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71화 (71/262)

< -- 71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외전1 (악몽의 시작) -- >

붉게 충혈된 눈.

핏기가 없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

눈으로 셀 수있을만큼 남은 머리카락 들.

"조, 좀비인가?"

자유의 입이 좀처럼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건 이승철과 예선이도 마찬가지였다.

"예선아, 일어나. 빨리!"

자유가 얼른 정신을 차리고 예선이 팔을 붙잡았다.

하지만 이승철이 그를 말렸다.

"도망가지마."

"뭐?"

"여기서 도망가는 것도 별로 의미가 없어. 조금만 더 지켜보자."

이승철은 꽤나 침착하게 말했지만 자유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었다.

"승철아. 저것들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니까. 내가 영화에서 봤는데....."

"난 실제로 봤어."

"뭐? 진짜야?"

"응."

승철이는 차분하게 자신이 목격했던 장면을 들려주었다.

택시 기사 목을 잘라서 먹던 그 잔인한 모습....

그 남자 역시 저 앞에 쭈그려 앉은 남자처럼 사람을 먹고 있었다.

"젠장....."

이야기를 다 들은 자유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 놈은 상당히 공격적이었어. 움직임도 빠르고 힘도 만만치가 않아."

"그럼 약점은 없는 거야?"

"약점은 딱 한군데야."

"어딘데?"

이승철은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

"뇌."

"뇌.... 그럼 심장은?"

"총알을 맞아도 소용없었어. 놈의 육체, 정신 모든것을 지배하고 있는 건 뇌야."

"아이씨 무슨 불로장생 할 일 있나? 어떻게 뇌만 빼고 다 소용없어?"

"그보다 더 문제는...."

승철이는 아주 심각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이 전염병, 아무래도 보통 문제가 아닌것 같아. 사람이 병에 걸려서 죽고 끝나는게 아니야. 어쩌면 네 말대로 사람 들을 좀비로 만드는 전염병일지도 몰라."

"....."

자유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이 지옥같은 순간이 거짓이길 바랄 뿐이다.

하지만 온 몸을 스치는 바람과 뼈가 갈리는 서걱거리는 소리, 무엇보다 비릿하게 전해지는 그 역겨운 냄새가 이것은 현실이라고 부르짖고 있었다.

-크르륵

마치 맹수가 이를 가는 소리같았다.

그 놈은 먹던것을 내려놓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산 사람의 냄새.

그 놈의 후각에 산 사람의 냄새가 희미하게 퍼진것이다.

"저, 저 놈. 눈치챘나봐."

자유가 두려운 얼굴로 말했지만 이승철은 눈 하나 깜짝안했다.

"그냥 돌아가자. 위험할 것 같아."

"저 놈을 쓰러트려야 앞으로 나갈 수 있어."

"무리라니까!"

"그럼 넌 예선이 데리고 뒤로 가있어."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 고집불통이었다.

자유는 더이상 이승철을 설득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예선이를 겨우 일으켜서 부축했다.

-크르르르....

맹수가 공격하기 직전의 모습이었다.

놈은 서서히 일어서서 이승철을 노려보았다.

마치 피할 수 없는 싸움을 앞둔 것만 같았다.

이승철 역시 바짝 긴장한 얼굴로 쇠파이프를 천천히 들었다.

"덤벼."

-크아악!

놈의 움직임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랐다.

'오른쪽!'

-캉!

쇠파이프에서 둔탁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이승철이 반사적으로 놈의 팔 공격을 막아낸 것이다.

본능 10%, 운 90%에 의한 움직임이었다.

'이렇게 싸워서는 승산이 없어.'

비로서 이승철은 약간의 겁이 났다.

하지만 지금 와서 후회를 한들 소용이 없는 짓이다.

놈의 움직임과 힘을 고려한다면 도망가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나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이승철의 놈의 움직임을 눈으로 놓치지 않으면서도, 일격을 가할 타이밍을 잡고 있었다.

놈의 약점.

뇌를 한번에 으깨버릴 생각인 것이다.

-카아아!

다행히 놈은 제때 움직여줬다.

이번엔 운이 99%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놈이 두 팔을 벌려 정면으로 달려들었을 때, 이승철은 내려칠 타이밍을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했다.

"하나...둘...셋!"

-퍼걱!

이승철의 손에 묵직한 뭔가가 쇠파이프를 흡수하듯 한 느낌이 전해졌다.

이상하게도 놈은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다만 심하게 튀어나온 두 눈알이라던지, U자로 움푹 패인 머리에서 흘러나오는 뇌수 들은 이승철이 정확하게 타이밍을 맞췄다는 것을 대신 대답하고 있었다.

-털썩!

놈은 쓰러졌다.

쇠파이프를 들고 있는 이승철도, 뒤에서 입을 쩍 벌리고 서있는 자유도, 이제서야 정신을 차린 예선이도....

모두가 지금의 상황을 각각의 표정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대박이다...."

자유는 있는 그대로 표현하며 이승철의 어깨를 두드렸다.

하지만 머리가 반쯤 으깨진체 쓰러져있는 놈을 보고 다시 인상을 구겼다.

"....."

갑자기 예선이가 끼어들더니 놈의 앞에 쭈그려 앉았다.

이제야 충격에서 좀 가신 모습이었다.

"예선아?"

이승철이 얼른 어깨를 붙잡았지만 예선이는 가볍게 제지했다.

그리고는 놈이 입고있던 바지 주머니를 뒤져 지갑을 꺼내들었다.

"얼마 들었냐?"

철없는 자유의 질문에 예선이가 눈을 한번 흘긴 후 지갑을 열고 주민등록증을 꺼내들었다.

"이름 도진환. 나이는... 24살."

"....."

"우린 사람을 죽인 거야."

"야, 예선아."

예선이의 말에 자유가 정색했다.

"우리 생존을 위해 이 사람이 희생해야 했던건 정당한 걸까?"

"....."

이승철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완벽하게 굳은 얼굴로 홱 돌아서서 아까 타고온 승합차 운전석에 올라탔다.

"너 진짜 이해할 수 없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오냐? 승철이 자기 목숨을 걸고 우릴 지켰다고!"

자유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구박했지만 예선이는 오히려 고개를 저으며 무시했다.

"넌 몰라. 지금 승철이가 어떤 심정인지를."

"뭐?"

자유가 예선이 뒤를 ㅤㅉㅗㅈ아갔다.

"뭔 소리야, 그게?"

"됐어. 차차 지켜보면 알게 돼."

자유는 예선을 속으로 원망했지만 사실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이승철이 지금 승합차 핸들에 얼굴을 쳐박고 있는 이유.

예선이는 이미 승철이의 마음을 읽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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