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6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1_시크릿-X -- >
짙은 하얀 연기가 불그스름한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슬슬 저녁 노을이 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이 자식은 왜 함흥차사야?"
원재경은 투덜투덜거리면서도 시가를 피우고 있었다.
독한 연기가 폐로 넘어갈수록 초조함만 더해갔지만 그렇다고 김성식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다.
"응?"
원재경은 차에서 내렸다.
김성식은 보이지 않았지만 왠 낯이 익은 여자가 뒷통수에 손을 올리고 다가 오는게 보였다.
"설마 이 자식...."
설마가 사람잡는다고 하지만 이번에는 잡아도 될 것 같았다.
원재경이 그렇게 원하던 시크릿-X 감염자를 김성식이 붙잡은 것이다.
그런데 그 여자 뒤로 왠 남자와 꼬마 들이 줄줄이 따라 오는게 보였다.
"저 자식은 뭘 저렇게 줄줄이 데려와?"
원재경은 투덜거리면서도 슬쩍 입꼬리를 올리면서 다가갔다.
인질이 많으면 많을수록 여러가지 용도에 쓸 수있다.
"데려왔어요."
김성식 역시 입꼬리를 올리면서 설화에게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설화는 약간 충격을 먹은 표정이었다.
"다, 당신은..."
"흐흐. 오랜만이야."
설화가 김성식과 원재경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묻는 것이었지만 김성식이 알 턱이 없었다.
"둘이 아는 사이인가?"
낌새를 눈치챈 원재경이 바로 묻자 김성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 년이 바로 설화라는 계집년이에요."
"뭐? 계집년? 죽고 싶냐?"
설화가 정말 열받은 표정으로 위협하자 김성식이 움찔거렸다.
그러나 원재경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설화의 턱을 잡고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으음... 그럭저럭 쓸만해 보이네?"
"손 치워."
설화가 손을 탁 치자 원재경은 재수없는 표정을 지었다.
"성깔하고는.... 그런데 저 돼지 같은 놈이랑 애 들은 왜 데려 온거야?"
"미끼에요. 우리 말을 잘 안 들으면 한놈씩 죽여야죠."
"크크큭. 좋아. 네 년이 운전하고 넌 뒤에서 이 새끼 들 감시해."
원재경은 설화를 운전석에 태우고 김성식을 뒷좌석에 태워 다른 인질 들을 감시하게 했다.
그리고 자신은 조수석에 앉아 설화의 머리에 총을 겨누었다.
"원하는 거 다 할테니까 애 들은 건들지 마."
"오호. 그래?"
원재경은 설화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설화는 심하게 수치를 느꼈지만 원재경은 한 술 더떠서 설화의 귀에 입을 가져다 댔다.
"어디 그 놈 같이 나한테도 몸을 바치는 게 어때?"
"뭐?"
"승철이 그 놈처럼 나한테도 몸으로 최선을 다해보라고. 그럼 저 인질 들을 다 풀어줄 수도 있어."
"개 수작 부리지마. 내가 그렇게 하찮게 보여?"
"원하는 거 다 한다고 하지 않았나."
"ㅤㅌㅞㅅ!"
설화가 뱉은 침이 원재경 얼굴에 제대로 튀었다.
원재경은 정말 열받은 표정을 설화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이년이!"
-퍼억!
"꺄악!"
원재경은 권총 손잡이로 설화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야, 네 말대로 이 년 쉽게 몸 안준다?"
원재경이 김성식에게 소리치자 설화가 멍이든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
김성식은 뜨끔한 표정으로 괜히 지혁이에게 총구를 더 들이댔다.
"어쨌든 출발하자고. 네년이 얼마나 몸 값을 하는지 실제로 봐야겠어."
설화가 거침없이 엑셀레이터를 밟자 차가 튕겨지듯 앞으로 솟구쳤다.
원재경은 몸이 앞으로 쏠릴뻔 했지만 이미 예상했다는 듯 그전에 설화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결국 설화는 원재경하고 같이 몸이 앞으로 쏠렸기 때문에 브레이크를 밟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거지 같은 년이 감히 허튼 수작을 부려?!"
이성을 잃어버린 원재경이 설화를 총구로 거칠게 밀어대면서 윽박을 질렀다.
그러자 뒤에 앉아있던 승효와 세희가 울음을 터뜨렸다.
"조용히 해! 다 죽여버린다!"
결국 원재경이 다시 소리를 질러서야 모두가 조용해졌다.
"다시 한번 경고한다. 허튼 수작부리면 연동 책임제로 다 죽여버릴 거야. 특히 네년은 똑똑히 알아 들어. 알았어?"
"......"
"대답해!"
"알았다고..."
설화가 입술을 깨물면서 고개를 끄덕이자 원재경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럼 출발하자고."
다시 지프는 굉음같은 엔진음을 내며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