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63화 (63/262)

< -- 63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외전1 (악몽의 시작) -- >

[제14호 태풍 매미가 2003년 이후 10년만에 우리나라 제주도로 북상중입니다. 중심기압은 현재 996Hpa(헥토파스칼)이지만, 제주도에 상륙할시에는 945Hps까지 내려갈 전망입니다. 최대 풍속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9월 초.

예선이와 성식이는 광주 전대 후문 까페에 앉아 각자 커피와 아이스티를 마시고 있었다.

애시당초 전남대학교 잔디밭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날씨가 흐리다 못해 우중충하기까지 하니 별 수없이 건물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야. 너 아까부터 표정이 왜 그러냐?"

예선이는 피식거리면서 성식이를 쳐다보았다.

아까부터 성식이는 뭔가 잔뜩 불만이 섞인 표정이었다.

"날씨가 구리잖아. 오랜만에 너랑 만났는데....."

"하긴... 우리가 지금 몇 년만에 만난 거지."

"글쎄.... 고등학교 졸업하고 한 8년만인가?"

"우와. 벌써 그렇게 됐어?"

"그렇다니까. 이 무정한 인간아. 내가 그렇게 만나자고해도 맨날 바쁘다는 핑계나 댔으면서."

"후후. 미안해. 누나가 많이 바빴잖냐."

성식이가 툴툴거리자 예선이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나저나 의학 공부는 잘 되가냐?"

"그럭저럭. 요번에 대학병원에 인턴으로 일할 기회가 있긴 했었는데 아직은 내가 부족한것 같아서 조금 더 준비를 해보려구..."

"으음. 그렇군."

"너는 좀 어때?"

"나? 에효... 그냥 답답하다. 집에서는 고시 때려치우고 아버지 사업이나 물려 받으라고 하는데...."

"아, 맞다! 너 아버지가 건설업 하신다고 했지?"

"응."

"그럼 넌 사업 물려받으면 안돼?"

예선이는 진심으로 물었지만 성식이는 토하는 시늉을 했다.

"내가 미쳤냐? 앞 뒤 콱 막힌 아버지 밑에서 일하느니 노가다를 뛰는게 낫겠다."

"에효. 너도 참 너다. 내가 봤을땐 너희 아버지 참 올바르신 분인데."

"됐어. 아버지 이야기 그만해."

성식이가 정색하자 예선이도 별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아무튼 언제 다시 서울 올라갈 거냐?"

"왜? 내가 빨리 올라갔으면 좋겠냐?"

"그런 말이 아니잖아."

성식이가 인상을 찌푸리자 예선이가 헤헤거렸다.

"히힛! 장난이야.... 뭐 오랜만에 내려왔으니까 일주일정도 쉬고 갈려구."

"그래. 어쨌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친구 들도 만나고 그래라."

"어, 그럴 거야."

왠지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그 둘의 대화는 어색하게 끊겨버렸다.

예선이는 살짝 민망해져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뭔가를 발견했는지 계속 그곳을 쳐다보았다.

"뭘 그렇게 쳐다보냐?"

"응? 아, 아냐."

성식이가 시선을 맞추려고하자 예선이가 당황해하며 얼른 고개를 돌려버렸다.

"너 저기 서있는 종업원 보는 거 아냐?"

"뭔, 뭔소리야."

예선이가 크게 당황해하자 성식이는 속이 뒤틀리면서도 겉으로 아닌척 해야했다.

"에이. 너 요즘 남자한테 관심있는 것 같은데?"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하냐?"

"그럼 저 종업원을 왜 쳐다보는 건데?"

성식이가 꼬치꼬치 캐물으니 예선이도 더 이상 발뺌하기 힘들었다.

"아, 아니..... 아까부터 저 사람이 DMB 틀어놓고 있어서..."

정말로 종업원은 휴대폰으로 DMB를 틀어놓고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까 그 뉴스 소리가 DMB 소리였던 것이다.

[ 긴급 속보입니다. ]

갑자기 DMB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자 까페 안에 있는 손님 들의 대화가 툭 끊겼다.

[ 어제 오전 태풍을 피해 광양항에 임시 정박중이던 브라질 국적의 화물선 가브리엘호에서 시신이 오늘 새벽에 발견되었습니다. 시신 들은 모두 잔인하게 살해당했으며 모두 이 화물선의 선원으로 보입니다. ]

"이게 무슨 일이야?"

"그러게. 해적 들 짓인가?"

"에이. 이런곳에 무슨 해적이야."

예선이가 말도 안된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DMB 뉴스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었다.

[ 현장에 김경태 기자를 연결하겠습니다. 김경태 기자?]

"우리도 DMB 한번 보자."

"응."

성식이가 얼른 휴대폰 안테나를 길게 뽑아 DMB를 실행시키자, 예선이가 바짝 가까이 앉았다.

그 바람에 성식이 얼굴이 조금 붉어졌지만 예선이는 휴대폰 화면을 진지하게 집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 김경태 기자. 현장 분위기가 어떻습니까? ]

굳이 현장 분위기를 묻지 않더라도 화면 속 광양항은 매우 어수선해 보였다.

가브리엘호는 음산한 분위기가 돌고 있었고, 검은 조끼를 찬 국립과학수사대 요원 들과 경찰 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잇었다.

[ 예. 가브리엘호는 온통 아수라장입니다. 컨테이너는 무너진 블럭처럼 쓰러져있고,  안의 내용물 들이 쏟아져 나와 마치 쓰레기장을 방불케 합니다. ]

[ 그럼 누군가 가브리엘호에 올라가 컨테이너를 뒤졌다는 소리인가요? ]

[ 누가 왜, 무슨 이유로 이 큰 화물선을 이지경으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선원 들은 살해 당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선원은 모두 40명으로, 국적은 전원이 브라질입니다. ]

[ 브라질 정부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

[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브라질 영사관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로지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

"헐.... 도대체 왜 이런 일이."

"그러게. 무슨 원한이라도 졌나?"

예선이와 성식이 뿐만 아니라 까페 안에 있는 모든 사람 들이 웅성거렸다.

그때, 김경태 기자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 아! 지금 막 들어온 소식입니다. 경찰은 이 화물선에 선원 들 이외에 다른 사람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냈습니다. 수사의 방향은 급진전을 띄고 있으며 경찰은 외부인의 개입이 없던 것으로 잡아가고 있습니다. ]

"그럼 그 화물선에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는 거야?"

"응. 경찰은 아마 그 자들한테 선원 들이 살해 당한 것으로 보고 있나봐."

"....."

예선이와 성식이가 한참 DMB에 빠져있는데 이번엔 바깥이 소란스러웠다.

-쾅!

갑자기 택시 한대가 이상하게 비틀거리더니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인도로 돌진한 것이다.

============================ 작품 후기 ============================

이제부터 주인공 들의 이야기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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