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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48화 (48/262)

< -- 48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1_시크릿-X -- >

- 파각!

- 크아악!

때아닌 난투극.

감염자 들이 달려들 때마다 승철이와 정중위 손이 빨라졌다.

생각보다 놈 들수는 많았고 시간이 지연될 수록 근처에서 얼쩡거리던 놈 들까지 가세한 탓이었다.

"헉헉! 길 잘못 선택한 거 아냐?"

"헉헉! 조금만 참아봐요."

승철이는 정중위를 다독였지만 실상 본인 역시 힘들어서 죽을 지경이었다.

'젠장. 한명당 열명이 아니라 이십명을 상대해야겠네. 정말 큰일났다.....'

-퍽!

승철은 막 달려들던 감염자를 발로 차버리고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감염자 들이 촘촘이 모여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목욕탕으로 가는 길은 완벽하게 막혀버린 것 같았다.

'다시 뒤로 돌아가야 하나? 아니면 돌파를 해야하나....'

하지만 둘 다 선택하기에는 시기가 너무 좋지 않았다.

다시 뒤로 가려면 점점 몰려오는 감염자 들을 상대해야했고, 정면 돌파를 하기에는 너무나 시간이 촉박했다.

-크아악!

"조심해!"

승철이가 너무 생각에 빠져있는 탓에 왼쪽으로 달려드는 감염자를 미쳐보지 못했다.

다행히 거리가 있어서 겨우 몸을 오른쪽으로 틀었지만 감염자가 팔을 뻗어 승철이를 잡으려고 했다.

- 빠드득!

승철이는 잽싸게 감염자의 팔을 잡고 사정없이 비틀어버렸다.

그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팔이 너덜너덜해진 감염자를 발로 차버리고 척추에 대검을 꽂아 버렸다.

"뭐해! 정신차려!"

"미안해요."

승철이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다시 감염자 들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그의 눈에 뭔가가 잡혔다.

'저긴....'

승철이가 보고 있는 곳은 대대 건물 뒤로 들어 가는 길이었다.

그곳에는 감염자 들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조금만 더 살펴봐야 돼.'

승철이 얼굴에 화색이 돌았지만 너무 급하게 서두르지는 않았다.

만약 건물 뒷편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길이 없어버리면 그야말로 스스로 갇혀 버리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곳을 혼자 조사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정중위가 여자라서 그런지(?) 감염자 들이 너무 많이 몰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쪽으로 빠져나와요!"

승철이는 정중위에게 소리치면서 감염자 들을 쓰러트렸다.

"헉헉! 와, 죽는 줄 알았네. 그런데 저것 들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야?"

"지금 그런거 따질 틈이 없어요. 얼른 이쪽으로 뛰어요."

"아, 또 어딘데?"

"빨리!"

감염자 들 사이에서 겨우 빠져나왔지만 정중위는 승철이 등을 보고 무작정 달려야 했다.

그렇게 그 들이 달려간 곳은 천 칸막이로 막아져 있는 군용 지프 주차장이었다.

"헉헉!"

완전히 진이 빠진 정중위가 무릎을 붙잡고 숨을 헉헉거렸지만 승철이는 야속하게 그녀의 등을 두드렸다.

"저 건물 뒷편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길 있어요?"

"아, 몰라. 힘들어."

"시간이 없어요! 빨리요."

"아 진짜! 힘들어 죽겠구만!"

정중위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질렀지만 승철이는 게의치 않았다.

"저기 대대 건물 반대편으로 돌아서 나가면 목욕탕으로 바로 나갈 수 있어요. 하지만 혹시라도 막혀있을까봐 물어보는 거에요."

"...."

나름 일리가 있었는지 정중위 역시 눈동자를 위로 올리며 기억을 더듬었다.

"음.... 아마 트여 있을 거야. 하지만 문제가 있어."

"뭔데요?"

"예전에 하수구 공사한다고 땅을 1m정도 팠는데 거길 지나가려면 꽤 힘들거야."

"일단 가봐야 해요. 정면 돌파를 하기엔 너무 시간이 없어요."

승철이가 완강하게 나오자 정중위가 벌레 씹는 표정을 지었다.

"젠장. 이제는 하수구가 내 묫자리가 되겠구만."

"자아, 어서요."

-쿠에엑!

어느새 뒤 따라온 감염자 들이 승철이와 정중위를 발견하고 반갑다고 악을 질러댔다.

하지만 승철이와 정중위는 전혀 반갑지가 않았는지 일단 대검부터 들이대고 얼른 그곳을 빠져 나와 건물 뒷편으로 뛰었다.

"......"

승철이는 정중위가 투덜투덜거린 이유를 알것만 같았다.

정말 건물 뒷편에서 하수구 공사를 하다만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는데,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지면의 폭이 30cm도 채 되질 않았다.

"빠져 죽기 딱 좋은 곳이네요."

승철이가 감탄 아닌 감탄을 하자 정중위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러게 내가 미리 경고했잖아."

"그래도 할 수 없어요. 가요."

"아아...."

승철이가 게걸음으로 천천히 하수구 구덩이를 건너자  정중위가 탄식을 하며 뒤따랐다.

-크아악!

설상가상 감염자 들이 금새 뒤ㅤㅉㅗㅈ아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깊게 파인 웅덩이때문인지 주춤거렸다.

"너 그거 아냐?"

"뭘요?"

정중위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자 승철이가 살짝 긴장했다.

"여자가 남자를 잘 믿지 못하는 이유가..... 정말 남자는 남자만 생각한다는 거야."

"그래도 그게 자신만을 위해서 그런건 아니잖아요."

승철이가 그 말을 얼른 알아듣고 얼른 대답하자 정중위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래. 꼭 그렇게 말하면서 할 건 다 하더라고....."

"....."

-쿠엑!

그 사이 감염자 들은 서로 밀치고 밀치다가 구덩이 안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꼭 도미노가 무너지는 것처럼 놈 들은 알아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의외의 효과네요."

"그러게. 진작 이리로 올 걸 그랬나?"

그렇게 아쉬워하면서 목적지까지 도착했다.

"자아, 이제 어떻게 하실건가요, 남자님?"

"...."

승철이가 정색하자 정중위가 손사래쳤다.

"알았어, 알았어. 장난이야."

"이젠 대대 입구까지 뛰어야죠. 방법없어요. 최대한 빠르게."

"쳇! 아까 한 사과 취소."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감염자 들은 서서히 연병장쪽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승철이 계획대로 줄줄이 늘어선 가로수를 벽을 삼아 입구쪽으로 뛰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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