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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84화 (84/262)

< -- 84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나, 난. 보시다시피 딸이 있어요. 같은 생존자 들끼리 제발 이러지 맙시다."

"같은 생존자라면서 왜 남의 물건을 함부러 뒤져?"

박대위는 절박하게 말했지만 상대방의 목소리는 오히려 험악했다.

"이 마을에는 차가 없어요. 오늘 저녁쯤에 이 차를 발견하고 뭔가 싶어서 살펴보려고 온겁니다."

"그럼 저 총은 뭐지? 살펴보려고 왔다면서 우릴 죽이고 이 차를 뺏으려고 한 건 아닌가?"

"오해에요! 난 그렇게 무자비한 인간이 아닙니다. 딸이 보는 앞에서 사람을 죽이겠습니까?"

"아까 저 조명이 켜질 때 쏘려고 한거 다 봤어! 조정간 안전을 풀었잖아!"

상대방이 여전히 의심의 끈을 놓치를 않자 박대위는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었다.

"그럼 어떡합니까? 우릴 죽일 수도 있는데..."

"구차한 변...."

-퍼억!"

"아악!"

갑자기 상대방이 악을 지르더니 털썩 쓰러져버렸다.

"아빠! 내가 이자식 다리를 차버렸어!"

소희가 냅다 소리를 지르자 박대위는 더 이상 볼 것 없다는 듯 재빨리 자신의 총을 들어 그 놈을 겨누었다.

"너나 총버려."

"크흑!"

소희가 정확하게 정강이 뼈를 노렸는지 상대방은 바닥을 구르면서 고통스러워 했다.

"얼른 총 버리라고."

"알았어. 알았다고."

머리를 심하게 볶은 젊은 사내는 냅다 자신의 총을 버리고 두 손을 들었다.

"넌 뭐하는 놈이야?"

박대위가 사내의 멱살을 움켜쥐고 이를 갈았다.

"보시다시피 생존자요..."

사내는 몹시 아팠는지 울먹거리면서 대답했다.

"누구랑 왔어? 그리고 여기 왜 왔어?"

"나 혼자요....도망 다니다가...."

사내는 거짓말에 전혀 소질이 없어보였다.

오히려 박대위 화만 부추길 뿐이었다.

"거짓말 하지마! 죽고 싶어?!"

"너나 죽고 싶지 않으면 총 버려."

"......"

박대위는 자신의 멍청함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또 다시 자신의 뒷통수에서 총구가 느껴졌을 때, 조명이 켜진 곳에서 사람이 나온다는 생각을 미쳐 하지 못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실시."

이번에도 남자 목소리였지만 매우 절도가 있고 위엄도 있었다.

마치 잘 훈련 받은 군인같았다.

"박대위님?"

"이중사?"

박대위가 완전히 등을 돌렸을 때,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건 이승철도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박대위는 비교적 평온해 보이는 아담한 시골집에서 지내고 있었다.

박대위는 전구불을 켜놓고 마당 평상에 이승철이 가져온 맥주와 오징어, 과자 등을 터놓았다.

이러니까 꼭 오랜만에 휴가를 얻어 고향에 내려온 분위기였지만, 그런 로망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한명있었다.

"뭐야? 그럼 둘이 같은 부대 사람이었던 거야?"

자유는 얼음찜질팩을 정강이에 문질러대며 딱딱거렸다.

꼬마가 제대로 걷어찬 바람에 벌겋게 부어오른 것이다.

"응. 박대위님은 나랑 같은 중대 소속이었어. 그때 우리 중대장님이셨고....."

이승철은 난처한 표정으로 뒷통수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결국 자유는 자신의 계획에 미끼가 된것이다.

"응. 그랬구만. 그럼 그 딸에 그 아버지네. 따님이 아주 잘 훈련받았네요."

"미, 미안합니다."

박대위는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했지만, 그 옆에 앉은 가해자(?) 소희는 아랑곳하지 않고 과자를 입 안에 거의 들이붓기 시작했다.

"켁켁!"

"소희야! 좀 천천히 먹어."

결국 과자가 얹혔는지 소희가 고통스러워하자 박대위가 황급히 물을 건냈다.

"소희가 며칠 굶었습니까?"

"아니... 그건 아닌데.... 매일 밥하고 나물 종류만 먹다 보니까 애가 과자를 보고 신났나봐."

박대위가 겨우 진정이 된 소희를 쓰다듬으면서 대답했지만 자유는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그거 내가 아끼는 과잔데..."

"아, 그, 그렇습니까? 이거 미안합니다...."

박대위가 미안해서 또 어쩔줄 몰라하자 이승철이 굉장히 민망해했다.

"아이가 먹는건데 좀 양보해라."

"쳇!"

왠지 자신의 편이 되어주지 못한 친구의 모습에 자유는 금새 토라져버렸다.

요새 둘만 다녀서 그런지 자유가 이승철에게 부쩍 의지하기는 했다.

이승철 역시 그것을 예전부터 걱정하고 있었기에 작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박대위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박대위님은 어떻게 여기에 계신 겁니까?"

박대위는 씁쓸한 얼굴로 이승철이 내민 소주를 벌컥거렸다.

"바이러스.... 그거 생각보다 무섭더라. 전남에서 바이러스 퍼진지 한달만에 강원도까지 올라오더라고. 부대원들 속수무책으로 쓰러지고... 육본에서도 별 대책을 내놓치 못하자 하나 둘 부대를 떠나기 시작했어. 나도 더 이상 희망이 없을것 같아 소희를 데리고 얼른 그곳을 떠났지."

"그런데 형수님이 안보입니다?"

"....."

이승철은 별 뜻없이 물어봤지만 박대위의 표정은 한순간에 어두워졌고 소희는 과자를 먹던 손을 멈췄다.

"엄마는.... 엄마는.... 으아아앙!"

결국 소희가 울음을 터뜨리자 박대위가 얼른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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