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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70화 (70/262)

< -- 70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외전1 (악몽의 시작) -- >

그 다음날.....

그들은 셋으로 뭉쳐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같은 생존자 들을 찾아내려고 광주 구석구석을 돌아다녔지만 더이상 의미가 없었다.

오히려 점점 썩어가는 시체 들을 보고있자면 마음만 더욱 비참해질 뿐이었다.

그러고보니 몇일 전부터 하늘을 배회하던 전투기 들도 이제 뜸해졌다.

"내가 가만히 생각해봤는데..."

조수석에 앉아있던 자유가 입을 열었다.

"그 전투기들 광주를 폭격하려고 했던것 같아."

"뭐?"

뒤에서 창가에 머리를 기대고 있던 예선이가 벌떡 일어섰다.

"생각을 해봐. 정부는 광주에 어떠한 구호활동도 하지 않았어. 그런데 상공에서 전투기만 왔다 갔다 했다는 것은 폭격을 하겠다는 뜻이 분명하잖아."

"폭격이라...."

이승철은 머리를 긁적이며 핸들을 돌렸다.

그들이 탑승한 승합차는 고속도로로 들어서고 있었다.

"하긴 그럴 수도 있겠다. 이미 전염병으로 쑥대밭이된 광주를 포기했다면 다른 곳으로 전염을 막아야 하니까."

"하지만 생존자가 있을 수도 있잖아. 그렇게 무턱대고 폭격을 하겠어?"

예선이는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반박했지만 자유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같은 상황에서 누가 그렇게 인간적으로 생각하냐?"

"하지만 사람들 목숨이....."

"예선아. 우리 힘 빠지는 소리 그만하자."

"......"

이승철마저 단호하게 말하자 예선이는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사실 이승철은 탈출이고 뭐고 잠이나 푹 자고 싶었다.

더이상 정신력이 고갈되는 소리를 듣는다면 참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

"서울에. 여기서 죽치고 있을 수만은 없잖아."

"하긴. 구조대도 안오는데 더이상 광주에 있을 수는 없지."

자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고속도로 위에 어지럽게 세우진 차 들을 쳐다보았다.

"사람 들이 썩어가네."

"좋은 감상평이다."

예선이가 말을 툭 던지자 자유가 그녀를 힐끔거리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정말 그의 말대로 시체 들은 점점 썩어가고 있었다.

온 사방이 시체 썩은 냄새로 진동하고 있었고, 어디서 나타났는지 까마귀떼 들이 우르르 몰려와 시체 살점을 파먹고 있었다.

"정말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 건지...."

보다 못한 자유가 고개를 돌리고 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들이 꼭 살아있다고해서 안심이 되는 상황은 아니었다.

"지구 종말은 정말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이승철도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면서 말을 흐렸다.

아직도 지금의 상황이 믿기지 않는건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어?"

그런데 갑자기 예선이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무언가를 응시했다.

"왜? 뭔데?"

승철이가 룸미러로 쳐다보며 묻자 예선이의 표정이 점점 심각해졌다.

"앞에.... 왠지 사람이 있는것 같아. 승철아. 잠깐 차 좀 세워봐."

"그래봤자 시체야. 네 눈이 잘못됐겠지."

자유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대답하자 예선이가 의자를 발로 쾅 찼다.

"아오! 야!"

"좀 얌전히 있어라. 너 때문에 집중이 안되거든?"

"쳇!"

예선이는 전방을 조금 더 응시했다.

대략 500m 떨어진 곳에서 뭔가가 꿈틀거리는 것 같은데 정확히 뭔지 알 수가 없었다.

마치 거대한 구더기가 잔뜩 웅크린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더이상 다가가면 위험한 것은 확실했다.

"승철아. 조용히 차세워."

"응."

이승철은 천천히 속도를 줄이고 차를 세웠다.

방금 전까지 별 생각없었던 자유도 심각한 표정으로 전방을 응시했다.

"뭐지? 뭐가 저렇게 꿈틀대는 거야?"

"쉿! 조용히 좀 해봐."

자유가 이리저리 머리를 움직이자 예선이가 가볍게 꿀밤을 때렸다.

"사람이야."

"뭐?"

"정말?"

이승철이 더는 볼 것도 없다는 듯이 말하자 자유와 예선이가 깜짝놀랬다.

"뭔가를 뒤집어 쓰기는 했는데... 움직임이 사람이 분명해."

"그럼 생존자인가?"

"그렇겠지."

승철이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가끔씩 팔을 내밀고 뭔가를 하는것을 보면 사람의 행동이 분명했다.

다만 지금 차 들이 엉켜있는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무엇을 하는지가 문제였다.

"뭐하는 걸까?"

"먹을걸 찾는게 아닐까?"

"그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식량 좀 나눠 주자."

예선이는 당연하다는 듯이 제안했지만 모두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 그들에게 주어진 식량은 통조림과 건포, 음료수, 과자 등이 전부였다.

무엇을 익혀먹기에는 그들에게 전기도 가스불도 없기 때문에 인스턴트 음식을 준비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것은 최대한 아껴 먹는다고 하더라도 보름치 분량이었다.

만약을 생각한다면 소홀히 다룰 수도 없었다.

"일단 경계를 늦춰서는 안되니까 쇠파이프라도 들고 나가자."

"....."

승철이는 괜한 걱정을 하는게 아니었다.

아직은 그 누군가를 아무런 의심없이 신뢰하기란 세상은 너무 뒤숭숭했다.

예전에 공사판을 뒤져 호신용으로 가져온 쇠파이프를 들고 천천히 다가갔다.

-서걱서걱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기분 나쁜 소리가 온 신경을 자극했다.

마치 생 뼈가 갈리는 듯한 소리였다.

"뭐지? 뭔가 먹고 있는데?"

자유의 말에 모두가 발걸음을 동시에 멈췄다.

그리고 그 들의 표정은 점점 경악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 검은 옷을 뒤집어 쓴 남자는 분명....

.

.

.

.

.

"사, 사람을 먹고 있어....."

예선이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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