걸리적거리지도 않았고 무게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 목부분에 소형 모터가 있어서 원격조종으로 회전이 가능해요. 자유형, 여기.."
지혁이가 자유에게 내민 것은 셔틀과 패널이 있는 리모콘이었다.
"반경 15km 내에만 있으면 이 리모콘으로 카메라 조정이 가능해요. 자유형은 승철이형 사각지대를 살펴보면서 주의를 주세요."
"하지만 연락할 방법이 없잖아."
자유가 비관적으로 대답했지만 그건 사실이었다.
설사 내가 무전기를 들고 간다고해도 거리가 멀어지면 음질도 별로 좋지않고 놈 들에게 들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지혁이는 여전히 자신있는 표정이었다.
"노노. 그것도 미리 준비했죠."
지혁이는 우쭐거리며 우리에게 블루투스 이어폰같이 생긴 것을 내밀었다.
"이것도 반경 15km 내에 있으면 무전이 되는 기계에요. 밧데리 충전은 풀로 했으니까 6시간은 끄떡 없을 거에요."
"너 정말 대단하다. 다시봤다."
"나도..."
우리가 감탄하는 사이 성식이가 개머리판으로 거칠게 번넷을 내려쳤다.
"하여간 저 새낀 팀워크와 분위기 깨는데 뭔가 있는 놈이야."
자유는 빈정거렸지만 나는 덤덤한 얼굴로 성식이 앞에 섰다.
"흥. 꼴에...."
성식이는 내 어깨에 달린 카메라와 이어폰을 보면서 빈정거렸다.
"흥. 그런거 있어봤자 거추장스러울 걸."
"남 걱정하지말고 앞장 서."
"크큭. 좋아. 이 고속도로에 널리고 널린 게 자동차니까 하나 골라 타. 그리고 연무대(육군훈련소 부대名) 정문에서 보자고."
성식이는 자신의 아우디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고 나는 주위를 유심히 살핀 후 검정색 토스카에 올라탔다.
- 아, 아 마이크 테스트. 야 승철아 잘 들리냐?"
자유가 그새를 못참고 무전을 해댔지만 정말 목소리가 깔끔하게 들리자 너무 신기했다.
역시 과학은 날 기다려주지 않는 건가?
"잘 들린다."
- 지금 오후 2시야. 해지기 전에는 돌아와야 해. 여긴 특히 감염된 군인 들이 많아서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
"걱정마. 술이 식기 전에 돌아올테니까."
- 응? 너 뭐 술마셨냐?
"......"
이런 무식한 놈을 보았나.
이 유명한 말을 정말 모르다니....
"삼국지 좀 읽어라, 임마."
- 아, 그런건 잘 모르겠고. 아무튼 화면도 잘 보이니까 내가 잘 서포트해줄게.
"오냐, 부탁한다. 그런데 카메라 좀 가만히 냅둬라."
- 아, 미안하다.
아까부터 카메라가 뱅글뱅글 돌아가서 신경이 쓰였다.
이 자식이 잘 서포트 한다면서 장난질이나 하고 있고.....
아무튼 나와 성식이는 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연무대 정문으로 거침없이 밟았다.
기분나쁘게 조용한 논산 한복판에 터질듯한 엔진음이 들리자 건물 안에 숨어있던 놈 들이 하나 둘씩 튀어나왔다.
-타타탕!
맨 앞에서 달리던 성식이가 조수석 창문을 열고 총질을 해대자 놈 들이 힘없이 쓰러졌다.
아무래도 기선제압 같았지만 나는 그런것에 신경을 쓰지않고 온통 육군훈련소의 모든 기억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육군훈련소는 총 7개의 교육 연대가 붙어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훈련소이며 예하부대만 해도 6개의 대대가 존재한다.
총 병력은 간부 및 기간병(현역)과 훈련병을 포함해서 총 1만7천명에 육박하고 훈련장은 논산시 전체에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그런 어마어마한 규모만큼 감염된 병사 들의 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물론 군에서 충분히 조치를 취했지만 그 많은 수를 모두 구해낸다는 건 무리였다.
일부에서는 논산시 전체를 전투기로 폭격하려고 했지만 여론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결국 시행하지 못했고, 궁여지책으로 연무대 문을 봉쇄해버렸다.
결국 수많은 병사 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체 연무대 안에 갇혀있는 것이다.
-끼이익!
생각하는 사이 성식이와 나는 연무대 정문 앞에 도착했다.
연무대 정문 앞에는 온갖 전차와 기관총이 어지럽게 널려있었고 그 앞에는 온갖 악취가 뒤섞인 시체더미 들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아무래도 감염된 병사 들이 빠져 나오려고 할 때 무차별 사살을 한 것 같았다.
난 그 처참한 모습에 할 말을 잃어버렸지만 성식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소총을 들고 차에서 내려서 나에게 다가왔다.
"아, 내가 너한테 중요한 말을 안했는데.... 그 날 육군장성 들이 이 바이러스에 대한 기밀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있어. 그걸 찾으면 이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거야."
"그 말은...."
"뻔하잖아. 무기뿐만 아니라 그 정보도 빼오는 자가 승리하는 거야. 어때?"
성식이 행동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건 나 역시 찬성이었다.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성식이의 제안은 별로 나쁜 게 아니었다.
"좋아."
난 차에서 내려 성식이와 연무대 정문 앞에 나란히 섰다.
이제 서로의 목숨을 건 게임이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