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78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외전1 (악몽의 시작) -- >
재판이 끝난 시간은 저녁 7시쯤이었다.
법원에서 교도소까지는 거의 2시간 거리이니 버스안은 적막만 가득했다.
"어이, 기사 양반. 심심하니까 라디오라도 틀어보쇼."
주평태가 맨 앞자리에서 거만하게 앉아 코를 후볐다.
그 모습에 버스 기사는 약간 인상을 찌푸렸지만 워낙 상대의 성격을 잘 아는지라 군소리없이 라디오를 틀었다.
- 속보입니다. 현재 광양에서 시작된 바이러스가 급격하게 북상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현재 비상체제를 선포하고 방역당국과 함께 대비책을 고심중입니다. 하지만 지방 광역단체와 시민단체는 정부의 늦장 대책을 강도높게 비난하고 나서고 있습니다.
"젠장. 이게 뭔 일이야?"
주평태가 용수철처럼 일어서며 뉴스에 귀를 기울였다.
한참 상념에 빠져있던 차수철도 창가에서 복도쪽으로 몸을 옮겼다.
- 한편 국군은 전라북도 전주와 경상북도 문경으로 이어지는 경계선을 설치하고 모든 출입을 엄중하게 막고 있으며, 미군과 함께 바이러스 샘플을 채취하여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
"젠장. 무슨 느닷없이 바이러스야?"
주평태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차수철은 차분한 표정으로 다시 창가에 앉았다.
-끼이익!
그때였다.
갑자기 버스가 중심을 잃더니 옆으로 미끄러지면서 멈춰섰다.
한가한 4차선 국도라서 다행이지 고속도로 한복판이었으면 대형 사고가 났을 것이다.
"우왁! 젠장! 기사 양반 도대체 뭐하는 거야?!"
볼썽사납게 고꾸라진 주평태가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버스 기사는 핸들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혀서 피를 흘리고 쓰러져있었다.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주평태가 벌떡 일어섰다.
"야! 불켜!"
"네!"
버스 안 실내등을 켜자 모두가 쓰러진 몸을 겨우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차수철 역시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일어섰다.
"어떤 새끼가 감히.."
주평태는 버스 문을 열고 나가려다가 갑자기 두 손을 번쩍 올렸다.
"누, 누구세요?"
주평태가 뒷걸음질치면서 당황하는 사이 검은 복면을 뒤집어 쓴 괴한 들이 AK 소총을 들이대고고 우르르 몰려들어왔다.
그러고보니 방금전까지 선두에 섰던 경찰차도 어느 순간 사라지고 없었다.
뭔가 낌새가 이상했다.
"다 들 뒷통수에 손 올리고 무릎 꿇어."
복면을 쓴 괴한들 중 한명이 험악한 목소리로 지시했다.
그러자 차수철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교도관 들이 군말없이 지시에 따랐다.
"너, 일어서."
복면을 쓴 괴한 들은 차수철을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교도관 들을 맨 뒷자석으로 밀어넣고 그들에게 총을 겨누었다.
"사, 살려주세요."
"미안하지만 국가를 위해서 죽어줘야겠다."
"뭐, 뭣 때문에?"
"시작해."
그들은 차수철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더니 버스 안에 남은 교도관 들을 밧줄로 한번에 묶어버렸다.
그런 다음 버스를 몰아 다리 난간에 걸쳐서 세웠다.
다리 밑에는 얕은 강물이 흐르고 있었고 지상에서 대략 200m는 떨어져 있었다.
"살려주세요! 제발...흐흑."
심상치않은 낌새를 눈치챈 교도관 들이 울부짖었지만 그들은 버스 뒤에서 가차없이 밀기 시작했다.
이미 버스는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린 터라 점점 강을 향해 밑으로 기울이기 시작했다.
-쿠왕!
버스가 사정없이 얕은 강물 지면에 곤두박질치자 그들은 미리 설치한 폭탄을 터뜨려 버스를 폭발시켜버렸다.
불과 20분만에 벌어진 참극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이 서있는 국도는 개미 새끼 하나 지나가지 않았다.
그들은 미리 타고 온 승합차에 차수철을 싣고 어디론가 내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