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95화 (261/262)

< -- 95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예? 속초에 있어도 좋다구요?"

이승철 일행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왜? 갑자기 덥석 받아주니까 찾기가 싫어지나?"

"아, 아니. 그건 아니지만."

"그럼 여기 장의원의 안내를 받게."

"예......"

신노인이 휙 돌아서서 어디론가 사라지자 나머지 시의원 들도 따라나섰다.

하지만 그 중 한명이 이승철 일행에게 다가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저는 속초시 시의원 장영석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군요."

"아, 저는 이승철이라고 하고.... 이쪽은 제 친구 진자유.... 그리고 이쪽은...."

"차수철이라고 합니다."

이승철과 자유는 깜짝 놀라 차수철을 쳐다보았다.

평소에는 소심해 보이고 겁이 많아 스스로 나서는 성격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알리가 없는 장영석은 반갑게 손을 맞잡았다.

"좀 많이 야위셨군요."

"예. 그동안 먹을것 다운 먹을것을 못 먹어서요."

차수철은 미묘하게 입꼬리를 올렸지만 장영석은 그것을 보지 못했다.

"그러고보니 점심시간이 꽤 지났군요. 식사는 하셨습니까?"

"아뇨! 안 그래도 지금 무척 배고파요."

자유가 얼른 대답하자 장영석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제가 여러분께 점심 대접을 하겠습니다."

"오옷! 오랜만에 밥다운 밥을 먹겠구나!"

이승철 일행은 장영석의 안내로 바닷가 근처 횟집에 들어가 경치가 잘보이는 자리에 앉아 푸짐한 식사를 즐겼다.

속초는 동해 바다를 품고있는 도시답게 온갖 해산물이 넘쳐났다.

여러 횟감에 매운탕까지 얼큰하게 먹은 일행은 오랜만에 밥다운 밥은 먹은 기분이었다.

"식사는 어떠십니까?"

"진짜 맛있어요. 역시 바다에서 막 잡은 고기 들이라 싱싱하네요."

자유가 매우 만족스러운 얼굴로 대답하자 장영석이 미소를 지었다.

"입맛에 맞으시다니 참 다행입니다."

"예. 정말 잘 먹었습니다."

모두가 화기애애한 분위기인데 유독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차수철씨는 입맛에 별로 안 맞으시나 봅니다."

장영석이 쓰윽 고개를 내밀고 묻자 차수철이 움찔거렸다.

"아, 전 회를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러시군요. 그럼 다른거라도 드릴까요?"

"아, 아뇨. 전 됐습니다."

차수철이 손사래치자 장영석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이승철이 물 한잔을 마시고 입을 열었다.

"그런데 어르신께서는 저희를 그냥 받아 주신겁니까?"

"아, 사실 어르신께서는 여러분 들께 한가지 부탁을 했습니다."

"부탁이요?"

이승철과 자유가 동시에 반문하자 장영석이 사람 좋게 웃었다.

"하하. 뭐 그렇게 어려운 부탁은 아닙니다. 제 생각에는 어쩌면 여러분 들이 하고 싶어하는 일일지도 모르겠군요."

"으음... 저희를 믿고 부탁을 하시는 건 좋은데 어떤 건지...."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황주선 박사를 찾으라고 하셨습니다."

"예? 아까는 찾지 말라고 하셨는데..."

"아, 정말입니까?"

"예. 어르신께서 딱 잘라서 말씀하셨어요."

이승철과 자유가 서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하자 장영석은 뭔가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마 그건 진심이 아니실 겁니다."

"예?"

"어르신이야말로 황박사님을 가장 찾고 싶으실 겁니다."

"그런데 왜...."

"이거 아무래도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군요."

장영석이 물 한잔을 가볍게 비우고 이야기를 꺼냈다.

"저는 황박사님과 아주 가깝게 지냈기 때문에 그에게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황박사님은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기 위해 미국과 손을 잡았습니다. 바이러스가 전라남도에서 막 퍼지기 시작했을때 백신을 개발하기 시작했죠."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던 차수철의 눈이 갑자기 번뜩 띄였다.

'아무래도 우리 이야기도 할 것 같군.'

차수철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장영석 말에 귀를 기울였다.

"황박사님은 그당시 명목상 미국과 손을 잡았지만 따로 생각이 있었습니다. 바로 시크릿-X를 발견한거죠."

- 푸욱!

- 콜록! 콜록!

이승철은 놀란 표정을 감추느라 헛기침을 해댔고 자유는 마시고 있던 물을 도로 뿜어냈다.

"괘, 괜찮으십니까?"

"아, 아 예. 별거 아닙니다. 너무 많이 먹어서 속에서 놀랬나봅니다."

이승철과 자유는 어거지로 웃으면서 애써 아닌척을 했다.

물론 차수철의 눈에는 모든게 다 보였다.

'역시 저 자식도 너와 같은 시크릿-X 감염자군. 이거 점점 재밌어지는데?'

다행히 장영석은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입을 열었다.

"시크릿-X는 일반 감염 바이러스와 차원이 틀립니다. 시크릿-X는 바이러스라기보다 생명체에 더 가까우니까요."

"생명체요? 정말입니까?"

이승철이 눈썹을 꿈틀거리면서 묻자 장영석은 확신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황박사님은 그게 외계 생명체라고 확신하시더군요. 하지만 크기가 나노 수준이기 때문에 발견하기가 극히 어렵다고 했습니다."

"......."

모두가 긴장감 가득한 얼굴로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장영석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다들.... 놀라신 것 같군요."

"아, 예. 좀...."

"그렇게 놀라실 건 없습니다. 황박사님은 시크릿-X 바이러스가 오히려 인류에게 유용할지도 모른다고 하셨거든요."

"유용하다고요?"

이승철보다 자유가 더 깜짝 놀라 묻자 장영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이 외계 생명체가 정확히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아직 밝히지 못했지만 인간의 뇌에 통제 되는 습성이 있더군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은 모든 뇌의 기능이 죽고 공격적인 습성만 남게 됩니다. 하지만 시크릿-X는 다르죠. 시크릿-X는 복사객체를 스스로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감염자가 원하는 힘을 줄 수도 있습니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해 드리자면 일종의 컴퓨터 코드와 같은 겁니다."

장영석은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감염자가 어떤 습성을 가지고 있느냐,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 또한 어떠한 잠재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시크릿-X가 반응을 합니다. 즉, 외계 생명체 바이러스에서 하나의 인간의 세포로 변이를 하는 것이죠. 그리고 바이러스답게 온 몸 구석구석 바이러스를 퍼뜨립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이승철은 자신의 몸 안에 있는 바이러스를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외계 생명체 바이러스가 인간과 함께 공존을 하는거군요."

"바로 그겁니다. 시크릿-X를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있다면 인간은 예전보다 더욱 큰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인종이 탄생하게 되는 거지요."

장영석은 유난히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황박사님은 백신보다 시크릿-X를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 되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게 백신을 개발하는 일보다 훨씬 가치가 있다고 하셨죠."

"하지만 감염자를 먼저 치료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자유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되묻자 장영석은 고개를 저었다.

"시크릿-X는 대단한 놈입니다. 스스로 지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주변을 감염시키지요. 만약 공기 중에 바이러스가 떠다니지 않으면 다시 스스로 바이러스를 생성할 겁니다."

"그럼 시크릿-X가 일종의 모태라는 겁니까?"

"예. 시크릿-X는 감염자에게 강한 내성이 없으면 외부 환경을 바꿔버립니다. 그렇게 된다면 주변에 퍼진 바이러스는 모태가 되는 시크릿-X 주위에 몰려다니면서 그의 명령을 받게 되지요."

".....!"

이승철은 머릿속에서 뭔가 번뜩였다.

광주 아지트가 습격받았을 때 시크릿-X감염자도 분명 있었도 주위의 감염자 들이 그의 명령을 받고 있었다.

'그럼 나는 시크릿-X를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건가?'

이승철은 스스로에게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서웠다.

장영석에게 차마 말을 할 수 없겠지만 분명 스스로 제어가 안될 때도 있었다.

그것은 본인이 극도로 흥분할 때였다.

"하지만 이런 대단한 발견을 하고서도 황박사님은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속초를 떠나셔야 했습니다."

"불미스러운 일이요?"

이승철이 조심스럽게 묻자 장영석은 큰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여러분 들이 이곳에 오시기 전에 어떤 부녀가 속초에 머물렀습니다. 바로 박천구 대위와 그의 딸 소희였지요."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