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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28화 (28/262)

< -- 28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1_시크릿-X -- >

"너 거기서 뭐하냐?"

성식이 역시 날 알아봤는지 동그랗게 두 눈을 떴다.

하지만 난 대답 대신 사격자세로 응했다.

"왜, 그래? 임마, 나야 김성식!"

"닥쳐. 도대체 뭐하는 짓이야?"

내가 싸늘하게 반응하자 성식이는 약간 불쾌하다는 얼굴로 천천히 앞으로 걸어왔다.

"옆에 30연대인가...거기 살펴보고 나오니까 여기 문이 열려있더라. 그래서 와봤더니 놈 들이 여기 있어서 쓸어버리려고 했지. 그런데 넌 무슨 짓이냐?

같은 생존자에게 총을 겨누어? 너 지금 제정신이냐?"

"여긴 신전이오! 당장 그 총을 내려놓으시오!"

신부님이 호통을 쳤지만 성식이는 콧웃음을 쳤다.

"신부님은 좀 빠져주시죠."

그러자 신부님은 단상에서 내려와 성큼성큼 성식이 앞에 다가섰다.

"여긴 하느님의 공간이요. 이곳에 최악의 범죄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손댈 수 없다 이 말이오. 그런데 당신은 이곳을 벌써 더럽히고 말았소!"

"그래서?"

"그래서라니!"

도저히 말이 안 통하는 놈이었다.

나는 총을 던지고 성식이한테 다가가 그 놈의 총구를 꽉 쥐었다.

"뭐야? 놔!"

"못 놔! 신부님 말씀 못들었어? 여긴 신성한 곳이라잖아."

"하하! 뭐? 야, 너 미쳤냐? 이게 아까부터 나한테 총을 겨누더니만...진짜 미친거 아니야?"

성식이는 총을 뺏으려고 했지만 난 놔주질 않았다.

"총 내려놔, 당장!"

"뭐, 이 미친 새꺄? 죽고 싶어!"

나는 어떻게든 성식이 손에서 총을 빼앗고 싶었지만 나보다 덩치도 크고 평소에 운동으로 다부진 몸이라 힘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총을 내려놓으란 말이오!"

도저히 안되겠는지 신부님도 성식이의 총을 붙잡고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성식이는 기어코 힘으로 총을 빼앗아 뒷걸음질 쳤다.

"둘 다 죽기 싫으면 물러서."

"....."

성식이 눈에서 살기가 느껴지자 나는 얼른 신부님을 등 뒤로 숨겼다.

"성식아. 그만해라. 부탁이다."

"닥쳐! 다 죽여버릴테니까."

"일 복잡하게 만들지 말자."

"흥! 웃기고 있네."

성식이는 재빨리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의자 밑에 숨어있는 병사 뒷덜미를 잡아채 억지로 일으켜세웠다.

성식이에게 붙들린 병사는 매우 불안한 눈빛으로 우리의 눈치를 살폈다.

자세히보니 피부가 회색빛이긴 했지만 눈동자는 갈색이었다.

광주에서 지겹도록 마주쳤던 놈 들의 눈동자는 피로 충혈된 붉은색이었다.

"성식아. 그 남자 눈동자를 봐. 우리랑 똑같아."

어떻게든 성식이를 설득하려고 했지만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개수작 부리지마. 눈깔이 어떻든간에 감염자는 감염자야."

"너야말로 억지 부리지마! 확실히 광주에서 봤던 놈 들과 다르다는 걸 느끼고 있잖아."

"닥쳐!"

성식이는 극도로 흥분하며 병사 머리채를 붙잡고 사정없이 의자 난간에 내려 찍었다.

하지만 감염자는 피가 다 말라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출혈은 없었다.

다만 머리가 눈에 뜨일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 모습을 생생히 지켜본 신부님은 내 뒤에서 안타까운 신음을 내뱉었다.

"제발.... 당신이 붙들고 있는 그 병사는 안지원이라는 훈련병이오. 당신보다 한참 어린 동생이란 말이오."

"동생? 누가 동생이래? 웃기지마."

"성식아..... 제발 이성 좀 되찾고..."

"시끄러워 이 개새꺄! 이게 더 너 때문이야!"

"......"

성식이는 눈을 부릅뜨고 나를 노려보았다.

확실히 그때의 원망이 아직까지 지워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너가 감염자를 살린답시고 아지트를 떠날 때부터 우리가 이지경이 됐어. 알아?!"

"......"

사실 성식이 말은 틀린 게 아니었다.

내가 설화 누나를 만나지만 않았어도 우린 아직도 아지트에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설화 누나 때문에 시크릿-X를 알게 되었고, 백신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더 이상 성식이 손에 피를 묻히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 우리 애들이 그렇게 된 건 다 나 때문이야.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가 더 이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해."

"아. 그래서 혼자 영웅 놀이를 하시겠다?"

"성식아...."

"그 카메라로 잘 찍어둬. 내가 너랑 뭐가 다른지를..."

성식이는 아주 섬뜩한 미소를 띄우더니 다시 그 병사를 일으켜 세워 발로 거침없이 차버렸다.

-쿠당탕!

처참하게 바닥에 굴러떨어진 병사는 애처로운 소리를 내지르며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난 얼른 그 손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타탕!

"......"

그는 차가운 바닥에 얼음같이 엎드려 있을 뿐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다.

"이럴수가...."

신부님이 그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자신의 품에 안았다.

"흑흑.... 이럴수가..."

신부님의 두 눈에서 눈물이 끊임없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 기가 막혀서 지금 이 상황이 현실인지 꿈인지 제대로 구분이 가질 않았다.

"자아, 이제 어떤 놈을 또 쏴버릴까?"

성식이 역시 피맛을 한번 보니 눈에 뵈는게 없는 것 같았다.

또 다른 병사를 붙들고 나오더니 이번엔 개처럼 내팽개치고 발로 그의 얼굴을 사정없이 밟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신부님은 성식이 다리를 붙잡았다.

"제발...살려주시오.... 이들은... 이들은 곧 주님의 품으로 돌아간단 말이오.... 그러니 제발....하느님을 조금이라도 믿는다면 형제 들을 해치지 마시오..."

신부님은 처절하게 부탁했지만 성식이는 뿌리치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느님? 웃기지 말라고 그래. 하느님이 인간을 버리지 않았다면 이런 고통을 당하게 내버려뒀겠어? 그딴거 전혀 안 믿으니까 죽기 싫으면 당장 꺼져, 이 노인네야!

성식이가 크게 발길질을 하자 노쇠한 신부님은 힘없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리고는 얼른 총을 들어 조준하자 신부님이 병사를 지키려고 그를 온 몸으로 감쌌다.

"안돼!"

-탕!

"......"

신부님은....

신부님은 그 병사와 함께 힘없이 쓰러져버렸다.

난 조용히 내 총을 집어들었다.

- 안돼! 승철아! 정신차려!

무전기에서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렸지만 이미 나는 신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상태였다.

"왜? 니가 그렇게 좋아하는 감염자를 죽이니까 열받냐?"

악마의 미소가 더욱 짙어질수록 내 손은 빠르게 총알 한발을 장전하고 있었다.

방아쇠만 당기면 저 악마의 가슴에 총알을 박을 수 있다.

"그래. 네 말대로 하느님이 이 세상을 버렸다고 치자. 그럼 나 역시 너같은 인간에게 더 이상 희망을 걸어서는 안되겠지."

"아하, 그러셔?"

성식이는 나를 비웃었지만 재빠르게 총알 한발을 장전했다.

"네 놈을 죽여야만 우리가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건 내가 할 소리다."

우린 서로의 가슴에 총을 겨누고 거친숨을 몰아쉬었다.

"내가 왜 너를 여기까지 끌고 온줄 알아?"

갑자기 성식이가 이를 갈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생존자 들을 위해서라면 난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어. 예선이 그년 명령이라면 개처럼 엎드렸고 내 컴퓨터 실력을 다 쥐어짜내서 노아에서 보내온

정보를 어떻게든 우리를 위해 활용했어. 하지만 사람 들은 너를 더 찾더라. 너는 네 그 잘난 망상때문에 우리를 저버리고 아지트를 떠났는대도 예선이 그년은

네 걱정만하고, 애 들 역시 너만 찾았어. 씨발! 도대체 네가 뭔데!"

-투다다다

성식이의 총구에서 불을 내뿜었지만 아무도 상처를 입지 않았다.

대신 벽에 걸려있던 십자가가 힘을 잃고 땅으로 떨어져버렸다.

"나에게 믿음을 찾으려면 그만한 댓가가 있어야 돼. 내가 여기 올때까지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성식이가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지만 난 방아쇠에서 이미 손가락을 뗀지 오래였다.

- 승철아! 저 새끼 위험해! 어서 쏴!

자유가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이상하게도 내 마음은 성식이에 대한 미움이 이미 사라져버렸다.

대신 안타까운 마음만 물밀듯이 내 가슴을 적셨다.

"나도 내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예선이 마음을 나한테 돌릴 수만 있다면 네 목숨이 필요한 같다......"

"......"

그제서야 난 성식이가 왜 이렇게 날뛰는지 알 수 있었다.

이 모든게....

"널 아무도 모르게 이곳에 묻으려고 했는데....제길...."

성식이의 총구가 내 이마에 닿았다.

하지만 난 내 손을 더 이상 어떻게 해야할지 아직도 망설이고 있었다.

"잘가라!"

-안돼!

-타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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