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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74화 (74/262)

< -- 74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외전1 (악몽의 시작) -- >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지..."

이승철이 슬쩍 떠보자 지우천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뭐, 굳이 서울로 올라갈 생각은 없습니다. 게다가 우린 나름대로 아지트까지 차렸구요..... 아지트가 이제 막 지어진 아파트라 감염자 들도 없고 뜸해서 살만하죠."

"그렇군요."

"괜찮으시다면 우리와 함께해도 좋습니다. 다 들 좋은 사람 들이고 젊어서 꽤나 의지가 될겁니다."

이승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괜히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같은 생존자 들끼리..... 다들 그렇지 않나?"

"예."

"물론이죠."

겨우 적개심이 풀렸는지 딱딱하게 굳어있던 사람 들의 표정이 제각각 움직였다.

"그럼 저희 아지트로 가시죠."

"아, 그게..."

이승철은 난처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봤다.

하지만 모두들 모르쇠라는 표정 들이었다.

'진짜 이럴 때만 나를 앞세우고...'

이승철은 속으로 원망하면서도 이미 결정을 내렸다.

더 이상 서울로 올라가는 것은 무리였다.

게다가 이승철은 자신도 모르게 김성식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와 친해지기 전에 같이 행동한다면 방금과 같은 사고가 또 생길게 분명했다.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

"후후. 진작 그럴것이지..."

이승철 일행은 지우천을 따라 차를 이동시켰다.

그들의 아지트는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니었다.

10분 정도가 걸렸을까?

그 들은 아파트 단지 중심지로부터 외곽으로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도착했다.

물론 중간중간 감염자 들이 보였지만 그들을 애써 무시하고 지나쳤다.

"자아, 여기가 우리 아지트입니다."

지우천은 아지트를 간단하게 소개하고 새로운 식구를 맞이했다.

생존자 들은 나이가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주로 20대 젊은 사람 들이 주축을 이루었다.

결국 지우천은 연장자순으로 이 들의 대표가 된 셈이다.

그렇게 힘든 하루가 지나고 저녁이 되었을 무렵.....

생존자 들은 아파트 입구를 온갖 바리게이트로 막고 교대로 불침번을 세웠다.

이승철 일행은 오늘 새로운 식구가 되었다는 특권으로, 당일 불침번을 면제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이상한 곳에서 문제가 터지고 있었다.

사람은 어두운 곳에서 본색이 잘 드러난다고 한다.

생존자 들 중 건장한 청년 들이 오늘 하루 예선이를 심상치않게 쳐다본 것이다.

그것을 눈치챈 이승철과 김성식은 예선이 곁을 지켰다.

그 모습이 꼭 조조 앞에 선 유비를 관우와 장비가 두 눈을 부릅뜨고 호위하고 있는것 같아 약간 어색한 기운까지 감돌았다.

결국 예선이가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하는 사이 기어코 일이 터져버렸다.

이승철과 김성식이 잠시 방심하는 순간 그 청년 들이 눈 앞에서 사라진 것이다.

그때서야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두 남자는 아파트 곳곳을 이 잡듯이 뒤지고 다녔다.

그렇게 10분쯤 지났을까?

"헉헉! 젠장. 여기에도 없어요."

"안돼... 예선아... 제발...."

이승철은 숨을 거칠게 내쉬고 있었고 김성식은 안절부절 못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여자의 비명 소리가 스치듯이 들렸다.

이승철과 김성식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동시에 소리가 들렸던 곳으로 뛰었다.

"흑흑... 이러지마..."

아니라 다를까 음습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예선이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녀의 셔츠는 반쯤 풀려 있었고 속옷도 거칠게 내려져 있었다.

이승철과 김성식은 두 눈이 뒤집어졌다.

"이 개..."

당황한 청년 들은 분리수거장에서 각목을 주워 들었다.

폭력으로 이 사태를 무마시키겠다는 뜻이었다.

이승철과 김성식 역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병을 깨서 무기를 만들었다.

"예선아! 넌 빨리 도망가!"

"으, 응."

그때서야 정신을 차린 예선이가 후다닥 뛰어나가자 김성식의 표정이 무섭게 돌변했다.

"덤벼. 이 개새끼 들아. 오늘 너네 죽고 나 죽는 거야. 감히 예선이를 건들어?"

-퍽! 퍽!

하지만 그 들은 머릿수에서 부족했다.

이승철은 머리에 각목에 맞아 쓰러진 상태였고 김성식은 온 몸에 피멍이 든채 놈 들을 노려보기만 했다.

"지독한 새끼."

김성식은 이성의 끈을 서서히 놓치고 있었다.

사실 그의 바지 주머니에는 호신용 과도가 있었다.

-스르륵

그는 바지 주머니에 감춰뒀던 과도를 조용히 꺼내들었다.

표정은 없었다.

대신 온 몸이 짜릿하면서도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 들이 빠르게 도는듯 했다.

김성식이 처음 사람을 죽이고나서 느꼈던 그 쾌감.

그 쾌감을 느낄 수 있는 명분을 저 사람 들이 제시했다.

"아, 그 칼로 우릴 찌르시겠다? 한번 해봐?"

덩치가 큰 사내가 거들먹거리면서 윗도리를 벗어제꼈다.

"병신새끼. 지랄하고 자빠졌네."

김성식은 그를 비웃으면서 하나의 망설임없이 그의 복부에 깊숙히 과도를 찔러넣었다.

덩치의 두 눈은 핏줄과 함께 튀어나왔다.

"덤벼. 이 새끼 들아. 왜? 진짜 찔러서 쫄았냐?"

"이, 미, 미친..."

김성식이 과도에 묻은 피를 쓰러진 덩치의 웃옷에 쓰윽 닦아내자 놈 들은 겁먹은 표정으로 뒷걸음질쳤다.

"어떤 새끼 내장을 먼저 꺼내 줄까? 말만해. 소라 알맹이를 이쑤시개로 파내듯이 꺼내줄테니까."

김성식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의 두 눈은 뒤집어질대로 뒤집어진 것이다.

"야, 지, 진정해."

"닥쳐."

김성식은 재빨리 다른 놈에게 달려들어 과도를 목 깊숙히 찔러넣고 한바퀴 돌렸다.

"크악!"

"으악! 살려줘!"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터지자 그때서야 놈 들이 혼비백산 달아나려고 했다.

놈 들의 손에 들고 있는 각목이 무색할만큼 제정신이 아닌것이다.

하지만 김성식은 어디서 그런 스피드가 나오는지 재빨리 놈 들의 뒤로 달려가 뒷덜미에 과도를 번갈아 꽂았다.

"....."

예선이를 겁탈하려고 했던 놈 들은 모두 쓰러졌다.

하지만 거기서 끝난게 아니었다.

그의 바로 앞에 지우천과 몸이 바짝 마른 어떤 소년이 경악에 찬 표정으로 김성식을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

"....."

어느새 김성식은 지우천의 앞에 바짝 다가섰다.

-서걱!

".....!"

김성식은 멍하니 서있는 지우천의 목을 그어버렸다.

그 역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져버렸다.

"으악! 사람 살려!"

바짝 마른 소년이 겨우 비명을 지르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하늘이 정해준 명이 거기까지인듯 했다.

급하게 달아나려다가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진 것이다.

-털썩!

"우욱!"

소년은 두 팔과 두 다리로 처절하게 도망쳤지만 결국 김성식에게 깔리고 말았다.

"네 비명소리가 워낙 커서 사람 들이 금방 몰려올거야."

김성식은 덤덤하게 말했지만 소년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제, 제발 살려줘."

"아, 숨통이 끊어지는 건 한순간일 거야. 으음.... 물론 난 그런 고통을 당해본적이 없지만...금방 끝나겠지."

"제발...제발 한번만 살려줘. 아무한테도 이야기 안할게."

소년은 처절하게 빌었지만 김성식은 피묻은 과도를 지우천의 셔츠에 쓱쓱 문질렀다.

"너도 남의 피랑 섞이는 거 싫지."

"제발! 흐흑...."

소년은 결국 펑펑 울기 시작했다.

김성식은 조금 짜증난 표정이었다.

"사내 새끼가 질질 짜기는. 역시 넌 한순간에 보내야겠다."

김성식은 과도를 든 칼을 크게 한번 휘둘렀다.

그러자 갈라진 소년의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터졌다.

그 역시 비명을 지르지 못했다.

김성식은 크게 한숨을 내쉰 후 피가 묻은 과도를 덩치의 손에 쥐어줬다.

그리고 공사하다 남은 벽돌을 짚어 그의 머리를 세차게 내려친 후, 옆의 놈에게 과도를 쥐어줬다.

그렇게 알리바이를 만들고 보니 원한에 의해 처절하게 싸운 모습 같았다.

김성식은 만족한 표정으로 다른 주머니에서 과도를 꺼내들었다.

"좋아. 좀 아프겠지만 나도 쓰러져야겠지."

김성식은 아무런 망설임없이 자신의 왼팔을 세차게 베어냈다.

"크흑!"

베이는 고통은 생각보다 심했다.

김성식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쓰러졌지만 과도를 하수구 안으로 버리는 걸 잊지 않았다.

"성식아!"

얼마 지나지않아 정말로 사람 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 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 얼굴로 김성식을 쳐다보았다.

"누, 누가 날 좀....."

이승철과 자유가 얼른 뛰어와 김성식을 부축했다.

"일단 치료부터 먼저 하자."

김성식은 무사히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생존자 들에게 또 다른 혼란의 시작이었다.

사람 들은 큰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김성식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곳에 김성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성식은 어느 정도 팔이 완쾌되자 사람 들을 불러 이렇게 설명했다.

"저희가 그들과 싸우려고 했지만 수적으로 부족했어요. 제가 끝까지 싸우려고 했지만 덩치가 들고 있던 칼에 찔리고 말았구요. 제가 그렇게 쓰러지니까 예선이를 겁탈하려고 했던 놈 들끼리 갑자기 시비가 붙었구요. 뭐 자기네들끼리 잘못을 떠넘기면서 예선이를 놓쳤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럼 선생님은 어떻게 된거야?"

예선이의 질문에 김성식은 고개를 떨구었다.

"선생님은 우리 고함 소리를 듣고 ㅤㅉㅗㅈ아오셨는데 덩치가 휘두른 칼에 쓰러지셨어요. 선생님이 제 말을 들으시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면서 당장 ㅤㅉㅗㅈ아내겠다고 하시니까...."

"아...어떻게 이럴 수가..."

모두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김성식의 말이 참이든 거짓이든 그렇게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들은 김성식이 살해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생존자 들의 머릿속에서는 그 세 남자의 존재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중요한 과거를 잊어야 할만큼 처절하게 싸워야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의혹이 풀리지 않았던 사람 들은 김성식의 손에 죽어갔다.

그는 자신과 예선이의 생존에 위협이 가는 자 들이 있으면 모조리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그도 이승철과 진자유만은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다.

그 들이 눈엣가시처럼 싫었지만 예선이에게 절대적으로 신뢰를 받고 있기 때문에 결국 그 들이 서로 멀어질 틈을 엿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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