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102화 (101/262)

< -- 102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시커먼 어둠 속에서 오래된 전구 하나가 천장에 대롱대롱 달려있다.

이승철은 영화 속에서만 봤던 취조실에 앉아있는 기분이 몹시 불쾌했다.

"저희가 잘못한 것은 알겠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있습니까?"

이승철은 최대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입을 열었다.

그러나 장영석은 오히려 그를 원망하는 표정으로 티셔츠 단추를 더 풀었다.

"그래서 네가 지금 잘했다는 거야? 진실을 말해. 도대체 거기서 뭐했어?"

"아무것도 안했습니다."

"아무것도 안했는데 정준혁은 왜 또 거기에 있었던 거야?"

"저도 그걸 알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의 뒤를 밟았다구요."

이승철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말했지만 장영석은 피곤하다는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지금 이 상황을 나와 자네, 그리고 정준혁만 알고 있어. 만약 어르신께서 이 사실을 아신다면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

"도대체 왜 저희를 그곳에 두도록 놔두신 겁니까? 한번 그런 일이 있었다면 다른곳으로 옮겨도 되지 않았습니까."

"내가 말했잖나! 자네들에게 언젠가 실험실을 공개하려고했고 황주선 박사를 찾는데 동기부여가 되길 바랬다고 말이야."

"그래도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이해가 안된다고?"

장영석이 콧방귀를 뀌면서 말을 이었다.

"그럼 자네는 어떻게 알고 정준혁의 뒤를 밟았나? 마치 그럴것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처럼 말이야."

"그건....."

이승철은 말을 하려다가 뭔가 생각났는듯 입을 다물었다.

아까부터 장영석에게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지만 하도 정신이 없어서 그게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일이 벌어질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정준혁(차수철)이 실험실을 몰래 침입했을 때 장영석은 마치 알고나 있었다는 듯이 나타났다.

'맞아.... 이건 우리를 미리 감시하고 있었다는 것 밖에 안돼.'

그제서야 이승철은 장영석에게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약간 찡그리고 있을 뿐 별다른 점은 없어보였다.

'아냐. 뭔가가 있어. 일방적으로 화가났다면 저렇게 뜸을 들일 수가 없겠지.'

확실히 그랬다.

장영석은 이승철과 대화를 주고 받을뿐 일방적으로 몰아붙이지는 않았다.

마치 충분히 변명할 시간을 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도대체 왜.....'

그렇다면 도대체 장영석은 왜 그렇게 하는지가 의문이었다.

무엇때문에 자신 들을 감시하고 일부로 잡아서 취조를 하는지....

이승철은 장영석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었지만 생각처럼 행동이 따라주질 않았다.

'장의원님도 뭔가 감시를 받고 있을지 몰라.'

누군가의 부자연스러움은 온갖 의심을 불러 일으킨다.

이승철은 최대한 감정을 억제하면서도 최선책을 찾으려고 머리를 굴렸다.

'쳇! 결국 피를 볼 수 밖에 없다는 건가?'

이승철은 결국 수갑을 찬 왼쪽 손 검지손가락에서 검은 물질을 변형시켜 침을 뽑아냈다.

그리고 그것을 가차없이 반대쪽 손가락을 찔러 피를 묻혔다.

'젠장! 이게 뭔 짓거리야.'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이 왜 이렇게 하는지 본인 스스로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하지만 이왕 시작한거 끝까지 밀고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이승철은 피묻은 침을 손바닥 위로 무언가를 써내려갔다.

수갑이 손목을 꽉 죄는 바람에 살갗이 다 벗겨졌지만 오기로 버텨냈다.

"휴우....."

이승철은 두 손을 감싸쥐고 탁자위로 올렸다.

"장의원님!"

"뭐야?"

"저희는 정말 그 실험실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흥! 그걸 지금 나보고 믿으라고?"

장영석이 콧방귀를 뀌더니 몸을 앞으로 숙였다.

"내가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너희는 분명 황박사의 백신에 관련된 자료를 찾아서 도망가려고 했을 거야. 안그래?"

"절대로 아닙니다."

이승철에게는 지금이 기회였다.

믿도 끝도없는 장영석의 의심에 기분이 무척 상했지만 이성을 되찾고 침착하게 손을 서서히 펼쳤다.

[음모?]

이승철은 지긋이 장영석을 응시했다.

누가 본다면 서로 기싸움을 하는것 같겠지만 이승철은 눈동자를 위 아래로 열심히 굴려댔다.

다행스럽게도 장영석이 낌새를 눈치챘는지 이승철의 손바닥을 쓱 보고 바로 고개를 올렸다.

-끄덕끄덕

아주 잠깐이었지만 장영석은 분명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의자 뒤로 몸을 젖혔다.

"흥! 끝까지 잡아떼시겠다? 이봐! 밖에 누구없어?"

"예!"

아까 그 김군이라는 사내가 들어오자 장영석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손을 내저으며 입을 열었다.

"저 자식 정준혁하고 따로 가둬버려."

"예."

이승철은 별다른 저항없이 일어나 김군에 의해 끌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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