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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40화 (40/262)

< -- 40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1_시크릿-X -- >

한편 예선이 일행은 육군훈련소 성당 앞에 서있었다.

"여기서 승철이랑 연락이 끊겼어...."

자유의 말에 예선이는 얼른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설화가 그녀를 붙잡았다.

"야, 너 정신 좀 차려라."

"언니..."

"그래, 예선아. 너 지금 너무 급해."

모두가 걱정을 했지만 예선이는 고개를 저었다.

"승철이를 빨리 찾아야해. 연락이 끊긴지 꽤 됐잖아."

그러면서 성당안으로 거침없이 들어가 버리자 자유가 어깨를 으쓱하고 들어가버렸다.

"참. 저 년도 독한 년이야."

설화 역시 고개를 살래살래 저으면서 들어가버리자 지혁이는 어찌할바를 모르다가 애들을 껴안고 밖에 서있기만 했다.

"여기에 감염자 들이 있었다고 했지?"

"응. 그런데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예선이와 자유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천천히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 우우우...

"뭐야?"

"누구야?"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리자 자유와 예선이가 크게 당황했다.

"아래야."

설화가 재빨리 총을 들어 성당 바닥을 훑기 시작했다.

"젠장, 놈 들이야! 의자 밑에 있어."

설화가 소리치면서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지만 어쩐일인지 손가락이 굳은채 안절부절 했다.

"왜, 왜 그래요?"

"이, 이 자식 들 좀 이상해."

"예?"

자유와 예선이가 얼른 의자 밑을 살펴보았다.

설화 말대로 감염자 들은 의자에 바짝 엎드려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래, 맞아. 승철이가 있었을 때도 그랬어. 무슨 백신을 맞았다고 하더라고"

"정말?"

자유와 예선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감염자 들을 천천히 살폈다.

그들의 눈은 붉게 충혈되지도 않았고 공격적인 성향도 없었다.

마치 맹수를 보고 잔뜩 움츠려든 초식동물 같았다.

"어쩌죠?"

"젠장. 죽여야 되나? 말아야 하나?"

"죽이면 안되요. 그렇게 위험한 감염자가 아닌 것 같아요."

예선이가 설화를 막은 뒤 감염자 중 한명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이봐요, 내 말 들려요? 우린 나쁜 사람 들이 아니에요."

- 우우우..

하지만 감염자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채 더욱 움츠려들 뿐이었다.

"젠장. 말로 해서는 안되는 놈 들이구만."

설화가 감염자 뒷 목덜미를 잡고 강제로 일으켜 세우자 자유가 끔찍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서 저련 괴력이 나오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야! 승철이 어디갔어? 아까 성당에 온 20대 남자말이야."

"언니..."

- 우우우...

앙상하게 뼈만 남은 감염자는 두려운 눈으로 눈치만 살필뿐이었다.

"언니. 이제 그만해요."

예선이는 감염자를 데리고와 의자에 앉혔다.

"내 말 들려요? 들리면 고개를 끄덕여봐요."

- 끄덕끄덕

"그럼 이름이..."

예선이는 감염자가 입고 있는 군복 명찰을 살펴보자,'심경태'라는 글씨가 또박또박 새겨져 있었다.

"이름이 심경태...경태씨군요. 일단 우리 앉을까요?"

예선이는 심일병을 의자 끝자락에 앉히고 자신은 바로 앞에 앉았다.

"경태씨. 그럼 아까 어떤 남자 둘이 성당 안으로 들어왔나요?"

-끄덕끄덕

"그럼 그 둘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나요?"

-도리도리

예선이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자 심일병이 그녀의 팔을 툭툭쳤다.

"....?"

예선이가 쳐다보자 심일병이 손을 들어 뭔가를 끄적거리는 시늉을 했다.

"적을 것을 달라는 것 같은데?"

자유가 옆에서 눈치를 채자 심일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종이랑 펜이 필요해요?"

-끄덕끄덕

예선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안 주머니에서 수첩과 펜을 꺼냈다.

"어? 너도 그걸 챙겨서 다니냐?"

자유가 놀라서 물었지만 예선이는 대답없이 수첩과 펜을 심일병에게 내밀었다.

"자아, 여기에 적어요."

심일병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펜을 들어서 필사적으로 뭔가를 적었다.

"다 적었나요?"

- 끄덕끄덕

심일병은 수첩에서 종이 한장을 찢어 예선이에게 내밀었다.

- 함정....Die.....

"이게 무슨 뜻이에요?"

예선이가 놀라서 물었지만 심일병은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확실히 심일병이 쓴 단어 들은 기분 좋은 것들이 아니었다.

"어디 봐바."

자유가 얼른 종이를 빼앗아 봤지만 놀라는 반응은 예선이와 별 다르지 않았다.

"함정? 다이? 잠깐. 그럼 지금 승철이가 빠졌다는 건가?"

"뭐?"

예선이가 벌떡 일어서서 자유 곁으로 바짝 붙었다.

"함정에 빠져서 죽을 수도 있다는 건가요?"

-끄덕끄덕

심일병이 고개를 끄덕이자 또 다시 예선이 표정이 어두워졌다.

"승철이를 찾아야 해."

"하지만 어디서 찾아야 한다는 거야?"

"그건..."

예선이가 종이를 뚫어져라 쳐다봤지만 그렇다고 답이 나오는 건 아니었다.

"그 둘이 갈만한 곳 없을까? 너도 기억 좀 제대로 떠올려봐!"

보다 못한 설화가 소리지르자 자유가 움찔거렸다.

"그게... 그때 누나가 꺼내달라고 소리질러서 화면을 제대로 못봤어요."

"장난하냐?! 왜 내 핑계대는데!"

"핑계대는게 아니라..."

"잠깐 둘이 조용히 해봐요!"

설화와 자유가 옥시각신하는 사이 갑자기 예선이가 소리를 질렀다.

"왜, 왜 다들 일어나는 거죠?"

"뭐?"

아니라 다를까 심일병을 포함한 감염자 들이 제자리에서 모두 일어섰다.

"뭐, 뭐야, 얘네들 왜 그래?"

성당 안에 서있는 생존자 들은 점점 뒷걸음질 쳤다.

"쟤네 눈빛이 이상해. 아까 그 눈빛이 아냐."

설화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감염자 들을 노려보며 주의를 주었다.

감염자 들은 그녀의 말대로 살기가 가득한 눈으로 생존자 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달려들지는 않았다.

"어떡하죠?"

"뭘 어떡해. 다 쏴서 죽여버려야지."

설화가 총을 들었지만 예선이는 얼른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했다.

"잠깐만요.... 언니, 감염자 들하고 이렇게 가까이 서있는 건 처음이죠?"

"응? 뭔소리야. 내가 한 때는 감염자였는데."

"하지마 이렇게 대치한건 처음이었잖아요."

예선이는 자유와 설화와 달리 아주 침착한 기색이었다.

설화 역시 뭔가 낌새를 눈치채고 잠시 생각을 하였다.

'예선이 이 년 말이 맞아. 얘네들 뭔가 이상하긴 해. 그러고보니 이 상황 뭔가 낮설지가 않아.'

설화는 필사적으로 모든 기억을 떠올렸다.

"야, 그때랑 상황이 비슷하지 않냐?"

"예? 뭐가요?"

자유가 어리둥절하자 예선이가 아차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잘 떠올려봐. 우리 아지트에서 감염자 들하고 싸웠을 때 시크릿-X 감염자가 다른 감염자 들을 통제했잖아."

"응. 그런데?"

자유가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대답하자 설화가 그의 뒷통수를 사정없이 후려갈겼다.

-빠악!

"악! 뭐에요!"

"멍청한 네 놈 대가리 좀 굴러가라고 때렸다, 왜."

"우이쒸...."

"뭐?"

설화가 노려보자 자유는 씩씩거리다 뒷통수를 매만지면서 고개를 숙였다.

"언니도 눈치채셨어요?"

"응. 저 놈들 나를 보는 눈초리가 심상치가 않다."

"뭐?"

자유가 놀라 고개를 들었지만 설화는 이미 감염자 들 앞에 서있었다.

"우리 왠지 친해질 것 같지 않아?"

설화가 허리에 손을 올리고 거들먹거리자 감염자 들의 눈빛이 다시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피가 들끓는 듯한 충혈된 눈동자.

그들을 억누르던 백신이 다시 바이러스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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