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66화 (66/262)

< -- 66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외전1 (악몽의 시작) -- >

"김경사님!"

경찰관 들이 쓰러진 김경사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의 왼쪽 가슴은 포탄을 맞은듯 뻥 뚫려있었다.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경찰관 들의 시선이 점점 그 남자에게 옮겨졌다.

그 남자의 입에는 반만 남은 핏덩어리가 물려있었다.

그때 모든 무전기에서 똑같은 소리가 나왔다.

-치직! 전 대원 들에게 알린다. 전 대원은 즉시 비상경계태세에 돌입하고 군의 도시 계엄령에 따라 행동하라.

"뭐? 계엄령?"

경찰관 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 웅성거리만 할 뿐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하긴 10년동안 벌어질 국가 재난이 오늘 하루 한번에 밀려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요?"

예선이는 울먹거리면서 이승철에게 물었다.

그러나 이승철이라고 이런 끔찍한 상황이 왜 일어났는지 알리가 만무했다.

그저 고개를 가로 저을 뿐이다.

"뭣 들 하나! 빨리 김경사님을 차에 옮기고 상부의 지시에 따라 움직여!"

덩치가 큰 경찰관이 소리쳤지만 나머지 대원 들은 지레 겁을 먹은 표정 들이었다.

"하지만....경장님."

"귀 먹었나? 국가 비상 사태야. 당장 시민 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고 상부의 지시에 따라."

경장은 애꿎은 순경의 멱살을 붙잡고 이를 갈았다.

그 역시 매우 불안한 눈초리였지만 어떻게든 흔들리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것 같았다.

"아, 알겠습니다."

전 대원 들이 부산하게 움직이자 이승철이 느닷없이 경장에게 다가갔다.

"당신 뭡니까? 당장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세요."

예상대로 경장은 이승철을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윽박을 질렀다.

하지만 이승철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에요? 비상계엄령이라니?"

"당신이 알 바 아닙니다. 당장 안전한 곳으로 피해요."

"......"

경장은 다른 대원 들과 함께 경찰차에 올라타고 어디론가 급히 떠났다.

남은 것이라고는 사방에 처참하게 튄 혈흔과 택시뿐이었다.

사람 들은 이미 그 자리에서 다들 도망친 후였다.

"집에 가야겠어요."

예선이는 아무렇게나 버려진 차에 올라탔다.

이승철은 얼른 그녀에게 달려가 시동까지 걸린 차를 겨우 붙잡았다.

"당신 친구는요?"

"몰라요. 알아서 피했겠죠."

"....."

-부우웅!

예선이가 거침없이 페달을 밟자 이승철은 현장에 덩그러니 남아 한동안 멍하니 서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오래가지 못하고 급히 후진했다.

"당신은 어떡할거에요?"

"글쎄요...."

"글쎄라뇨! 지금 무슨 생각할 때에요? 뭔지 모르지만 국가 비상 사태라잖아요."

"하지만 여기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이승철이 뒷통수를 긁적이자 예선이는 답답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까닥였다.

"그럼 빨랑 차에타요."

"이거 당신 것이 아니잖아요."

"지금 그게 문제에요! 죽기 싫으면 얼른 차에 타라구요!"

"....네."

예선이가 윽박지르자 이승철은 뻘쭘한 얼굴로 조수석에 올라탔다.

-부우웅!

예선이는 페달을 있는 힘껏 밟았지만 도로 한복판은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한산했기 때문에 별로 위험하지는 않았다.

"DMB 틀어봐요."

"예."

이승철은 네비게이션을 조작하여 DMB를 틀었다.

바꾸는 채널마다 온통 뉴스 뿐이었는데 모두 긴급 속보였다.

[ 현재 정체를 알 수 없는 전염병이 전남과 광주 지역을 휩쓸고 있습니다. 방역 당국은 현재 전남지역으로 통하는 모든 길을 차단했으며, 시민 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습니다. ]

"그게 전염병이라고?"

예선이가 흥분한 말투로 소리지르자 이승철이 움찔했다.

"그, 그럼 전염병이 아닌가요?"

"아니라기보다 아직 뭐가 제대로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전염병으로 판단하다니 너무하잖아요!"

그게 왜 너무한건데....

라고 이승철은 말하고 싶었지만, 상대가 의사 지망생이라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무등경기장 사거리에서 장갑차까지 동원한 군인 들이 진을 치고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쩌죠?"

"뭘 어째요? 군인 들이 애꿎은 시민 들에게 총을 쏘기나 하겠어요."

"쏠 것 같은데요."

-끼이익!

예선이가 급브레이크를 밟자 이승철의 몸이 순간 앞으로 튕겨나갈뻔 했다.

안전벨트가 아니었다면 앞 유리창과 그대로 키스할 판이었다.

"차 시동끄고 당장 손 들어! 안 그러면 발포하겠다!"

"젠장...."

이승철은 인상을 구기며 얼른 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하지만 예선이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만 지었다.

"반항하지말고 얼른 시동끄고 머리 위로 손 올려요. 군인 들 성격 건들면 무섭습니다."

"뭐에요? 난 이 나라 국민이라구요!"

"계엄령이 떨어지면 그런거 안 따지니까 얼른 시키는대로 해요."

"쳇!"

예선이는 투덜투덜거리면서도 시동을 끄고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그러자 군인 들이 총을 들고 경계를 하면서도 아주 조심스럽게 예선이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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