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93화 (93/262)

< -- 93 회: 100회 특집! (1부) -- >

- 빰빠라밤 빰빰빰빰빠바바

- 짝짝짝!

장엄한 음악이 연주되고 거대한 붉은색 커텐이 천천히 열리자 대극장이 떠나가라

박수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러자 아름다운 하늘색 드레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 천천히 무대 중앙에 올라선다.

"신사숙녀 여러분. 아름다운 밤입니다."

"우와아!"

- 짝짝짝!

여인이 청조한 얼굴빛을 불그스름하게 붉히자 우뢰와 같은 박수 소리가 대극장 천장을

무너뜨릴 기세였다.

"......"

그런데 여인의 표정이 별로 좋지가 않다.

아니 '별로'라는 정도가 아니다.

완전히 X씹은 표정이다.

"뭐여? 이 시방 거시기한 분위기는?"

갑자기 여인의 입에서 걸쭉한 사투리가 튀어나오자, 배우 테이블에 앉아있던 이승철, 신예선, 진자유, 설화 등 '라스트데드' 주인공 들 모두 당황스러워했다.

"아니 시방! 신라 놈들하고 싸우느라 바쁜 이 몸을 급히 부르길래 기껏 와줬더니, 사람이 요로코롬 없써브러? 지금 사람 가지고 장난하는 거여, 뭐여?"

"저, 저기. 일단 진정하시고....."

이승철이 급하게 무대 위로 올라가 진정시켰지만 여인의 굳은 얼굴은 좀처럼 펴질지

몰랐다.

하긴 1만명이 앉을 수 있는 객석이 텅텅 비었으니 그럴만하다.

"나가 시방 '라스트데드'인지 '트위스트데드'인지.. 고거 끝나고 차기작에 나올 사람인디 요로코롬 사람을 가지고 장난쳐도 된다요?!"

"아, 저기 그게...."

이승철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사실 작가가 그저께 느닷없이 100회 특집한다고 하는 바람에 이렇게 우리 들만 모였어요."

"아니 뭐여? 그럼 암시롱 대책도 안세우고 이렇게 대궐같은 곳에서 잔치를 한다고 했싸요?"

여인이 펄쩍 뛰자 이승철이 뒷통수만 긁적였다.

"아니 저기... 그냥 스케일만 크면 장땡이라고 하도 빡빡 우겨서.... 저희 들도 어쩔 수 없이...."

"워따 시방! 이 썩을놈이 이딴식으로 일을 처리해부러! 나가 시방 이 썩을 놈을 잡아서 족쳐브러야것구만!"

여인이 흥분하면서 드레스를 걷어부치자 이승철과 자유가 얼른 뛰어나와 그녀의 팔을 잡았다.

"아휴. 좀 진정하시고... 일단 인터넷으로 이 소설을 보는 독자 들도 있으니까 우리끼리 1100회 특집을 진행하자구요."

"그래요, 예쁜 누나."

이승철이 겨우겨우 말리자 여인은 흥분을 가라 앉히고 옷부터 편하게 갈아입었다.

행사용 드레스는 너무 길고 거추장스럽기만 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녀는 바지와 저고리를 단단히 묶고 머리도 한번 질끈 감아 말아 올린 후 비녀까지 꽂았다.

"우와! 그거 어느 나라 복장이에요?"

자유가 눈을 휘둥그레하면서 묻자 여인이 씨익 웃었다.

"이거시 바로 백제 복장이지라. 싸울아비라고 아요?"

"싸...울 아비? "

"그라지라. 이거시 바로 무사 들이 편하게 쌈박질 할 수 있는 복장이랑게요."

"아...."

예선이가 놀랍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럼 작가가 차기작으로 쓰겠다는 소설이 바로 백제와 연관이 있는 거군요."

"그라지라. 사실 내가 쪼까 성격이 더럽기는 해도 차기작의 주인공....까지는 아니고 아무튼 중요한 인물이여라."

"그럼 이름이 뭔지나 알려주지? 아까부터 이름이 없어서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네."

설화가 심드렁하게 묻자 여인이 약간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내 이름은 설화라고 하는디요?"

"뭐?!"

설화가 깜짝 놀라면서 벌떡 일어서자 또 다른 설화가 움찔거렸다.

하지만 놀라기는 다른 사람 들도 마찬가지였다.

"워따... 뭐땀시 그로코롬 놀라 자빠진다요?"

"내 이름도 설화인데?"

"예? 정말이여라?"

설화와 설화가 서로를 쳐다보면서 경악을 하자, 주위에 있던 사람 들도 혼란스러워 했다.

"아니, 이 썩을 잡것은 뭔 이름을 헷갈리게 짓는다냐!"

"아오. 이 망할 작가. 또 이름 생각 안나서 막 가져다 붙이는거 아니야?"

설화와 설화가 흥분하면서 고래고래 소리지르자 자유가 그 들 중간에 서서 진정시켰다.

"작가도 뭔가 생각이 있겠죠."

"귀찮아서 그런 거야!"

"귀찮아서 그런 거야!"

설화가 설화가 똑같이 소리를 지르자 자유가 뻘쭘한 표정으로 쓰윽 물러섰다.

"저기 죄송하지만 그런건 나중에 따지시고 100회 특집 빨리 진행하죠. 독자 여러분 들이 벌써 지루해서 선작을 안하고 계세요... 앗! 저기 선작을 지웠다."

"워메. 그럼 안되블제. 이 소설이 잘되야 다음 소설도 독자 분들이 봐준께 후딱 진행해야 겄구만. 아무튼 작가 이 잡것은 특집 끝나고 꼭 족쳐블거여."

"나도."

설화가 설화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두 눈을 이글거리면서 분노하자 모두가 움찔거렸다.

"야. 여기 나오는 여자 들은 왜 이렇게 기가 세냐?"

자유가 이승철의 귀에 대고 소곤거리자, 이승철이 고개를 절래 절래 저었다.

"작가가 하도 마누라에게 잡혀 사니까 여자 들도 드세게 그릴 수 밖에 없나보지."

"에휴... 한숨 나온다. 난 나중에 꼭 착한 여자 만나야지."

이것 들이...ㅡㅡ

어찌되었건 테이블은 하나로 합쳐지고 사람 들은 테이블에 둥그렇게 앉았다.

이러니까 마치 100분 토론의 한장면 같았다.

백제에서 건너온 설화도 미리 준비한 대본을 훑어보고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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